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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rous Business~Saga/[1부] It's a DB, GOYD.

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19화

by BlackS 2022. 7. 24.

Chapter 19.

 

Written by. Jetfire2012

Translated by. BlackS

 

  세계뱀은 또 한 번 쉭쉭 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 서슬에 온 산악지대가 전율했고, 포니들의 발굽 주위에선 흙먼지가 일어났다. 거대한 생물체는 몸을 조금 더 위쪽으로 뻗었는데, 조금이 포니들의 단위론 300미터 혹은 그 이상이었다. 세계뱀은 자신의 수면을 방해한 주범을 찾아 흉포한 머리통을 이리저리 휘둘러댔다. 하지만 먼지 같이 작은데다 멀리 떨어져 있기까지 한 생물체들이 그 시선에 띌 리는 없었다.

 

  “, ,”

 

  대시는 친구들에게 몸을 돌렸다. 떨리는 입술 사이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비틀려 나왔다.

 

  “이제 어쩌지?!”

 

  “우짜긴! 얼렁 여서 나가야제!”

 

  애플잭이 일축했다.

 

  “다른 들판이든 계곡이든, 어쨌든 여 말고 베네보레를 찾을 만한 다른 데로 가야제!”

 

  “나 아까 찾았었다니까! 우리가 찾는 그, 선명한 보라색깔 베네보레 말야!”

 

  푸른 페가수스가 소리쳤다.

 

  “그 베네보레는 저 덩치의 머리통 위에 있어!”

 

  “레인보우, 설령 거기 있었다 한들 이젠 없을끼다! 바람 때문이든 뭣 때문이든 날려갔든지 찢겨졌겄지! 정신 단디 챙기라, !”

 

  대시는 도망치기 직전에 봤던 그 이상한 산등성이처럼 생긴 것을 떠올렸다. 선명한 보라색의 베네보레는 그 꼭대기에 박혀 있었다.

 

  “아냐, 맹세할 수 있어! 그건 저 덩치의 머리통이었어! 우리가 찾는 베네보레가 그 머리통 틈새에 꽂혀 있었다니까!”

 

  “아고.......”

 

  애플잭은 관자놀에 발굽을 가져다댔다.

 

  상대적으로 따져봤을 때, 일행이 싱싱한 베네보레를 찾느라 보낸 시간은 결코 짧다곤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성과는 레인보우 대시가 찾아냈다고 주장하는 문제의 베네보레 밖에 없었다.

 

  아치백 산악지대는 무쟈게 넓다 아이가. 싹 다 뒤져보믄 레인보우가 찾아낸 거 말고도 싹수 좋은 베네보레가 더 있긴 하겄제. 여를 어느 세월에 싹 다 뒤져보겠냐만은.......

 

  일행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이틀 남짓뿐이었다.

 

  “그래도, 내는-

 

  “그만!

 

  날카로운 목소리가 대화에 난입했다. 대시와 애플잭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엔 목을 바짝 치켜세운 채 발굽을 동동 굴러대는 래리티가 있었다.

 

  “그만 그만 그만 그만 그만 그만 그만!

 

  흙먼지를 뒤집어쓴 유니콘은, 그러나 어느 때보다도 눈부시게 친구들에게 다가왔다. 거칠어진 보랏빛 갈기와 꼬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눈송이들이 그녀의 찬란한 은빛 갑옷 위에 내려앉았다.

 

  “우린 많은 것들을 봐왔어. 그리고 그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해냈지! 무슨 말인지 알겠니?! 이제 와서 돌아가기엔, 우린 너무 멀리 와버렸단 말이야!"

 

  래리티는 굳은 눈빛으로 친구들을 응시했다. 그녀의 깊고 푸른 눈동자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다만 그 빛은 평소와 같은 매력과 기쁨이 아닌, 맹렬히 타오르면서도 절제된 분노로 인한 것이었다.

 

  “우린, 절대, 돌아가지, 않아! 지금껏 다함께 이겨내 온 모든 것들의 가치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산맥과 평원을, 강과 숲을 지나왔는지 잊었니?! 우린 쉬머우드 숲의 군주로부터 축복을 받았어! 길드데일의 비석엔 우리의 이름들이 새겨질 거라고!”

 

  래리티는 확고한 눈빛으로 애플잭을 바라보았다.

 

  “애플잭! 길드데일 왕의 자존심을 당당히 뭉개버렸던 게 누구지? 그 광활한 황금빛 평원의 군주가 틀렸음을, 바로 그의 평원에서 증명해냈던 게 누구냔 말야!?”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렸다. 이글대는 푸른 눈동자가 대시를 향했다.

 

  “레인보우 대시! 넌 프롱혼들의 인도에 따라 몽환시에 들어갔고, 거기서 번개 마법을 습득했지. 지금껏 단 하나의 포니만이 해냈던 걸 너도 해냈다고! 게다가 넌 너 자신을 다스릴 줄 알게 됐잖아!”

 

  그녀는 숨을 한 번 크게 몰아쉬었다.

 

  “그리고 바로 나, 래리티! .......멸살의 의지로 타오르는 팔라라우리아 폐하의 눈동자에 대고 날 믿어보라고 조언했지! 그리고 폐하께선 내 말에 따르셨어!”

 

  그녀는 헐떡거리면서도 꿋꿋이 연설을 이어갔다.

 

  “우린! 절대! 돌아가지! 않아!”

 

<"우린! 절대! 돌아가지! 않아!">  

 

 

  은빛 보호대에 감싸인 발굽이 세계뱀을 가리켰다.

 

  “저 몸뚱이만 무식하게 큰 실뱀을 때려잡고, 지금 당장 베네보레를, 우리 친구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구하러 가자!”

 

  “가보자고!!

 

  대시가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그녀는 엉덩이를 깔고 앉은 채 두 앞다리를 위로 흔들어댔다. 페가수스의 끓어오르는 피가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함 해보재이, 요 귀염둥이 가스나야!”

 

  애플잭도 발굽으로 바닥을 내리치며 환호했다. 심장이 기분 좋게 두근거렸다.

 

  “먼가 생각해둔 수라도 있나?”

 

  “다 계획이 있지!”

 

  래리티는 간만에 드라마-Drama-Queen다운 자세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대시, 저 실뱀의 눈, , 가능하다면 귀에도 번개를 쏴주려무나! 녀석이 널 의식하고, 화가 나게 만드는 게 목표야!”

 

  “문제없지! 그 다음은?”

 

  “녀석이 널 포착했다 싶으면, 여기로 유인해 오렴!”

 

  래리티는 발굽으로 지면을 한 번 내리쳤다.

 

  “애플잭, 그 다음은 네 차례야!”

 

  “알긋다!”

 

  힘차게 대답한 뒤, 애플잭은 두 눈을 끔뻑였다.

 

  “.......헌데, 내가 뭘 하믄 되긋노?”

