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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rous Business~Saga/[1부] It's a DB, GOYD.

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13화

by BlackS 2022. 7. 12.

Chapter 13.

 

Written by. Jetfire2012

Translated by. BlackS

 

  “걔가 그러더라니까. 자기네들은 전 세계에 메세지를 배달한대!”

 

  “아 맞나?”

 

  “전 세계래! 상상이 가? 걔는 전 세계를 돌면서 온갖 쩌는 것들은 다 봤겠지! 멋진 생물들은 또 얼마나 많이 만나봤겠냐구!”

 

  “아 맞나?”

 

  “.......내 말 듣고 있긴 해?” 레인보우 대시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아 맞........ 그라모.”

 

  애플잭은 풀을 씹다 말고 멋쩍게 웃으며 대시를 바라보았다.

 

  “미안타, 요 귀염둥아. 방금 뭐라캤노?”

 

  대시는 이를 악물며 목을 긁는 소릴 냈다.

 

  “방금까지, 아침 내내, 얘기하고, 있었잖아! 엄청 쩌는, 생명체를, 어젯밤에, 봤다고! 프롱혼이었다고! 프롱혼! 난 그런 생물이 이 세상에 있는지조차 몰랐어!”

 

  “난 듣고 있었단다, 대시.”

 

  래리티가 말했다. 그녀는 마법으로 담요를 돌돌 말아 접은 뒤 꾹 눌러 압축시켰다. 그리곤 그것을 능숙하게 안장 가방에 집어넣었다.

 

  “확실히, 대단히 흥미롭고 매력적이야.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모든 대륙을 연결해주는 전 세계 대상의 메신저 시스템! 얼마나 정교하게 운용될 지 상상도 안 가.”

 

  애플잭의 귀가 쫑긋거렸다.

 

  “-, 잠만. 쪼매 있어봐라. 짐 메신저라캤나?”

 

  “그럼, 그럼! 지금까지 계속 그 얘기하고 있었잖아!”

 

  푸른 페가수스가 외쳤다.

 

  “내가 어젯밤에 그 메신저 중 하나를 만났었다니까! 이름은 나일스 나이젤러스래! 오늘 밤에 또 만날 거야!”

 

  애플잭은 씹던 풀을 억지로 삼키며 물었다.

 

  “캐서, 갸랑 번개 얘기를 캤다고?”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진지했다.

 

  “그래, 그랬다니까! 그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야!”

 

  흥분에 겨운 대시는 그런 변화를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다.

 

  “나일스가 그러는데, 프롱혼들은 번개를 타고 세상을 돌아다닌대! 그게 또 무지하게 빨라서, 하루 만에 세계일주도 가능하다던데! !!!”

 

  그녀는 희열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나한테 그 방법을 가르쳐줄 수도 있다고 했어! 드디어, 드디어 번개를 조종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된 거라구! , 셀레스티아 님 만만세!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이해할 수 있겠어?! 지금까지 살면서, 평생 동안 기다려왔던 순간이 실현되는 거야!”

 

  대시와는 달리, 애플잭의 얼굴은 점점 분노로 일그러져갔다.

 

  “캐서.......그 번개 타고 댕기는 기, 글케 빠르다 카더나?”

 

  “그래, 지금 내가 하는 말이 그거야!”

 

 

<“그래, 지금 내가 하는 말이 그거야!”>

 

 

  대시는 여전히 신을 내고 있었다.

 

  “하루 만에 전 세계를 돌 수 있다잖아!”

 

  “갸 말대로면, 번갠지 뭐시깽인지 타고 가면 여서 포니빌까지도 순식간이겄네, 그제?”

 

  “그렇지!”

 

  “니 말은 이거제.”

 

  완전히 구겨진 얼굴처럼, 애플잭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루 만에 전 세계를 돌 정도로 겁나게 빨리 댕기는 생명체를 만났다, 근데 니는, 이 철딱서니 없는 가스나야, 니는 갸헌티 한 번도, 아치백 산악지대에 가서 베네보레 좀 구해다 줄 수 없겠심꺼, 란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이거 아이가 지금?”

