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ngerous Business~Saga/[1부] It's a DB, GOYD.

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14화

by BlackS 2022. 7. 12.

Chapter 14.

 

Written by. Jetfire2012

Translated by. BlackS

 

  레인보우 대시는 어두운 들판 위를 저공으로 비행하고 있었다. 장밋빛 눈동자가 지면을 질주하는 번개를 좇아 부산스레 움직였다.

 

  자존심 강한 대시가 보기에도, 나일스는 굉장히 빨랐다.

  달리는 친구들 위에서 비행할 때, 친구들과 속도를 맞추는 건 그녀에겐 쉬운 일이었다. 날개만 한 번 쳐주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프롱혼의 속도는 포니와는 차원이 달랐다. 날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달리는프롱혼을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해야했다.

 

  달이 조금 더 떠올랐다. 보름달에서 조금 모자란 크기의 달이었지만, 황금빛이던 풀밭을 은색으로 물들이기엔 충분했다. 하늘 높은 곳에선 별들이 반짝였다.

 

  아치백 산악지대는 전체적으로 새카맸다. 다만 멀리 뻗어있는 왼쪽으로 갈수록 더 칠흑 같이 검었다. 우측 방향으로는 드라켄리지 산맥이 흐릿한 그림자처럼 보였다.

 

  마음속이 따끔거렸다. 흥분과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수많은 바늘들이 대시의 내면을 찌르고 있었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성공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장담할 순 없어. 소닉-레인붐을 할 때도 그랬잖아. 성공 아님 실패. 난 성공해야만 했고, 성공했어. 그 뿐이야.

 

  실패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생각하면 너무도 처참한 기분이 들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푸른 페가수스는 실패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것이 그녀가 두려움을 이겨내는 요령이었다.

 

-

 

  나일스의 속도가 느려졌다. 그는 야트막한 언덕의 꼭대기에서 갑작스레 멈춰 섰다.

 

  푸른 페가수스는 그 주변 상공을 두 바퀴 정도 돌며 속도를 줄인 뒤 착륙했다. 종종걸음으로 착륙 과정을 마친 그녀는 몇 미터 떨어져 있는 언덕 정상을 향해 곧장 달려갔다.

 

  그 곳엔 커다랗고 평평한 정원형의 석판이 있었다. 그것은 달빛을 받아 하얗게 반짝였다.

 

  “뒤로 물러서.”

 

  나일스가 말했다. 대시는 황급히 뒷걸음질을 치며 비틀거렸다. 그런 그녀를 나일스가 부축했다.

 

  프롱혼의 뿔 사이에서 번개가 일었다. 대기를 찢으며 날아간 하얀 섬광이 석판의 모서리를 때렸다. 외곽선을 따라 원 모양으로 천천히, 하지만 맹렬하게 타오르던 번개는 빛나는 하얀 원을 완성시킨 뒤 사라졌다. 그러자 암석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석판의 일부분이 흔들리며 내려앉기 시작했다. 내려앉는 부분의 가운데부터 바깥쪽으로 갈수록 가라앉는 속도가 느렸다. 마치 세면대에 고여 있던 물이 갑자기 열린 하수구 구멍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대시는 놀라워하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깊고 둔탁한 충격음을 마지막으로, 석판은 움직임을 멈췄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평평한 표면은 온데간데없었고, 대신 언덕 안 쪽으로 들어가는 나선형의 통로가 보였다.

 

  “따라올 거야?”

 

  프롱혼이 입구에 발굽을 디디며 물었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통로 안쪽으로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대시는 약간 초조함을 느꼈다. 눈사태에 매몰됐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치만, 번개 다루는 법을 배우려면 갈 수 밖에 없어.

 

  푸른 페가수스는 나일스를 따라 나섰다.

 

  두 생물은 달빛에 물든 하늘을 뒤로한 채, 대지를 파고든 나선형의 길을 따라 걸었다.

 

  어느 정도 걸었을 무렵, 대시는 몇 발굽 앞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 너무 어두운 것 같은데.

 

  숨이 가빠왔다. 푸른 털로 덮인 온몸의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이제 그녀는-확실히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한 발굽 앞으로, 다른 발굽도 앞으로.

 

  대시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이는 파이어 플라이의 말버릇이기도 했다. 푸른 페가수스는 사부의 말에 따랐다. 그녀는 계속해서 한 발굽을 앞으로 내딛고, 다른 발굽을 또 그 앞으로 내딛었다. 프롱혼의 똑-딱 거리는 경쾌한 발굽 소리 또한 그녀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레인보우 대시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다. 달빛을 잃었던 공간에 다시금 빛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대시는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양 쪽에 서 있는 매끄러운 질감의 어두운 벽면이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나일스의 발굽 소리가 멎었다. 경사로가 끝난 것이었다. 잠시 뒤, 나일스를 따르던 대시 역시 평지에 발굽을 디디고 걸음을 멈췄다.

 

  이 곳엔 명백한 빛의 근원이 있었다. 날카롭게 제련된 두 개의 크리스탈 덩어리가 촛대처럼 벽에 매달린 채 하얗고 부드러운 빛을 내고 있었다.

 

  한편 대시의 발굽이 경사로에서 완전히 벗어나자, 나선형의 뿔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암석이 갈리는 소리가 대기를 울렸다.

 

  레인보우 대시는 뒤를 돌아보았다. 지하로 내려오며 지나온 통로이자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 어두침침한 땅 속 한가운데에, 그녀를 남겨둔 채로.

 

  “괜찮은 거지?”

 

  나일스가 물었다.

 

  대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괜찮지. 난 괜찮아. .......그냥.......땅 속에 있어본 적이 없어서 그래.”

 

  “넌 머리 위가 탁 트인 공간을 더 좋아하는 것 같던데.”

 

  프롱혼이 말했다.

 

  “미안하게 됐어.”

 

  “괜찮아.”

 

  대시는 무의미한 말을 되풀이했다.

 

  “이제 슬슬 가자.”

 

  “다 와가.”

 

  프롱혼은 암석에 나있는 구멍으로 들어갔다. 레인보우 대시는 그를 바싹 쫓았다.

 

  둘은 더 넓은 동굴에 들어섰다. 자연 동굴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매끄러운 벽과 트인 공간이 있는 동굴이었다. 빛을 발하는 크리스탈들이 길을 따라 벽면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나일스의 뿔에서 파지직대는 소리와 함께 한 줄기 벼락이 솟구쳐 나왔다. 눈부신 빛이 공간을 한 층 더 밝혀 주었다.

  동굴을 둘러보던 푸른 페가수스는 시야 한구석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얼핏 보면 주름 같아 보였는데, 자연이 빚어낸 무늬는 확실히 아니었다. 대시는 걸음을 멈추고 두 눈을 게슴츠레 하게 떴다.

  그것은 하얀색이었다. 일견 그림처럼 그려진 선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지만, 어쩐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 보였다. 그 하얀 선 같이 생긴 것들 사이에는 눈에 확 띄는 강청색(鋼靑色)이 칠해져 있었다. 하얀 선들은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고, 푸른 페가수스는 그 선들을 따라 멀거니 고개를 들었다.

 

  천장에 닿은 장밋빛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거대한 동굴의 드넓은 천장이 온갖 선과 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검거나 흰 잔물결과 소용돌이, 구불구불한 선, 회오리, 주름들이 암석 위를 거닐고 있었고, 두껍기도 하고 가늘기도 한 수많은 선들 사이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색들이 칠해져 있었다. 붉은색 초록색 파란색 자주색 분홍색 주황색 청록색 다포딜색 청자색.......그 외에도 대시가 이름조차 모르는 여러 색들이 있었다. 이 모든 역동적인 형상들이 커다랗고 칙칙한 암석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선명한 색을 가진 선들이 검은색과 흰색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선이 선들을 낳고 그 선들이 또 다른 선들을 낳으며, 나뭇가지 같은 궤적을 그려나갔다.

 

  아니, 이건 나뭇가지 같은 게 아냐.

 

  대시는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억누르며 생각했다.

 

  이건, 번개야.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이 열리고, “.......이게, 다 뭐야?” 그 사이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맥없이 새어나왔다.

 

  나일스는 대시의 옆에 앉아 그녀의 시선을 좇았다.

 

  “몽환시(夢幻時)를 묘사하려 했던 시도지. 그다지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우린 최선을 다했어.”

 

  대시는 나일스를 쳐다보았다.

 

  “어젯밤에도 들었던 거 같은데, 그 몽환시라는 게 대체 뭐야?”

 

  “설명하자면.......”