 

  “실뱀이 널 때리려고 하면, 피하지 말고 맞아!”

 

  오렌지 색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 머라꼬?”

 

  “실뱀이 널 때리려고 하면, 피하지 말고 맞아!”

 

  래리티는 해맑게 웃으며 부연설명을 했다.

 

  “물론! 그 순간에 넌 대지에 발굽을 묻고 있어야 해. 금강불괴를 써야 한단 거란다. 애쉬테일한테 배웠던 거 말야!”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대지에 발굽을 묻고 있으면 어스 포니들은 금강불괴가 된다며? 그러면 움직일 수 없지만 절대 다치지도 않게 된다고 애쉬테일이 그러지 않았니?”

 

  “-, 그건 맞제!”

 

  애플잭은 머뭇대며 대답했다. 그녀의 발굽이 초조하게 지면을 두드렸고, 귀는 머리에 착 달라붙은 채였다.

 

  “, 글킨 헌데, 건 코마가들헌티나 쓰던 기술이데이! 이번엔-이번엔-”

 

  “이번 것도 다를 거 없어!”

 

  래리티는 대담하게 소리쳤다.

 

  “흙바닥이 아니라 영혼 안에 발굽을 묻어야 해, 자기.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힘을 끌어내는 거야! 난 금강불괴의 본질이 거기에 있다고 확신해! 그러면 제아무리 세계뱀의 공격이라도 널 움직이게 할 순 없을 거야! 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도리어 녀석이 반작용으로 밀려나게 되겠지! 그 정도로 기습적인 충격이라면, 녀석을 상처 입히고 혼란스럽게 만들기엔 충분해! 어쩌면 땅에 쓰러지기까지 할지도 몰라. 바로 그 때 내가 실뱀의 머리 위로 텔레포트해서 직접 베네보레를 가져올 거야!”

 

  말을 마친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콧바람을 내뿜었다.

 

  “다들 알아들었지?”

 

  두 포니들은 의미모를 눈빛으로 자신들의 친구를 응시했다.

 

  레인보우 대시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스카프가 맞바람을 받아 멋들어지게 휘날렸다.

 

  “난 너한테 걸게!”

 

  푸른 페가수스는 의기양양하게 외치며 앞발굽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래리티도 거기에 자신의 앞발굽을 맞댔다.

 

  페가수스와 유니콘의 시선이 어스 포니를 향했다.

 

  그 순간, 애플잭은 자신만이라도 현실성 있게 굴어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다 죽을 끼다! 베네보레고 뭐고 발굽에 넣어보지도 못하고 죽어 나자빠질 끼다!

 

  그녀의 눈동자가 삽시간에 칙칙해졌다. 반짝임을 잃은 눈동자가 친구들을 돌아보았고.......생생한 장미와 푸른 사파이어가 칙칙한 눈동자에 비쳐졌다. 애플잭은 친구들의 빛나는 눈동자에 깃들어있는 자신감을 발견했다.

 

  팔라라우리아는 뭐라고 말했던가? 믿음을 가지라고 말했다.

 

  나일스 나이젤러스는 뭐라고 말했던가? 평정심을 지키라고 말했다.

 

  쉴드 메이든은 뭐라고 말했던가?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애플잭은 발굽을 딛고 선 대지로부터, 친구들로부터, 큐티마크에서부터 영혼으로 흘러들어오는 힘을 느꼈다.

 

  죽어있던 눈동자에 신록(新綠)의 빛이 돌아왔다.

 

  “함 해보자, 가스나들아!”

 

  시질이 그려진 푸른 발굽과 은빛 보호대로 감싸인 발굽 사이에 가죽 보호대로 감싸인 발굽이 합류했다.

 

-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극도의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뿔에서 방출된 마력이 온 도서관을 뒤흔들었다. 그 때 침실 아래에 있는 1층 출입문이 열리고, 보라색 새끼용이 뒤뚱대며 걸어 들어왔다.

 

-

 

  “명심해, 머리통의 가운데 부분에서 살짝 왼쪽 주변에 있는 틈새야. 거기에 베네보레가 끼어있었어!”

 

  몇 번이고 당부한 뒤에야 대시는 날개를 파닥대며 발굽을 띄웠다.

 

  “걱정 말래두!” 래리티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럼 믿는다!”

 

  푸른 페가수스는 상공을 맴돌며 서서히 비행 고도를 높였다.

 

  어느덧 그녀는 무지막지하게 큰 세계뱀의 몸통과 마주하게 되었다. 세계뱀은 여전히 좌우로 고개를 움직이고 있었다.

 

   “레인보우 대시, 나가신다!”

 

  대시는 있는 힘껏 날개를 휘두르며 제 몸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몇 초 후, 그녀는 세계뱀의 크기를 새삼스레 실감했다.

 

  이런 식으로 저 머리통까지 올라가려면 시간 깨나 걸리겠는데.......

 

  그러나 푸른 페가수스는 자신만만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파이어 플라이, 내게 힘을 줘!

 

  레인보우 대시는 영혼을 개방했다. 내면이 몽환시에 잠겨들었다. 잠시 날갯짓조차 멈춘 채,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온 우주의 현재 : 지금 이 순간들이 자신의 육신을 투과하도록 했다. 새하얀 에너지들이 공기를 태우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주위에 나타났다.

  대시는 번개 위에 올라탔다. 그 상태에서 고도를 높이자, 주변의 모든 소리와 바람이 일시에 사라졌다. 장밋빛 눈동자에 비춰진 세계뱀은 순식간에 커졌고, 곧 그녀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세계뱀의 머리는 검은 비늘로 빽빽이 감싸여 있었는데, 그것들 하나하나가 대략 작은곰자리Ursa Minor와 비슷한 크기였다. 광대한 머리가 움직일 때마다 대기가 요동쳤다. 세로로 찢어진 네 개의 눈동자가 제각기 다른 방향을 살피며 움찔댔다. 그 중 왼쪽 앞의 눈동자의 동공이 갑작스레 더 날카로워졌다.

 

  드디어 이 쪽을 봐주시는구만.

 

  대시는 이를 앙다물며 번개에 강한 의지를 불어넣었다.

 

  덤으로 세상 쿨-한 것도 보여주지!

 

 

<덤으로 세상 쿨-한 것도 보여주지!>

 

 

  번개는 인도자를 태운 채 순식간에 앞으로 날아갔다.

 

  푸른 페가수스는 네 개의 눈동자로부터 약 1킬로미터 거리까지 접근했다. 그 때 세계뱀의 왼쪽 앞 눈꺼풀이 감겼다.

잠시 가려졌던 눈동자가 차가운 안광으로 다시 세상을 살피려는 순간, 대시는 앞발굽을 들어올렸다. 고삐 풀린 번개는 사납게 용틀임하며 쏘아져나갔고, 세계뱀의 왼쪽 앞 눈에 정확히 내리꽂혔다.

