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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rous Business~Saga/[1부] It's a DB, GOYD.

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15화

by BlackS 2022. 7. 17.

Chapter 15.

 

Written by. Jetfire2012

Translated by. BlackS

 

  래리티는 둥글게 모인 군중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녀는 빈 궁뎅이Blank-Flanked’를 가진 작고 어린 망아지였고, 장성한 이들로 이루어진 군중은 높은 벽처럼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어쩐지 위화감이 드는 부분은 군중의 털색이었다. 그것은 굉장히 어두운 색이었는데, 어린 포니는 물론이거니와 다 자란 포니에게서도 쉬이 볼 수 없는 색이었다.

  군중의 그림자가 엄습해온다. 포니와는 다른 가느다란 다리, 길고 우아한 목 위의 머리에 있는 두 눈, 그림자 속에 잠겨있던 그것들이 알 수 없는 힘으로 빛나고-

 

  새하얀 유니콘의 두 눈이 깜빡이며 떠졌다.

 

  뭐, 말도 안 되는 꿈은 아니겠지-라고, 적어도 꿈을 꾼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꿈속에서 본 생물체들의 정체가 뭔지는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일단 포니는 아니었어. 도대체 뭐였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 꿈을 개꿈으로 치부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 그냥 무시하고 넘기기엔, 너무 생생한 꿈이었는걸.

 

  이 길고 고된 여정을 시작한 이후로 래리티는 매일 밤마다 꿈을 꾸고 있었다. 며칠 전, 그녀는 자신의 꿈에 어떤 이유가 있는 게 아닐 지 궁금해 했다. 그 의문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었고, 나름대로의 고찰 끝에 래리티는 그 해답을 두 가지로 추정했다. : 트와일라잇 스파클의 짓궂은 원격 장난질이거나, 꿈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 하고 있거나.

 

  특히 방금 꾼 꿈은 나한테 뭔가 알려주려는 것 같았어. 하지만 그 뭔가가 뭘까?

 

<특히 방금 꾼 꿈은 나한테 뭔가 알려주려는 것 같았어. 하지만 그 뭔가가 뭘까?>

 

 

  래리티는 예전 기억들을 되짚어 보았다. 그녀가 망아지였던 시절.......

 

  새하얀 유니콘의 시선이 오크나무 뿌리 부근의 야영지를 훑었다. 애플잭은 검붉은 갑옷 조각을 옆에 쌓아둔 채 얌전히 코를 골고 있었다. 그로부터 우측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레인보우 대시가 태평스레 엎드려 있었다. 위 아래로 천천히 오르락내리락 하는 그녀의 몸엔 뭔가가 잔뜩-

 

  “꺄악! 셀레스티아 공주님 맙소사!”

 

  날카로운 비명에 초록빛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허어? ? 뭐꼬? 무신 일이고?”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다급하게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녀는 눈꺼풀을 바쁘게 깜박이며 애써 졸음기를 몰아냈다.

 

  이 사단의 원흉, 레인보우 대시도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입을 쩍 벌리며 게으른 하품을 내뱉었다.

 

  “여어, 다들 잘 잤어?” 그녀는 앞발굽으로 눈을 비비며 웅얼댔다.

 

  “대시, , 세상에, 너 털가죽 위에 그게 다 뭐니?”

 

  “머라카노?”

 

  애플잭은 두 눈을 몇 번 더 끔뻑였다. 그리곤 대시를 쭉 훑어보았다.

 

  “옴마나, 레인보우 이 가스나야, 니 꼴이 그기 뭐꼬?”

 

  푸른 페가수스는 태연히 몸을 일으켰다. 하늘색 털가죽 위에 진청색 선으로 그려진 소용돌이무늬와 나선무늬가 있었다. 무늬들은 엉덩이를 따라, 날개를 빙 둘러, 깃털 안쪽으로 들어가고, 다리 아래로 내려가, 목 위로 오르더니 얼굴에까지 퍼져 있었다. 이는 그녀를 야생적이고 토속적인 유물처럼 보이게 했다.

 

  “, 이거?”

 

  장밋빛 눈동자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제 몸을 한 번 슥 훑어보았다. 대시는 앞다리를 들어올렸다.

 

  “프롱혼들이 그려준 거야. 시질Sigil이란 건데, 이게 있으면 번개를 조종하는데 도움이 될 거래.”

 

  “그럼 해낸 거니?”

 

  래리티가 물었다. 그녀는 들끓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늘어놓았다.

 

  “어젯밤엔 네가 오는 줄도 몰랐지 뭐니. 너무 피곤했거든. 넌 안 피곤했니? 어제 몇 시쯤에 왔어? 아, 이게 아니지. 어쨌든, 해낸 거야?”

 

  “.......”

 

  대시의 입꼬리가 애매한 곡선을 그렸다.

 

  “아마도?”

 

  그녀는 짐짓 애매하게 대꾸하며 혀를 쭉 내뺐다. 그러자 작은 스파크가 일어나 혓바닥 위를 춤추듯 가로질렀다. 그녀는 혀를 집어넣은 뒤 날개를 활짝 펴고 흔들었다. 그러자 모든 깃털들 사이에서 하얀 전격이 일어났다. 그 다음엔 무지갯빛 꼬리를 홱 휘둘렀는데, 밝은 빛이 번쩍대는 통에 애플잭과 래리티는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였다.

 

  꾸물대던 입가가 득의양양한 웃음으로 변했다.

 

  “사실 맞아! 해냈어!”

 

  “어머, 정말 축하해, 대시!”

 

  래리티는 환호성과 함께 앞발굽을 굴렀다.

 

  “너한테 정말 중요한 일이었잖니! 정말 머리가 띵해질 정도야. , 물론 좋은 의미로.”

 

  “욕봤데이, 요 가스나야.”

 

  애플잭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는 니가 해낼 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아이가.”

 

  “고마워.”

 

  대시는 행복감에 잠겼다.

 

  “고마워, 다들. 정말.......기분 좋아. 그 이상이야.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말해주고 싶어.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애플잭은 입으로 모자를 물어 머리 위로 던졌다.

 

  “아침 무면서 얘기함 되제, 요 귀염둥아.”

 

  그녀는 오크나무의 그림자를 벗어나 황금빛 들판으로 향했다. 그리곤 지나가는 길에 있는 풀들을 한 입 가득 넣고 조심스레 씹기 시작했다.

 

  “글쎄.......난 일단 정신을 바로 잡아야했어. 번개를 배우려면 그래야 했거든. 이해할 수 있겠어?”

 

  레인보우 대시는 날개를 파닥이며 저공 비행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애플잭의 뒤를 졸졸 따랐다.

 

  “그리고 난 몽환시로 향했지. 그건 뭐랄까.......그러니까, .......”

 

  푸른 발굽이 지면에 닿았다. 대시는 눈살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설명하고자 힘껏 머리를 굴렸다.

 

  트와일라잇이라면 좀 더 잘 설명했을 텐데. 내가 걔처럼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잠깐. 걔도 몽환시에 대해선 잘 모를 거야. 아마 프롱혼들처럼 설명했겠지.

 

  “몽환시라는건 말야.......일종의.......존재야.”

 

  “존재라꼬? 머가 존재하는 긴데?”

 

  “아니, 특정한 뭔가가 존재한다는 게 아니고, 그냥.......”

 

  적절한 단어를 찾아 헤매던 대시는- “몽환시는.......” -갑자기 평온해짐을 느꼈다.

 

  그냥 내 방식대로 말하자.

 

  그녀는 두 눈을 깜빡이며 호흡을 골랐다.

 

  “몽환시는 모든 것에 언제나 있는 것이야. 모든 것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지. 모든 것이 몽환시에서 오고, 모든 것이 가는 곳에 몽환시가 있어,”

 

  그녀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해할 수 있겠어?”

 

  애플잭은 제 볼을 발굽으로 긁적댔다. “한 방에 알아먹진 못하겠지만 서두.......” 그녀는 웅얼댔다.

 

  “좀 알겠는 부분도 있데이.......근디 거 말고는 영 모르겄다.”

 

  “사실 나도 이해가 될 만하게 설명해주진 못한 것 같아.”

 

  대시는 그 사실을 인정했다.

 

  “몽환시란 건 그냥.......모든 것들의 마음에 있고, 번개와 연결되어 있어. 번개는 몽환시에서 오거든. 그래서 프롱혼들이 내 정신이 몽환시와 닿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 거야. 난 그 방법을 배웠고, 그래서 번개를 만들 수 있어.”

 

  “그 몽환시라는 거 있잖니, 혹시 아무 포니나 다 들어갈 수 있는 거야?”

 

  래리티가 물었다.

 

  “방법만 알면 다 가능할 걸? 난 그렇게 생각해.”

 

  레인보우 대시가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정신을 가라앉히고, 명상도 해야 하거든.”

 

  새햐얀 유니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도 이제 파이어 플라이처럼 번개를 쓸 수 있게 된 거니?”

 

  대시는 심중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럼!”

 

  그녀는 밝게 대답했다.

 

  “파이어 플라이처럼 말야!”

 

  “그 말인직슨, 니도 번개에 탈 수 있게 됐다는 거 아이가?”

 

  애플잭이 물었다.

 

  “프롱혼들도 거 할 수 있담서.”

 

  아무 말 없이, 대시는 오른쪽으로 겅중겅중 뛰며 일행과 거리를 벌렸다. 그리곤 엉덩이를 지면에 낮추고 하늘을 코로 겨누었다. 그녀의 얼굴에 평온함이 깃든 순간, 거칠게 날뛰는 새햐얀 벼락이 그녀의 주변에서 소용돌이쳤다. 번개에 휩싸인 푸른 페가수스는 친구들을 돌아보며 웃었다.

 

  “좋았어!”

 

  대기가 불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푸른 페가수스가 앉아있는 곳에서 시작된 하얀 빛줄기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이거 완전 쩔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높이, 더 높이 올라갈수록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에 흩어져 사라졌다. 타오르는 빛무리는 두 포니의 목 관절이 허용하는 범위 이상으로 높이 치솟았다.

 

  몇 초 후, 번개가 내뿜는 하얀 빛이 사라졌다.

 

  래리티는 고개를 최대한 들어 올린 채 하늘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 애가 괜찮아야 할 텐데.”

 

  애플잭도 그녀처럼 하늘을 보고 있었다.

 

  “내는, 인제서야 갸가 지가 뭘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데이. 지금껏 레인보우 저 가스나를 봄서 일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이가. 근디 인제 좀 알겄데이.”

 

  파지직 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얀 빛줄기가 두 포니의 바로 위에서 나타나더니 점점 밝아졌다. 두 포니의 갈기, 꼬리 등 온몸의 털이 가시처럼 삐죽대며 솟아올랐다. 그들의 눈꺼풀이 한 번 깜빡이는 동안, 온 하늘이 하얀 빛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대기를 가르는 충격파와 함께 하얀색 둥근 고리가 십여 피트 상공에서 출현했다. 그 번쩍대는 빛의 고리는 사라지기 전까지 백 피트 넘게 퍼져나가며 타올랐다.

 

  모든 소란이 사라진 뒤에, 그 자리에 남아있는 건 레인보우 대시뿐이었다. 소용돌이무늬의 진청색 선이 그려진 푸른 몸뚱이가 신나게 날개를 파닥대고 있었다. 그녀는 두 포니의 머리 위를 나선형으로 날아다녔다.

 

  “와미친와미친와미친와미친와미친와미친와미친방금그거봤어!? 방금 그거 봤냐구!? 나 할 수 있어! 진짜 쩔었잖아! 너희들, 엄청 높이 올라가면 하늘이 시커매진다는 거 알았어? 별도 보이고, 다 보여! 꼭 밤 같아! 더 높이 올라가봤는데 숨이 안 쉬어지더라고! 그리고 엄청 빨랐어! 내가 세봤는데, 그 높이까지 가는데 40초도 안 걸렸다니까! 내려올 때도 40초도 안 걸렸어! 완전 쩔어!”

 

  그녀는 쉽사리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친구들 앞에 착륙하고서도 신나게 무릎을 들어올렸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내가 해냈다고! 난 이제 명실상부 이퀘스트리아에서 제일 빠른 비행사야!”

 

  대시의 마지막 말에 애플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참말로 그렇데이, 레인보우.”

 

  그녀는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 이제 니가 우리 문제의 답이 될 수도 있다, 이거 아이긋나!”

 

  “?”

 

  “, 베네보레 관련해서 말이제, 니 친구 나일스 씨가 우릴 도와줄지 말건지, 가타부타 말이 없으니께.......”

 

  “!”

 

  대시의 들떠 있던 마음이 후회와 비슷한 무언가로 바뀌었다.

 

  “나일스는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메세지를 전달하러 저-멀리 있는 낙타들 나라에 가야한댔어. 우리를 돕기 전에 공주님 부탁에 먼저 복종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내가 베네보레를 구하러 갈 수 있을 거라고도-”

 

  “거봐라, 레인보우. 내 말이 맞제? 인자 니 밖에 읎다!”

 

  애플잭은 활짝 웃어보였다.

 

  “니도 번개를 탈 수 있지 않나. 그니께 니도 프롱혼들마이 날래 달릴 수 있다 아이가! 후딱 아치백 산악지대꺼정 가가꼬 베네보레를 찾는기다! 글고 바로 트와일라잇헌티 갖다 주그래이!”

 

  “-그치만.......”

 

  대시는 우물쭈물댔다.

 

  “좀 기다려봐! 니가 여행에 따라온 이유는 내가 혼자서는 꽃을 못 찾을까봐 그랬던 거 아니었어? 내가 봐봤자 베네보레인지 뭔지 모를 거라고 그랬잖아!”

 

  “맞다. 첨엔 그랬었제.”

 

  오렌지 색 어스 포니가 말했다.

 

  “근디 레인보우, 내가 닐 잘못 생각했던 기라, 니가 거, 더 높은 존재가 돼가꼬 정신으로 번개를 쓸 수 있다믄야, 꽃잎 다섯 장 달린 보라색 꽃 한 송이 못 찾을 게 뭐가 있긋노? 그기다 니 이제 안장가방도 갖고 있지 않드나? 거따가 스파이크가 준 불도 느 가꼬 가라. 글면 꽃만 찾으믄 된다 아이가. 번개를 써서 트와일라잇헌티 돌아갈 필요도 읎제! 바로 베네보레를 보낼 수 있으니께!”