 

  나일스는 두 눈을 감으며 긴 숨을 내쉬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되 단조롭지 않았고, 웅장하되 위압적이지도 않았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거기에 있으며, 모든 것들이 존재하지 않을 때에도 거기에 있었노라. 여러 무리를 굽어 살폈던 위대한 선지자들의 아버지들 역시 그 곳에서 첫 울음을 토했으며, 그 아버지들이 하늘을 열 때 사용한 첫 빛도 그 곳에서 비롯되었더라. 모든 생물체, 모든 것들이 존재로서 빚어지기 이전엔 그곳에서 머무르노라. 그대와 나, 이미 빚어진 필멸의 존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그 곳에 속해 있으매, 잠을 자는 동안 우리의 마음은 육신의 무게를 잊고 그 곳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더라.......엣헴.”

 

  장엄하던 목소리가 헛기침을 기점으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곳이 바로 몽환시야. 이해할 수 있겠어? 설령 우리가 죽은 다음에도, 우린 여전히 몽환시에 있는 거야. 몽환시엔 과거도 미래도 없어. 오직 현재에 존재하는 지금 뿐이지.”

 

  “그건.......”

 

  대시는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나일스의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까, .......영원eternity 같은 거야?”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몽환시는.......만물의 이치야. 진리의 원천이고 존재의 기원이지. 너는 존재하기 때문에 몽환시에 있는 거야. 사실, 살아가는 생물체들은 몽환시와 계속 닿아있을 순 없어. 필연적으로 깨어 있어야 하는 시간이 있으니까. 하지만 밤엔 이야기가 다르지. 바로 오늘밤, 넌 몽환시에 갈 거야.”

 

  “내가?”

 

  나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몽환시에서 진정한 너 자신과 마주해야 해. 번개 다루는 법을 완전히 익혀서, 번개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싶다면 말야.”

 

  새카만 눈동자가 대시를 응시했다.

 

  “번개는 대기 중의 방전현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질세계에 대한 몽환시의 간섭이기도 해. 몽환시의 화신(化身)인 셈이지. 만약 그 화신을 다스리고 싶다면, 넌 너 스스로가 그 화신을, 번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춰야 해.”

 

  대시는 심호흡을 하며 중얼거렸다.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난 두렵지 않아.......아마도. . 노력할 거야.”

 

  “자신을 정복하는 과정에 두려움이란 감정은 필요 없지.”

 

  나일스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렇지만, 너무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몽환시에선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네게 필요한건 조화야.”

 

  그는 방을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향했다.

 

  “따라와.”

 

  대시는 마지막으로 천장에 눈길을 준 뒤 나일스를 따라 발굽을 옮겼다.

 

  둘은 거대한 인조 동굴에서 빠져나와 긴 터널을 내려갔다. 터널의 벽에는 각각 작은 방으로 연결되는 여러 출입구들이 있었고, 그 안에는 단출한 나무 침대가 있었다. 몇몇 방들에는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선반이 있었다.

 

  터널을 어느 정도 더 내려가자, 대시의 귓가에 나일스의 것이 아닌 발굽 소리들이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터널의 양쪽 방에서 두 프롱혼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둘 모두 나일스만큼 날렵한 체형이었는데, 한 쪽은 나일스와 키가 비슷했지만 다른 한 쪽은 더 컸다. 나일스와 키가 비슷한 쪽은 나일스나 나일스보다 키가 큰 쪽과는 달리 목에 검은 띠무늬가 없었다.

  

  나일스는 그 두 프롱혼 앞에 멈춰 섰다.

  

  “안녕, 친구들.”

  

  그는 명랑하게 인사를 건넸다.

  

  “, 이 쪽이 내가 말했던 젊고 용감한 페가수스야.”

  

  나일스는 대시가 두 프롱혼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이름은 레인보우 대시. 포니빌에서 왔대. 레인보우 대시. 이 둘은 내 동료 메신저들이야. 클라이브 크로이우스Clive Croeuxus와 오드리 알레이누스Audrey Alleinus.”

 

  “반갑소, 아가씨.”

 

  세 프롱혼 중 제일 키가 큰 프롱혼 : 클라이브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나일스보다 굵직했다.

 

  “안녕.” 대시는 할 수 있는 한 희망차게 웃으며 담백하게 대답했다.

 

  “안녕, 귀요미.”

 

  목에 검은 띠무늬가 없는 프롱혼 : 오드리가 말했다.

 

  “잠깐 실례 좀 할께.”

 

  “? 무슨-”

 

  “BOO!

 

  오드리가 앞쪽으로 몸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대시는 주춤대며 고개를 뒤로 뺐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덕에 온몸을 우스꽝스럽게 내빼진 않았다. 그저 오드리를 굳은 눈으로 응시했다.

 

  오드리는 실망과 흥미가 섞인 복잡한 웃음을 내보였다.

 

  “수동적이야.......그래도 행동거지가 마냥 가볍진 않은 것 같아. 뿌리가 깊어.”

 

  “레인보우 대시.”

 

  클라이브는 옆에서 일어나는 소동에 아랑곳 않은 채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얘 성격은 어떨지 확실히 알겠군. 대시는 남몰래 생각했다.

 

  “아가씨는 페가수스임에도, 평범한 페가수스들이 섣불리 해낼 수 없는 것을 우리에게 청하셨소. 아가씨는 마법을 부릴 뿔이 없음에도, 우리가 아가씨 당신에게 프롱혼의 마법을 하사해줄 것을 청하셨소. 아가씨는 당신 자신의 영혼과 그 존재에 우리가 간섭해줄 것을 청하셨소. 아가씨는 당신 앞에 당신 자신의 실존에 대한 진실을 내보여주기를 청하셨소. 이 모든 요청들의 의미를, 아가씨는 완전히 이해하고 계시오?”

 

  대시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 돌아가도 돼.

 

  그녀의 머릿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이 프롱혼들은 친절하고 현명해. 이미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네 한계를 가늠했을 거야. 여기서 거절해도 이들은 널 얕잡아 보지 않아.

 

  이제 한계 고도다. 푸른 날개가 진동하듯 떨리며, 하늘에 무지갯빛 유성을 그려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택권은 여전히 그녀에게 있었다. 여기서 천천히 고도를 낮출 수도 있었다. 날개를 조금만 펴면 될 일이었다.

 

  선택권은 분명히 그녀에게 있었다.

 

  두려움을 피할 수 있는 선택이.

 

  천천히? 조금만?

 

  푸른 페가수스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건 내 성미에 안 맞아.

 

  “진작 이해하고 있었어. 난 다 각오하고 온 거라고.”

 

  클라이브는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였다.

 

  “만약 오늘 밤 아가씨가 성공하더라도, 아니, 더 정확히는, 만약 오늘 밤에 아가씨가 성공해낸다면, 아가씨 당신은 이전과 같은 존재일 수는 없을 거요. 그걸 받아들일 수 있소?”

 

   “당연하지.”

 

  클라이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릴 따라오시오.”

 

  그와 오드리는 한 몸인 양 함께 몸을 돌려 터널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일스는 대시의 옆에 섰고, 둘은 비슷한 보폭으로 클라이브와 오드리를 따라갔다.

 

  “말해 주시오, 레인보우 대시 아가씨.”

 

  앞서 가던 클라이브가 어깨 너머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퀘스트리아에서 아가씨의 동족들은 폭풍을 지휘하고 날씨를 만들 수 있지 않소? 평범한 페가수스들이 번개로 할 만한 게 있소?”

 

  “, 그거?”

 

  푸른 페가수스가 입을 열었다.

 

  “글쎄, 으음, 대부분의 페가소스들은-”

 

  “페가수스들, 아닐까.” 오드리가 끼어들었다.

 

  “그래, 맞아. 뭐든 간에.”

 

  익숙한 지적이었다. 대시는 능숙하게 그것을 일축했다.

 

  “어쨌든, 페가수스들 대부분은 자연에서 생긴 번개를 다룰 줄만 알지 만들 줄은 몰라. 번개가 치면, 모양을 바꾸고 방향을 바꾸고 강도를 조절할 순 있지. 번개구름을 뒷발로 차서 말야. 그리고 페가수스 여럿이 모이면 번개의 궤적을 유도할 수도 있고.”

 

  “하지만, 번개를 만들진 못한단 거요?”

 

  “.......”

 

  대시는 고개를 숙였다.

 

  “하나.......만들 줄 아는 포니가 있긴 있었지. 내가 아주 어릴 때야. 그 페가소스 말고는 하나도 못 봤어.”

 

  세 프롱혼들은 눈빛을 교환했다.

 

  “.......잘 알겠소.”

 

  클라이브가 말했다.

 

  “아가씬 우리와 당신네 종족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다소나마 이해하고 있구려. 우리 프롱혼들은 번개를 만드오.’ 고향 대륙의 드넓은 대지에서 우리의 역사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그랬소. 우리는 번개를 만들어 그 주변에 거대한 여름 폭풍을 일으켰소. 우리는 번개를 만들어 죽거나 말라비틀어진 식물들을 불태워 새로운 생명이 움돋을 수 있는 대지를 일구었소. 그런데 아가씬 번개를 만들기 위한 대가로 무엇이 따르는 지 아시오?”