  그러나 세계뱀은 울부짖거나 포효하지는 않았다. 그저 입을 벌리고, 이전보다 더 날카롭고 위압적으로 쉭쉭댈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레인보우 대시는 오금에 견갑골까지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대시는 몸과 마음을 다잡고 또 한 번 힘껏 날아올랐다. 그녀는 쏟아지는 함박눈 사이를 뚫고 세계뱀의 머리 주위를 한 바퀴 돌아, 열려 있는 입 쪽으로 향했다. 기다란 혀가 벌어진 아래턱에 걸쳐진 채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었다.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세계뱀은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머리를 움직였다. 대시는 코어 근육에 힘을 주며 긴장의 끈을 조였다. 광폭하게 휘둘러지는 저 캔틀롯만한 머리통에 부딪혔다간 곤죽이 될 게 뻔했다. 그녀는 힘겹게 날개를 꺾으며 세계뱀의 아래턱 주위를 비스듬히 비행했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앞발굽에 번개를 그러모았고, 녀석의 혀에 지근거리까지 접근했다.

 

  번갯불로 반짝이는 앞다리가 시질의 잔상을 남기며 휘둘러졌다. 타오르는 번개가 축 늘어진 분홍색 살덩이로 날아가 그 끄트머리를 지졌다.

 

  세계뱀은 머리를 거칠게 젖혀 올렸다. 그 서슬에 기습적으로 발생한 폭풍이 레인보우 대시를 후려쳤지만, 이번에도 그녀의 스카프가 한 몫을 했다.

 

  까마득히 먼 아래쪽에서부터 산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시는 세계뱀이 무지막지하고 시커먼 몸뚱이를 일으키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 순간, 갑작스런 기류가 그녀와 수많은 눈송이들을 어딘가로 끌어당겼다.

 

  힘겹게 저항하며, 대시는 기류의 구심점을 곁눈질했다. 그 곳엔 거대하고 칠흑 같은 구멍 두 개가 있었다.

 

  아하, 지금 이게 숨을 들이마시고 있는 거구나.......그럼 저거, 콧구멍이네?

 

  대시는 곧장 뒷다리에 번개를 순환시켰다. 그리곤 몸을 돌려, 사과 수확철의 어떤 오렌지색 어스 포니처럼 힘차게 뒷발질을 했다.

 

  이거나 먹어라!

 

  창처럼 쏘아진 두 줄기의 번개가 두 콧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세계뱀은 고통으로 얼룩진 낮고 끔찍한 포효를 내질렀다. 긴 몸뚱이가 하늘을 뚫을 듯 곧추세워졌다. 장밋빛 눈동자에 비춰진 세계뱀의 머리는 계속해서 작아져갔지만, 불타는 지옥불 같은 네 개의 시선은 대시를 중심으로 교차했다. 세로로 찢어진 네 개의 동공이 더 날카로워졌다.

 

  이제 세계뱀은 확실히 레인보우 대시를 보고 있었다.

 

  “좋았으!”

 

  그녀는 환호성을 터트렸다.

 

  “약 오르지? 한 번 와서 잡아봐!

 

  대시는 다시 몸을 돌려 다이빙하듯 급격히 고도를 낮췄다. 그 뒤로 으르렁대며 쉭쉭대는 소리가 따라붙더니, 주변의 산들이 흔들렸다. 그녀는 어깨 뒤편을 곁눈질했다. 세계뱀의 머리통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아래에선 산들이 찢겨지듯 갈라지고 있었다. 그토록 웅대하던 산봉우리와 절벽들이 발굽에 짓밟힌 진흙처럼 맥없이 허물어졌다.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이 시야를 메웠다. 대시는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뜰 수밖에 없었다.

 

  두려움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그녀는 시야 확보에 온 정신을 집중하며 어깨 너머를 돌아보았다. 암흑 속에 우뚝 솟아 있는 날카로운 보랏빛 섬광이 여전히 그녀를 뒤쫓고 있었다.

 

-

 

  “온다!” 래리티가 외쳤다.

 

  “이게 진짜 먹힐 것 같나?!”

 

  애플잭은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거대 괴수를 바라보며 탄식했다.

 

  “아이고, 내가 우짜자고 이런 걸.......낸 진짜 모르겄다, 이 가스나야!”

 

  “모르긴 뭘 모른단 거니! 넌 반드시 해내야 해!”

 

  새하얀 유니콘은 징징대는 오렌지 색 어스 포니를 다그쳤다. 새하얀 뿔이 빛을 발하자, 애플잭의 주위에 쌓여있던 눈들이 흩날려 사라졌다. 이제 그녀는 칙칙한 돌바닥 원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서 있는 채였다.

 

  “애플잭, 너 없인 계획이 안 굴러가. 그리고 네 역할은 오직 너만 할 수 있는 일이고!”

 

  “글킨 해도.......내는.......”

 

  애플잭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내는 길더스가 아이다! 금강불괴라캐도, 배운 지 고작 며칠 밖에 안 됐다 안카나! 아직 쌩 초짜데이!”

 

  “그래, 그렇겠지!”

 

  래리티는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냅다 소리쳤다.

 

  “애플잭, 날 봐!”

 

  기가 눌린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군소리 없이 그 말에 따랐다.

 

  “이 여정에서 내가 너한테 얼마나 많이 의지했는지 아니? 레인보우 대시도 나랑 마찬가지야! 우리가 스스로를 의심할 때, 우릴 격려해줬던 건 너였어! 우리가 자신감을 잃고 불안에 떨 때, 넌 우리의 버팀목이었고! 네 안엔 이 산악지대를 다 덮고도 남을 힘이 깃들어 있어! 넌 이 세상 그 어떤 포니보다도 굳세게 서 있을 수 있는Can Stand Firmer 포니야! 난 믿어. 내 믿음을 가진 널, 난 믿는다구!”

 

  다가드는 세계뱀에 대지는 오한에 시달리듯 전율했다. 산꼭대기에 쌓여있던 만년설이 지형이 무너져 생긴 광대한 개활지로 쏟아져 내렸다.

 

  “이 가스나야, 그래 말해뿔면.......”

 

  애플잭은 대사(大蛇)를 올려다보았다. 단신으로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그 압도적인 크기를 목도했다. 그것은 그녀가 이제껏 상상해봤던 그 어떤 것들보다도 거대했다.

 

  “.......알긋다. 함 해보께!”

 

  “넌 할 수 있어!”

 

  마지막 격려를 남기고, 래리티는 충돌이 일어날 현장에서 몸을 피했다.

 

  애플잭은 마른 침을 삼키며 발굽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발굽을 바위 지면에 최대한 들이밀었다.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용기가 필요헌디.......

 

  내 용기의 원천이 어데고?