 

  “나도 그게 더 나을 것 같아.”

 

  애플잭의 말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래리티는 마음 한구석이 영 찜찜했다. 트와일라잇의 치료법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사실은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감정을 맘 편히 만끽할 수가 없었다.

 

  이건 옳은 결정이 아니야-라고, 마음속 한구석에서 속삭여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치만.......에휴, , 들어봐.”

 

  대시는 친구들과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우리가 이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 혼자 결정한 게 있어. 열흘 안에 아치백 산악지대에 닿지 못하면, 남은 길은 나 혼자 가겠다고! 마침 오늘이 딱 열흘째 되는 날이야! 게다가 난 이제 번개도 탈 수 있으니까, 혼자서 가야 하는 게 맞아! 맞는데.......”

 

  대시의 입술이 찌푸려졌다.

 

  “.......난 니들 둘을 뒤에 두고 가기 싫어! 못해! 이제 와선 그렇게 못한다고! 래리티, 애플잭! 우리 그동안 볼꼴 못 볼꼴 서로 다 보면서 여기까지 왔잖아! 너희들 둘만 외롭게 두기 싫다고!”

 

  애플잭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가 곧 차분해졌다. 그녀는 따스한 시선으로 대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고마, 레인보우, 내는.......”

 

  초록색 눈동자가 땅바닥을 흘깃거렸다.

 

  “내도 니 느낌 잘 안다. , 내도 이 여행하믄서 니한테 정이 퍽 들어부렀다. 래리티, 니도 글코.”

 

  그녀는 새하얀 유니콘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니들 둘 다 글태이! 내 말은, 내는 전에도 니들을 좋아혔고, 내 진짜배기 친구들이라고 생각도 했었데이. 근디, 지금은.......”

  

  “지금 나는 너희 둘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어.” 래리티가 말했다.

  

  애플잭은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내 말이 그거데이. 지난 며칠 동안 동고동락하믄서 온갖 산전수전 다 겪은 사이 아이가. 인자 그냥 친구라칼수는 없제.”

  

  그러나 그녀는 어깨를 바로 세우며 낯빛을 굳혔다.

  

  “내도 우리 모두가 이 여행에서 많은 걸 얻었다고 생각한데이. 글킨 허지만, 이 여행의 주목적은 결국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구하는 거 아이가! 만약 그 목적을 당장 이룰 수 있다믄, 우린 글케 해야 된데이!”

  

  “.......”

  

  래리티는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강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글고 일케 함 생각해봐라. 레인보우는 인자 번개만 타믄 곧장 아치백 산악지대로 갈 수 있데이. 아니믄.......”

 

  억센 농군의 발굽이 산 아래의 숲을 가리켰다.

 

  “굳이 위험을 무릅써가매 다 같이 저 께름칙한 숲을 지나야겄제.”

 

  레인보우 대시와 래리티의 시선이 숲 쪽으로 향했다. 이제 숲은 정말 가까이에 있었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숲이 아치백 산악지대의 발치에 자리 잡고 있음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숲의 왼편에는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가지들이 들판에까지 튀어나와있었다. 숲의 전방에는 키 크고 두터운 몸통을 가진 오크나무와 물푸레나무들이 곧게 선 채 불가해(不可解)한 커튼처럼 숲을 가리고 있었다. 페가수스의 시력으로도 헤아려지지 않는 어둠이 그 나무들 사이에서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 포니 모두 볼 수 있는 무언가가-아니, ‘볼 수 있는은 잘못된 표현이었다. 그것은 직감 같은 것이었다. 눈으로 볼 순 없지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분명히 시야엔 보이지 않지만, 뭔가가 동공을 가로질러 기어오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 있었다. 마치 숲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안개를 뿜어내는 것 같았다 : 이마저도 실제로 보이는 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을 덮쳐오는 안개였다.

 

  “저긴.......”

 

  애플잭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이 느낌이 진짤지 아닐진 모르겠지만은, 어째 저긴 내가 있어도 될 데가 아닌 것 같데이. 울 스미스 할매 틀니에 걸고 맹세하건대, 저긴 분명 범상한 데는 아인기라. 에버프리 숲 같기도 허고.”

 

  “.......난 가 보고 싶어.”

 

  숲을 응시하던 래리티가 돌연히 말했다.

 

  애플잭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래리티, 이 가스나야. 방금 내가 머라캤는지 몬들었나? 저기서 시간 낭비 하믄 안된다니께!”

 

  “.......”

 

  새하얀 유니콘은 못내 아쉬워하며 숲에서 시선을 뗐다.

 

  “나도 알아, 애플잭. 하지만 여기까지 왔잖니. 적어도 그냥 보기만 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어? 그치?”

 

  “우린 트와일라잇을 위해 여까지 온기다.”

 

  오렌지 색 어스 포니가 사실을 일깨웠다.

 

  “저 크고 요상한 숲을 지나가지 않아도 갸를 도울 수 있다믄, 굳이 숲을 지나갈 이유가 없다 아이가.”

 

  “그렇게 보면 네 말이 맞는 것도 같아.”

 

  레인보우 대시가 말했다.

 

  “내 말은, 내가 베네보레를 찾은 다음에 볼트해서 니들한테 돌아오면, 숲에 들어갈 필요 없이 다 같이 귀환할 수도 있다는 거지.”

 

  “당연히 가능하제.”

 

  애플잭이 말했다.

 

  “다 같이 돌아갈 수 있다믄 그만큼 기쁜 일이 또 어디 있긋노?”

 

  깊은 푸른색 눈동자가 찌푸려졌다.

 

  “너희들은 마음대로 하렴. 하지만 난 저 숲에 갈 거야. 난 가야 해.”

 

  “이 가스나가 지금 뭔-”

 

  애플잭은 하던 말을 멈추고 눈썹을 치켜세웠다.

 

  “혹시, 그 마법인지 뭔지 땜에 이러는 기가?”

 

  “.......”

 

  래리티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머리 위의 뿔에 집중했다. 뿔을 드나들며 순환하는 마력에 마음을 모았다.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형이상학적으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뭔가가 느껴지거든.”

 

  “-? 잠시만 있어봐.”

 

  대시가 말했다. 순간적인 변덕에 몸을 맡기며, 푸른 페가수스는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래리티와 애플잭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몇 분 후, 대시는 천천히 눈을 떴다.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 몽환시에서도 느껴져. 저 숲 주변에 좀 이상한 번개가 있어.”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 몽환시에서도 느껴져. 저 숲 주변에 좀 이상한 번개가 있어.”>

 

 

  “, 알려줘서 억수로 고맙데이. 니들이랑 얘기하면 할수록 저 숲에 정나미가 떨어진다 안카나.”

 

  애플잭이 볼멘소리를 했다.

 

  “정 그러면 넌 들어갈 필요 없잖니.”

 

  래리티가 단호히 말했다.

 

  “난 가야겠어. 혼자서라도 갈 거야.”

 

  그녀는 새침하게 몸을 돌리곤 야영지로 향했다.

 

  애플잭과 레인보우 대시는 혼란스러운 시선을 주고받았다. 래리티가 고집스럽게 구는 건, 그들에겐 어제 오늘 봐온 일이 아니긴 했다. 하지만 숲에, 그것도 평범하지 않아 보이는 숲에 들어가겠답시고 고집을 피운 적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

 

  “래리티, 잠깐만!”

 

  대시는 다급히 외치며 새하얀 유니콘에게 날아갔다.

 

  “기다려 봐, 래리티! 진짜 혼자 갈 거야? 애플잭은 어쩌고? 난 우리 셋 다 같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물론 나도 함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보다시피, 그건 명백히 불가능하게 됐잖니?”

 

  쏘아붙이는 목소리에 노골적인 짜증이 묻어났다.

 

  “트와일라잇이 지금 도움이 시급한 상태라는 건 나도 인지하고 있어. 정말로. 그치만 몇 시간만 있으면 되잖아. 고작 몇 시간이면 저 숲을 돌아볼 수 있다고. 왜 그것도 안 된다는 건데?”

 

  “그 멫 시간도 아쉬울 정도로 트와일라잇이 위급하니 이러는 거제!”

 

  애플잭이 대답했다.

 

  “갸를 젤 돕고 싶어 했던 건 너였다, 이 가스나야! 근디 지금은 느낌 좀 온다고 굳이 저 숲까지 기 들가서 시간을 낭비하자 카나?”

 

  래리티는 움직임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 사고 후로 열흘이 넘게 지났지. 이제  마음이 찢어질 것 같진 않아. 하지만.......

 

  .......죄책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것은 래리티가 여로를 걸으며 이고 다닌 것들 중 가장 차갑고 무거운 짐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트와일라잇을 살리고 싶었다. 그 순결한 열정과 즐거움의 뭉치 같은 어린 유니콘은 그녀에게 무척 각별한 존재였다.

  트와일라잇이 뿔 부패증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정말, 아무 이유도 없었다. 마법에서 행복을 찾아냈던 그녀가 마법 오용으로 죽는다는 건 지독하게 잔인한 일이었다.

  래리티는 트와일라잇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있는 무언가가, 쉬머우드 숲의 그림자 안에 최선의 답이 있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트와일라잇을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게 느껴져.”

 

  새하얀 유니콘은 확신어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넌 대시를 아치백으로 바로 보내면 트와일라잇을 더 빨리 구해낼 수 있을 거라고 보는 모양인데, 솔직히 말할게. 그 방법은.......”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요동쳤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별 소용이 없을 거야. 난 알아.”

 

  그 순간 그녀의 큐티마크 : 세 개의 푸른 마름모꼴 보석들이 짧게 반짝였다. 그 자리에 있던 어느 포니도, 심지어 래리티 자신조차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애플잭은 두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뒤로 기울였다. 래리티는 우아한 눈썹을 진지하게 내리깐 채 또렷한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이를 앙다물었다.

 

  “.......알긋다, . 글면 일케 허자. 인자 내가 볼 때 두 시간 쯤 뛰가믄 쉬머우드 숲에 도착하지 싶데이. 같이 거까지 간 담에, 숲 안에 뭐가 있나 어떻게 생겨 먹었나 적당히 함 보는 거제. 캐서, 만약 겉보기랑 달리 숲 안 쪽에 나무도 듬성듬성 있고 하이 지나가기 쉽겠다 싶으믄 바로 숲을 가로지르는 기고, 만약 나무가 빽빽하거나, 숲이 너무 커가꼬 안되겄다 싶으믄 바로 돌아 나오는 기다. 레인보우만 번개 태워가꼬 산악지대로 바로 보내고. 이럼 괘안긋나?”

 

  래리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 고마워, 자기.”

 

  “고맙겄제. 내도 안다.”

 

  애플잭은 콧김을 한 번 불고는 분위기를 환기했다.

 

  “, 가스나들아. 이제 짐들 싸그래이. 아침 식사는 가는 길에 허자.”

 

  그녀는 쌓아둔 갑옷 더미로 가서는 그 옆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레어, 왜 그래?”

 

  애플잭이 갑옷을 입는 데 열중한 듯 보이자, 대시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뭐 잘못된 거라도 있어?”

 

  래리티는 고개를 저었다.

 

  “대시. 난 저 숲을.......적어도 둘러보기라도 해야겠어. 유니콘의 직감 같은 게 느껴져.”

 

  “난 그냥.......”

 

  푸른 페가수스는 유니콘 친구를 온화하게 바라보았다.

 

  “너한테 아무 문제도 안 생기면 좋겠어.”

 

  “물론 그럴 거란다, 대시.”

 

  래리티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 걱정 안 해도 돼.”

 

  “너랑 애플잭 말야, 평소엔 걱정 많아 보이거든? 근데 정작 본마(本馬)들 안위는 별로 안 챙기는 것 같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대시는 날개를 파닥대며 모닥불 옆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안장 가방을 여닫으며 바지런히 짐을 챙겼다.

 

  래리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하얀 벨벳 안장 가방에 다시 짐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

 

  애플잭의 갑옷 착장을 마지막으로 일행의 짐 싸는 작업이 끝났다. 그들은 곧바로 여정을 시작했고, 여로에 있는 풀들의 끄트머리를 아침식사 겸 베어 먹었다.

 

  이번에도 래리티는 일행의 가장 뒤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문득, 현재 애플잭과 레인보우 대시가 이 여행의 기념 토큰 같은 모습들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 길드데일제의 검붉은 가죽 갑옷을 입은 애플잭, 프롱혼 네트워크의 진청색 시질이 몸에 그려진 레인보우 대시.

 

  아마 나한테도 저렇게 꾸며질 기회가 있겠지.......이 여행이 끝나기 전에 말야.

 

  두 토큰-포니의 너머로, 쉬머우드 숲의 형체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패션적인 상념들은 접어두고, 래리티는 발굽을 더 빨리 굴렸다. 그녀는 한 시라도 빨리 숲을 보고 싶었다.

 

  위로 쭉 뻗은 나무들의 어둡고 두터운 몸통 위에는 자연이 만든 지붕이 덮여 있었다. 빛나는 초록색으로 우거진 그 가지들은 뒤편의 아치백 산악지대를 가리고 있었다. 그 색은 11일 전에 래리티가 포니빌에서 봤던 초봄의 초록빛을 떠올리게 했다.

  일행은 홀로 서 있는 또 다른 오크나무를 지났다. 이 때부터 래리티는 뿔이 따끔거림을 느끼기 시작했다.

 

  “저기.”

 

  레인보우 대시가 돌연 입을 열었다.

 

  “길드데일 포니들은 정말로 루나 공주님이 돌아오셨는지 몰랐던 걸까?”

 

  “정말로 모르는 것 같던걸.” 래리티는 무심결에 그렇게 답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메세지 내용이 그거였거든. ‘루나 공주님이 돌아오셨다.’”

 

  푸른 페가수스가 말했다.