 

  대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푸른 페가수스의 낯빛이, 그녀 자신의 털색보다도 새파랗게 변했다.

 

  “, ........그게.......생각을 못.......”

 

  “그래! 생각도 못했겄제!”

 

  일갈과 함께, 애플잭은 대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지면에 발굽을 디딜 때마다 흙과 자갈이 맥없이 눌리며 밀려나갔다. 우드득, 하며 풀뿌리들이 끊어지는 소리도 들렸다.

 

  “그저 니 사정에만 정신이 팔리가꼬! 생각도 못했겄제! 나나 래리티나, 트와일라잇도! ! 다 생각 못했겄제!”

 

  대시는 비틀대며 뒤로 물러섰다.

 

  “, 미안해.......”

 

  “니가 쪼매만 덜 이기적이고 덜 애새끼 같았드라믄, 우린 벌써 베네보레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기 아니제, 어쩌면 벌써 포니빌까지 가서 트와일라잇헌티 베네보레를 멕이고 있을지도 모르제! 니가, 니가 그 요상한 번개 치는 꿈에 정신이 팔려 있지만 않았드라믄, 분명 그렇게 됐을 끼다!”

 

  “난 이기적으로 군 적 없어!”

 

  대시는 궁지에 몰린 쥐처럼 빽 소리쳤다.

 

  “.......난 이걸 배워야만 했다고! 그래서 트와일라잇 생각을 못했던 거야! 이건 나한텐 너무 중요한 일이었다고!”

 

  “그기 친구 목숨보다도 소중한 일이드나?”

 

  “애플잭, 저기-”

 

  “아 쫌!”

 

  애플잭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래리티, 니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모르겄나? 레인보우 쟈는 지가 얼마나 멍청한 짓거릴 했던 건지 똑똑히 들어봐야 칸데이! 일케 안하믄 저 가스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를기다!”

 

  “아니, 내 생각엔-”

 

  “래리티!” 애플잭은 더 언성을 높였다.

 

  “나한테 소리 지르지 마!” 래리티도 언성을 높였다.

 

  “넌 이해 못 해.......” 푸른 페가수스는 작은 소리로 웅얼댔다.

 

  “못한다꼬? 다 이해헌다! 아무렴, 다 이해허제! 니가 니 사정 말곤 아무것도 신경 안 쓴다는 거! 그건 확실히 이해헌다!”

 

  애플잭은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검붉은 가죽 갑옷을 입은 채 분노를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은 흉포해 보이기까지 했다. 대시는 겁에 질린 메추리처럼 날개를 오므렸다.

 

  “야 이 가스나야, 이제 와서 말이지만은, 솔직히, 니 첨에 베네보레 구하러 가는 거 왜 하겠다캤노? 트와일라잇을 돕고 싶어서? 말이 되는 소릴 씨불이라. 닌 그냥 니가 을매나 빠르게 잘 날아댕기는지 그거 하나 자랑할라꼬 온 거 아이가? 니는 트와일라잇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제! 단 한 번도!”

 

  “뭐? 듣자듣자 하니까 이게 미쳤나. , 너 방금 뭐라 했냐!?”

 

  결국 대시도 폭발했다. 그녀는 씩씩대며 다가가 애플잭의 얼굴에 콧잔등을 들이밀었다.

 

  “어떻게 그딴 소릴 할 수가 있어?! 난 트와일라잇을 위해서라면 다 포기할 수 있어! 죽어줄 수도 있다고! 내 모든 친구들을 위해서도 그래!”

 

  “얼씨구, 죽어줄 수도 있다 카는 가스나가 그래, 이 여행을 단박에 끝내버릴 수도 있었을 그 좋은 기회를 목전에 두고 그냥 흘려보내나? ?”

 

  “넌 이해 못한다니까!”

 

  “다 이해하고 있다 안카나!”