 

  두 말할 것두 없이, 내 가족들허고 친구들이제.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이미 혼자가 아니었다. 빅 매킨토시가 여동생에게, 애플블룸이 언니에게, 스미스 할머니가 손녀에게 웃음과 격려를 보냈다. 레인보우 대시, 래리티, 트와일라잇 스파클, 플러터 샤이, 핑키 파이, 스파이크까지도 그녀와 함께 했다. 브레이번을 비롯한 모든 애플 가문의 친척들도 있었다. 그들의 온기가 느껴졌다. 애플잭은 그들 모두의 버팀목이었고, 또한 그들 모두가 애플잭의 버팀목이기도 했다.

 

  애플잭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세계뱀은 그녀의 시야를 가득 메우는 거리까지 접근해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고도에서 흐릿한 무지개의 잔상 : 레인보우 대시가 스쳐 지나갔다. 애플잭은 그녀가 래리티를 붙들고 다시 날아오르는 기척을 느꼈다.

 

  세계뱀은 분지 지형에 둘러쳐진 산들을 몸뚱이로 깨부수며 전진해오고 있었다. 애플잭은 발굽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발굽은 바위-대지에, 그리고 스스로의 영혼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 곳에, 그녀가 가장 그리워하는 두 얼굴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딸을 망아지 다루듯 소중히 그러안았다. 아주 어렸던 시절에 느꼈던 그 안락함을 애플잭은 알고 있었다.

 

  어머니-대지의 온기였다.

 

  발굽 아래의 바위-대지로부터 활기찬 무언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 순간 대지와 맞닿아있는 건 애플잭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머니-대지의 품에 안긴 모든 어스 포니들의 존재를 느꼈다. 그 중엔 길드데일의 모든 포니들과 쉴드 메이든, 그리고 애쉬테일도 있었다.

 

  애쉬테일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대지의 포니들Earth ponies은 부서지지 않는다.

 

  애플잭의 얼굴이 결연한 각오를 그린 채 굳어졌다.’ 초록빛이던 눈동자가 굳건한 바위 같은 회색빛으로 변했다. 갈기와 꼬리도 더 이상 바람에 휘날리지 않았다.

 

  세계뱀이 오렌지 색 어스 포니를 덮쳐들었다. 거대한 머리가 애플잭을 내려치려는 듯 쇄도해왔다. 이제 시야엔 시커멓고 거대한 덩어리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어머니-대지를 아는 이 세상 모든 포니들의 사랑과 용기가 그녀와 함께하고 있었다. 대지가 그녀와 함께 맥동하며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애플잭은 진정한 대지의 포니, 그 자체가 되었다.

 

  세계뱀의 광대한 주둥이가 애플잭의 콧잔등을 들이박았다.

 

  그리고-

 

  튕겨져 나갔다.

 

  지면이 파도처럼 일렁거렸고, 강력한 파문이 단단한 바위를 통과하며 퍼져나갔다. 그러자 애플잭을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까맣고 공허한 파괴의 선들이 검은 번개처럼 온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선들은 삐죽빼죽하게 그어지며 공터를 지나 능선, 절벽, 봉우리 등 계곡부터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산을 이루던 모든 것들을 유린했다. 그 무자비한 유린으로 무너진 어느 산꼭대기의 만년설이 눈사태가 되어 애플잭에게 쏟아져 내렸다. 구르는 동안 서로 뭉쳐진 그것들은 이내 애플잭네 농장 지붕만큼 커졌다. 그러나 굳건히 서 있는 대지의 포니에겐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한 채 도로 부서지고 말았다.

  이제 세계뱀이 내는 소리는 더 이상 포효가 아니었다. 그것은 가냘픈 고음의 신음에 가까웠고, 낑낑대는 강아지의 울음소리와 비슷했다. 세계뱀은 비틀대며 몸을 뒤로 내뺐다. 거대한 스페이드형 머리가 휘둘러질 때마다 단발적인 폭풍이 일었다. 그것은 땅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이리저리 팔랑대며 고도를 낮췄다.

 

  그제야 애플잭은 겨우 두 눈을 깜박였다. 굳어있던 몸이 서서히 풀어졌다. 그녀는 도리질을 쳐댔다.

 

  “.......”

 

  솔직히, 토악질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 외에는 아무 이상도 느껴지지 않았다.

 

-

 

  “됐다! AJ가 해냈어!”

 

  레인보우 대시가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녀의 다리엔 래리티가 들려있었다.

 

  “걔라면 해낼 줄 알았다니까.”

 

  새하얀 유니콘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 이제 나도 내 역할을 해야겠지. 대시, 저 실뱀의 머리 근처에 날 내려놔주렴!”

 

  “그 다음엔 어쩔까?”

 

  “되는 대로 저 녀석한테 번개를 날려줘! 자리를 함부로 뜨지 못하게 해야 해!”

 

  “맡겨 줘!”

 

  푸른 페가수스는 속도를 늦추고 지면을 향해 고도를 낮췄다. 그녀가 발굽에 힘을 풀자, 래리티는 곧장 지면을 박차며 거대한 머리통을 향해 달려 나갔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번개의 비가 세계뱀의 머리 주변에 내리꽂혔다. 네 개의 녹색 눈동자들엔 초점이 없었고, 입 사이로 빼물어진 혀는 평소보다도 더 맥없이 늘어져 있었다.

 

  강대한 빛줄기가 래리티의 근처에 떨어지며 번쩍거렸다. 래리티는 이제 자신이 해내야 할 순간임을 직감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세계뱀을 살펴보았다. 녀석의 머리는 제법 가까이까지 내려와 있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여전히 높은 곳에 있었다.

 

  저기까지 텔레포트로 갈 수 있을까?

 

  래리티는 그 장소가 줄 느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딱딱하지만 매끈한 비늘들, 그 위에 덮여 있는 흙과 바위덩어리들.......

 

  “대시!”

 

  그녀는 위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저 머리통 말인데, 지면에 좀만 더 가까이 오게 내려줄 수 있을까?”

 

  “노력해볼게!” 악을 쓰는 것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번개가 괴수의 이마 한 가운데를 직격했다. 녀석은 별 저항 없이 고개를 땅에 떨어트렸고, 거대한 아래턱이 지면에 처박혔다. 그 바람에 래리티는 거의 뒤로 날아갈 뻔했지만, 발굽으로 지면을 긁으며 가까스로 버텨냈다. 그녀는 자세를 다잡고 고개를 들었다. 아래턱이 지면에 닿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뱀의 머리 꼭대기까지는 1.5킬로미터 거리는 되어 보였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욕깨나 보는 것 같은디?” 익숙한 억양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들린 래리티는 달려오는 오렌지 색 어스 포니를 발견했다. 입가엔 사슴들의 밧줄로 만든 올가미가 물려있는 채였다. 래리티가 다시 살펴보니, 세계뱀의 턱 뒤쪽 모서리에 어떤 돌출부 같은 것이 보이긴 했다. 애플잭은 그것을 노리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올가미 밧줄의 회전 반경을 한껏 넓혔다.