 

  “나일스가 그런 얘기를 좀 해줬던 것 같은데.......몽환시에 들어간다거나, 존재 자체로 뭘 해야 된다거나 하는 거랑 관련이 있는 거야?”

 

  “몽환시는 존재가 비롯되는 곳이오.”

 

  나이든 프롱혼이 말했다.

 

  “난 친애하는 나일스보다 조금 더 긴 세월을 살아왔고, 그만큼 몸도 성치 않소. 그래서인지 최근 몇 년 간 몽환시의 영원을 거니는 날들이 많아졌소. 몽환시는.......아래와, , 그리고 주변.......존재하는 모든 것이오. 한낱 삶뿐 아니라, 몽환시에 닿는 모든 것들이 몽환시로부터 시작되오. 창조의 아버지들도 몽환시에 있소. 우리 필멸체들은 내면을 각자의 마음과 영혼으로 채우기 때문에 몽환시가 우리 안에 들어올 수 없는 거요. 하지만 우리가 잠에 듦으로서 정신을 고요하게 만든다면, 몽환시가 우리 안에 들어오고 우리도 몽환시 안에 들어갈 수 있소. 그 경지에 이르면, 우리가 몽환시에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몽환시가 우리를 움직이게 되오. 이게 중요한 것이외다.”

 

  일행은 석벽 앞에 멈추었다. 터널의 끝에 다다른 것이었다. 석벽은 두껍고 선명한 검은 선으로 그려진 소용돌이무늬로 뒤덮여 있었다.

 

  “번개를 움직이는 건 아가씨 당신이 강제할 수 있는 게 아니오. 번개가 먼저 아가씨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오. 그러면 몽환시의 뫼와 골이 함께 움직일 것이니, 바로 그 때가 되면.......번개가 나타날 것이오.”

 

  번개 두 줄기가 클라이브의 양 뿔을 휘감으며 분출되었다. 석벽에 내리쳐진 그것들은 대기를 물고 할퀴며 암석 위에서 용틀임하더니, 석벽에 새겨진 소용돌이무늬를 하얀 빛으로 채우고 사라졌다. 그러자 석벽이 천천히 땅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천둥 같은 굉음이 대시의 귓가를 때렸다.

 

  석벽 뒤에는 또 다른 넓은 방이 있었다. 이 방의 벽과 천장 역시 소용돌이무늬와 역동적인 지그재그를 그리는 형형색색의 번개 무늬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방에도 빛을 내는 크리스탈들이 있었는데, 햐얀 빛을 뿜던 이전의 것들과는 다르게 강청색의 선명한 빛을 뿜으며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방의 가장 뒤편에는 맑고 작은 연못이 있었다. 방의 한 가운데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옆엔 희미한 파란빛을 발하는 길쭉한 크리스탈들이 쌓여 있었다. 벽의 모서리에는 점토로 만들어진 냄비들이 놓여 있었다.

  나일스는 걸음을 늦추었다. 그의 뿔에서 분출된 번개가 땅 속에 들어간 석벽을 내리쳤다. 석벽은 천둥소리를 내며 다시 솟아올라 입구를 막았다.

 

  “레인보우 대시.”

 

  클라이브가 입을 열었다. 대시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오.”

 

  대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물어봐.”

 

  “무엇을 원하오?”

 

  “.......” 푸른 페가수스는 대답을 머뭇거렸다.

 

  오드리는 방 한가운데에 있는 구멍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파란 크리스탈 하나를 물어들더니 구멍 안으로 떨어뜨렸다.

  

  “무엇을 원하오?”

  

  “.......” 대시는 말문이 막혔다.

  

  내가 원하는 게 뭐지? 가장 바른 거? 가장 용감한 거? 최고가 되는 거? 원더볼츠에 입단하는 거?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구하는 거? 사랑에 빠지는 거?

  

  “.......”

  

  크리스탈이 떨어진 구멍에서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순식간에 천장에 닿아 바닥으로 흘러내렸고, 그 사이에도 구멍에서 새로 나온 연기와 만나 구름으로 화()했다. 구름은 천천히 세를 불리며 조금씩 방을 집어 삼켰다.

 

  “무엇을 원하오?”

 

  클라이브가 대시에게 정면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대시는 뒤에서 가까워지는 발굽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측면에선 오드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

 

  연기가 푸른 페가수스를 뒤덮었다. 대시의 숨소리가 가빠졌다.

 

  “..............원하는 게 너무 많아.......”

 

  무엇을 원하나.

 

  연기가 대시를 완전히 집어 삼켰다. 아주 희미하지만 기분 좋은 향이 느껴졌다. 몸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몽롱해졌다.

 

  “나아-.......” 그녀는 발음을 길게 늘이며 웅얼댔다.

 

  무엇을 원하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폐에 연기가 가득 찬 것 같았다.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다.

 

  무엇을 원하나.

 

  눈꺼풀이 미끄러지듯 닫히고, 푸른 페가수스는 무거운 연기에 짓눌려 어둠 속에 잠겼다.

 

-

 

  눈을 뜨자, 칠흑이다.

 

  레인보우 대시는 이상함을 느낀다. 평소보다 몸무게가 가볍게 느껴지는 것 같다. 사실, 가벼운 걸 넘어서 아무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우와아!

 

  비명을 지른다.

 

  갈기, , 발굽, 날개를 비롯한 온몸이 강청색으로 반짝인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오직 그녀의 몸만이 빛을 발한다.

 

  깜짝 놀란 대시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친다. 발굽이 지면을 디디는 동작을 취할 때마다, 거기서 시작된 빛의 파문이 공허한 영원 속을 맥박처럼 퍼져나간다. 파문은 색깔의 선-하얗거나 검은 곡선들인데, 그 선들 사이엔 지성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색들이 얼룩져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만큼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녀는 다시 공허한 어둠 속에 홀로 남는다.

 

  무엇을 원하나.

 

  고개를 든다. 대시는 자신의 앞, 칠흑 속에 서 있는 세 프롱혼을 본다. 하나는 금색, 하나는 회색, 하나는 초록색이다.

 

  “번개는 몽환시이며 동시에 에너지이기도 하오.

 

  초록색의 프롱혼이 클라이브의 목소리로 말한다.

 

  “번개는 몽환시와 물질세계를 오고 갈 수 있소. 그것엔 명령할 수 없소. 오직 인도될 뿐이지.

 

  “너 자신이 인도되길 바라야 해. 그래야 번개도 너에게 인도될 수 있어.

 

  금색의 프롱혼이 말한다. 이것은 오드리의 목소리다.

 

  “번개와 네가, 육신과 정신 모두의 내면에서 함께 움직여야 해.

 

  회색의 프롱혼은 나일스다.

 

  “이제 우리가 그 방법을 알려 줄 거야.

 

  무엇을 원하나.

 

  세 프롱혼 모두 사라진다.

 

  반짝이는 푸른 페가수스는 검은 모래와 검은 바위로 이루어진 검은 사막의 한복판에 서있다. 모든 물체는 방대한 어둠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테두리만은 삭막하리만치 하얗다.

 

  그녀는 천둥 같은 발굽 소리를 듣고 전방을 주시한다. 뼈가 떨리기 시작한다.

 

  거대한 버팔로Buffalo 떼가 지평선을 뒤덮으며 그녀를 향해 달려온다.

 

  그녀가 생각하길, 문제없어, 그냥 날면-

 

  그러나 그녀는 멈춘다. 뭔가 이상하다. 어깨 너머를 돌아본 그녀는 깜짝 놀라 자지러진다.

 

  날개가 없잖아!

 

  이제 그녀는 일개 어스 포니와 다를 게 없다. 버팔로들의 우레 같은 돌진이 점점 가까워진다. 그녀, 대시는 패닉에 빠지기 시작한다.

 

  “왜 두려워하지?

 

  목소리가 묻는다.

 

  대시는 고개를 돌린다. 평온히 서 있는 오드리가 보인다.

 

 

 

 

  “장난해? 버팔로 떼가 몰려오고 있잖아! 바로 이 쪽으로! 날 뭉개버릴걸! 우린 다 죽을 거야!

 

  “난 저들이 두렵지 않은데.

 

  프롱혼은 버팔로들의 패닉-런을 무심히 지켜본다.

 

  “넌 왜 두려워하지?

 

  “날아서 피할 수가 없으니까!

 

  겁먹은 대시는 앞발굽을 지면에 내리치며 소리친다.

 

  “땅에 발이 묶였다고!

 

  “지면에 발이 묶였다고 네가 죽게 되진 않아.

 

  오드리가 말한다.

 

  “간단해. 무리 사이를 지나갈 길을 찾아봐.

 

  “길 같은 소리 하네!완전히 공포에 질린 대시는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른다.

 

  “바로 해결책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면, 없지.

 

  오드리는 표현을 바로잡는다.