 

  “그만하면 됐어! 됐다구!”

 

  애플잭과 레인보우 대시의 몸이 반짝이는 빛에 감싸였다. 두 포니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질질 끌려갔다. 그 와중에도 애플잭의 발굽은 흙바닥에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

 

  래리티의 뿔은 반짝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빛나며 시전자의 단정한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두 포니 사이의 거리를 충분히 벌린 뒤에야 새하얀 유니콘은 마법을 끝냈다. 그녀는 애플잭에게 먼저 입을 열었다.

 

  “애플잭. 대시한테 뭔가 설명해볼 기회는 줘야하지 않겠니?”

 

  뒤이어 그녀는 푸른 페가수스에게 다가갔다.

 

  “레인보우 대시. 애플잭 말이 틀린 건 아니야. 그건 알지? 네가 새로 사귄 프롱혼 친구는 지금 이 사태를 한 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왜 그 친구한테 트와일라잇 얘기를 하지 않았던 거야?”

 

  푸른 페가수스의 몸이 무기력하게 늘어졌다.

 

  “.......나도 얘기는 했어.......근데 걔 입에서 번개 얘기가 나오니까, 그 다음부턴.......아무 생각도 안 났어.”

 

  래리티의 우아한 눈썹 중 한 쪽이 치켜 올라갔다.

 

  “?”

 

  장밋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 왜냐면, 난 번개를 조종할 줄 모르니까. 꼭 배우고 싶었어.”

 

  “아니지.”

 

  래리티는 평온하게 대시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게 아니잖니, 대시. 더 큰 이유가 있을 거야. 번개를 조종하는 것.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한 거야?”

 

  파랗게 질려있던 대시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 , 아까 말한 대로야! 그냥 늘 하고 싶었던 거라고!”

 

  “거짓말인지 아인 지 내 딱 들으면 안다.”

 

  애플잭은 약간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번개가 니헌티 그래 중요한 이유가 있겄제. 그기 뭐꼬, 레인보우?”

 

  “.......”

 

  “말해보렴, 대시.”

 

  래리티가 어르듯이 말했다.

 

  “어서, ? 우린 네 친구잖니. 믿어도 된단다.”

 

  푸른 페가수스는 움찔대며 뒤로 물러섰다. 무지갯빛 갈기가 이마에서 축 처진 채 흔들렸다. 그녀는 지면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애플잭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던 것처럼, 대시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깊은 고뇌의 흔적이 흉터처럼 얼굴에 남아 있었다.

 

  “그래.......알겠어.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알겠지? 포니빌에 있는 포니들은 아무도 모르는 얘기니까. 만약 걔들이 알게 되면.......진짜 안 돼. 생각도 하기 싫어. 지금 하는 얘기는 나 말고는 클라우즈 데일에 있는 울 엄마 아빠랑 몇몇 어르신들 밖에 몰라. 그 외에는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어.”

 

  애플잭과 래리티는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약속할게, 대시.”

 

  래리티는 선뜻 입을 열었다.

 

  “진심이야.”

 

  “, 뭐라 씨불이나 함 들어나 보재이.”

 

  애플잭은 사납게 쏘아붙였다.

 

  “--?”

 

  래리티가 나무라자, 애플잭은 입술을 앙다물며 마지못해 표정을 풀었다.

 

  “가스나 진짜 징허네. 알긋다. 내도 약속하께. 이제 얘기 해봐라.”

 

  레인보우 대시는 아주 길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폐가 거의 쪼그라들 정도로 다시 내뱉었다. 그녀는 이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한 다음에야 비로소 친구들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내가 아주 엄청 어렸을 때, 난 엄청.......작았어.”

 

  “흐흥, 닌 지금도 작은 편 아이가, 이 땅딸보야.” 애플잭이 끼어들었다.

 

  “얘기 들을 거야 말 거야?”