 

  “그게 저기까지 닿을까?”

 

  “함 봐바라, !”

 

  애플잭은 자신만만하게 대꾸하며 올가미 밧줄을 위로 던져 올렸다. 올가미는 길게, 길게, 더 길게 위쪽으로 솟구쳐 오르더니 돌출부 부분보다도 높이 치솟았다. 애플잭은 그 즉시 고개를 젖히며 올가미 밧줄을 당겼고, 기세를 잃은 올가미는 뚝 떨어져 내리며 목표 지점에 정확히 걸렸다. 애플잭은 몸을 뒤로 빼며 올가미를 고정시켰다.

 

  바로 그 순간, 세계뱀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괴수의 머리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애플잭은 순발력 있게 발굽을 지면에 넣고 금강불괴를 시전했다. 그러자 세계뱀은 더 이상 고개를 일으키지 못했고, 스페이드 형의 머리가 애플잭 쪽으로 기울어졌다. 압도적인 크기의 몸뚱이가 몸부림치며 대지를 뒤흔들었다. 그때까지도 남아있던 산들 중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래리티는 또 다시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하지만 애플잭은 꿋꿋이 서 있었다. 그녀의 입에 물린 밧줄은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푸른 눈동자와 초록색 눈동자가 교차했다.

 

  “얼엉 오아 아그라!”

 

  애플잭은 이를 악문 채 소리쳤다.

 

  호흡을 가다듬은 뒤, 새하얀 유니콘은 자신을 휘감고 소용돌이칠 대기를 상상했다. 털가죽에 송곳니처럼 박혀들 차가운 눈을, 그리고 높은-아니, 너무 높은 하늘 말고.......

 

  사라진 래리티가 다시 출현한 곳은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 바로 위였다. 뚝 떨어지던 그녀는 네 다리로 황급히 밧줄을 품에 안았다. 그녀는 거대한 머리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분노로 한껏 날이 선 눈동자들이 보였다.

 

  “트와일라잇을 위하여!”

 

  래리티는 밧줄을 타고 오르며 외쳤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 몸을 움직였다. 전무한 밧줄타기 경험으로 인한 미숙함이 때때로 드러나긴 했지만, 뒤엉킨 두려움과 용기가 그 이상의 동기부여를 안겨주었다.

 

  사이에 밧줄을 단단히 꼬나쥔 채, 발굽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더 멀리 나아갈수록, 새하얀 유니콘은 더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네 개의 눈동자들 중 오른쪽 방면의 눈동자 두 개가 그녀를 지그시 노려보고 있었다. 래리티는 그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밧줄을 올랐다.

 

  , 그렇게 쳐다봐 봤자 어쩔 건데?

 

  그 도발에 대응하듯, 녹색 눈동자에 불꽃이 일었다. 선명한 빛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녹색의 무언가가 밧줄을 타고 내려갔다. 그러자 래리티의 뿔에서도 빛이 일렁였고, 소박하게 생긴 방어막이 시전자를 감쌌다. 방어막은 생긴 대로 단순한 마법이었지만, 굉장히 강력한 마력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어렵지 않게 녹색의 무언가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녹색의 그것은 사라지지 않았고, 계속해서 밧줄을 타고 내려갔다. 그것은 밧줄을 물고 있던 애플잭에게 닿아, 이빨을 통해 그녀의 몸속에 들어갔다.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그 꼴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아득바득 금강불괴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몸에서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한 탓에, 더 이상은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금강불괴가 깨지고, 애플잭은 땅바닥에 쓰러졌다. 밧줄을 물고 있던 입이 불가항력적으로 열렸다. 그러지 않았으면 그녀의 이빨이 몽땅 뽑혀나갔을 것이었다.

  고개를 든 세계뱀은 이번엔 공중을 향해 녹색 무언가를 쏘았다. 엄청난 속도로 고도를 높인 그것은 세계뱀을 둘러싼 낙뢰의 철창을 일격에 없앴다.

 

  이제 세계뱀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래리티!”

 

  레인보우 대시가 비명을 질렀다.

 

-

 

  새하얀 유니콘은 이제 자신의 생명줄이 된 사슴제 밧줄을 품에 꼭 안았다. 그녀는 불과 몇 초 만에 몇 마일 고도까지 솟아올랐다. 이제 그녀와 지면 사이엔 희뿌연 구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푸른 눈동자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다. 래리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사태는 계획에 없었고, 그녀는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흘러넘치는 두려움이 새하얀 몸뚱이를 걷잡을 수 없이 떨리게 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래리티는 내면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 자신을 두렵게 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질 것이며, 사실 이 모든 게 꿈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래. 난 내 사랑하는 부티크의 아름다운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할 거야. 따스한 햇살 아래의 포니빌은 편안하게 외출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지. 거기엔 날 기다리며.......

 

  .......울부짖는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있었다. 그녀의 눈꼬리에 맺힌 고통과 절망이 진한 궤적을 남기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른 포니들이 그 주변에 모여 있었고, 스파이크는 양피지 조각에 무언가를 휘갈겨 쓰고 있었다.......

 

  래리티는 다시 눈을 떴다. 그녀의 큐티마크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트와일라잇에겐 내가 필요해! 내 친구들! 난 그 애들을 위해선 뭐든지 내줄 수 있어! 내 목숨까지도!

 

  새하얀 유니콘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공포와 전율에 맞섰다. 그녀는 그 감정들을 마음속에 욱여넣고는, 자물쇠를 채우듯 입을 앙다물었다. 새하얀 발굽이 다시 한 번 밧줄을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난 절대 실패하지 않아! 너희들을 실망시키지도 않아! 절대!

 

  그 때 세계뱀의 머리가 왼편으로 기습적으로 움직였다. 밧줄은 그 이상으로 널뛰며 공중에 떠올랐고, 그 난리에 래리티는 그만 밧줄을 놓치고 말았다. 새하얀 몸뚱이엔 괴수가 남긴 물리력이 아직도 남아 있었고, 그로 인해 그녀는 계속해서 위로 날아올랐다.

  상공에 내던져진 래리티의 시야에 괴수의 머리 위가 들어왔다. 그녀는 그곳의 감촉을, 딱딱하고 반질대는 감촉을 상상했다. 분명 미끄럽지도 않고 축축하지도 않을-그건 아니지, 눈이 내리고 있으니까. 조금은 젖었겠지.

 

  그리고 흙과 풀 무더기, 바위 부스러기들도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발굽 아래에 느껴질 그 모든 감촉들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는 어떨까. 차가운 바람이 채찍처럼 날카롭게 불어댈거야. 주위엔 눈폭풍이 몰아치고 있을 테고.