 

  “사실, 그런 길은 대체로 없어. 하지만 편리한 길이 없다는 게 아무 길도 없다는 뜻은 아니지. 우회로는 언제나 있어. 간단하지도 않고 명확하지도 않아. 관찰력과 인내심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거지. 그리고 주로, 간단하고 올곧은 길이 이끄는 곳보다 탁월하고 효과적인 성과로 이어져.

 

  레인보우 대시는 아무 말도 않는다. 그녀는 달려오는 버팔로 무리를 죽 훑어보며, 깊은 숨을 내쉰다.

 

  “우회로를 찾아.오드리가 그녀의 귀에 속삭인다.

 

  대시가 오드리에게 고개를 돌릴 때, 그녀는 이미 없다. 대시는 다시 무리를 바라본다. 그녀의 직감이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본능적인 육감이 꼬리를 말고 도망칠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그런 식으론 이 패닉-런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그녀는 알고 있다.

 

  대시는 멈춘다. 억지로나마 호흡을 진정시킨다. 안정을 되찾은 장밋빛 눈동자가 지배적인 시선으로 패닉-런을 굽어본다. 내달리는 무리 사이로 들어갈 입구, , 통로를 살핀다.

 

  마침내 그녀는 유달리 커다란 두 황소 사이에 있는 틈을 발견한다. 앞발굽으로 지면을 구르고, 그녀는 냅다 돌진한다.

 

  공포가 다시 엄습해온다. 대시는 거의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지금 뭔 짓을 하는 거지? 뭘 하긴! 저 덩치들의 패닉-런에 정면으로 내달리고 있지!

 

  그녀는 공포를 억누른다. 발견했던 틈을 정확히 파고들기 위해 주력(走力)을 더한다. 달려오는데 마주 달려가니, 버팔로 무리는 순식간에 그녀의 지근거리까지 육박한다.

  그녀는 좌측으로 급하게 몸을 틀며 모래밭을 건넌다. 수많은 발굽들이 대지를 뒤흔드는 가운데, 유일한 틈으로 푸른 몸뚱이를 밀어 넣는다.

  그녀는 계속해서 앞으로 달린다. 이제 온 사방에 버팔로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녀가 달리던 줄은 날뛰는 들소들에 의해 가로막힌다. 이삼초 간 몸을 멈추고 살피니 두 개 이상의 틈이 더 보인다. 그녀는 길의 측면 구석에서 달리다가 우측으로 급하게 몸을 꺾어 새로운 틈을 통과한다.

  그녀는 그 길로 한동안 달리지만, 곧 버팔로들로 이루어진 묵직한 벽과 정면으로 마주친다. 짓밟혀 죽는 것 외에는 나아갈 길이 없어 보인다. 그러다 문득, 버팔로가 뛰어넘은 작은 나무 그루터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녀는 길의 측면 구석으로 가서, 몸을 최대한 비틀어 그 버팔로들 사이를 통과한다. 그동안 다음 줄의 버팔로-벽이 돌진해온다. 그녀는 돌아볼 것도 없이 작은 그루터기를 향해 내달린다. 들소 또한 날카로운 뿔이 달린 머리를 앞으로 들이밀며 그루터기로 돌진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그녀는 온몸을 지면에 낮게 붙인다. 그 순간 들소가 그루터기를 뛰어넘고, 그녀는 등 뒤로 스쳐지나가는 투박한 발굽의 끄트머리를 느낀다. 그녀의 배는 그루터기의 거친 뿌리에 찰과상을 입는다.

 

  그녀는 검은 사막의 검은 모래밭 위를 구른다. 빛나는 푸른 몸뚱이가 빛나는 파란 발굽을 바싹 그러안고 경련하듯 숨을 헐떡인다. 그녀는 앞을 본다. 텅 빈 흑백의 사막만이 보인다. 이번엔 뒤를 본다. 계속 달려가는 버팔로 무리가 보인다. 무리는 빠르게 멀어져간다.

 

  레인보우 대시는 호흡을 가다듬고 겨우겨우 한숨을 내쉰다.

 

  무엇을 원하나.

 

  다음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사막에 있지 않다. 사막과는 달리, 이번엔 어디에나 물이 있는 곳이다.

 

  그녀는 수평선 어디에도 육지가 보이지 않는, 시커먼 망망대해 한 가운데에 있다. 온 사방에서 파도가 밀려온다.

 

  이번에도 그녀에겐 날개가 없다. 파도보다 공포가 먼저 그녀를 덮친다.

 

  나 수영할 줄 모르는데!

 

  대시는 물속에서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인다. 첨벙대는 소리와 함께 일어난 파문이 짭조름한 영역 널리 퍼진다. 그녀는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턱밑에서 싸늘하게 넘실대는 공포가 이따금씩 입안에까지 들어온다.

 

  지독하게 짜다.

 

  그녀는 물속에서 빙빙 돌며 바다 속 깊이, 더 깊이 가라앉는다. 그녀의 아래에는 시커먼 바다 밑바닥이 있다. 울퉁불퉁한 검은 암석들이 검은 모래밭 위에 쌓여 있다. 검은 퇴적물들의 틈 사이에 검은 산호들이 불쑥 튀어나와있다.

 

  겁먹은 그녀는 무력하기만 하다. 꼬리를 흔들고 사지를 버둥대며 다급하게 주변을 살핀다. 그녀는 완전히 밑바닥에 닿는다.

  

  “가라앉지 않으려 하면, 가라앉게 될 것이오.

  

  근처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물속인데도 똑똑히 들린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바다 밑바닥의 모래밭 위에 평온하게 서 있는 클라이브를 발견한다. 빛나는 초록빛이 그녀를 둘러싼 검은 심해를 밝힌다.

  

  대시는 말할 수 있음을 깨닫자마자, 나 수영 못해!라고 빽 소리친다. 냉정을 잃은 그녀는 호흡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왜 그리 발버둥 치시오? 바다는 평온하오. 피해야 할 폭풍이 오는 것도 아니지 않소?

   

  “.......나 너무 무서워.......제발 나 좀 도와줘!

 

  클라이브는 눈썹을 치켜 올린다.

 

  “저항해야 한다면, 저항해야 하오. 싸워야 한다면, 싸워야 하오. 허나 그러지 않아야 할 때는.......그러지 마시오. 몸을 내맡기는 자신의 모습을 허()하시오.

 

  늙은 프롱혼은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는다.

 

  “가라앉지 않으려 하면, 가라앉게 될 것이오. 평온해지시오.......그리하면 떠오르리다.

 

  대시는 두 눈을 질끈 감는다. 다시 눈을 뜨자 클라이브는 이미 없다.

 

  “--떠올라라.

 

  그녀의 속삭임에서 두려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그녀는 의식적으로 움직임을 멈춘다. 사지가 서서히 멈춘다. 꼬리마저도 움직임을 멈춘다. 그녀는 호흡마저 죽인 채 완전히 정적인 상태가 된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는다.

 

  몸이 부상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한다.

 

  그녀의 등이 수면을 부순다. 보송보송한 대기가 느껴진다.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눈을 뜬다.

 

  그녀는 떠 있다.

 

  “됐다! 해냈어!

 

  그녀는 환호성을 내지른다.

 

  무엇을 원하나.

 

  그녀는 더 이상 바다에 있지 않다. 이제 나무의 두터운 가지 위에 서 있다. 처음엔 그녀는 자신이 특별히 큰 나무의 특별히 튼튼한 가지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시선이 이파리에 닿는다. 굉장히 큰, 심지어 그녀보다도 큰 단풍잎이다.

 

  가지가 튼튼하거나 한 게 아니야.

 

  그녀는 뒤늦게 눈치 챈다.

 

  내가 엄청 작아진 거야.

 

  그녀는 주변을 살피다 위를 바라본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나무는 생각보다 더 높고, 가지들은 시야 너머까지 위로 뻗어 있다. 나뭇잎들은 전부 하얀 색이다.

 

  갑자기 불어온 산들바람이 대시의 발굽을 낚아챈다. 공황 상태에 빠진 대시는 다리 네 개를 총동원해 가지를 감싸 안는다. 이제 그녀는 아래쪽을 볼 수밖에 없는 자세가 된다. 아득히 아래에 있는 지면으로부터 솟아오른 공포가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다.

  이번에도 대시에겐 날개가 없다. 파이어 플라이에게 구름 밖으로 밀쳐졌을 무렵, 망아지였던 그 무렵으로 돌아간 기분을 느낀다. 그녀의 삶에 언제나 함께 해온 두려움, 공포가 시작된 최초의 순간이다.

 

  “떨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마.

 

  목소리가 말한다. 그녀는 고개를 돌린다. 나일스가 커다란 이파리 위에 서있다. 그는 오후의 티타임에서 수다를 떠는 것처럼 평온해 보인다.

 

  “-그치만.......날개도 없이 떨어지면.......난 죽을 거야!

 

  대시가 울상이 되어 외친다.