 

  대시의 핀잔에 애플잭은 입을 다물었다. 대시는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말은, 그냥 덩치나 키 얘기가 아니야. 난 정말 작고 약하고 왜소했어. 원래 망아지들은 태어나자마자 걷잖아? 특히 페가소스 망아지들은 날개도 파닥대거든? 근데 울 엄마 말로는 난 누워만 있었대. 하루 종일 눈도 안 뜨고 있던 날도 잦았고. 조금씩이나마 몸을 움직인 건 태어난 지 일 년이 지난 후부터였다는데, 그마저도 침대에 누워서 버둥대는 수준이었다더라. 울지도 않았대. 그러다 결국 일어서고 걷는 법은 어째저째 배웠는데, 날개는 도저히 팔락대질 못하겠더라고. , 게다가 뛰지도 못했어. 그때까진 엄마 아빠도 그냥 얘가 좀 늦되는 애구나 하고 넘겼지. 근데 두 살 때까지도 그 모양이니까 걱정이 많이 됐나봐. 백방으로 트레이너 페가소스들을 수소문하고 다녔다더라고. , 아닌가? 셋 정도의 트레이너 페가소스들이 날 거쳐 갔어. 지금도 그 포니들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

  하지만 진짜 기억나는 날은 따로 있어. 그 다음 트레이너 포니를 처음 만났던 날이야. 그 페가소스는 구름 벌판에서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어. 내가 그 때 어리고 작아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 암말은 정말 탑처럼 컸어. 털색은 핫핑크 색였고, 갈기는 밝은 파란색이었지. 이름은, 파이어 플라이Firefly.“

 

 

대시 오른쪽 말풍선 그림들 by TehJadeh, kloudmutt from deviantart

 

 

  울상이던 대시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그려졌다.

 

  “내가 기억하기로, 파이어 플라이가 나한테 처음으로 했던 말은 이거였어. ‘이 녀석, 날고 싶어 하네요.’ 엄마 아빠 말로는, 파이어 플라이는 무료로 날 도와주겠다고 했대. 첫 번째 레슨을 받을 땐 우리 가족 모두 같이 있었어. 파이어 플라이는 울 엄마 아빠한테 굉장히 공손했고, 날 잘 돌봐주겠다고 엄마 아빠랑 약속도 했지.”

 

  대시의 웃음이 더 커졌다.

 

  “두 번째 레슨부터 엄마 아빠는 파이어 플라이를 믿고 자리를 뜨셨어. 그랬더니 파이어 플라이가 나한테 대뜸 그러더라. ‘비행이란, 페가수스의 영혼에 새겨져 있는 본능 같은 거야. 넌 그걸 깨워내기만 하면 돼.’ 그 다음에 파이어 플라이가 뭔 짓을 했는지 알아? 날 구름 밖으로 밀어버렸어.”

 

  “세상에, 말도 안 돼!”

 

  래리티는 힉 소리를 내며 목을 움츠렸다.

 

  “난 추락했어. 소리 지르고, 울고.......그러다가 날개를 파닥대며 처음으로 날았지. 파이어 플라이는 대담했어. 내가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섣불리 구하러 오지 않았으니까. 그치만 만약 내가 진짜로 못날 것 같았으면, 파이어 플라이가 바로 구하러 왔겠지. 그 페가소스는 한 번도 내가 위험에 처하게 만든 적이 없었거든. 파이어 플라이는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 ‘대시, 네가 날 쳐다봤을 때, 난 너한테서 훌륭한 비행사의 영혼을 봤어. 하지만 네 육체는 아직 비행사의 것이 아니지. 만약 육체가 따라주질 못한다면, 영혼도 그 잠재력을 잃게 돼. 레인보우 대시. 넌 몸부터 만들어야 해. 내가 그걸 도와주마.’.......그 때부터 난 파이어 플라이를 사부로 생각했지.