 

  래리티는 그 모든 감각들을 마음에 담았다. 느껴보지 않은, 하지만 곧 느끼게 될 감각들로 심상을 채우며, 그녀는 마력을 해방했다.

 

  눈을 한 번 깜박인 순간, 래리티는 이미 세계뱀의 머리 위에 서 있었다.

 

  됐다! 살았다! 아흐그그그그극, 어흐흑, 됐다 됐다 됐다 됐어 됐다고!

 

“.......엣헴.”

 

  폭발하는 동요와 전율을 가라앉힌 뒤, 래리티는 다급히 주위를 살폈다. 커다란 바윗덩어리들이 괴수의 머리 위를 굴러다니고 있었고, 오목하게 패인 곳 마다 눈이 쌓여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레인보우 대시가 말했던 무언가가 있었다. 망루처럼 솟은 검은색의 그것은 괴수의 머리를 좌우로 양분하고 있었는데, 괴수의 신체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보였다.

  래리티는 그 망루를 향해 질주했다. 하늘에선 눈보라가 몰아쳤고, 문대어진 진흙과 반 쯤 녹은 눈들은 매끈한 비늘을 더 미끄럽게 만들었다.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했지만, 래리티는 조금도 발굽을 늦추지 않았다. 망루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  다.

  그 때 세계뱀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다급히 멈춰선 래리티는 최대한 몸을 숙이며 중심을 잡았다. 그러나 세계뱀은 전신에 진동을 일으켜 그 노력을 허사로 만들었다. 새하얀 발굽이 까만 비늘에서 미끄러지고, 그녀는 추락하듯 곤두박질치며 눈과 진흙 위를 굴렀다.

  

  아흑, 아얏! 안 돼! 내 아름다운 털가죽! 내 사랑스런 갑옷이!

  

  래리티는 계속해서 굴러 떨어졌다. 발굽 디딜 곳 하나 없는 허공이 가까워짐에 따라, 지면의 산들이 그리는 흐릿한 실루엣이 점점 크고 선명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망루 역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텔레포트 한 곳이 마침 세계뱀의 머리 앞부분이었다는 사실이 그녀에겐 다행스런 일이었다.

 

  미끄러지던 래리티는 앞발굽을 뻗어 검은 기둥 주변의 굴곡을 붙잡았다. 추락 가속도를 단번에 받아낸 근육이 지독히도 욱신거렸다.

 

  트와일라잇 스파클!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사력을 다해 몸을 끌어올렸다.

 

  난 절대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새하얀 유니콘은 굴곡을 기어올라 기둥 본체에 발굽을 기댔다. 그리고 그 왼편, 즉 세계뱀의 머리 왼편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 흙무더기가 조금 쌓여 있는 부분이 있었다. 조막만하지만 온전한 그 대지의 일부에 그것이 있었다.

 

  대자연의 지형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그 꽃은 평화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생기 있게 빛나는 밝은 보라색의 꽃.

 

  어린 베네보레였다.

 

  푸른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랐다. 래리티는 다급히 눈시울을 훔치곤 베네보레와의 거리를 가늠했다.

 

  아마, 미끄러지면서 가야겠는데.......

 

  그녀는 붙잡고 있던 기둥을 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미끄러트렸다. 새하얀 뿔에서 일렁이는 빛이 시전자의 몸의 균형을 맞추고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이는 제법 어려운 작업이 되고 말았는데, 이유인즉슨 괴수가 앞쪽으로 예고 없이 머리를 숙였기 때문이었다.

 

  각도가 어그러졌잖아! 거의 다 왔는데!

 

  래리티는 마법으로 몸의 중심을 재조정했다.

 

  한동안 기울어지던 경사면이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래리티는 박차고 일어나 베네보레를 향해 질주했다. 발굽에 닿는 비늘 아래에서 씰룩대는 근육이 느껴졌다. 다급해진 그녀는 냅다 몸을 날렸다.

 

  다 왔어! 저기! 바로 저기라구!

 

  새하얀 유니콘은 베네보레를 향해 목을 쭉 내뺐다. 그리고 입을 한껏-

 

  그 순간 세계뱀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수직 방향으로 일어난 소닉 붐이 작은 포니를 하늘 위로 날려 보냈다. 그 포니는 새하얀 유니콘이었고, 사슴제 은빛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그 이빨 사이엔 선명한 보라색의 야생화가 물려 있었다.

 

  래리티는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켰다. 높이, 높이, 더 높이 떠오른 그녀는 순식간에 몇 마일 상공에 도달했다. 그녀는 아래를 바라보았고, 즉시 후회했다. 산악지대는 흙무더기들처럼 작게 보였고, 공기는 털가죽에 덮인 살까지 아리게 할 정도로 차가웠다. 어쩐지 숨도 잘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집중해야 해!

 

  얼마 후, 상승 속도가 한결 줄어들었다.

 

  래리티는 마법으로 왼쪽 안장 가방을 열었다. 스웨터 몇 벌과 선글라스, 담요들이 하늘로 빨려 들어가듯 날아가 사라졌다. 그 손실에 퍽 애석해하면서도, 그녀는 두 눈을 부릅떴다. 투구에 달린 수정 장식이 반짝인 순간, 뿔에도 더 밝은 빛이 일었다. 가방 안에서 병 하나가 푸른빛에 감싸인 채 들려나왔다. 그녀는 병을 앞발굽 아래로 띄워 보낸 뒤, 힘껏 감싸 쥐었다.

  염동력이 병에서 시전자의 몸체로 옮겨갔다. 이제 래리티는 고요한 하늘 한가운데에 모빌처럼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앞발굽으로 병마개를 열고 스파이크의 불꽃을 피워 올렸다. 그리곤 물고 있던 베네보레를 뱉어냈다. 보랏빛 녹색 불꽃은 타오르고, 선명한 보라색의 야생화는 날려졌으며, 새하얀 유니콘은 무한한 하늘로 비행을, 멋진 추락을 재개했다.

 

  불꽃과 야생화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버릴 가능성이 없다곤 할 수 없었다. 일이 꼬여버릴 경우의 수는 그 외에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파이크의 불꽃은 위로 솟았고, 베네보레는 팔랑거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둘은 공교롭게도 래리티의 가슴 위쪽에서 만났다. 베네보레는 소용돌이치는 불꽃에 잠시 매달려있더니, 희미한 보랏빛 잔상을 남기며 불꽃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잔상은 동쪽으로 날아가 순식간에 시야 밖으로 벗어났다.

 

  그러는 사이 낙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지면의 산들이 눈에 띄게 가까워지고 있었고, 귓가에 대고 성을 내는 바람은 채찍처럼 매서웠다.

 

  마침내, 래리티는 눈물을 허했다. 각고의 시간으로 제련된 그 보석의 광채엔 일말의 두려움도, 체념도 없었다.