 

  나일스는 고개를 젓는다.

 

  “너 자신을 내맡긴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그는 상냥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산들바람이 또 다시 불어온다. 거대한 단풍잎들이 바람에 날려 가지에서 떨어진다. 그것들은 어둠에 물든 하늘에서 대기를 가르며 빙빙 돌더니, 이내 평화로이 살랑대며 지면으로 낙하한다.

 

  “이 나뭇잎들을 생각해봐. 나뭇잎들은 텅 빈 공간을 유영하며 날개 없이 떨어지지. 그래도 시간에 맞춰서, 아무 문제없이 지면에 닿잖아. 바람이 받쳐주기 때문이지. 나뭇잎들도 바람의 인도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이고.

 

  또 다른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나일스가 서 있는 잎이 바람에 날려간다.

 

 

 

 

  “너 스스로가 바람 위의 나뭇잎이 되어야 해.

 

  이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바람에 날려 시야 밖으로 사라진다.

 

  바람이 스산한 하울링을 낼 때마다 주변의 이파리가 하나 둘 떨어진다. 레인보우 대시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녀는 가지에 더 단단히 몸을 붙인다. 지면은 너무 멀다.

 

  그녀는 나일스가 한 말을 생각한다.

 

  “받아들여라.

 

  그녀는 속삭인다. 바람이 더 강하게 불어온다. 가지를 붙들고 있던 다리에서 힘이 풀린다. 바람이 그녀를 가지에서 떨어뜨린다.

 

  광대한 대기를 가르며 빙빙 돌던 그녀는 네 다리를 넓게 펴며 몸을 납작하게 만든다. 그녀 나름대로 이파리 같은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바람이 그녀를 감싼다. 아래에서 불어온 바람이 그녀를 들어올리고, 그 주변에서 맴돈다. 그녀의 몸이 회전한다. 나무를 보고 하늘을 보고 다시 나무를 본다. 생각만큼 끔찍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그녀는 몸을 뒤집어 지면을 바라본다. 지면이 가까워질수록 낙하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다.

 

  강한 바람이 그녀를 연못의 표면으로 인도한다. 발굽이 그 위를 스친다. 이제 그녀는 제 자신을 완전히 바람에 내맡긴다. 그녀는 바람이 인도하는 대로 향한다.

 

  바람은 그녀를 연못의 다른 쪽에 내려놓는다. 그녀는 발굽 아래에 디딜 대지가 있음에 감사하며 부드럽게 착륙한다.

 

  무엇을 원하나.

 

  세 프롱혼들이 다시 그녀의 주위에 선다.

 

  “무엇을 원하오?클라이브가 묻는다.

 

  “.......

 

  “무엇을 원하지?오드리가 묻는다.

 

  난 엄청 많은 걸 원해. 그치만, 그것들 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들일까?

 

  “무엇을 원해?나일스가 묻는다.

 

  내가 원하는 게 뭘까? 뭐가 되겠다고 맨날 떠들어대긴 했지. 하지만 거기에 진심을 담은 적이 있던가?

 

  앞에 선 프롱혼들이 그것을 묻는다. 그녀는 그들을 똑바로 마주본다.

 

  “난 무엇을 원해야 하지?

 

  묻는다.

 

  나일스는 눈썹을 동그랗게 뜬다.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생각한다.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서 무지갯빛이 반짝인다. 몽환시가 주변에서 맥동한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느낀다. 수많은 삶이 있다. 일부는 몽환시의 안에서, 또 일부는 밖에서, 또 일부는 둘 모두에서.

 

  존재가 너무도 많다.

 

  많다. 너무도. 존재가.

 

  “.......

 

  마침내, 대답한다.

 

  “........되고 싶어.......

 

  프롱혼들이 미소를 짓는다.

 

  “안녕, 대시.

 

  영체(靈體) 상태임에도, 레인보우 대시는 목구멍이 조이는 것을 느낀다. 그녀의 영체가 떨린다. 아는 목소리다.

 

  그녀는 눈앞에 있던 프롱혼들이 다시 사라졌다는 사실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천천히, 매 순간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며, 그녀는 뒤를 돌아본다.

 

  그녀의 뒤엔 페가수스 포니가 서 있다. 몽환시의 다른 것들과는 달리, 그 페가수스는 어떤 색으로도 반짝이지 않는다. 그녀의 털색은 핫핑크 색이고, 갈기와 꼬리는 밝은 파란색이다. 양 쪽 엉덩이에는 두 줄기의 푸른 번개가 각각 그려져 있다. 눈동자는 라벤더 빛이다.

 

  대시는 뒤로 물러선다.

 

  “, 당신은, 진짜가 아냐.

 

  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다.

 

  “몽환시가 보여주는.......뭔가 다른 거겠지. 당신은.......

 

  장밋빛 눈동자가 눈물로 일렁인다.

 

  “당신은 진짜가 아냐!

 

  “대시.

 

  파이어 플라이가 천천히 앞으로 다가오며 말한다.

 

  “대시, 레인보우 대시. 내 눈을 봐. 날 봐.

 

  반짝이는 푸른 페가수스는 그 말에 따른다.

 

  “내 눈을 봐, 대시. 절대 너한테 거짓말 안하겠다고 약속했었지. 실제로 그랬고. 앞으로도 안 그럴 거야. 너한텐 나에 대한 어떤 것도 거짓말 하지 않아.

 

  그녀는 대시를 향해 활짝 웃는다.

 

  “나야, 대시. 오랜만이구나.

 

 

by firestorm-can from deviantart

 

  대시는 눈물을 흘리며 핫핑크색 페가수스에게 달린다. 그녀는 파이어 플라이에게 머리를 기대고 울음을 터트린다.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마음으로, 그녀는 온힘을 다해 머리를 문지른다.

 

  “보고 싶었어! 당신이 엄청 보고 싶었다구!

 

  “나도 그랬어.

 

  파이어 플라이가 대시의 볼을 발굽으로 쓰다듬는다.

 

  “내 용감한 작은 대시.......정말 많이 컸어. 그리고 강해졌구나.

 

  파이어 플라이는 조심스레 몸을 떼어낸다. 라벤더 빛 눈동자에 눈물이 맺힌다.

 

  “네가 자라나는 걸 네 옆에서  계속 보고 싶었어. 여기서 줄곧 널 봐오기는 했지만, 직접 보는 거랑은 다를 테니까.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대시가 눈물을 닦으며 잠긴 목소리로 묻는다.

 

  “당신은.......당신은 죽었잖아. 서머랜드Summer Lands에 있어야 하잖아.

 

  “그렇기도 하지만, 여기에 있기도 해. 프롱혼들이 말했잖아. 과거, 헌재, 미래, , 죽음.......몽환시엔 그 모든 것들이 있어. 존재는 끝나지 않지. , 이게 힌트야. 존재는 여기에 있지만, 에너지는 그 쪽에 있지.”

 

  “.......번개!

 

  대시가 소리친다. 번개, 에너지, 존재. 모든 것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들어맞는다.

 

  “바로 그거야.

 

  파이어 플라이가 말한다.

 

  “번개는 존재야. 모든 존재는 몽환시로 이어지고.

 

  그녀는 한숨을 내쉰다.

 

  “내가 직접 가르쳐주고 싶었어. 하지만 이 방법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구나. 날 가르쳐준 이들보다 더 나은 선생이 될 자신은 없었거든.

 

  “그 어떤 포니도 당신보다 좋은 선생이 될 수 없어.반짝이는 푸른 페가수스가 단언한다.

 

  “글쎄. 그럴 수도 있지.......‘포니중에서라면.

 

  핫핑크 색 페가수스는 부드럽게 말한다.

 

  “내가 배워온 것은.......진정한 선생이라면 누구든 자신들의 학생이 자신들보다 더 나아지길 바란다는 거야.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 넌 예전의 나보다 훨씬 나아, 레인보우 대시. 넌 불가능을 해냈고 세상을 구하는데 일조했으며 정말 멋진 친구들을 만들었지. 이제 내가 바라는 건, 언젠가 네 가르침을 받게 될 어린 망아지들이 너와 함께 하게 되는 거야. 만약 그렇게 되면, 그 학생들 중 단 하나만이라도 너보다 나아지기를 바라고 기도하려무나.

 

  “내가 나름대로 나은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

 

  대시가 말한다.

 

  “하지만 당신 같은 포니들 중에서 당신보다 나은 포니는 없었어.

 

  그녀는 자신과 파이어 플라이 모두 옳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건 인정하도록 하지.”

 

  파이어 플라이는 레인보우 대시를 위 아래로 훑어보며 웃음 짓는다.

 

  “이제 넌 준비가 됐어. 넌 해낸 거야, 대시. 이제 깨어날 때야.

 

  “잠깐, 안 돼!

 

  대시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진다.

 

  “제발, 아직 안 돼! 이제 막 봤잖아! 날 떠나지 마!그녀는 울기 시작한다.