 

  “프롱혼 네트워크의 메신저들은 온 세상의 온갖 나라들로 그 메세지를 전하고 있단 말이지. 그것도 몇 달 전부터 말야. 근데 네 말대로면, 공주님께선 정작 코앞에 있는 길드데일에는 메세지를 한 번도 보내지 않으셨단 거잖아.”

 

  “기냥 까묵으신 거 아이가?” 

 

  “아니면 직접 전하고 싶으셨던 건지도 모르지.”

 

  래리티가 보다 현실적인 가정을 꺼냈다.

 

  “어쨌든 길드데일도 같은 포니들의 나라니까. 그런 중요한 소식은 몸소 알리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아무도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일행은 들판에 무리 지어 자란 물푸레나무들을 지났다. 풍경의 변화에 맞춰 들판의 색채 역시 변하고 있었다. : 황금빛 일색이던 풀들 사이에서 창백한 초록빛이 보였다. 그 풀들 위에는 이따금씩 꽃이 피어 있었다. 일행의 오른편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한 하얀 덤불들은 이제 온 지면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애플잭은 걸음을 늦췄다. 거대한 벽 같은 쉬머우드 숲이 일행으로부터 약 1킬로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우뚝 솟아 있었다.

 

  래리티가 애플잭의 옆에 나란히 서며 물었다.

 

  “왜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거야? 아직 숲까진 조금 더 가야 하잖니.”

 

  “글킨 헌디......., 지금, 뭔가가 느껴진데이.”

 

  애플잭이 말했다. 드물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겁에 질려 있었다.

 

  “그 요사시런 기 내 발굽을 타고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안카나. 이게 그.......”

 

  떨리는 초록빛 눈동자가 래리티를 향했다.

 

  “이게 그 마법인지 머시깽인지 하는 그거가?”

 

  “맞아.”

 

  새하얀 유니콘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서 강력한 마법이 시전 되거나 하면, 뿔에 어떤 촉감 같은 게 느껴지거든.”

 

  “, 지금도 느껴지나?”

 

  “지금?”

 

  래리티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한 시간 째 계속 느껴지고 있는 걸.”

 

  “나도 느껴져.”

 

  레인보우 대시가 애플잭의 옆으로 다가왔다.

 

  “주로 날개에서 말야.”

 

  “암만 생각해봐도 이기 좋은 생각 같지는 않데이. 저 안에 뭐가 있을 진 우리 중 아무도 모른다 아이가.”

 

  “글쎄, 많이 위험할 것 같진 않아. 연회석에서 폐하께 들었던 말, 기억나지?”

 

  래리티로서는, 애플잭의 기억을 상기시켜 용기를 북돋아줄 요량으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애플잭은 조금 다른 기억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 길더스들은 위험에 대한 감각이 우리랑은 쫌 다른 것 같드만. 기억허제?”

 

  “하지만 마법에 대해선 엄청나게 경계하잖아. 우리보다 더. 만약 길더스가 무서워하지 않는 거라면, 우리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그건.......글체.”

 

  애플잭의 귀가 머리에 붙을 정도로 축 늘어졌다.

 

  “애플잭, 가보자.”

 

  래리티는 간곡히 청했다.

 

  “이 여행 내내 우린 네 판단에 따랐어. 그리고 네 판단은 늘 옳았지. 부탁할게, 애플잭. 날 한 번 믿어 보렴. 절대 잘못 되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애플잭은 황금빛에서 초록빛으로 변하고 있는 들판을 내려다보았다. 서서히, 그녀의 발굽이 느려졌다. 래리티와 레인보우 대시는 몇 걸음 더 걷다가, 친구가 멈춰선 것을 깨닫고 발굽을 세웠다.

 

  둘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두 친구의 시선을 받으며, 애플잭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앞장 서그라, 래리티.”

 

  대시는 래리티를 북돋으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인 뒤, 몇 걸음 뒷걸음질 쳤다. 푸른 페가수스는 새하얀 유니콘의 뒤, 오렌지 색 어스 포니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래리티는 앞을 바라보았다. 두 친구들의 뒷모습이 없는 풍경이 보였다.

 

  이 여행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풍경이었다.

 

  “이 쪽으로.”

 

  그녀는 어깨 뒤를 돌아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리곤 달려 나갔다. 레인보우 대시와 애플잭도 그녀를 따라 발굽을 굴렸다.

 

  아침나절 즈음이 되었다. 일행은 평소보다 느린 페이스로 달렸지만, 숲까지 남은 거리가 원체 짧았던 탓에 금방 숲의 지근거리까지 도달했다.

  래리티는 숲 안으로 들어갈 만한 입구를 찾아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녀는 곧 두 거대한 나무 사이의 틈을 발견했다. 둘 모두 오크나무였는데, 그녀가 이제껏 봐온 오크나무 중 제일 컸다. 탁한 갈색과 창백한 주황색의 죽은 나뭇잎들이 바싹 마른 채 지면을 덮고 있었고, 작은 식물들과 관목들이 숲의 그림자 아래에 얼기설기 자라나 있었다. 깊은 숲속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바람의 속삭임이 들렸다.

  선두의 새하얀 유니콘은 속도를 올렸다. 일행은 근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황금빛 들판의 태양이 닿지 않는 곳으로 들어섰다.

  래리티의 앞발굽이 부엽토를 밟으며 그 속으로 조금 파고들었다. 마른 낙엽들이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바스라 졌다. 레인보우 대시가 그 뒤를 따랐고, 조금 머뭇거리던 애플잭도 결국 발굽을 내딛었다.

 

  이로서 이퀘스트리아의 세 포니들은 길드데일을 통과했다.

 

-

 

  래리티는 길을 찾아 유심히 전방을 살폈다. 유니콘의 예민한 촉각이 공기의 흐름을 읽어내기 시작했다-높다랗고 굵은 나무 몸통을 감싸며 부드럽게 갈라지는 산들바람, 검은 오크나무와 하얀 물푸레나무의 가지들을 간질이는 실바람이 보였다.

 

  빽빽하게 우거진 가지들 틈으로 햇빛이 드문드문 비쳐들었다. 햇빛을 받은 초록빛 풀들이 약간 황금빛을 띠었다.

 

  벌써 몇 시간 째 촉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젠 뿔이 간지러운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무들 사이사이를 흐르는 공기엔 분명 마법이 내재되어 있었다. 이 마법이 자연적인 건지 아닌지, 아니라면 누가, 혹은 어떤 종족이, 무슨 목적으로 이런 마법을 시전한 건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강력한 마법이야. 내가 지금껏 느껴본 그 어떤 마법보다도 압도적으로 강해.

 

  그 추측은 과대평가가 아니었다. 마법의 흐름이 어찌나 진한 지 육안으로도 보일 지경이었다. 래리티의 눈에 비치는 모습으로는, 마치 빈 공간을 흐르는 열의 파문 같기도 했다.

 

  유니콘의 마법 회로는 그 눅진한 마법에 생생히 반응했다. 마력이 세차게 순환하며 육신의 척추에 미진(微震)을 일으켰다. 이제 그녀는 마법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만질 수도 있었고, 맛까지 볼 수 있었다 : 목구멍 뒤쪽까지 아리게 만드는 끈적한 단맛이 느껴졌다.

 

  “, 어째 지금 희한한 맛 같은 거 나지 않나?”

 

  애플잭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속삭임보다 아주 조금 더 큰 수준이었다.

 

  “. 확실히.”

 

  래리티는 걸음을 멈추고 친구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건 마법이야. 정말 엄청나게 중첩된 마법. 한 장소에 이렇게 많은 마법이 겹쳐져있는 건 처음 봐.”

 

  “우린 이제 어디로 가야 해?” 레인보우 대시가 래리티를 스쳐지나가며 물었다.

 

  래리티는 다시 몸을 돌렸다.

 

  일행은 이제 숲으로 30미터 가량 들어온 참이었다. 전방엔 숲 속으로 이어질 것으로 추측되는 길이 보이긴 했지만, 폭이 좁은데다가 어둠으로 가려져 있었다. 다른 길들은 초입 부분까지는 쭉 뻗은 것처럼 보였지만, 중간에 큰 나무가 자라있거나 덩굴과 관목에 가려져 어디로 이어질 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긴 할 거야.”

 

  그녀는 변명하듯 단서를 달았다.

 

  “조금 돌아서 가야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말인직슨, 쭉 뻗은 길은 없다, 이 말 아이가.”

 

  애플잭이 말했다. 그녀는 자신감을 다소 되찾은 기색이었다.

 

  “미안헌디, 래리티. 이제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읎다. 싸게싸게 갈 수 있는 길이 읎는 것 같으이, 당장 여서 나가서 레인보우를 산악지대로 보내는 기다.”

 

  그녀는 단박에 리더십을 회수했다.

 

  래리티는 깊이 좌절했다. 그녀에겐 숲을 지나가야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지나가려 해도 마땅한 길이 없었다. 이 이상 애플잭의 주장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래리티는 끝내 고집을 꺾었다.

 

  “나 때문에 일이 번거로워졌지. 정말 미안해.”

 

  “됐다 마.”

 

  오렌지 색 어스 포니가 말햇다.

 

  “니도 니 감을 따른 거 뿐 아이가. 그건 내도 존중한데이. 그건 글치만은, 우선 해야 될 일부터 해야 되지 않긋나.”

 

  그녀는 왔던 길을 되짚어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따스한 햇살이 한껏 내리쬐는 길드데일의 황금빛 들판이 불과 수십 미터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숲 밖으로 가믄, 래리티 니는 레인보우헌티 그 스파이크의 불을 꼭.......”

 

  그 때, 은근히 들떠있던 목소리가 맥없이 잦아들었다.

 

  “.......가스나들아, 방금 거 다들 느꼈나?”

 

  등골에 왠지 모를 오한이 느껴졌다. 애플잭은 몸서리를 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

 

  레인보우 대시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 뭔가가 분명히 느껴져.”

 

  “마법이 더 겹쳤어.”

 

  래리티가 주변을 경계하며 말했다. 뿔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점점 맹렬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그 감각을 일으키는 마법근원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중첩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

 

  새하얀 유니콘은 눈을 감고 뿔에 정신을 집중했다.

 

  자, 나를 중심으로, 낮은 강도의 감각마법을 넓은 범위의 염동력과 합쳐서 모든 방향으로 내보내는 거야.

 

  마법이 시전자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져나갔다. 다른 마법의 근원들 몇 개가 범위 내에서 느껴졌다.

 

  몇 개? 아냐. 분명히 이것보다 많아.

 

  하얀 눈꺼풀이 활짝 열렸다. 그 사이에서 사파이어 빛 눈동자가 서늘하게 반짝였다.

 

  “우리 말고 뭔가가 더 있어.”

 

  애플잭과 레인보우 대시는 일시에 서로 등을 맞댔다. 그들은 숲의 흐릿한 그림자 안쪽을 집요하게 주시했다.

  애플잭은 애쉬테일과, 그의 자랑스러운 가르침 : 금강불괴를 떠올렸다. 그녀는 부드러운 부엽토에 발굽을 최대한 파 넣은 채 이를 앙다물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오렌지 색 둔부에 그려진 사과 세 개가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다.

 

  문득, 초록빛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보였데이!” 애플잭이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 뭐야?! 뭐가 보였는데?!” 대시가 애플잭의 옆에 붙으며 다급하게 물었다.

 

  “몇 초 정도, 진짜 짧긴 했는디, 뭔가 보였데이!”

 

  애플잭은 다급하게 자신이 봤던 것을 묘사했다.

 

  “뭔가 흐리멍텅헌기.......뭐라 똑바로 말은 못하겄는디......., , 걷더만! 다리 네 개로 걸어댕겼데이!”

 

  레인보우 대시는 폭발적으로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그녀는 래리티와 애플잭의 앞을 가로막듯 거칠게 착륙하고는,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쳤다. 깃털 사이사이에서 전격이 일고, 날개의 모서리 사이에선 가느다란 번개가 번쩍였다.

 

  “니들, 좋은 말로 할 때 튀어 나와!”

 

 

<니들, 좋은 말로 할 때 튀어 나와!”>

 

 

  대시가 제 딴엔 위협적으로 소리쳤다.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빨랑 나오라고!”

 

  번개가 타오르는 소리를 제외하면, 숲은 잠시 동안 조용해졌다.

 

  누군가 일부러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정적이 이어졌다.

 

  “.......부디 번개를 거두어 주십시오, 페가수스여.”

 

  마침내, 그림자 속에서 예의를 갖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를 끼칠 생각은 없습니다.”

 

  그들은 하나하나씩 차례대로 일행의 시야에 모습을 드러냈다. 첫 번째, 두 번째, 네 번째, 여덟 번째에 이르기까지 거의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았다.

 

  몇몇은 세 포니의 앞에 서 있었고, 나머지는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은 길고 우아한 다리로 품위 있게 걸으며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 움직임은 우거진 덤불 사이를 헤치고 있었지만, 숲의 침묵은 깨지지 않았다.

 

  황갈색의 군살 없는 몸체는 둔부 쪽이 조금 더 높았다. 길고 날씬한 목은 일행을 잘 살피려는 요량인지 앞으로 내밀어져 있었다.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긴 머리의 꼭짓점엔 하얀 입과 부드럽게 킁킁대는 검은 코가 있었다.

 

  그들은 일행 주위로 원을 그리며 천천히 돌았다. 세 포니들에겐 상대를 좀 더 살필만한 짤막한 여유가 생겼다.

 

  밑은 새하얗지만 위로 갈수록 황갈색을 띠는 짤막한 꼬리가 있었고, 그 아래로 시선을 낮추면 두 허벅지와 하얀 배가 언뜻 보였다. 머리 꼭대기에는 각각 한 점으로 멋들어지게 모이는 긴 귀가 있었다. 다양한 색채로 반짝이는 동공이 있는 커다란 눈은 일행을 유심히 응시했다. 그 눈들의 위에는 창백한 회색의 뿔들이 있었다. 그 세련된 가지들은 쭉 뻗다가 유려하게 휘어지고, 날카롭게 갈라진 모양을 하고 있었다.

 

  레인보우 대시는 상대편을 관찰하는 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번개를 없애는 것조차 잊고 말았다.