 

  해냈어! 내가, 우리가 해냈다구!

 

  여정은 결실을 맺었다. 원정은 그 목표를 이루었으며, 새하얀 유니콘은 마음의 빚을 청산했다. 그녀는 베네보레가 트와일라잇 스파클에게 시간 내로, 시간에 맞춰, 적시에 전달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제 문제는 이 쪽인데.......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곱씹던 래리티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냐. 문제될 거 없지. 희생정신은 관용의 원소가 응당 지녀야 할 덕목 아니겠어?

 

  그녀는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다.

 

-

 

  .......누군가의 발굽이 그녀의 어깨 죽지를 불쑥 들어올리기 전까지는.

 

  “잡았다!

 

  조금 거칠고 활기찬 목소리가 쾌재를 불렀다.

 

  레인보우 대시였다. 래리티를 등 뒤에서 감싸 안은 그녀는 잠자리처럼 세차게 날개를 파닥댔다. 그녀의 노력에 힘입어, 추락이 활공으로 변했다.

 

  “대시!”

 

  래리티가 기쁨에 겨워 외쳤다.

 

  “내가 해냈어, 대시! 내가 해냈다구!!

 

  “? 정말로?!”

 

  대시는 쩌렁쩌렁한 함성을 터트렸다.

 

  “너가 해냈구나!!

 

  두 포니는 세계뱀과 애플잭의 충돌로 쑥대밭이 된 암석 지대를 가로질렀다. 대시는 고도를 낮추며 서서히 속도를 줄였고, 래리티를 안아든 앞다리에 부드럽게 힘을 풀었다.

  래리티의 새하얀 발굽이 지면에 닿은 순간-

 

  “어데 안 다쳤나?!”

 

  오렌지 색 어스 포니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급히 래리티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두 친구가 하늘의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때부터 달려온 참이었다.

 

  애플잭은 래리티를 이리저리 살피며 소리쳤다.

 

  “아고마, 울 가스나 우짜노, 니 괘안나? 어데 좀-”

 

  “우리가 해냈어!

 

  래리티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제 끝났단다. 애플잭! 우리 임무는 끝났어!”

 

  애플잭은 헛숨을 들이키며 되물었다

 

  “? 그기 먼소리고? 이 가스나야, , 풀떼기 머꼬, , , 베네보레. 그래. 베네보레. 그 빌어먹을 풀때기는 어쨌노? 거 있드나?”

 

  “있었다 뿐이겠니? 찾아서 바로 보냈지! 베네보레가 스파이크의 불꽃에 휘말려 사라지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지금쯤 트와일라잇한테 바로 전해졌을 거라구!”

 

  애플잭은 미약한 과호흡 증세를 일으켰다. 휘둥그레진 초록색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스나야, .......니가 기어코 일을 내는구나, , 시상에, 셀레스티아 공주님! 래리티가, 울 래리티가 해냈답니더!”

 

  “우리가 해낸 거지!”

 

  래리티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녀는 앞다리를 뻗어 애플잭을 부둥켜안은 채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가 해낸 거라고! 다 같이 있었으니까 할 수 있었던 거야! 우리 각자였으면 절대 못했어!”

 

  레인보우 대시는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친구들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러나 울지 말아야 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음을 새삼 깨달았다.

 

  그럼 딱 오늘만 울지, . 오늘은 그래도 돼.

 

  “맞아, 래리티! .......나 혼자선 절대 못했을 거야! 우리 모두 서로가 필요했던 거야!”

 

그 말이 맞데이.”

 

애플잭은 코를 훌쩍인 뒤, 자신의 목에 감겨 있는 래리티의 앞다리를 풀어냈다.

 

, 가스나들아. 인자 슬슬 여서 빠져나가야지 않긋나. 저 괴수가 어째 움직일 지-”

 

  BOOM!

 

  일행이 있는 고대 경기장 같은 지형을 둘러싼 산들이 일시에 무너져 내렸다. 붕괴된 산의 파편들 사이로 거대한 검은색 몸통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을 부수며 나타난 그것은 지면을 찢어발기듯 밀어내며 모든 방향에서 일행에게 다가들었다.

  세 포니는 일제히 위를 올려다보았다. 몇 킬로미터 위쪽에 떠 있는 세계뱀의 머리가 어렴풋하게 보였다. 스페이드형 머리의 뾰족한 부분이 일행을 일직선으로 노리고 있었다.

  돌에 파묻혀있던 세계뱀의 몸뚱이가 일행을 둘러싸며 위로 솟구쳤다. 비늘로 덮인 검은 벽이 모든 방향에서 일행을 죄어들어갔다. 세계뱀은 평평한 대지에 반 쯤 파묻혀있던 몸뚱이까지 위로 끌어올렸다. 일행이 위치한 분지는 이제 뿌리까지 통째로 괴수에게 둘러싸인 꼴이 되었다.

  기다란 몸이 두 바퀴 감겨 만들어진 똬리 위에 몸뚱이가 더 얹어지며 굉음이 일어났다. 일행을 포위한 검은 벽이 한층 더 높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뱀은 한껏 좁아진 똬리 구멍 한가운데에 제 머리를 들이밀기까지 했다.

  이제 일행을 비춰주던 일말의 빛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세 포니들은 킬로미터 단위 크기의 어두컴컴한 고치에 갇힌 꼴이 되었다.

 

  문제는, 이 고치가 느리지만 확실히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릴 여기 두고 조이려는 거야!”

 

  래리티가 비명을 질렀다.

 

  “텔레포트! 여럿을 데리고 시도해본 적은 없지만, 건초가 되던 쇠죽이 되던 해봐야겠어!”

 

  그녀의 발악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계뱀의 몸뚱이에서 녹색 빛이 일렁였다. 그 순간 래리티는 무언가가 뿔을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불가사의할 정도로 강력한 마력의 벽에 뿔이 뒤덮인 것만 같았다.

 

  이상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 머꼬?! 땅에서 암것두 느껴지지가 않는다!”

 

  어느새 지면도 불길한 녹색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애플잭은 대지에 제 발굽을 필사적으로 파묻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지면을 디디고 있는 세 포니들의 발굽에서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일행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칙칙하고 어두운 녹색에 뒤덮였다. 아주 작은 틈새로 이따금씩 빛줄기가 들어오긴 했지만, 판도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시! 어서 날으렴! 너라도 나가!”

 

  래리티가 울부짖었다.

 

  또 한 번 굉음이 울렸다. 레인보우 대시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세계뱀이 똬리를 한 층 더 올린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똬리 구멍은 좁아져만 갔다. 이제 똬리 구멍은 조금의 여지도 없이 괴수의 머리로 가득했다.......

 

  대시는 무기력하게 날아올랐다가 이내 지면에 내려앉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그녀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평온하게 말했다.

 

  “지금은 아냐.”