 

  파이어 플라이는 대시에게 다가가 상냥하게 코를 비빈다.

 

  “대시. 난 절대 널 떠나지 않을 거야. 널 떠난 적도 없어. 넌 날 볼 수 없고, 난 너와 닿을 수 없지만.......난 네 마음속에 있어, 대시. 언제나 네 뒤에 있어. 난 네 날개를 받쳐주는 바람이야. 너와 늘 함께 있지. 사랑한다. 앞으로도 쭉 사랑할 거고.

 

  그녀는 뒤로 물러선다.

 

  “이해하겠지?

 

  “.......

 

  “대시.

 

  파이어 플라이는 사뭇 진지하게 말한다.

 

  “이해해야 해.

 

  레인보우 대시는 영적인 푸른 눈을 감는다. 그녀는 몽환시의 호흡을 느낀다. 그녀와 함께 숨 쉰다. 몽환시도, 그녀도. 모든 것이. 번개도.

 

  “.......이해해. 언제나 그럴 거야.

 

  반짝이는 푸른 페가수스가 말한다.

 

  “좋아.

 

  파이어 플라이는 천천히 투명해져 간다.

 

  “난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단다.

 

  “나도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어.

 

  대시는 눈을 감으며 말한다. 그녀는 파이어 플라이를 느낄 수 있다. 새로운 감각이 자라난다. 그녀는 애플잭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래리티를 느낄 수 있다. 그녀는 핑키 파이를 느낄 수 있고 플러터 샤이와 트와일라잇 스파클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부모님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스파이크를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애쉬테일과 쉴드 메이든도 느낄 수 있다.

 

  너무도 많은 것들이 느껴진다.

 

  “레인보우 대시.

 

  파이어 플라이가 말한다. 대시는 두 눈을 뜬다. 사라져가는 핫핑크색 페가수스가 보인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해야 해.

 

  대시는 웃는다.

 

  “좋아.

 

  “너는 뭐지?

 

  “너는 뭐지?

 

  “너는 뭐지?

 

  “너는 뭐지?

 

  레인보우 대시는 고개를 드높이 들어올린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야.

 

  몽환시가 사방에서, 사방으로 밀려든다.

 

  모든 염()을 떨쳐낸 마음이 공()을 이룬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평온하다. 영원의 온갖 존재들이 모여 그녀를 감싼다. 태초의 색들이 번져나가며 그녀의 몸을 색 : 존재로 채운다.

 

  그녀는 눈을 감는다. 그녀는 모든 것이다.

 

  번개가 내리친다. 번개는 몽환시다. 색들을 가르고 불태우는, 하얗거나 검은 모든 선들은 번개다. 번개가 소용돌이치며 그녀의 몸을 꿰뚫는다. 그녀의 몸에 번개가 가득 찬다. 그녀의 몸이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조각조각 나뉘고 다시 합쳐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녀 그것을 해낸!

 

-

 

  “놀라운 일이로고.”

 

  칠흑이 빠르게 걷혔다. 그 사이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아가씨가 해낸 것 같소만.”

 

  레인보우 대시의 눈꺼풀이 천천히 열리고, 부드럽게 깜박댔다. 페가수스의 예민한 시각은 갑자기 달라진 밝기에 적응할 시간을 필요로 했다.

  연기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본래의 깔끔한 모습을 되찾은 석실에서, 크리스탈들은 여전히 벽에 붙어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대시는 머리를 몇 번 흔들더니, 조금 떨면서도 제 발굽으로 일어섰다.

 

  “괜찮은 거야?”

 

  오드리가 다가와 대시를 부축했다.

 

  “몽환시 여행의 후유증으로 조금 어지러워하는 경우가 더러 있거든.”

 

  “, 괜찮아.”

 

  대시는 잔뜩 쉰 목소리로 웅얼댔다. 그녀의 바로 앞에는 나일스가 서 있었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나일스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그래서.......내가 해낸 걸까?”

 

  “그런 것 같은데.”

 

  프롱혼이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확신은 못하겠지만 말야. 경우가.......다르잖아. 신입 메신저들을 데리고 몽환시 여행을 다녀오던 때랑 같을 수가 없지. 걔들은 프롱혼이고, 넌 포니니까.”

 

  “마지막에 무얼 보셨소?”

 

  클라이브가 물었다. 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대시의 귓가에 선명하게 박혔다.

 

  “우리 인도자들도 그 순간만큼은 보지 못하오.”

 

  대시는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굉장히.......중요하고 소중한 어떤 포니를 만났어.”

 

  그녀는 별 생각 없이 자신의 발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가-

 

  “흐엑!?” -기성을 토하며 펄쩍 뛰어올랐다. 푸른 날개가 부산스레 파닥댔다.

 

  , 내 날개! 돌아왔구나!

 

  대시는 제자리에서 날아올라 공중을 맴돌며 날개의 귀환을 만끽했다.

 

  그러나 이내, 대시의 눈빛이 다시 흔들렸다. 장밋빛 눈동자가 불안스레 제 앞다리를 살폈다. 그녀는 석실 뒤편에 연못이 있었음을 기억해내고 다급하게 그 쪽으로 날아갔다.

 

  연못 앞에 착륙한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고요한 수면에 비추었다.

 

  온몸에 그려진 진하고 두터운 소용돌이무늬가 보였다. 허리와 하체 부근엔 구부러진 양치식물 같은 모양새로 그려진 무늬가 있었고, 엉덩이를 나선형으로 가로지르는 무늬도 있었다. 날개로 올라가는 무늬는 제법 우아해 보이기도 했다. 다리 역시 소용돌이무늬로 덮여 있었고, 목에도 휘감겨 올라가는 무늬가 있었다. , 볼과 귀에도 예외 없이 둥그런 소용돌이무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대시는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그 무늬들 모두를 샅샅이 살폈다.

 

  “이게 다 뭐야?”

 

  “시질Sigil이야.”

 

  모여든 프롱혼들 사이에서 오드리가 말했다.

 

  “번개가 네 몸을 타고 흐르는 길을 표시한 거지. 몽환시가 물질세계의 육신과 통하는 길이기도 해.”

 

  “번개가 몽환시니까. 맞지?”

 

  대시가 말했다.

 

  세 프롱혼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래, 맞소. 그런 셈이지.” 클라이브가 답지 않게 더듬대며 말했다.

 

  “너희가 처음부터 말해줬던 게 그거잖아.” 푸른 페가수스가 말했다.

 

  “사실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는 개념은 아냐.”

 

  나일스가 조심스레 말했다.

 

  “우선 넌 너 자신을 수양해서 더 지혜로워져야 해. 그걸 돕는 게 시질의 역할이고. 시질은 번개가 네 몸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거든. 그렇게 함으로서 네가 몽환시에 가거나, 혹은 다른 누군가를 몽환시로 인도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해주지. 당장은 필요 없겠지만, 일단 알고는 있는 게 좋을 거야.”

 

  “아참,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오드리가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걱정 마, 그거 방수니까.”

 

  “? 그럼 어떻게 지워?”

 

  “포도 젤리를 쓰시오!”

 

  클라이브가 해맑게 말했다. 대시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이오. 포도 젤리가 필요하오. 목욕할 때 포도 젤리를 시질 위에 문대 보시오. 남은 젤리는 프롱혼 특제 머핀과 오렌지 주스에 곁들여 먹어도 좋소.”

 

  “너희들 진짜 이상하다!”

 

  대시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쿨하지만 말야.”

 

  “그럴까?”

 

  나일스가 말했다.

 

  “직접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대시는 그 말의 의미를 단박에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곧 깨닫고는, 몇 번 심호흡을 했다.

 

  존재는 번개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번개는 존재다. 번개는 몽환시고 몽환시는 모든 것에 있다.

 

  호흡이 느려졌다. 그녀는 번개가 오도록 만들지 않았다. 명령하지 않았다. 그저 존재를 내보였다. 그러자 내면의 건너편에서부터 용솟음쳐오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부드럽게, 그녀는 제 마음에 전념했다. 그녀는 자신을 잠시 닫았다가, 왼쪽 발굽을 들고, 자신을 다시 열었다.

 

  눈부시게 하얀 빛의 고리가 앞다리에 휘감겼다.

 

  레인보우 대시는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다른 다리를 들었다. 또 다른 번개의 고리가 나타났다. 그녀는 앞발굽을 맞댔다가 펼쳤다. 벌어진 두 발굽 사이로 번개가 일어났다. 그것들은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타올라 공기를 하얀 빛으로 채웠다.

 

  웃음을 터트리며, 대시는 뒷발굽으로 몸을 일으키고 날개를 펼쳤다. 그녀는 날개도 열었다.’ 모든 깃털 하나하나가 폭죽처럼 스파크를 일으켰다.

 

  대시는 프롱혼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들 모두 요란하게 발굽을 구르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아주 잘했어!”