 

  “, 미안.”

 

  뒤늦은, 하지만 정중한 사과와 함께 번개가 픽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그녀는 어색하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슴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진홍색 눈동자를 가진 사슴이 앞으로 나섰다. 불가해(不可解)한 자모음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문자가 그녀의 온몸에 써져 있었다. 그 문자들은 대시의 시질과는 달리 야생적인 느낌보다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서 오세요, 이퀘스트리아의 포니 여러분. 쉬머우드 숲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방금 전 대시에게 정중한 요구를 전했던 이와 같은 목소리였다.

 

  “Mae govannen.”

 

  대부분의 사슴들의 몸에서 희미한 반짝임이 일었다. 그러자 헐벗은 상태였던 그들의 몸에 갑옷이 입혀졌다. 갑옷은 은빛으로 반짝였고, 강철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여러 판금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안면 보호대는 투구처럼 머리 전체를 감쌌는데, 섬세하게도 귀와 뿔을 위한 틈은 있었다. 전방을 뾰족하게 겨누는 투명한 크리스탈 장식 두 개가 안면 보호대에 붙어 있었다.

  래리티는 사슴들이 착용한 하반신 보호대Flanchard, 상반신 보호대Peytral, 종아리 보호대가 모두 가느다란 크리스탈 선들에 감싸여 있음을 발견했다.

 

  “저는 이네스입니다. 변경 경계를 담당하고 있지요.”

 

  진홍색 눈동자의 암사슴이 말했다. 여덟 사슴들 중 그녀만은 갑옷을 입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일행은 그 암사슴의 뿔이 눈에 띄게 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여러분의 방문을 무척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어머, 그러셨나요?”

 

  래리티는 예의 있게 대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한껏 온화해져 있었다.

 

  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디께서 여러분을 데리고 오라고 명하셨습니다. 그 분께선 여러분과 꼭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 근디 즈이가 좀 서두르는 중이라서예.”

 

  애플잭이 끼어들었다.

 

  “기냥 이대로 보내주심 안되겠심꺼?”

 

  이네스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길만 잘 알고 있다면, 쉬머우드 숲을 횡단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바깥에서 온 이들은 숲의 깊은 그림자 속에서 속절없이 길을 잃고 말지요. 쉬머우드 숲은 넓습니다. 그 그림자는 더 광대하고요. 나무뿌리들을 타고 흐르는 마법 역시 이 숲을 종잡을 수 없는 장소로 만드는 데 한 몫을 합니다.”

 

  “, 글키 땜에 즈이도 이 숲을 지나가지 않을라 카는 겁니더.”

 

  애플잭은 대담하게도 활짝 웃어보였다.

 

  “캐서, , 환영해주시는 거야 무척 고맙지만은, 혹시 괜찮으시다믄, 즈이는 진짜로 가봐야-”

 

  애플잭은 몸을 빙글 돌렸다. 그런데 이네스는 여전히 그녀의 앞에, 심지어 무장한 세 사슴까지 대동한 채 서 있었다.

 

  “레이디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이네스는 말을 되풀이했다.

 

  “초대에 응해주시길 바래요.”

 

  “애플잭 말이 맞아. 우린 빨리 가야돼.” 이번엔 대시가 용기를 냈다.

 

  “레이디께서도 여러분의 임무를 잘 알고 계십니다.”

 

  이네스가 말했다.

 

  “여러분들이 그동안 어떤 고난들을 겪어 오셨는지도 낱낱이 알고 계시지요. 그리고 여러분께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는 것도 아십니다. 레이디께선 여러분의 임무의 성패가 달려있는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하려 하시는 겁니다.”

 

  애플잭은 눈살을 찌푸렸다.

 

  “.......레이디란 분이 그런 걸 우째 다 아시는데예?”

 

  “레이디께선 천리안Powers of Sight을 갖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조금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부터 아셔야지 싶은걸요.” 래리티가 말했다.

 

  “지체가 아닙니다.”

 

  이네스는 즉답을 내놓았다.

 

  “레이디와 대화해보면 알게 되실 거예요. 여러분께 필경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니께, 그 레이디께서 그런 걸 우째 다 아시는 겁니꺼?”

 

  “그 분께서 가지신 앎의 권능gift to know 덕이지요.”

 

  암사슴은 단호히 말했다.

 

  “여러분이 이렇게 머뭇거리실수록, 정말로 지체되는 시간만 길어질 뿐입니다.”

 

  세 포니들은 잠시 시선들을 교환했다. 확신 없이 흔들리는 눈빛들이 어지러이 오고 갔다.

 

  저 사슴들이 여긴 왜 온 걸까?

 

  자기들 레--디랑 얘기해보면 다 알게 될 거라고 이네스가 말하긴 했제

 

  그리고 그 레이디란 분은 우리가 여행하는 중이라는 것도 확실히 알고 계셨고 말야.

 

  두 포니의 시선이 새하얀 유니콘에게 고정되었다.

 

  “그럼.......친절하신 초대에, 한 번 응해보도록 할까요.......”

 

  얼떨결에 일행의 대표가 된 래리티가 머뭇대며 대답했다.

 

  “훌륭해요.”

 

  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다오Adao, 우리 방문객들의 짐을 들어드리세요.”

 

  이네스의 옆에 서 있던 사슴들 중 금빛 눈동자를 가진 숫사슴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양 뿔에서 주황색 빛이 일렁였다. 그러자 일행이 메고 있던 안장 가방들의 버클을 비롯해 애플잭의 모자와 갑옷의 고정 끈까지 느슨해졌다. 가죽과 천과 벨벳 쪼가리들이 모조리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보소!”

 

  애플잭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다 어데로 보내버리는 겁니꺼!”

 

  “여러분이 가야할 곳으로 미리 보내는 겁니다.” 이네스가 태연히 말했다.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 적어도 모자는 좀 돌려주소.”

 

  이네스의 뿔이 빛을 발했다. 카우걸 모자가 애플잭의 머리 위에 다시 나타났다.

 

  “.......참말로 고맙수다.”

 

  애플잭은 씹어뱉듯 불퉁하게 말했다.

 

  앞쪽으로 걸어 나가던 이네스는 예고 없이 사라지더니-“이리로 오세요.” -일행의 뒤편에서 말을 걸어왔다.

 

  일행은 허둥대며 고개를 돌렸다. 나무들 사이의 짙은 그림자 사이에 서 있는 이네스가 보였다. 일행을 둘러싸고 있던 세 사슴들 역시 그녀의 옆에 서 있었다. 레인보우 대시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나머지 네 사슴은 일행의 뒤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선두그룹이 걸음을 떼자, 후발그룹 역시 보조를 맞췄다. 그 가운데에 낀 일행에겐 사슴들을 따라 이동하는 것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행 : 애플잭, 래리티, 레인보우 대시는 가로로 죽 늘어선 채 발굽을 옮겼다. 행군 속도는 일정했고, 적당한 달리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황금빛 들판을 비추던 태양이 사슴들과 포니들의 뒤에서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쉬머우드 숲의 나무들을 점점이 비추던 길드데일의 모든 흔적들이 사라졌다.

 

-

 

  “잘됐네.”

 

  레인보우 대시가 낮은 목소리로 빈정댔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일행은 여전히 숲속을 걷고 있었다.

 

  “이 신-비로운 방구석 말라깽이들 사이에 껴서 질질 끌려가고 있잖아.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잘 됐어.”

 

   “물론 저 사슴들이 좀 무례하긴 했지.”

 

  래리티의 우아한 눈썹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그래도 그건 좀.......도를 넘은 표현인 것 같지 않니, 대시?”

 

  푸른 페가수스는 구역질하듯 얼굴을 찡그렸다.

 

  “사슴들은 이상해. 백날천날 숲속에서 나올 생각도 안하잖아. 포니들 중에 그 위대하신 낯짝들을 본 애들이 몇이나 되겠어? 직접 행차하시기 전엔 어림도 없는 소리지. 게다가, 기껏 숲에서 나와 봤자 하는 거라곤 충고하기, 마법 쓰기. 그거 말고는 뭐, 당최 뭐라는지 이해 못하겠는 소리 밖에 더 해? 걔넨 직설적이라는 단어를 모르나봐. 맨날 포니들 헷갈리게 만드는 소리나 하지.”

 

  “혹시 전에 사슴을 만나본 적 있니?”

 

  래리티가 물음과 함께 고백했다.

 

  “솔직히, 난 없어.”

 

   “.......사실 나도 그래.” 대시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플러터샤이가 전에 사슴들하고 교류해본 적이 있다캤다. 다들 퍽 좋은 아들이었다 카데.”

 

  애플잭이 말했다. 그녀는 기억을 되살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또 뭐라캤더라? , 그래, 갸들이 사는 숲을 엉망으로 만들지만 않는다믄, 좋은 아들이라 캤다. 숲을 망가트리는 순간, 갸들이 무쟈게 강한 마법으로 처절한 앙갚음을 해올 거라드라.”

 

  “맞아요. 그리고 우린 놀라운 청력도 갖고 있지요.”

 

  이네스가 갑작스레 대화에 끼어들었다. 언제부터였는지, 그녀는 일행의 옆에서 발맞춰 걷고 있었다. 포니들은 꽥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을 쳤고, 특히 대시는 혼비백산하여 날개까지 쳐대며 공중에 떠올랐다.

  암사슴은 길고 뾰족한 귀를 일행에게 돌리며 웃음 지었다. 진홍빛 눈동자가 찡긋대며 윙크를 보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무서워할 것 하나도 없어요. 편히 계세요. 여긴 안전하답니다. 여러분이 여행하며 거쳐 온 그 어떤 장소보다도 말이에요.”

 

  사라진 이네스는 선두그룹의 맨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래리티는 이 돌연한 증발과 출현이 사슴들 특유의 텔레포트일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형적인 유니콘 방식의 텔레포트와는 달리, 번쩍이는 마력의 폭발적인 발산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한순간에 한 공간에서 사라진 시전자가 다른 순간에 다른 공간에서 나타날 뿐이었다.

 

  세상에, 어찌나 엘레강트 한지.

 

  그녀는 문득, 자신이 얼마나 텔레포트에 문외한이었는지를 떠올렸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난리들이 전부 거기서 시작된 거지.......

 

  한편 대시는 잡아먹을 듯이 전방을 쏘아보고 있었다.

 

 

 

  “...”

 

  그녀는 이빨로 눌러 씹은 듯 납작해진 발음으로 중얼거렸다.

 

  “.....”

 

  유니콘과 어스 포니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대시가 쓰는 표현은 여전히 듣기 거북했지만, 그 표현의 요지엔 반론의 여지가 없던 탓이었다.

 

  사슴이라.......

 

  .......사슴. 이들은 고대부터 이어져온 유구한 역사를 가진 종족이었다. 다양한 사슴 분파들이 위대한 왕국들과 훌륭한 도시들을 세우며 온 행성에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이는 포니들이 쓰기와 말하기를 깨우친 시점보다 수천 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사슴들의 문명은 경이롭고 강력한 마법을 원동력으로 했다. 포니사회에서는 오직 유니콘만이 복잡한 마법을 구사할 수 있었지만, 사슴들의 경우엔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모든 사슴들의 평균적인 마법 실력이 모든 유니콘들의 평균적인 마법 실력보다 훨씬 뛰어났다. 마력을 모으고 운용하는데 있어서는, 여러 갈래로 뻗은 긴 뿔 두 개가 한 줄기로 된 짤막한 뿔 한 개 보다 유리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슴들의 문명은 기술적인 방면에서의 성취는 많이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으로 타고난 그들의 재능은 크리스탈과 보석 세공에서 빛을 발했다.

 

  문화적인 방면에서의 성취는 대단히 훌륭했다. 고대 사슴어는 이퀘스트리아 뿐 아니라 전 세계 각지에서 쓰이는 수많은 현대어들의 토대가 되었다. 또한 여러 국가들의 관습법과 종족을 불문하고 적용되는 풍습들 중에는 고대 사슴 문명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았다.

 

  예술적인 방면에서의 성취에 이르면, 그 수준이 가히 경이롭다고 할 수 있었다. 고대 사슴들이 남긴 그림들과 조각품들은 그 특유의 우아함과 기품으로 명성이 높았다. 공연 예술이라는 개념을 창안한 것도 사슴들이었는데, 그들은 특히 연극에 각별한 사랑을 기울였다. 당장 래리티 자신만 하더라도, 고대 사슴 연극 중 유명한 비극인 서비다이우스 왕Cervidaeus Rex’을 기반으로 창작된 오페라를 지난달에 관람한 참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위업들도 이젠 희미해진 과거의 메아리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포니들은 고대 사슴들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대부분의 포니들이 고대 사슴들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하고 거대한 한 가지 사건 때문이었다.

 

  과거의 어느 날, 사슴들 간에 내전이 일어났다. 그 원인을 완전히 아는 포니는 아무도 없었지만, 끔찍한 전투가 행해졌음은 분명했다. 내전은 전 행성에 걸쳐 20년 이상 지속되었고, 그 과정에서 전에 없이 강력하고 파괴적인 마법들이 시전 되었다. 이 참혹한 동족상잔 끝에 대부분의 사슴들이 죽어나갔고, 내전이 종식될 무렵엔 이미 온 세상이 잿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전 세계 방방곡곡의 숲속으로 깊이 들어가 몸을 숨겼고, 현대에 들어선 거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야.

 

  .......이상의 상념을 곱씹으며, 래리티는 자신이 소위 행운아라고 일컬어지는 부류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에버프리 숲에도 사슴에 대한 소문은 있었지만, 잘 짜인 은색 갑옷을 입은 채 포니들을 호송하는 흰꼬리 사슴White-tails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우리가 사슴들과 이렇게 가까이에서 접촉했다는 걸 알게 되면, 트와일라잇이 우릴 질투할지도 모를 일이지. 마법을 공부하는 아이잖아. 사슴과 그들 특유의 주문들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당연해. 그 애라면 사슴들의 유용한 마법 지식들을 파헤치는 데 혈안이 될 거야. 눈에 보이는 사슴들 모두에게 온갖 질문을 던지겠지.