  우린 매일 만나서 레슨을 가졌어. 사부는 늘 내게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이상을 요구하며 몰아붙였지. 달리고, 무게치고, 심지어 다리엔 모래주머니를 채우고 몸통엔 중량 조끼도 입혔어. 벅박스Buckbox 방식으로 가르치기도 했지. 사부가 내 날개를 양쪽에서 누르고, 나는 날개를 펼치려고 힘을 주는 식으로 말야. 난 매일 밤마다 녹초가 된 상태로 집에 들어갔어. 자식의 이런 꼴을 보고 걱정 안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 하지만 사부는 나한텐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대. 그리고 절대 나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고. 그 약속은 확실히 지켜졌지.

  그렇게 한 달 만에 난 달릴 수 있게 됐어. 사부는 내 식단도 관리하고 있었지. 단백질하고.......뭐였지? 철분이었나? 맞다, 철분. 단백질하고 철분을 많이 먹게 했어. 운동도 더 빡세게 시켰지. 지금은 다 어렴풋하게 밖에 기억이 안 나. 그냥 매일 매주 매달이 빡센 운동의 연속이었어. 난 키도 커졌고 더 강해졌지. 그러다가 그 날, , 그 날은 확실히 기억 나. 해가 지고 있었고, 중량 치는 운동을 막 끝낸 뒤였지. 살랑대는 바람이 내 날개를 스쳐 지나가갔어. 난 자연스럽게 날개를 폈고, 파닥거렸지. 더 세게, 더 세게, 그리고.......떠올랐어.”

 

  장밋빛 눈동자가 감회에 젖었다.

 

  “그 때 파이어 플라이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 나. 정말 행복해보였지. 내가 해낼 거라고, 자긴 늘 알고 있었다고 했어.

  한 번 그렇게 공중에 뜨고 난 뒤부터, 사부는 본격적으로 내게 비행을 가르쳤어. 비행 수업은 진도가 빨랐지. 내가 아무 문제도 없었던 것처럼, 너무 자연스럽게 잘 날아다녔거든! 그래도 훈련은 빡셌어. 아마 클라우즈 데일에 있는 비행 훈련 루틴 중 제일 빡셌을 거야. 그다 보니 학교에 들어갈 무렵엔 아무 무리 없이 달리고 날 수 있게 되었지.”

 

  레인보우 대시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핫하! 학교에 들어갔던 첫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망아지 몇이서 이 몸을 콕 집어서 시비를 걸더라고! 그래서 난 그 무리의 리더격인 녀석한테 경주로 도전했고, 이겼지. 그리곤 그 녀석 얼굴을 한 대 갈겨줬어! 그거 땜에 학교에서 쫓겨나긴 했지만, 엄마 아빠가 부랴부랴 학교로 와서 어떤 문서들에 서명을 해준 덕에 퇴학은 겨우 면했지. 내 생에 최고의 학교 첫날이었다구!”

 

  개구진 웃음소리는 오래 이어지진 않았다. 대시는 시선을 땅바닥에 깔았다.

 

  “내가 학교에 들어간 후부터 사부는 내 트레이너를 그만뒀어. 하지만 주기적으로 날 보러 와줬지.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같이 날았어. 그리고 그 때마다 엄청난 비행 기술들을 보여줬지! 내 사부, 파이어 플라이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이 레인보우 대시도 없었을 거야.”

 

  “캐서, 번개는 언제쯤 나오는데?” 애플잭이 물었다.

 

  “그래, 번개. 그게 파이어 플라이의 기술이야. 사부는 번개를 다룰 줄 알았거든. 진짜 엄청났다구! 물론 번개를 뒷발로 찬다거나, 폭풍 속에서 번개가 나타나게 하는 정도는 평범한 기상 포니들도 할 줄 알지. 하지만 사부는 원하는 대로 번개를 만들 수 있었어. 엄청 밀도가 낮은 대기에서도 말야. 사실, 사부의 큐티마크가 번개였거든. 양 쪽 엉덩이에 각각 벼락 두 줄기.