 

  나일스는 제 일처럼 기뻐하며 말했다.

 

  “이로서 이 실험에 놀라운 가치가 있었음이 증명된 거라구!”

 

  “다른 조바이Jovai에게도 이걸 말해줘야겠소.”

 

  클라이브가 말했다.

 

  “프롱혼 외의 생물이 프롱혼의 방식대로 배워서 번개를 다룰 수 있게 됐다는 건 내 여태껏 살면서 들어본 적이 없소이다.”

 

  대시는 남몰래 웃었다.

 

  장담컨대, 분명 다른 하나가 더 있었다는 말을 듣게 되겠지.

 

  “축하해, 귀요미!” 오드리가 외쳤다. “이건 무조건 축하해야 할 일이야! 거품주 하나 터트리자!”

 

  “내 침대 밑 어디 구석에 돔 포니뇽Dom Ponygnon이 한 병 있을 거야.”

 

  나일스가 말했다.

 

  오드리의 눈이 세모꼴이 됐다.

 

  “그런 좋은 샴페인을 침대 밑에 뒀다고? 세상에, 그게 뭐하는 짓이야! 못 먹게 만들려고 작정이라도 한 거야? 부끄러운 줄 알아! 샴페인 보관법을 모르는 프롱거라니!”

 

  “말해두겠는데, 난 세계 어딜 가든 내 침대 밑에다 샴페인을 보관했어. 물론, 그것들 죄다 개봉할 때마다 기가 막히게 멋진 거품을 쏴댔지!”

 

  “조용히 하시오!”

 

  클라이브가 일갈했다. 두 젊은 프롱혼들은 입을 다물었다. 석실이 갑작스런 침묵에 잠긴 가운데, 어디선가 들릴 듯 말 듯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벨소리 같았다.

 

  “알람이 왔소.”

 

  클라이브는 곧장 통로로 달려가며 석실의 입구에 번개를 쏘았다. 입구를 막는 문이 채 다 내려가기도 전에, 그는 문을 펄쩍 뛰어넘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대시는 나일스와 오드리를 바싹 쫓아가며 물었다.

 

  “메세지 알람이야!”

 

  나일스가 설명했다.

 

  “우리는 2주 간격으로 교대 근무를 돌면서 근린 국가의 통치자들을 담당해. 근데 우리는 그런 정규 메세지 서비스 제공 외에도 통치자들한테 마법 벨을 하나씩 주거든. 그 마법 멜에는 우리한테 직통으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마법 수식이 입력되어 있어. 이런저런 이유로 급한 사정이 생긴 통치자들이 있을 거 아냐? 그럴 때 벨이 요긴하게 쓰이지.”

 

  세 생물체들은 터널을 내달렸다. 그들은 곧 몽환시가 천장에 그려져 있는 주 석실에 도착했다. 입구 근처 우측 구석은 조금 전 레인보우 대시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곳이었는데, 바로 그곳에 뾰족한 돌바늘 하나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그 바늘이 떨리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클라이브가 들었던 벨소리의 근원임이 분명해 보였다.

 

  클라이브는 바늘 쪽으로 머리를 기울이고 있었다. 대시는 그의 뿔이 바늘과 같은 주파수로 진동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푸른 페가수스와 두 젊은 프롱혼이 다가오자, 노련한 프롱혼은 고개를 들었다.

 

   “또 공주이외다.”

 

  클라이브가 일행에게 돌아오며 말했다.

 

  “내용도 이전과 같소. 우리 셋 모두가 수행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공주? 셀레스티아 공주님 말하는 거야?” 대사가 물었다.

 

  “그렇소. 공주는 테스니아Tesnia, 드로메도르Dromedor, 살라마르Salamar로 아침까지 메세지가 전달되길 바라고 계시오.

 

  “브웨엑.”

 

  오드리가 기겁을 했다.

 

  “그럼 지금 당장 떠나야 한다는 거잖아!”

 

  그녀는 대시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 -Dashy. 축하 파티는 좀 나중에 해야 되겠다.”

 

  “내가 드로메도르로 가지.”

 

  나일스가 말했다.

 

  “최근엔 매번 짧은 데만 갔었으니까 말야. 이번엔 내가 가장 긴 루트를 맡겠어.”

 

  “살라마르도 제법 멀던데.”

 

  오드리가 나일스에 이어 말했다.

 

  “내가 그 쪽으로 갈게. 거긴 가 본 적 없거든.”

 

  “뭘 하든 좋지만, 보라색 고추만은 먹지 마시오.”

 

  클라이브가 충고했다.

 

  “롱즈Longs들에게 용처럼 생겼다고 말해서도 아니 될 것이오. 그 말 정말 듣기 싫어하는 생물들이니. 여하튼, 그럼 난 테스니아로 가겠소,”

 

  그는 다시 돌바늘을 향해 머리를 기울였다. 오드리와 나일스도 그 옆에 서서 머리를 기울였다. 셀레스티아 공주의 일렁이는 이미지가 바늘에서 반짝거렸다. 그 이미지는 동일한 세 이미지로 나뉘어져 세 프롱혼들의 양 뿔 사이로 이동했다. 이미지들은 그 자리에서 잠시 떠 있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그래서.......셀레스티아 공주님이 뭐라고 하셔?” 대시가 물었다.

 

  “지난 6개월 동안 보냈던 거랑 똑같은 내용이야.”

 

  나일스가 말했다.

 

  “6개월간 공주는 우리를 아주 누더기처럼 굴려댔지. 솔직히 말하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릴 보내고 있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신과 왕과 통치자들에게 여동생의 복귀를 똑똑히 알리고 싶은가봐.”

 

  “아하아앗!”

 

  대시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거 잘 됐네!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선 세상의 모든.......모든 높으신 분들이 루나 공주님에 대해 알았으면 하시는 거야!”

 

  “그렇게만 보기엔 조금 미묘한 구석이 있소. 외교적인 선제조치라고 보는 편이 맞을 거요.”

 

  클라이브였다. 그는 돌바늘에서 몸을 떼고 입구를 향해 발굽을 옮겼다.

 

  “천 년간 셀레스티아 공주 아래에 있던 달의 통제권이 루나 공주에게 반환되는 상황이오. 이런 대격변이 달의 공전 주기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 같소? 크든 작든, 달의 공전 주기에 흠결이 생기리라는 건 분명하오. 그리 되면 대지 위의 여러 국가들이 이퀘스트리아에 불만을 쏟아낼 거고, 셀레스티아 공주는.......그 불만이 자신에게 향하지 않도록 미리 선수를 치는 것이오. 난 그리 생각하오만.”

 

  입구로 향하는 석실에 들어가면서, 클라이브는 뿔에서 번개를 쏘아 올렸다. 암석이 갈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레인보우 대시 아가씨.”

 

  그는 대시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가씨의 성취에 깊이 감명 받았소. 솔직히 성공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소. 아가씨는 시험을 통과한 거요.”

 

  나이든 프롱혼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제 아가씨도 프롱혼 네트워크의 명예 회원이오.”

 

  “정말로?!” 대시가 희열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정말로.”

 

  클라이브가 답했다.

 

  “아가씬 이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프롱혼 네트워크 기착지에 자유로이 들어갈 수 있소. 들어가는 방법은 이미 알 것이라 보오.”

 

  지상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통로가 석실 바닥에 닿았다.

 

  “안녕히. 아가씨의 여정에 행운이 따르길.”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인 뒤, 클라이브는 몸을 돌렸다. 늙은 프롱혼의 모습은 이내 통로 위쪽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잘 있어, 귀요미.”

 

  오드리가 대시에게 코를 비비며 말했다.

 

  “우리 다음에 꼭 와인 같이 마시는 거야! 약속! , 이제 우린 서로 볼트밖에 안 떨어져 있지! 이퀘스트리아로 돌아가도, 한 번 번쩍하면 다시 여기 올 수 있어!”

 

  “꼭 그럴게!”

 

  대시도 오드리에게 코를 비볐다.

 

  “근데, , 위험한 데 가는 건 아니지? .......클라이브가 롱즈가 어쩌구 했었잖아.”

 

  “당근이징!”

 

  오드리가 말했다.

 

  “그럼-이만! BOO!” 그녀도 클라이브처럼 통로 위로 사라졌다.

 

  이제 나일스만 남았다.

 

  프롱혼과 페가수스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프롱혼 : 나일스는 웃음을 지었다.

 

  “여기서 내가, ‘네가 해낼 수 있을 거란 걸 알고 있었어라고 말한다면, 그림이 참 아름다워지겠지.”

 

  그는 쭈뼛대면서도 말을 이었다.

 

   “근데 실은 말야, 네가 해낼 수 있을지 의심했던 순간들이 있었어. 미안해.”

 

  “, 뭔 소리야!”

 

  레인보우 대시가 말했다. 그녀는 나일스에게 달려가, 그의 가느다란 코에 자신의 코를 비볐다.