 

  래리티는 사슴 군주 : 레이디가 전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고집을 부렸던 것도 레이디의 의지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다면, 그녀 자신조차도 명쾌히 답해줄 순 없었지만.

 

  “이 숲엔 애시당초 얼씬도 말았어야 했는디.” 애플잭이 작은 소리로 중얼댔다.

 

  “그러게. 이게 다 누구 생각이었더라?” 레인보우 대시도 따라서 투덜댔다.

 

  “미안해, 다들.”

 

  래리티가 말했다.

 

  “그래도 난 이게 최선일 거라고 생각해. 저 암사슴이 하는 말 들었잖니. 그 레이디란 분이 우릴 위한 정보를 갖고 계신다잖아. 아마 우릴 돕고 싶어 하는 걸 거야.”

 

  “돕고 싶어한다믄, 기냥 우릴 보내주고 레인보우가 날아가게 해주기만 하믄 된다 안카나!”

 

  “어쨌든, 이제 와선 뒤로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야.”

 

  새하얀 유니콘은 조곤하게 두 포니들을 타일렀다.

 

  “적어도 무슨 말을 하는 진 들어봐야겠지.”

 

-

 

  일행은 숲 깊숙이, 더 깊숙이 향했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희미해짐에 따라 주변은 갈수록 어둡고 조용해졌다. 어둠의 농도가 짙어지며 시계(視界)도 악화되었다. 몇 미터 앞에 있던 이네스와 그 휘하 장병들의 뒷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양 옆을 흘깃거리던 페가수스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눈들을 발견했다. 그 눈들은 나무들 사이의 시커먼 그림자 속에서도 쉽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다음부턴 시계가 나아지기 시작했다. 앞서 가는 래리티의 꼬리가 다시 보였고, 그 앞의 선두그룹의 실루엣까지도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대시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장밋빛 눈동자에 낯선 풍경이 담겼다.

 

  수백 미터 높이까지 뻗어 오른 나뭇가지들이 지붕처럼 견고하고 시커멓게 우거져 있었다. 그 사이로는 단 한 줄기의 태양빛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태양빛이 없다는 건 보였다.’ 가장 높은 가지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수천 개의 작은 점들 덕분이었다.

 

  그것들은 금색 빛을 일으키며 숲의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우와아.......”

 

  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작은 경탄이 새어나왔다. 애플잭과 래리티도 그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곧 일행 모두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되었다.

 

  일행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농밀한 그림자와 금색 광점의 역설적인 향연이 이어지며 포니들의 시간 감각을 무뎌지게 했다.

 

  애플잭은 우거진 굵은 나뭇가지들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들을 보았다. 거기서 오른편을 곁눈질하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 쪽으로 목을 내밀었다.

  나무들 사이의 깊은 곳에 입체형 크리스탈이 있었다. 그것의 표면은 나선형 계단처럼 꼬여 있었는데, 아래로 갈수록 단검처럼 한 점에 모이는 형태였다. 이 나선형 크리스탈은 튼실한 나뭇가지 두 개에 매달려 있었고, 광점의 빛을 받은 면이 칙칙한 금색으로 반짝였다. 사슴들은 문을 지나듯이 이 크리스탈을 들락거렸는데, 이따금씩 그 표면 위로 빛나는 선이 그어지기도 했다. 크리스탈의 크기는 이용객들을 상대적으로 작아보이게 만들 정도로 컸다.

  지붕처럼 우거진 가지들로부터 크리스탈로 된 덤불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투명한 덤불 역시 광점으로 인해 금빛으로 반짝였다. 그 덤불의 아래를 지나던 애플잭은 등줄기에 난 털들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왼편을 바라보았다. 또 다른 나선형 크리스탈이 나무들로부터 내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동네선 저게 그리 희귀한 건 아니지 싶기도 허고. 더 으슥헌 데까지 들가다 보믄 적어도 하나쯤은 더 있지 않긋나.

 

  이 지점에서 일행의 진로가 한 번 꺾였다. 드높던 나뭇가지들이 부쩍 낮아지며 터널을 형성했고, 광점들도 일행의 머리 바로 위까지 다가와 빛을 흩뿌렸다.

  출구가 가까워지자 세상은 더 밝아졌다. 따스하게 감싸오는 밝은 금빛은 지금껏 익숙해져 있던 어둑함과는 지극히 대조적이었다. 일행은 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도 사슴들의 인도에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빛은 더, 점점 더 밝아져만 갔다.

 

  일행은 터널을 빠져나왔다. 세 포니들은 예고 없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았다.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거대한 하얀색 오크나무가 작은 호수 한가운데에 있었다. 대기는 금색으로 반짝였고, 회오리치는 생생한 마법의 기류가 공간을 무대삼아 춤췄다. 금빛에 물든 호수는 차라리 일렁이는 완전무결한 순금에 더 가까워 보였다.

 

  오크나무의 가지엔 투명한 크리스탈들이 덩굴처럼 휘감겨 있었다. 몸통 줄기 주위엔 뾰족한 첨탑을 가진 네 개의 수정탑이 있었는데, 모두 금빛으로 번들거렸고 빛을 발산하며 번쩍거리고 있었다.

  첨탑에서 맥동하는 빛이 이따금씩 탑의 표면을 타고 내려갔다. 빛은 탑의 맨 아랫부분에서 수정으로 된 뿌리를 통해 호수로 들어갔다. 수면 위를 노닐던 빛은 기슭에 닿는 순간 조용히 흩어졌다.

 

  래리티, 애플잭, 레인보우 대시는 쉬머우드 숲의 초입에서부터 느꼈던 엄청난 마법에 다시 한 번 압도되었다.

 

  이네스는 크리스탈로 된 선착장 앞에서 발굽을 멈췄다. 그녀와 세 사슴들은 양 쪽으로 갈라서며, 세 포니들이 문제없이 전방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세 포니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뭇대는 사이, 호수 중앙에 있는 섬에서 수정교(水晶橋)가 조용히 뻗어 나와 선착장에 제 몸을 엮었다. 그러자 웅장한 백색 오크나무의 거대한 몸통 줄기가 날개를 펼치듯 갈라졌다. 그 사이엔 그물망처럼 엮인 크리스탈이 있었는데, 그것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깨어졌다.

 

   일행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 순간 쉬머우드 숲의 모든 것들이 침묵으로서 경의를 표했다.

 

  나무 사이의 깨진 크리스탈 틈 깊숙한 곳에서 거대한 사슴이 나타났다. 사슴은 오크나무 주위의 탑들을 피하며 살짝 고개를 움직였고, 작은 섬을 가로지른 후엔 수정교에 발굽을 디뎠다.

  하얀 오크나무에서 나온 그 사슴은, 굉장히 컸다. 일행이 여태껏 보아온 흰꼬리 사슴들보다 훨씬 컸다. 좀 더 인식의 범위를 넓히자면, 셀레스티아 공주만큼 컸다. 길고 탄력 있는 다리와 우아한 몸통은 연한 금색을 띠었고, 아랫배는 하얬다. 다만 여타 사슴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목이 길어보이진 않았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몸체의 실루엣과 귀의 길이로 미루어, 암사슴으로 보였다.

  그녀의 머리 위엔 한 쌍의 거대한 뿔이 있었다. 뿔은 평균적인 포니의 몸길이보다도 길게 뻗어 있었고, 도합 십여 개 이상의 꺾인 지점들이 있었다. 하얀 실크로 된 띠가 두 뿔 사이에 엮여 있었고, 늘어진 양 쪽 끄트머리가 거의 발굽에까지 닿아 있었다. 머리는 수정 서클렛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이네스와 나머지 사슴들은 몸을 낮게 숙였다. 래리티도 그들을 따라 몸을 숙였고, 애플잭과 레인보우 대시가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사슴들이 몸을 일으킬 때까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까만 눈에 일행의 모습을 하나하나 담으며, 그녀는 자애롭게 웃었다.

 

   “포니빌의 애플잭, 레인보우 대시, 래리티. 어서 와요.”

 

  그 목소리는 마치 영롱한 빛을 내며 구르는 수정과도 같았다.

 

  “내 이름은 팔라라우리아Falalauria에요. 이 곳 바리아라에Bariarae, 사슴들의 고향까지 먼 길을 와주어서 참 고맙게 생각해요.”

 

  이네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와 팔라라우리아는 멋들어지고 흐르는 듯한, 그리고 세 포니들이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대화를 나눴다. 다만 래리티는, 짤막한 단어들을 이따금씩 다른 언어로 치환하는 식으로 내용을 이해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치환된 단어는 원어보다 더 날카롭고 덜 우아하긴 했지만.

  잠시 후, 팔라라우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마쳤다. 흰꼬리 사슴들은 일행과 팔라라우리아만 남겨두고 자리를 떴다.

  

  “여러분을 위한 잠자리를 마련해 줄 거예요.”

 

  팔라라우리아가 설명했다.

 

  “바리아라에의 중심에서 밤을 보내게 될 테니, 여러분의 안전은 보장해줄 수 있어요. 내일 여러분을 데리고 쉬머우드 숲을 건너, 아치백 산악지대의 초입까지 안내할 예정이에요.”

 

  “, 저기, 실례합니데이, 레이디-폐하.”

 

  애플잭이 말했다. 그녀는 말문을 열고나서야 허둥대며 모자를 벗었다.

 

  “그게.......고것이, 일단 폐하의 환대에 몸둘 바를 모르겠심더. 증말 감사드립니데이. 그치만예, 즈이는 한시라도 빨리 아치백 산악지대까지 가야합니더. 즈이 친구의 생명이 달린 일인기라예.”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말하는 거지요?”

 

  팔라라우리아가 태연스레 말했다. 세 포니들의 눈이 경악에 물들었다.

 

  “그대들이 하고 있는 일이 무언지는 잘 안답니다, 애플잭. 난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간간이 그대를 지켜봐 왔지요. 그대가 뭘 찾고 있는지도 안답니다. 이 곳에서 그대가, 친구에 대한 걱정을 포함한 모든 걱정을 내려놓은 채 밤을 보낼 수 있게 될 거란 것도 알아요.”

 

  “어떻게?”

 

  레인보우 대시가 물었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알아?”

 

  “그것이 내 권능 아래에 놓인 일이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일행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마법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래리티가 물었다. 대기 중에 가득한 마력이 그녀의 뿔을 따갑게 자극하고 있었다.

 

  “그래요. 마법이지요. 내게만 주어진 권능이기도 하고요. 내 풍채와 위상에서 추측했겠지만, 내 반은 붉은사슴Red deer이에요. 예로부터 붉은사슴의 분파는 공간과 시간 양 쪽 모두를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지녔답니다. 시선을 집중하면, 난 세상 어디에 있는 것이든 볼 수 있어요. 더 나아가 과거를 보고, 미래도 볼 수 있지요. 그리고 내 나머지 반은 흰꼬리사슴White-tails이에요. 흰꼬리사슴 분파의 재능은 만물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것이지요. 이 재능 앞에선 아무것도 숨길 수 없어요.”

 

  팔라라우리아는 한 걸음 더 일행에게 다가섰다. 이제 그녀는 일행의 바로 코앞에 서 있었다.

 

  “두 사슴 분파의 피가 합쳐져 내가 만들어진 것처럼, 두 사슴 분파의 마법적인 재능이 합쳐져 내 영혼이 되었답니다. 붉은사슴의 천리안과 흰꼬리사슴의 통찰안의 결합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예언을 가능케 하지요.”

 

  래리티는 턱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다. 팔라라우리아의 발언은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고수하는 논조와 정면으로 부딪힐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기이했다.

  마법에 대해 세심하고 실증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트와일라잇은 이퀘스트리아에 팽배해 있는 미신적인 전통들을 단호히 배제해왔다. 그 중에서도 점보기Fortune-telling 같은 부류는 그녀가 몸서리치며 꺼려하는 것들이었다. 래리티가 기억하기론, 2~3주마다 한 번씩은 그 몸서리쳐지는정보들이 활자로든 뜬소문으로든 라벤더 색 유니콘에게 전해졌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언성을 높이며 고집스런 주장을 되풀이했다. : 예언이나 예지력 따위는 불가능하며, 그걸 할 수 있다고 나서는 포니는 사기꾼이거나 미친 거다!

 

  하지만 지금 일행 앞에 서 있는 금빛 암사슴은 어느 쪽도 아닌 것 같았다.

 

  팔라라우리아는 일행을 향해 목을 숙였다. 가까이 다가온 사슴의 얼굴을 보며, 세 포니들은 그녀의 눈이 마냥 새까맣진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수백 개의 작은 별들이 그 검은 구체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별들이 있는 작은 영역 하나하나가 밤하늘처럼 보였다.

 

  혼혈 사슴은 일행에게 웃어보였다.

 

  “여러분의 마음도 보여요. 내 말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불안해하고 있군요? 내 권능을 알게 된 생물체들이 제일 먼저 보이는 반응이 주로 그렇지요. 완벽에 가까운 예언은 미래를 고정시킨다, 라고들 생각하더군요.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이 이미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는 식으로 말이에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건 계획하거나 구상할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팔라라우리아는 사뿐하게 몸을 돌려 수정교로 향했다.

 

  “같이 좀 걷도록 하죠. 여러분 모두와 보다 편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네요.”

 

  약간 주저하긴 했지만, 제일 먼저 그 말에 따른 건 래리티였다. 레인보우 대시가 그 다음으로 움직였고, 애플잭이 마지막으로 발굽을 뗐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수정교를 건넜다. 수정을 딛는 발굽소리조차도 거의 나지 않았다. 팔라라우리아의 실크 장식이 미풍에 살랑거렸다.

 

  섬에 닿은 그들은 커다란 두 나무뿌리 사이의 수정으로 된 망으로 걸음을 옮겼다. 망은 열려 있었고, 안 쪽에 빛나는 계단이 보였다. 세 포니들은 금빛 암사슴을 쫓아 나무 몸통-탑 안으로 들어섰고, 그들 뒤로 수정망이 스스로 다시 엮이며 입구를 봉했다.