가끔 엄청 큰 폭풍이 몰아칠 때면, 내 방 창문에서 사부를 볼 수 있었어. 사부는 번개 속으로 들어가 온몸이 빛날 때까지 번개를 몸에 둘렀지. 몸에 전기를 통하게 해서 날개로 보낼 줄 알았거든. 이건 분명-아니, 아니지. 이것부터 말해주는 게 낫겠어. .......중요한 부분이거든.”

 

  대시의 얼굴이 문득 어두워졌다.

 

  “페가소스들이 감기 안 걸린다고 했던 거 기억 나?”

 

  “기억나긴 하는데.......설마 그거 진지하게 한 소리였니?”

 

  래리티가 되묻자, 대시는 확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진짜야. 진짜로 안 걸려. 아무리 추워도 우린 감기 안 걸려. 물론 우리도 어스 포니나 유니콘들처럼 온기라는 걸 느끼긴 해. 하지만 열기에 잘 버티지는 못하지. 열에 대한 저항성이 너희보단 조-금 떨어진다는 거야.

  근데 사부는 그 반대였어. 열기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았거든. 한 번은 사부가 불구덩이 한가운데에 서있는 것도 봤는데, 털 끄트머리조차 안 그슬리더라니까! 난 있지, 사부가 살아있는 피뢰침 같은 짓을 하면서도 멀쩡했던 이유 중 하나가 그게 아닐까 싶어. , 이건 다 내 추측일 뿐이고, 사부가 진실을 말해준 적은 없지만 말야. 오히려 사부는 평범한 페가소스도 방법만 배우면 할 줄 알거라고 했어. 사부는.......언젠가 나한테 그 방법을 가르쳐 줄 거라고도 했지.......“

 

  가늘어지던 대시의 목소리가 완전히 잠겼다.

 

  래리티의 깊고 푸른 눈이 깜박였다.

 

  “그 파이어 플라이라는 포니한테 뭔가 일이 일어난 거구나.

 

  “.......”

 

  푸른 페가수스는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방금 내가 페가소스들은 감기는 안 걸리지만 열에는 약하다고 했었지?”

 

  “그랬제.” 애플잭이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도 말했지. ‘사부는 그 반대였어.’ 라고. 말 그대로야. 다른 페가소스랑 비교했을 때, 사부는 완전히 그 반대였어. 열에는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냉기에 대해서는 유니콘이나 어스 포니하고 별반 다를 거 없이 반응했지. 사부는 밤에 잘 때도 구름 담요가 아니라 진짜 담요를 덮고 잤어. 클라우즈 데일은 하늘에 떠 있잖아. 그래서 밤엔 꽤 추워지거든. 사부는 겨울 준비 작업 같은 것도 도와주지 못했지. 추위를 버티질 못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대시는 심호흡을 했다.

 

  “그 때 난.......다섯 살이었어. 그 해 가을엔 유독 비가 많이 와서 대기 중에 습도가 높았지. 어느 날엔가 굉장히 추웠던 밤에, 북쪽에서 갑자기 형성된 거대한 폭풍이 클라우즈 데일로 닥쳐왔어. 모든 기상 순찰대가 투입되어야 할 정도로 큰 폭풍이었지. 그런데 그 때, 정찰대가 동쪽에서 몰려오는 또 다른 폭풍을 발견한 거야. 그건 북쪽에서 오는 폭풍보다도 더 컸고, 진눈깨비와 빗방울까지 뿌려댔지. 그런 차가운 물질들은 구름 건물들의 안정성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클라우즈 데일에 엄청 위험해. 일정량 이상의 차가운 물질들과 접촉하면 클라우즈 데일은 붕괴될 수도 있어. 문제는, 동쪽에서 오는 폭풍은 그 멸망 시나리오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단 거지.