 

  적의에 찬 위협음이 대기를 전율시켰다. 세계뱀은 가공할 크기의 몸뚱이를 자랑하듯 고개를 똑바로 세워들더니, 똬리를 단단히 유지한 채 몇 킬로미터 고도까지 머리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뾰족한 콧잔등은 여전히 세 포니들을 겨누고 있었다.

  콧잔등에서 이어지는 양 옆 입꼬리가 스산하게 벌어졌다. 그 사이에서 괴수다운 크기의 이빨들이 반짝였다. 부릅떠진 네 개의 녹색 동공에 유혈을 탐하는 야성의 빛이 어렸다.

 

  대시는 래리티와 애플잭 사이의 공간을 채우려는 듯 천천히 발굽을 옮겼다. 그녀는 양 날개를 펼쳐 두 친구들의 등을 어루만졌다. 두 친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대시에게 앞발굽을 감으며 몸을 가까이 붙였다. 대시 역시 그들과 마주 감싸 안았다. 애플잭과 래리티도 서로를 앞발굽으로 감쌌다.

 

  “봐바.”

 

   대시가 말했다.

 

  “별 건 아니고, 그냥.......니네 둘 다 내가 엄청 애낀다고. 애낀다 할 때 사랑 애()자 쓰는 거 다들 알지?”

 

  세계뱀의 머리가 더 높이 솟아올랐다. 대시는 마른침을 삼켰다.

 

  “만약 오늘이.......오늘 이 날이 내가 서머 랜드Summer Lands에 가는 날이라고 해도.......난 아무 후회 없어! 시간을 되돌려도 난 똑같은 길을 고를 거야!”

 

  애플잭은 레인보우 대시에게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카우걸 모자의 챙이 페가수스의 이마에 눌려 휘어졌다.

 

  “레인보우, 내도 니랑 똑같데이. 내도 한 점 후회 읎다. 이 여행 중에 쌓은 경험들 허고 바꿀 만한 건 암것두 읎.......다만은.......”

 

  그녀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세계뱀의 머리는 여전히 드높이 솟아 있었다.

 

  “내는 기냥 울 막둥이 애플블룸이 보고 싶데이.......빅맥 오빠랑.......스미스 할매도.......”

 

  “.......난 스위티 벨이 보고 싶어.......”

 

  래리티 역시 레인보우 대시에게 머리를 기대며 입을 열었다.

 

  “, 그 애가 오팔레센스Opalesence에게 식사 챙겨주는 걸 잊지 말아야 할 텐데.......가끔 건망증이 좀 있는 아이거든.”

 

  그녀는 코를 한 번 훌쩍였다.

 

  “어쨌든, 진정한 레이디는 언제나 위엄과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법이지. 설령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 할지라도 말야.”

 

  세계뱀의 머리가 더 높아졌다.

 

  “하이고, , 가스나야, 니 진짜 골 때리네.”

 

  애플잭은 힘겹게 웃으며 핀잔했다.

 

  “여서 누가 본다고 그래 체면 차리고 앉았노?”

 

  “누가 보긴.”

 

  래리티는 조곤조곤하게 답했다.

 

  “너희들이 있잖니.”

 

   세계뱀의 머리가 상승을 멈췄다. 가슴을 철렁이게 만드는 위협음과 함께 기다란 혀가 날름거렸다.

 

  “눈 감어라.”

 

  애플잭이 애플블룸에게 이르듯 말했다. 듬직한 어스 포니의 발굽이 두 친구들을 힘껏 끌어안았다.

 

   “다들, 눈 꼭 감어라.”

 

  초록빛 눈동자가 질끈 감겼다.

 

  이어서 레인보우 대시의 장밋빛 눈동자도 감겼다. 그녀는 날개로 친구들을 더 가까이 감싸 안았다.

 

  래리티는 두 친구들이 눈을 감는 것을 지켜보았다. 깊고 푸른 눈동자는 그 다음에야 눈꺼풀 뒤로 모습을 숨겼다. 새하얀 두 앞발굽들 중 한 쪽은 애플잭의 발굽에, 다른 한 쪽은 레인보우 대시의 가슴에 닿았다. 그녀는 한쪽 눈을 찔끔 떴다가, 낙하하는 세계뱀의 머리통을 보곤 질겁하며 도로 눈을 감았다. 덤으로 호흡도 참았다.

 

  부드러운 폭발음이 들려왔다. 마력이 밀려들 때 으레 나곤 하는 그 소리는 메아리도 없이 사라졌다. 일행 모두 이 소리가 세계뱀의 마법 방어막의 부산물일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쌓인 눈을 밟는 발굽 소리까지 들려오자, 일행은 눈을 뜨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라벤더 색 유니콘이 잔잔히 웃으며 일행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갈기와 꼬리는 밤하늘 색 이었는데, 그 위에 진한 보라색과 진한 분홍색이 한 줄씩 그어져 있었다. 양쪽 엉덩이에는 다섯 개의 하얗고 작은 별들에 둘러싸인 채 광채를 발하는 분홍색의 큰 별이 그려져 있었다. 강대한 마력으로 반짝이는 그녀의 뿔엔 검은색의 일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안녕, 얘들아. 다들 다친 덴 없어?”

 

 

<“안녕, 얘들아. 다들 다친 덴 없어?”>

 

 

  그녀를 마주한 여섯 눈동자가 하나 같이 경악에 물들었다.

 

  “-트와일라잇?”

 

  애플잭이 잠긴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위를 올려다본 보라색 눈동자에 쇄도해오는 세계뱀의 머리가 비춰졌다. 이로서 경악에 물든 눈동자는 여덟 개가 되었다.

 

  “우와아!”

 

  트와일라잇은 다급히 친구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가만히 있어!”

 

  라벤더 색 뿔이 밝은 빛을 발했다. 뿔에서 뿜어져 나온 새하얀 마력의 파도가 칙칙하던 녹색의 공간을 가득 메웠다. 스파클Sparkle의 마력이 모든 곳에서 반짝였다. 마력의 아우라가 래리티, 레인보우 대시, 애플잭 그리고 트와일라잇을 감쌌다.

 

  또 한 번 폭발이 있었고-

 

  네 포니들 모두 자취를 감췄다.

 

  불과 몇 초 후, 세계뱀의 머리가 일행이 있던 자리를 들이박았다. 아치백 산악지대 전역에 강대한 진동이 퍼져나갔다. 괴수는 으르렁대며 쉭쉭대더니, 분노와 흙먼지에 휩싸여 몸부림을 쳐댔다. 그 자신이 만들었던 마법 방어막까지 포함해, 온 사방의 지형이 다시 한 번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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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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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When an accident leaves Twilight Sparkle seriously ill, Applejack, Rainbow Dash, and Rarity must undertake a perilous journey to find her a cure. What adventures await them beyond Equestria's bor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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