 

  일행은 계단을 올라 크리스탈로 된 방에 도착했다. 말끔한 벽에는 책꽂이가 음각되어 있었고, 방의 가운데에는 수정 굴뚝이 있었다. 굴뚝과 연결된 화로에선 멋진 초록불꽃이 드높이 타오르고 있었는데, 겉보기엔 아무런 연료도 없어 보였다.

  팔라라우리아의 뿔들이 하얗게 빛나고, 수정으로 된 작은 연단 세 개가 마루에서 올라왔다. 그 연단들 근처엔 더 크고, 나무로 된 담백한 연단이 올라와 있었다. 팔라라우리아는 그 나무 연단에 자리를 잡았고, 일행을 돌아보았다. 세 포니들도 각자 수정 연단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연단은 수정으로 만들어졌음에도 푹신했고, 육체를 안정시키는 상쾌함이 느껴졌다.

 

  팔라라우리아는 평화로이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밤하늘 별빛 같은 눈동자가 반 쯤 지그시 감겨 있었다. 포니들은 그 존재감에 매료되었다. 그녀에게선 따스함과 권위가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 셀레스티아 공주에게서 느껴지는 감각과 비슷하기도 했다.

  

  래리티가 조심스레 대화의 운을 뗐다.

 

  “사슴 군주, 레이디 팔라라우리아시여, 부디 폐하의 권능, 예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내려주십사 합니다. 폐하께서 저희 친구 트와일라잇 스파클에 대해서도 모두 알고 계신다면, 그 애가 예언 같은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알고 계시겠지요.”

 

  “신의 목소리로부터 미래를 전해 듣는 방식인 신탁까지 포함하더라도, 예언이란 건 굉장히 보기 드문 것이긴 하지요.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금빛 암사슴이 말했다.

 

  “내가 가진 천리안과 통찰안은 예언보다도 희귀해요. 사실 이건 예언이 아니랍니다. 말했다시피, 내 권능은 두 사슴 분파가 가진 재능이 결합된 결과에요. 모든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선택과 상황에 따라 발생해요.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했을 때, 여러분은 생각해봄직한 범위 안에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겠죠. 한 선택에서 또 다른 선택지들이 발생하고, 여러분은 그 중에서 또 하나를 선택할 거예요. 선택의 과정은 끝없는 그물처럼 이어지지요. 내 천리안은 이런 선택과 선택지들로 이루어진 일련의 그물 같은 네트워크를 엿볼 수 있게 해줘요. 어떤 선택지가 실현될지는 알 수 없지만요.

  하지만 내겐 통찰안도 있지요. 이 통찰안이 천리안과 결합해, 내 권능을 완벽에 가깝게 해줘요. 생물체나 사건들에 통찰안을 사용하면, 보이는 모든 것들의 본질을 즉시 파악할 수 있게 된답니다. 이 재능 덕에 나는 네트워크를 이루는 수많은 선택지들 중 어떤 경우가 실제로 선택될 지를 높은 확률로 알아맞힐 수 있어요. 자연 현상들에도 내 권능이 적용되지요. 어떤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나무, .......그 주변의 자연이 어떻게 반응할 지도 알 수 있어요.”

 

  “그럼.......그 말은, 당신은 우리의.......”

 

  레인보우 대시는 찝찝하다는 듯 말을 더듬댔다.

 

  “우리의 미래도 볼 수 있다는 거네? 그것도 진짜 미래를? 일어날 수도 있는 미래가 아니라, 일어나게 될 미래를?”

 

  팔라라우리아는 대시에게 너그러운 시선을 보냈다.

 

  “거의-그렇지요. 하지만 내가 보는 미래는 이어진 선택의 결과일 뿐임을 기억하세요. 내 통찰안은 여러분들이 가장 고를 법한 선택을 보여주지만, 선택의 주체는 결국 여러분이랍니다. 여러분이 각각의 본성에 부합하는 선택을 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해서, 이게 강제되는 건 아니에요. 여러분이 날 놀라게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어요.......그럴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만 말이에요.”

 

  “지금까지 놀라보신 적이 자주 있으세요?” 래리티가 물었다.

 

  “거의 없죠.” 팔라라우리아는 단호히 답했다.

 

   애플잭의 초록빛 눈동자가 팔라라우리아의 눈을 골똘히 응시했다. 애플잭은 그 밤하늘 같은 눈에 떠있는 별들에 시선을 뺏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여하튼 폐하께선 미래를 보는데 걸출한 재능이 있으신 거네예?”

 

  “그런 셈이지요.” 금빛 암사슴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믄,”

 

  애플잭은 마른 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이것만 좀 알려주소.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살 수 있습니꺼?”

 

  팔라라우리아는 즉시 대답을 내놓진 않았다. 그녀는 눈을 좀 더 감고 고개를 숙였다. 정적에 휩싸인 공간에서 타오르는 초록불꽃만이 희미하게 탁탁대는 소리를 냈다. 래리티는 애플잭에게 초조한 시선을 보냈다.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올곧은 눈빛으로 금빛 암사슴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침내 팔라라우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아뇨. 죽지 않을 겁니다.”

 

  “이예이! -았어!” 레인보우 대시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어요.”

 

  이어진 팔라라우리아의 말에 세 포니들의 낯빛이 푸르죽죽해졌다.

 

  “만약 여러분들이 쉬머우드 숲을 통과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면,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죽게 되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 선택지에서의 여러분은 내게서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한 채 레인보우 대시를 아치백 산악지대로 보냈을 테니까요.”

 

  “무슨 정보?” 대시가 물었다.

 

  “일주일 전에, 난 권능으로 길드데일의 들판을 돌아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서쪽으로 향하는 각양각색의 세 포니들을 발견했지요. 호기심이 동하더군요. 난 그 세 포니들의 과거, 그리고 그들이 모험하는 이유까지 살펴보았어요. 그 다음엔 포니빌의 트와일라잇 스파클도 살폈고요. 가장 최근엔 그들의 미래도 보았는데, 그곳에서 트와일라잇 스파클의.......악몽을 보았습니다. 그 유니콘의 유일한 희망은 여러분이 날 만나는 것이었어요. 그 불쌍한 아이의 현 상태에 대해,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의 치료가 필요한 지에 대해 여러분에게 전해줄 이가 나 외엔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현 상태라뇨?” 래리티가 되물었다.

 

  “갸헌티 먼 일이라도 난 겁니꺼?!” 애플잭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뿔 부패증의 진행 속도가 유례없이 빨라요.”

 

  팔라라우리아가 말했다.

 

  “질병이 그 유니콘의 방대한 마력을 게걸스럽게 잡아먹고 있어요. 그 탐욕어린 이빨은 머지않아 뇌와 마법 회로까지 닿을 것이고, 끝내는 환자를 죽일 테지요. 여러분의 친구인 제코라가 발병 초기에 진단을 내렸을 때보다 훨씬 병증이 심각해졌어요. 하지만 그 지혜로운 얼룩말의 처방엔 틀린 데가 없어요. 베네보레만이 트와일라잇을 구할 수 있지요.”

 

  “캐서, 베네보레로 치료할 수 있긴 한 거지예?”

 

  애플잭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심장이 서늘하게 벌렁대는 통에 성대까지 조여드는 기분이었다.

 

  “맞는 베네보레를 골라야 하겠지만, 일단 그래요.”

 

  금빛 암사슴이 말했다.

 

  맞는 베네보레? 세 포니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베네보레의 첫 꽃의 꽃잎은 날카로운데다 선명한 보라색을 띠어요. 꽃에 깃든 마법이 가장 강력할 시기죠. 치유력도 제일 강할 시기고요. 그렇게 몇 주가 지나는 동안 꽃잎의 색이 점점 칙칙해지고 어두워져요. 치유력도 서서히 잃어가죠. 트와일라잇 스파클의 뿔 부패증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이니만큼, 강한 마력을 가진 어린 베네보레가 필요해요. 기억하세요. 날카로운 꽃잎과 선명한 보라색을 띤 베네보레여야만 해요. 개화한지 시간이 지나 칙칙해진 베네보레의 마력으론 지금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앓고 있는 뿔 부패증을 치료하긴 역부족이예요.”

 

  포니들은 서로 공포에 질린 시선을 주고받았다. 개화시기에 따라 베네보레에 깃든 마력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었다.

 

  “정말, 확실하신가요?” 래리티가 조심스레 물었다.

 

  “베네보레는 우리가 사용하는 치료 연고의 원료에요. 모두들 베네보레의 마력이 약해지는 것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줄 게 있어요. 베네보레를 입수하자마자 트와일라잇에게 먹여야 해요. 베네보레의 치유 효과는 뿌리가 뽑힌 뒤 한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약해지기 시작해요. 4일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지고요. 다행히 여러분에겐 스파이크라는 용 친구가 준 전송용 불꽃 마법이 있죠. 그거라면 트와일라잇에게 바로 베네보레를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우선 어린 베네보레를 찾고, 불꽃 마법을 써서 바로 트와일라잇에게 보내세요. 트와일라잇이 그 베네보레를 바로 먹으면, 뿔 부패증은 씻은 듯이 나을 겁니다.”

 

  팔라라우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걸 해내는 여러분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앞에 선하군요.”

 

  “정말 고마워!” 대시가 소리쳤다.

 

  “히야, , 색깔도 잘 골라야 된다카는 건 진짜 첨 듣는 소립니더!”

 

  애플잭이 상기된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만약 대시 저 가스나만 아치백 산악지대로 기냥 바로 보내삐고, 갸가 엉뚱한 꽃을 따오기라도 했으믄.......

 

  “여러분이 그 사실을 모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요.”

 

  팔라라우리아가 말했다.

 

  “그것이 여러분을 반강제로나마 여기로 끌고 온 이유입니다. 그러기 위해 여러분 중 하나, 구체적으론 래리티, 그대에게 접근했지요. 내 정찰대가 여러분과 바로 접촉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가 없었거든요.”

 

  “저 말씀이신가요?” 래리티가 고개를 갸웃댔다.

 

  “쉬머우드 숲을 흐르는 은은한 마법은, 길드데일의 요구에 따라 평상시엔 숲 안에서만 순환하도록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요.”

 

  금빛 암사슴이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래리티, 그대가 숲 근처로 왔을 때 난 숲의 마력을 길드데일 서부로 내보냈지요. 그대가 그 마력을 느낄 수는 있을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유니콘들은 마법의 근원에 이끌리잖아요. 만약 그대가 뿔을 통해 마법 역장Magical field을 느끼기만 한다면, 숲을 통과하겠다고 고집을 부릴 게 분명했죠. 그 시점에서 난 이네스와 그 휘하 정찰대를 보내 여러분을 기다리게 했고요. 물론, 모습을 숨긴 상태로요. 여러분이 우리에게 경계심부터 갖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난 여러분이 서로 간 합의 하에 숲에 들어오고, 숲이 안전함을 스스로 느끼며 안심해주기를 바랬어요.”

 

  “, 그치만예-”

 

  애플잭이 말했다. 그녀는 눈앞의 금빛 암사슴이 상대의 의향을 정확히 읽어낸다는 사실이 아직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심정 때문에 그녀가 말문을 연 것은 아니었다.

 

  “무슨 일인가요?”

 

  팔라라우리아가 오렌지 색 어스 포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는 폐하의 사슴을 봤심더. 발굽을 흙바닥 사이에 꽂아 넣고 있었을 땐데예, 길더스들이 금강불괴라카는.......그걸 할 때였심더. 아주 잠깐이었지만은, 움직이는 사슴을 봤심더. 아니, 적어도 봤던 것 같심더.”

 

  “어머나. 그랬나요?” 팔라라우리아가 되물었다. 달콤한 목소리에 호기심이 깃들었다.

 

  “맞아! 그랬어!”

 

  레인보우 대시가 끼어들었다.

 

  “애플잭이 그렇게 말했던 거 기억나.”

 

  “우리의 투명화 주문은 완벽했을 텐데요. 그건 같은 사슴끼리도 안 보이게 하는 주문인데.......그걸 어떻게 간파한 건지 정말 궁금하군요.......”

 

  팔라라우리아는 말끝을 흐렸다. 그녀의 눈이 반 쯤 감겼다가 다시 떠졌다.

 

  “, 그걸 잊고 있었군요. 애플잭, 그대는 정직의 원소 수호자잖아요. 그렇다면 투명화 주문을 간파했다고 해도 놀라울 것이 없지요.”

 

  “그건 또 우째-”

 

  “여러분의 과거도 살펴봤다고 얘기했죠? 여러분과 친구들이 나이트메어 문을 물리치면서 얻어낸 성과들도 모두 알고 있어요.”

 

  팔라라우리아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가여운 루나의 영혼을 치유해줘서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주변의 신하들에겐 아무 말도 않았겠지만, 셀레스티아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겠지요. 영원한 밤의 위기로부터 세상을 구한 공도 두말할 것 없지만, 티아가 여동생을 되찾은 건 정말 너무 잘 된 일이에요.”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알아?” 대시가 물었다.

 

  그럼요.”

 

  금빛 암사슴은 애틋한 웃음을 지었다.

 

  “셀레스티아는 내 오랜 친구에요. 우린 사슴 장로회에서 마법을 배우던 어린 시절에 처음 만났답니다. 티아는 나보다 몇 살인가가 많아서, 내가 처음 도착했을 땐 이미 능숙하게 수학(受學)하고 있었죠. 그래도 우린 정말 잘 맞는 친구였어요. 그 땐 루나가 아직 태어나기 전이어서, 그 애도 많이 외로워하고 있었거든요. 나 역시 시타델Citadel에서 유일한 혼혈 사슴이었기 때문에, 꽤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고요.”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 사슴에게서 마법을 배우셨다고?”

 

  대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요. 루나도 마찬가지고요.”

 

  팔라라우리아가 말했다.

 

  “시대를 고려해야 해요. 셀레스티아와 루나가 어릴 땐, 포니사회에 유니콘 마법의 체계란 게 전혀 잡혀 있지 않았거든요. 마력을 다루는 방식이 거칠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죠. 당시 사슴들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잘 정립된 마법 체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두 여신들이 제 힘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사슴 장로들이 나섰던 거예요. 물론 해와 달을 조종하는 능력은 빼고요. 그건 티아와 루나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었으니까요.”