  클라우즈 데일에 남아있던 모든 어른 포니들이 모여서 토론을 했어. 과연 우리 중 누가 나서서 동쪽의 진눈깨비 폭풍을 막겠느냐고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빠르고 날렵한 포니들은 죄다 기상 순찰대에 소속되어 있어서, 다들 북쪽에서 오는 폭풍을 막으러 이미 가버렸다는 거야! 남아있는 포니들은 모두 너무 늙거나 너무 어리거나, 아님 너무 느리거나 굼뜬 녀석들뿐이었지. 울 엄마 아빠도 그 토론장에 있었어. 그 분들 말로는, 누가 폭풍을 뚫을 수 있을 정도의 비행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아주 열띤 논쟁이 오고 갔다지.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찰대는 새로 나타난 폭풍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대. 그런데 갑자기 걔네들이, 동쪽에서 오던 폭풍이 흩어지고 있다고 비명을 질러대더라는 거야. 울 엄마 아빠를 포함해 모든 페가소스들이 밖으로 나갔지. 그런데 직접 보니 정찰대 말이 맞았던 거야! 폭풍이 두 갈래로 나뉘어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던 거지! 당시 자리에 있던 어떤 포니도 그 기적 같은 현실을 믿지 못했어. 울 엄마 아빠도 그랬거든. 둘로 나뉜 폭풍은 정확하게 클라우즈 데일을 비껴 지나갔고, 도시는 다시 안전해졌지. 기상 순찰대가 북쪽에서 온 폭풍을 처리하고 돌아왔을 때, 도시의 모든 포니들이 클라우즈 데일을 구한 기적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었어. 집집마다 파티가 벌어졌고, 심지어 시장님이 공식적으로 축하 행사를 열기까지 하셨지!”

 

  이야기하는 내용과는 반대로, 대시의 눈썹은 점점 늘어졌다. 그녀는 시무룩해진 얼굴로 땅바닥을 응시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에, 그제야 난.......사부가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어.”

 

  “, 그건 안 돼.......” 래리티가 먹먹해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부의 집에 가봤어. 먼저 문을 두드렸던 것 같아.......그런데 열려 있더라고. 사부는.......파이어 플라이는 거기에 없었어. 탁자 위에 편지 같은 게 있었지. 그 때 난 너무 어려서, 읽는 법을 몰랐어. 그래서 엄마 아빠한테 갖다 줬지. 엄마가 그걸 읽더니 펑펑 우시더라고. 그러더니 다시.......소리 내서 읽어주셨어.”

 

  레인보우 대시는 래리티와 애플잭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친구들을 향해 있지 않았다. 더 먼 곳 어딘가, 그 너머를 보는 것 같은 공허한 장밋빛 눈동자는 섬뜩한 동시에 측은해보이기도 했다.

 

  “파이어 플라이는 알고 있었어. 클라우즈 데일에 남아있는 포니들 중 동쪽에서 온 폭풍을 막을 수 있는 포니는 자기 밖에 없다는 걸 말야. 자기한테 폭풍을 막을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물론.......굉장히 추울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 편지에는 모든 포니들을 향한 파이어 플라이의 작별 인사가 쓰여 있었어. 그리고.......”

 

  대시는 눈을 감은 채 떨리는 숨결을 내뱉었다.

 

  “나한테도 작별 인사를 했어.”

 

  감겼던 눈이 번쩍 떠졌다. 번들거리는 장밋빛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나한테! 사부는 가족도 없었어! 그 편지에 명확한 이름이 거론된 포니는 나 밖에 없었다고! 내가 자기 자랑이라고도 했어!”

  

  그녀는 다시 무기력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 뒤론 파이어 플라이를 본 적이 없어.......”

  

  열불을 냈던 애플잭조차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대시.......”

  

  래리티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결국 사부는 나한테 번개 다루는 법을 가르치지 못했어.”

 

  푸른 페가수스는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 난 그걸 배워야 해. 할 줄 알아야 해. 사부, 파이어 플라이를 위해서. 그동안 정말 많이 노력했어. 아주 발버둥을 쳤다구. 온갖 선생들한테서 온갖 레슨을 받았어. 근데도 안됐어. 그래서 한동안.......포기하고 지냈지. 하지만 어젯밤에, 어젯밤에 나일스는 나한테 소질이 있다고 했어. 난 이번 기회를 잡고 싶어.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 이게.......내가 그렇게 흥분했던 이유야. 정말 모든 걸 다 잊을 정도로 말이야. 미안해.”