 

  “이번 일이 나한테 얼마나 의미가 컸는지 모를 거야. 네 덕에 오늘 정말 오래된 빚을 하나 갚았거든.”

 

  “오래된 빚이야 말로 가장 먼저 갚아야 할 빚이지. 나도 이번에 배웠어.”

 

  나일스가 통로를 오르며 말했다. 레인보우 대시는 그를 따랐고, 그는 바쁜 걸음을 계속했다.

 

  “너랑 시간 날 때 만날 수 있기를 바래. 난 적어도 2주에 한 번,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은 캔틀롯에 들르거든.”

 

  “조만간 캔틀롯에 꼭 좀 들러봐야겠네.”

 

  대시가 말했다.

 

  “네 여행기를 듣는 게 정말 좋거든....... 근데 이번엔 어디로 간댔지?”

 

  “드로메도르!”

 

  나일스가 명랑하게 외쳤다.

 

  “낙타들의 땅이지! 엄청 덥고 모래 많고. 오래된 석조도시들과 요상한 신들의 조각상들이 사방에 널린 곳이야. 너도 언제 한 번 가봐!”

 

  두 생물은 달빛에 물든 밤하늘 아래로 돌아온다. 부드러운 미풍이 은빛 들판을 쓰다듬는다.

 

  나일스는 대시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그녀가 통로에서 완전히 발굽을 떼자 번개를 쏘았다. 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기착지의 출입구가 원형 석판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럼.”

 

  나일스가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은 이걸로 작별인 것 같네.”

 

  “그렇-지 않아 잠깐만아이런제길!”

 

  대시는 두 눈을 치켜뜨며 비명을 질렀다.

 

  “베네보레! 베네보레 갖다 준다고 하지 않았었어?”

 

  “시간이 나면 갖다 준다고 그랬었지.”

 

  프롱혼 네트워크의 메신저가 말했다.

 

  “미안해, 대시. 우리 임무에서 공식적으로 제일 우선시 되는 건 통치자들과 귀족들이야. 난 여기에 따라야 해.”

 

  “, 하지만 우린 네가 필요한데!”

 

  푸른 페가수스는 허둥대며 물었다.

 

  “너 말고 누가 베네보레를 시간 내에 가져다줄 수 있겠어?”

 

  나일스는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있잖아, 레인보우 대시. 이제 넌 우리만큼 빨라.”

 

  “하지만.......난 아직 초짜잖아.”

 

  “괜히 뜸 들일 필요 없어. 지금의 넌 충분히 준비되어 있거든. 그리고 넌 내가 아는 프롱혼들보다 더 용감해.”

 

  나일스가 말했다.

 

  “네 친구 분들은 너 같은 친구를 둔 걸 감사해야 한다구, 레인보우 대시.”

 

  대시는 한숨을 내쉬었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사라졌음이 그녀를 못내 슬프게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녀는 나일스를 올려다보며, 희미하게나마 웃어보였다.

 

  “날 믿어줘서 고마워.”

 

  “의심했었대두 그러네.”

 

  나일스가 발굽사레를 쳤다.

 

  “넌 무엇보다도 네 자신을 믿었어. 결국 차이를 만든 건 그거였고.”

 

  대시의 웃음이 더 커졌다.

 

   “잘 가, 나일스. 고마워.”

 

  “제 영광이지요, 레인보우 대시 양.”

 

  나일스가 말했다. 그는 대시의 앞다리를 잠아 들고,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의 발굽에 입을 맞췄다. 그리곤 곧장 남쪽을 향해 달려 나갔다.

 

  “기억해!” 나일스가 전방으로 몸을 기울이며 대시에게 외쳤다.

 

  “세상이 혼란에 빠질 때, 이걸 기억해 : 평정을 유지하고.”

 

  그는 고개를 낮췄다.

 

  “인내하는 거야.”

 

  발굽에서 스파크가 반짝거렸다.

 

  “그리고 번개에 올라!”

 

  새하얀 빛이 폭발하며 대시의 시야를 가렸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한 줄기 번개가 길게 이어지며 들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번개는 순식간에 멀어져갔고, 그녀가 또 한 번 눈을 깜빡이고 나자 이미 사라져 있었다.

 

  레인보우 대시는 몇 분간 정적 속에 머무르다, 아스라이 보이는 동쪽의 드라켄리지 산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시질로 덮인 발굽을 내려다보았다. 푸른 페가수스의 입가에 개구진 미소가 떠올랐다.

 

  한 번 해보자고.

 

  대시는 몸을 완전히 동쪽으로 돌렸다. 날개를 옆구리에 바싹 붙인 채,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같은 템포로 내쉬었다.

 

  장밋빛 눈동자가 깜빡인다. 서서히 감았다가 부릅떠진다. 느꼈던 것을, 마음에 남았던 것을 떠올린다. 파이어 플라이의 말. 번개는 존재다. 모든 우주가 번개였고- 번쩍이는 번개는 실처럼 뽑혀 번개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대시는 세상을 가로지르는 자신만의 실을 그렸다. 그녀는 스스로로 하여금 더 많은 실을 그려내도록 했다. 그러자 번개가 다가왔다. 그녀는 영혼을 개방했다. 다리 아래에서 내달리는 스파크가 느껴졌다.

 

  “난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단다.

 

  레인보우 대시는 자신을 몽환시로 열었고, 그 자체로서의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비틀린 채 숨겨진 길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고요히 떠 있었다.

 

  세상이 새하얗게 타올랐고-

 

  “나는 바람 위의 나뭇잎일지니.”

 

  그것이 왔다. 그녀는 그것을 붙잡고 올라탔다.

 

  대시는 세상보다 빨리 움직였다. 소리보다도 빨랐다. 그녀는 눈을 떴다. 맞바람이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은 진작부터 그녀의 뒤편에 있었다. 온 세상이 흐릿했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정적과 고요를 볼 수 있었다. 짤막한 순간순간들이, 마치 사진들처럼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한번 흘깃거리자 멀리 떨어진 코마가 무리가, 한번 흘깃거리자 거대한 기반암 위의 테치홀름이, 한번 흘깃거리자 웅장하고 견고한 드라켄리지 산맥이, 뒤를 향해 흘깃거리자 그녀가 남기고 있는 하얀 영원의 궤적이 보였다.

 

  대시의 코앞에 드라켄리지 산맥이 있었다. 그녀는 곧장 산을 타고 올랐다. 호흡도 없이, 한 순간에, 몇 초 안에, 몇 번의 심장박동 안에, 더 높이, 더 높이-

 

  대시는 몸을 하늘 쪽으로 비스듬하게 향하며 발굽으로 지면을 박찼다. 휘몰아치는 번개의 서슬에 산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고, 그녀는 그 쪽을 내려다본다.

 

  대시는 영혼을 닫았다. 그러자 번개가 사라졌다. 이제 맨몸이 됐지만, 아직 속도를 잃지 않은 그녀는 여전히 고도 수백 미터 이상의 허공을 나아가고 있다.

 

  아, 나 날개 있었지!

 

  푸른 페가수스는 힘차게 날개를 파닥이며 공중에 떠올랐다.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주변도 둘러보았다.

 

  대시는 드라켄리지 산맥 상공에 있었다. 동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둠에 잠긴 에버프리 숲이 보였다. 그리고 아주 머나먼 곳에, 포니빌의 불빛도 보였다.

 

  분투하며 내달렸던 9일 간의 여정이 단 30초 만에 끝났다.

 

  대시는 입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지금껏 살면서 이 정도로 밝게 웃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다시 영혼을 열고, 자신의 주변에 번개를 그러모았다. 그러나 그 위에 타지는 않았다. 그저 뒤에 남겨두고, 기쁨과 환희에 찬 함성을 터트렸다.

 

  “이이이---예에에에에!!

 

  푸른 페가수스가 하얀 번개를 궤적에 남기며 밤하늘에 솟구친다. 구름을 뚫고 지나가던 그녀는 자신을 따라오던 번개가 구름에 잡히는 것을 느끼고, 영혼을 길게 뻗어 번개가 자신에게 오도록 만든다. 번쩍이는 번개가 그녀에게 부딪혀, 소용돌이와 나선무늬를 그리며 통과하도록 내버려둔다. 그러나 그녀에겐 조금의 상처도 없다. 푸른 몸뚱이가 새하얗게 불타오르면서도 따스하게 빛난다.

 

  마침내 레인보우 대시는 푸른 하늘을 본다.

 

--------------------------------------------------------------------

 

Chapter14. .

 

https://www.fimfiction.net/story/182859/14/its-a-dangerous-business-going-out-your-door/chapter-14

 

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When an accident leaves Twilight Sparkle seriously ill, Applejack, Rainbow Dash, and Rarity must undertake a perilous journey to find her a cure. What adventures await them beyond Equestria's borders?

www.fimfiction.ne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