 

  별빛 눈동자가 조금 어둑해졌다.

 

  “.......저기, 이퀘스트리아에 돌아가게 되면 셀레스티아에게 내 안부 좀 전해주겠어요? 그 애를 못 본지가 너무 오래됐어요. 함께했던 시절이 요즘 들어 애달프게 그립네요.”

 

  “꼭 전해드리겠심데이, 폐하.”

 

  애플잭이 말했다.

 

  “근디, 지는 아직 조화의 원소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궁금합니더.”

 

  “얼마든지 얘기해줄 수 있지요.”

 

  팔라라우리아는 쾌활한 음색으로 대답했다.

 

  “조화의 원소는 최초로 등장한 포니 국가보다도 오래되었어요. 그보다도 더 옛날에, 최소한 고대 사슴들은 원소들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그들은 조화의 원소 중에서도 정직의 원소와 궤를 같이 하는.......재능을 갖고 있었어요. 난 그 재능이 정직의 원소와 그 원소의 특별한 마법의 축복을 받은 결과라고 봐요. 지금은 그대가 정직의 원소 수호자이니, 분명 그 재능도 그대가 이어받았겠죠. 애플잭. 그대에겐 흰꼬리사슴들과 같은 재능이 있을 거예요. 만물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능력이죠. 이건 그대가 환상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지가예?”

 

  애플잭은 경악스러워하며 되물었다. 그녀는 주눅 든 채로 방바닥에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치만예.......지는 기냥 열심히 농사짓는 평범한 포닙니더. 마법을 다뤄본 적은 한 번도 없심더.”

 

  “어머, 그렇던가요?”

 

  팔라라우리아가 짐짓 그랬냐는 투로 물었다.

 

  “거짓말을 알아차리는 능력에 대해 자각한 적이 없나요? 생물체들의 거짓말이 발굽 들여다보듯 훤히 보이지 않았나요?”

 

  “그기.......”

 

  애플잭은 생각에 잠겼다.

 

  애플블룸, 고 콩알만한 가스나가 거짓말하는 거야 다 티가 나니께 알기 쉽제. 갸 말고는 어데보자.......빅 맥 오빠, 레인보우 대시........캐러멜. 그노무 멍청한 머스마는 그짓말 하나는 기똥차게 쳐댔제.......

 

  “글치만서두, 그건 진실 탐지 마법 같은 기 아니라 기냥 지가 눈치가 빨랐던 거 같은데예. 그기다 설령 지가 환상이니 거짓부렁이니를 꿰뚫어 볼 수 있다 쳐도, 전에는 그런 걸 경험해본 적이 한 번도 없심더. 와 이제 와서 야단이랍니꺼?”

 

  “그대는 어릴 때부터 정직의 원소의 화신이었어요, 애플잭. 재능 자체는 늘 그대 안에 있었답니다.”

 

  금빛 암사슴은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잠들어 있던 정직의 원소가 다른 다섯 개의 조화의 원소들과 결합하면서 힘이 증폭된 거예요. 그래서 최근 들어 그 효과를 더 강하게 느끼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 그대가 경험하고 있는 효과는 원소의 힘의 아주 일부에 불과해요. 그 힘을 제대로 다루려면 마법을 수련하고 꾸준히 연습해야 해요. 쉬머우드 숲의 입구에서 그 힘이 활성화 됐던 이유는, 내 생각엔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그대가 대기 중에 퍼진 숲의 마력에 잠겨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 농도 짙은 마력이 정직의 재능을 순간적으로나마 개화시킨 거지요. 둘째는, 그대가 길드데일에서 배운 금강불괴를 사용했기 때문이에요. 금강불괴는 어스 포니의 마법들 중 가장 마력을 집중시키는 형태에요. 그대 안의 마력이 금강불괴를 시전하는 순간에 가장 거세게 흐른다는 것이지요.

  이 두 가지 이유의 결합이 그대의 정직의 재능을 평소보다 더 강하게 발현시킨 촉매제가 되었다고 봐요. 우리 사슴들의 투명화 주문까지 꿰뚫어보는 식으로요.“

 

  “우와, 쩐다!”

 

  레인보우 대시가 앞발굽을 위로 뻗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저기, 난 충실의 원소 수호자인데! 나한테도 특별한 재능이 있을까?”

 

  “흐음.......분명 있을 거예요.”

 

  팔라라우리아가 말했다.

 

  “사실 난 모든 조화의 원소가 각각의 특성과 관련된 재능을 수호자들에게 부여해준다고 생각해요. 내 기억이 맞다면.......충실의 원소는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일으키는 것과 관련된 재능을 줘요.”

 

  “래리티는 어떨까? 잰 관용의 원소를 갖고 있어!” 대시가 신나게 소리쳤다.

 

  팔라라우리아는 래리티에게 고개를 돌렸다. 새하얀 유니콘은 별빛 가득한 눈동자가 자신을 골똘히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다.

 

  “.......있군요.”

 

  이윽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말했다.

 

  “갖고 있어요. 다만 수호자에게 주어지는 재능이 뭔지는 갑자기 기억이 나질 않네요.”

 

  , 머라꼬!?

 

 

<, 머라꼬!?>

 

 

  그 순간, 애플잭은 놀란 마음을 숨기느라 진을 뺐다. 이른바 정직의 재능이 발현된 탓이었다.

 

  저건 거짓말이데이! 팔라라우리아 폐하께서 거짓부렁을 치신기라! 대체 왜?

 

  “또 묻고 싶은 게 있으면 기꺼이 대답하도록 하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팔라라우리아는 눈을 반 쯤 감으며 편안히 말했다.

 

  “하지만 이제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을 거예요. 아까 내가 여러분에게 보다 편하게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죠? 같이 식사하러 가요. 가는 길에 계속 이야길 나눌 수 있을 거예요.”

 

  팔라라우리아가 먼저 연단에서 일어섰고, 세 포니들도 그녀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수정 계단을 타고 내려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수정교가 이번엔 호수 건너편 기슭에서 섬까지 자라났다. 팔라라우리아를 선두로 애플잭, 래리티, 레인보우 대시가 차례로 다리를 건넜다.

 

  “저기, 있지.”

 

  레인보우 대시가 팔라라우리아의 옆에서 날아다니며 물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어릴 때 어땠어?”

 

  “, 티아는 정말 못 말리는 말썽쟁이였죠.”

 

  금빛 암사슴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 번 배우기만 하면, 설령 가장 기초적인 마법이라 해도 어떤 식으로든 장난질에 써먹는 애였어요. 거주지의 제한 구역에 난입한다거나, 사적인 대화를 엿듣는다거나, 선생이나 장로들에게까지 장난을 친다거나 했죠. 그 애는 언제나 날 끌어들여서 같이 장난을 벌였어요. 그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넌 나보다 순진하게 생겨먹었잖아.’ 그래서 난 그 평에 맞게 행동해줬죠. 아마 그게 그 애만 맨날 걸려서 혼나고 전 안 걸렸던 이유 아닐까 싶네요.”

 

  “진짜 악동이었잖아!”

 

  푸른 페가수스는 잔뜩 신을 내며 소리쳤다.

 

  “공주님이 장난꾸러기였다니! 혹시 장난치다가 벌 받은 적도 있어?”

 

  “물론 있죠!”

 

  팔라라우리아는 조용히 킥킥거렸다.

 

  “티아와 보냈던 날들 중 절반 정도는 티아의 징계 혹은 자숙 처분 기간이었어요. 하지만 그 애가 벌였던 온갖 장난과 말썽들을 생각해보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은 적은 없었죠. 티아는 언변이 좋았거든요. 자기가 한 잘못의 절반 정도는 말솜씨로 해결해냈어요. 물론, 그 애가 진심으로 비열하거나 잔혹한 짓을 하진 않았었다는 것도 한몫했죠. 갠 말썽쟁이였지만, 다른 생물체를 괴롭히거나 하진 않았으니까요.”

 

  이 때부터 팔라라우리아는 대놓고 웃음을 터트렸다.

 

  “루나가 처음으로 마법을 배우러 오던 날, 난 어떤 늙은 엘크Elk의 조수 노릇을 하고 있었어요. 당시 장로들이 루나가 제 언니와 닮았으면 어쩌냐 며 상당히 전전긍긍해하고 있던 게 기억이 나네요. 루나가 셀레스티아의 친절함과 호기심만을 닮았다는 사실에 장로들의 지친 마음이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던 지요. 루나는 셀레스티아보다 훨씬 얌전했어요. 그리고 공부에 더 열중했죠.”

 

  수정교를 다 건넌 그들은 호수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았다. 세 포니들은 커다란 사슴의 보폭에 맞추기 위해 달음박질을 쳐야 했다. 그들은 이전에 지났던 터널과는 다른 터널을 지났다.

  터널은 개간지(開墾地)로 일행을 안내했다. 그 곳엔 검은 나무로 된 드넓은 연단이 있었고, 짧은 다리를 가진 길쭉한 수정 탁자가 연단 위에 놓여 있었다. 주변에는 쿠션들이 어디에나 놓여 있었다. 갑옷을 입었거나, 수정 서클렛을 착용했거나, 혹은 헐벗은 사슴들이 숲에서 속속 모습을 드러내며 개간지로 모여들었다. 사실 그들이 뭘 입었는지는 그리 중요치 않았는데, 뭘 입었든 수정 탁자 가까이로 다가가면 의복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사슴들이 그리 많진 않네.” 대시가 중얼거렸다.

 

  “쉬머우드 숲엔 더 많은 사슴들이 살고 있어요. 하지만 다들 교대로 일하거나 공부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모든 사슴들을 동시에 보는 건 힘들답니다.”

 

  팔라라우리아가 부연설명을 했다.

 

  “게다가, 난 매일 저녁마다 제각기 다른 소규모 그룹의 사슴들과 만찬을 가져요. 이 만찬 주기는 일주일을 단위로 돌아가죠.”

 

  커다란 쿠션이 한 탁자의 맨 끝에 놓였다.

 

  “저기가 내 자리예요.”

 

  팔라라우리아는 쿠션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여러분은 내 곁에 앉으면 돼요.”

 

  흰꼬리사슴들이 탁자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팔라라우리아가 다가오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그럼에도 그들의 머리는 사슴 군주의 어깨에 겨우 미쳤다.

  팔라라우리아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긴 탁자의 맨 끝으로 향했다. 연단에 오른 그녀는 자신의 자리 앞에 멈춰 섰다. 그녀의 다리는 낮은 수정탁자와 비교하면 탑처럼 보일 정도로 높이 솟아있었다.

  일행은 팔라라우리아의 양 옆, 그리고 왼쪽에서 두 번째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았다. 래리티는 사슴 군주의 오른쪽 옆, 대시는 사슴 군주의 왼쪽 옆에 섰고, 애플잭은 대시의 옆에 섰다.

  모든 자리가 채워지자, 팔라라우리아는 예의 그 흐르는 듯한 언어로 연설을 했다. 그러자 흰꼬리사슴들은 고개를 숙였고, 포니들도 그렇게 했다. 애플잭은 이번엔 늦지 않게 모자를 벗었다.

 

  연설을 마친 팔라라우리아는 커다란 쿠션에 편하게 몸을 기댔다. 다른 흰꼬리사슴들도 군주를 따라 몸을 편히 했다.

 

  “팔라라우리아 폐하.”

 

  래리티가 물었다.

 

  “이퀘스트리아에 방문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여러 번 갔었죠. 셀레스티아는 날 자주 초청했어요. 매번 긍정적으로 화답할 순 없었지만요. 쉬머우드 숲을 관리하고 휘하의 사슴들을 돌보느라 경황이 없을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도 바쁘지 않을 땐 늘 기쁘게 초청에 응했죠.”

 

  팔라라우리아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밤하늘에 잠긴 별들이 한층 더 우수어린 빛을 띠었다.

 

  “마지막으로 이퀘스트리아에 가봤던 게 벌써 50년도 더 전의 일이군요. 아까도 말했지만, 난 티아가 너무 그리워요. 루나도 다시 만나고 싶고요! 정말 큰 선물을 대접받는 기분일 거예요. 난 이퀘스트리아를 아주 좋아해요. 마법을 매우 편안하게 받아들이니까요. 물론 길드데일도 좋은 이웃이고, 그 황금빛 들판을 다스려온 역대 군주들도 모두 정중한 이들이었지요. 하지만.......우릴 불편해하는 게 느껴지더군요. 길드데일의 포니들은 친절하지만, 그 나라는 마법을 배척하지요. 그리고 우리는 지극히 마법적인 종족이고요.”

 

  “이사를 하는 건 어때?”

 

  대시가 제안했다.

 

  “이퀘스트리아엔 큰 숲들이 지천으로 깔렸어. 우리 공주님이랑 친하다고 했잖아. 네가 이퀘스트리아로 이사 오면 공주님도 엄청 좋아하실 거야!”

 

  “물론 내가 그리하면 셀레스티아도 많이 기뻐할 거예요. 하지만 내가 돌보는 사슴들은 이미 여기에 삶의 터전을 닦아 놨어요. 우리가 쉬머우드 숲에 정착한 지도 벌써 700년이 넘었답니다. 다들 이 숲에서 편안함을 느껴요. 내 사적인 바람 때문에 수많은 사슴들이 고향을 등지게 만들 순 없지요. 게다가.......내가 섣불리 이사를 결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에요.”

 

  “다른 이유라도 더 있심꺼?” 애플잭이 물었다.

 

  금빛 암사슴은 말을 멈췄다가, 못내 뜸을 들이며 답했다.

 

  “아치백 산악지대 너머엔.......약간.......위험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어요. 우리의 마법이 그것들을 저지하고 있고, 쉬머우드 숲은 방어벽 역할을 하고 있지요.......더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네요.”

 

  그녀는 입을 근질거려하는 대시를 부드럽게 타일렀다.

 

  모든 탁자에서 빛이 일렁거리더니, 수정 접시들이 그 위에 나타났다. 모든 접시들엔 연두색 소스가 끼얹어진 면 요리가 있었고, 팬지꽃이 고명으로 얹혀 있었다. 사슴들은 탁자에 바싹 몸을 당겨 앉은 뒤, 마법으로 면들을 한 입 크기로 들어 올려 입에 넣었다.

  래리티 역시 사슴들 같은 요령으로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유니콘의 마법이 막 면발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접시만 멀뚱히 쳐다보는 친구들의 모습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송구하오나, 폐하.”

 

  래리티는 주저하지 않고 팔라라우리아에게 청했다.

 

  “제 친구들은 마법으로 식사를 하지 못합니다.”

 

  “저런. 미안해요. 그걸 잊어버렸네요.”

 

  금빛 암사슴의 뿔이 하얗게 반짝였다. 그러자 흰 비단 줄로 감싸인 포크가 페가수스와 어스 포니의 앞에 각각 한 쌍씩 생겨났다. 애플잭과 레인보우 대시는 비단 줄 사이에 발굽을 넣어, 포크로 면발을 휘감을 수 있을 정도로 고정시켰다.

  마음이 편해진 래리티는 기분 좋게 파스타 면발을 입에 넣었다. 신선한 풍미 가운데 약간 톡 쏘는 듯한 느낌이 났는데, 거부감이 느껴지는 맛은 아니었다.

  따뜻한 난nann이 담긴 수정 바구니들이 날아와 탁자 아래에 놓였다. 대시는 그 맛있고 납작한 빵들을 향해 거침없이 발굽을 뻗었다.

 

  “폐하.”

 

  애플잭이 씹던 파스타를 삼키며 물었다.

 

생각해보이, 지가 환상을 꿰뚫어봤던 적이 더 있었었심더. 이 여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심데이.”

 

  “그래요? 여러분이 길드데일에 있을 무렵부터 보긴 했지만, 그 이전에 했던 행동들도 죽 둘러봤었는데.......”

 

  금빛 암사슴의 눈이 반 쯤 감겼다가 다시 떠졌다.

 

  “, 그 산에 있던 동굴에서 겪었던 일 말하는 거죠?”

 

  “맞아 그거!”

 

  대시가 탁자를 발굽으로 내리치며 외쳤다.

 

  “노래를 들었을 때야! 그 노래를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더라구.......너무 아름다웠거든. 래리티도 그랬고. 그 때 애플잭이 우릴 끌어내줬어!”

 

  “애플잭이 동굴을 박살내버린 것도 빼놓으면 안 되지.”

 

  새하얀 유니콘이 덧붙였다.

 

  “어쨌든, 그 노래는 처음 들었을 땐 정말 아름다웠어요. 하지만 동굴이 무너지고 나니.......끔찍해졌죠.”

 

  “듣고 보니 확실해지는군요. 애플잭. 그대의 정직의 원소가 가진 마법이 사용된 거예요.”

 

  팔라라우리아가 말했다.

 

  “그 순간 느낀 극심한 스트레스가 재능의 발현을 촉진시킨 거죠. 그리고-생각치도 못하게 금강불괴도 시전 되었던 것 같군요. 금강불괴가 꼭 필요했던 상황에서, 마침 발굽이 땅 속에 박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그렇게 활성화된 마력도 정직의 원소 재능 발현에 도움을 줬을 거예요. 노래에 관해서는.......”

 

  팔라라우리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 세이렌Siren이었을 것 같긴 한데, 그 괴수들은 일반적으로 동굴에 살진 않아요. 그 외엔.......고대의 발록Balrog들 중, 군주 카르하로드Lord Carcharod가 직접 빚어낸 오리지널 개체들에겐 세이렌처럼 목소리에 마법을 부여해 생물체들을 현혹하는 능력이 있다고 들었어요.”

 

  “충실의 원소에 대해선 뭐 더 기억나는 거 없어?”

 

  대시가 재차 물었다.

 

  “아님 다른 조화의 원소들에 대한 건?”

 

  “책을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팔라라우리아가 말했다.

 

  “조화의 원소들에 대해 공부했던 것도 옛날 일이라서요. 여러분이 원한다면, 내일 아침에 출발하기 전까지 조화의 원소들에 대한 자료들을 준비해두도록 하지요.”

 

  “아유, , 즈이 땜시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은데예.”

 

  애플잭이 발굽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룻밤 묵게 해주시는 것만두 감사헌디, 몰랐음 절대 안 될 귀한 정보들도 우리헌티 알려주시고.”

 

  “여러분 모두 길드데일을 지나면서 피곤한 일들을 많이 겪었잖아요. 슬슬 휴식을 즐길 때가 됐을 것 같더군요. 아치백 산악지대에 진입하기 전에 안전하게 하룻밤 푹 쉬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랍니다.”

 

  “레이디시여My Lady.”

 

  이네스가 파스타를 이로 끊으며 제안했다.

 

  “손님들도 다들 자리에 와 계시니, 이제 레이디께서 그동안 권능으로 보셨던 손님들의 여행기에 대해 저희에게 알려주시면 어떻겠습니까?”

 

  팔라라우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네스, 그대 말대로 그 손님들 모두 자리에 와 있으니, 직접 이야길 듣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세 포니들은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애플잭을 필두로, 래리티와 레인보우 대시의 관점이 가미된 일행의 여행기가 식사 자리의 화제로 올랐다.

 

  여행기가 프롱혼과의 만남에 이르자, 대부분의 설명은 대시가 도맡아 하게 되었다. 푸른 페가수스는 몽환시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설명했다. 흰꼬리사슴들 뿐 아니라 래리티와 애플잭, 팔라라우리아까지도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전에 몽환시를 거닐어 본 적이 있어요.”

 

  팔라라우리아가 말했다.

 

  “이 숲의 사슴들도 대부분 몽환시를 다녀온 경험이 있고요. 하지만 레인보우 대시, 태생적으로 복잡한 마법은 쓰지 못하는 페가수스인 그대가 능숙하게 몽환시를 왕래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에이, . 프롱혼들이 많이 도와줘서 그런 거야.”

 

  대시는 겸손하게 말했다. 그녀를 오래도록 알고 지내온 두 포니들로선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들이 알던 레인보우 대시는 뻐기고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놓치는 법이 없는 포니였다.

 

  “거기서 난 내 옆에 있는 이들의 도움과 충고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어.”

 

  “그대는 프롱혼들에게서 번개를 다루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을 배운 게 분명하군요.”

 

  쉬머우드 숲의 사슴 군주가 평했다.

 

-

 

  어느덧 접시들이 대강 비워졌다. 그러자 마법이 한 번 번쩍이더니 모든 접시들이 사라졌다.

 

  팔라라우리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다른 사슴들도 뒤따라 일어섰다.

 

  “포니 여러분은 몰랐겠지만, 이제 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난 쉬머우드 숲의 경계 상태를 확인하고, 여러분이 안녕한 밤을 지낼 수 있게 탑으로 돌아 가봐야 해요. 이네스. 손님들에게 침실을 좀 보여주겠어요?”

 

  “따르겠습니다, 레이디.” 이네스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금빛 암사슴은 세 포니들에게 몸을 돌렸다.

 

  “난 이제 자리를 좀 떠야 해요. 하지만 혹시 밤에 괴롭거나 통증이 느껴지면 주저 말고 날 부르세요. 내 아이들은 모두 그렇게 한답니다. 날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연단에서 내려가 일행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자요, 애플잭, 레인보우 대시, 래리티. 좋은 꿈꾸기를 바래요.”

 

  그리곤 개간지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을 향해 품위 있게 발굽을 옮겼다. 걸음 속도는 느렸지만, 보폭이 길었던 탓에 그녀는 잠깐 사이에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 이네스가 다시 일행의 인솔을 맡게 되었다.

 

  “이리로 오세요.” 그녀는 몇 시간 전에 일행에게 했던 말을 반복했다.

 

  일행은 식사 자리를 떠나, 빽빽이 자라있는 나무들 사이의 공간으로 향했다. 작은 금빛 광점들이 여전히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이네스의 인도 아래, 세 포니들은 농밀한 숲을 바람처럼 부드럽게 통과했다.

 

  조금 낮은 곳에, 두 개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나선형 크리스탈이 일행의 측면에서 스쳐지나갔다.

 

  “이네스 양, 저렇게 생긴 크리스탈 구조물들은 용도가 뭔가요?” 래리티가 물었다.

 

  “마법적인 의미의 증폭기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진홍색 눈동자의 암사슴이 친절히 설명했다.

 

  “크리스탈은 마력과 상성이 좋은 물질이에요. 특히 우리의 공예가 깃들여졌을 땐 더욱 그렇지요. 크리스탈은 우리가 쉬머우드 숲 전체를 쉽게 관리할 수 있게 해줘요. 날씨 같은 걸 조정하거나.......때론 잠재적인 위험 사항들을 경계하는 식으로요. 사실, 길들여지지 않는 위험한 생물체들이 이 숲의 거친 마력에 이끌려올 때가 있거든요.”

 

  “히야, , 우리 사는 포니빌 뒷동네에도 딱 그 짝인 숲이 하나 있심더.”

 

  애플잭이 말했다.

 

  “에버프리 숲이라고 하지예. 아주 온갖 괴수들의 온상 아이겠심꺼, 그기가.”

 

  그들은 숲의 조금 어둑어둑한 어느 구역에 당도했다. 2층 정도 되어 보이는 박 모양의 수정 구조물들이 나무에 낮게 매달린 채 지상에 아늑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이네스는 그 구조물들 중 하나의 앞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그녀의 뿔이 주황빛으로 반짝이자, 걸어 올라갈 수 있는 높이까지 구조물이 천천히 내려왔다.

  구조물 안에는 회색 담요와 하얀 시트로 덮인 세 개의 이부자리가 있었다. 수정으로 된 벽은 완전히 투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포니들은 미리 보내졌던자신들의 가방이나 갑옷이 건물의 2층에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아침엔 목욕을 준비해 드릴게요.”

 

  이네스가 일행을 방에 들여보내며 말했다.

 

  “레이디께서 이미 하신 말씀이지만, 노파심에 한 번 더 말씀드릴게요. 혹시 밤사이에 괴롭거나 통증이 느껴지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레이디를 부르세요.”

 

  “통증을 느낄만한 일이 있나요?” 래리티가 물었다.

 

  “레이디의 방어 마법, 그리고 사슴들의 보호 마법은, 아주 훌륭해요. 하지만 레이디나 저희가 자는 동안에는 간혹, 거친 마법들이 보호 마법을 뚫고 마음과 접촉하는 경우가 생겨요.”

 

   암사슴이 말했다.

 

  “암울한 꿈들과 징조들이 종종 그 결과로서 나타나죠. 아주 가끔씩은, 정신세계에서의 공격도 일어나요. 하지만 그런 상황까지 이르면 레이디께서 즉각 알아차리시고, 여러분의 꿈속에 나타나 여러분을 보호하실 겁니다. 그럼 아침에 다시 뵙죠. 좋은 밤 보내세요.”

 

  이네스의 뿔이 다시 반짝이고, 길고 새까만 커튼이 방의 입구에 드리워졌다.

 

  “어휴우!”

 

  대시는 크게 숨을 내쉬며 가운데 있는 이부자리에 드러누웠다.

 

  “이래저래 엄청난 날이었구만!”

 

  “이 말은 꼭 좀 해야 쓰겄는디, 여와서 참말로 다행이데이.”

 

  애플잭은 모자를 벗은 뒤 자신의 매트리스 위에 시트를 깔며 말했다.

 

  “베네보레를 찾는 것도 일인디, 그기다 색깔까지 고려해야 한단 건 아무도 몰랐었다 아이가! 그대로 갔다간 증말.......시상에, 생각도 허기 실타.”

 

  “그리고, 있잖니.”

 

  레리티가 이부자리 속으로 파고들며 덧붙였다.

 

  “팔라라우리아 폐하께선 아주 솔직한 분이셨어. 게다가 조화의 원소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주셨잖아!”

 

  부산하게 움직이던 애플잭의 발굽이 멈칫거렸다.

 

  폐하께선 관용의 원소가 주는 재능에 대해선 기억이 안 난다고 거짓말을 하셨었제.......그걸 내가 래리티헌티 말해줘야 하나? 근데 말해서 뭘 우짜겠노? 뭔 덕을 보겠노? 래리티 저 가스나가 의심암귀에 잡아먹히기만 하긋제. 게다가 악의가 느껴지는 거짓말도 아이였고.......

 

  만약 자신들에게 해로운 정보가 아니거나 필요한 정보도 아니라면,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금빛 암사슴의 비밀을 굳이 파헤칠 생각은 없었다.

 

  무슨 뒷사정이 있는 건진 당최 모르겄지만 말이제.

 

  “내는, , 폐하께서 말씀하셨던 마법적인 운동이랄지, 수련이란 게 뭔지 도통 모르겄다.”

 

  그녀는 괜스레 중얼거렸다.

 

  “뭐야뭐야, 거짓말 탐지기 같은 거라도 되고 싶은 거야?” 대시가 키득대며 물었다.

 

  “글케 되믄 겁나 유용하겄제.”

 

  애플잭은 입꼬리를 올리며 받아쳤다.

 

  “, 글고 보니 벌써 두 번이나 유용했다 아이가. 그기다 내는 이제 아무도 낼 속여먹을 수 없게 됐다는 게 퍽 마음에 든데이.”

 

  “한 가지 더.......”

 

  래리티는 하품을 하며 웅얼댔다.

 

  “내일 아침에, 폐하께 여쭙고 싶은 게 하나 더 있어, .”

 

  그녀는 이불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러엄.......다들, 잘 자렴.”

 

  “그래, 너도.” 대시는 이불을 제 몸 위에 휙 던지며 대꾸했다.

 

  애플잭은, 이제 버릇처럼 모자로 얼굴을 덮었다.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잘 자그래이.”

 

  주위를 둘러싼 나무들이 자아내는 부드러운 침묵은 최고의 자장가였고, 그림자는 포근하게 어둑했다. 세 포니들은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래리티는 새로운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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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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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When an accident leaves Twilight Sparkle seriously ill, Applejack, Rainbow Dash, and Rarity must undertake a perilous journey to find her a cure. What adventures await them beyond Equestria's bor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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