 

  대시는 간곡한 눈빛으로 애플잭과 래리티를 바라보았다.

 

  애플잭은 땅바닥만 굳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초록빛 눈동자는 이따금씩 흔들리며 반짝였다. 래리티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겨우겨우 억누르고 있었다.

 

  “어우, 대시.......왜 아무한테도 이 얘기를 안했던 거야? 정말 슬픈 이야기지만.......또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인걸.”

 

  “왜냐면 포니빌엔 내 이름값이 있으니까.”

 

  레인보우 대시는 짐짓 힘차게 발굽을 위로 뻗어보였다.

 

  “나는 레인보우 대-. 가장 용맹하고 빠른 포니지! 많은 포니들이 날 동경하고 있고, 나도 그런 여론을 알고 있어. 하지만 아무도 그런 내게 자만하지 말라곤 말하지 못해. 왜냐고? 다 사실이니까! 다들 알지? 망아지들이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 심지어 날 숭배하기까지 하는 애들도 있다니까!”

 

  그녀는 입꼬리만 애써 올리며 말을 이었다.

 

  “다들 영웅을 필요로 한다고. 그렇지 않겠어? 생각해봐. 만약 내가 원래는 아주 약했다는 걸 알게 되면.......개들이 어떤 기분이 들겠어?”

 

  “하지만 넌 약했던 과거를 극복해낸 거잖아.”

 

  래리티가 말했다.

 

  “네가 그런 과거를 갖고도 지금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된 거라면, 그런 과거가 오히려 널 더 멋지게 만들어 줄텐데.”

 

  “글쎄.......”

 

  대시는 웅얼댔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중요한 건 지금이야. 지금 나는 망아지들이 필요로 하는 내가 되어야 해. 이것도 내가 번개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야. 모든 포니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으로 멋진 포니의 모습에 다가서기 위해서지.”

 

  “알긋다.”

 

  애플잭은 발굽을 들어 올리며 무뚝뚝하게 대화를 잘랐다.

 

  “이미 해가 뜬 지 한참이데이. 얼렁 짐 싸고 이동허자.”

 

  그녀는 안장 가방을 챙기러 발굽을 옮겼다. 다른 두 포니들은 서로 눈빛 교환을 한 뒤 각자 자신들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

 

  일행은 짐을 싸고 이동을 시작했다. 레인보우 대시는 이번에도 달렸다. 일행은 여행하는 내내 해왔던 대로 빠른 페이스로  달렸다.

  달리는 것은 여전히 비행보다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대시는 오히려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필요로 했다. 그녀는 심적으로 기가 빨린 상태였고, 토악질로 속을 다 게워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운동과 땀이지.

  

  대시는 제 자신을 내던지듯 달리기에 임했고, 어느새 선두의 애플잭과 발굽을 나란히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대시의 시선을 슬쩍 피하곤 앞만 보며 내달렸다.

  

  이런.

  

  땀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시의 머릿속에 온갖 잡념들이 스멀스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도 나한테 실망한 걸까? 아마 그럴 거야. 내 이야기가 썩 좋게 들리진 않았던 거겠지. 장담컨대, 얜 그냥 내가 다 털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갔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을 거야.

 

  하지만 대시는 그럴 수 없었다. 물론 그녀도 다 털어버리려고노력했다. 번개에 대해 잊으려고도 했다. 파이어 플라이를 위해 번개 다루는 법을 배울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타이르기도 했다.

 

  다 소용 없었어. 시커먼 하늘에서 번개가 치는 걸 볼 때마다, 번개를 잔뜩 품은 구름을 볼 때마다, 후회고 기억이고 다 다시 돌아와 버리는 걸. 어쩌면 파이어 플라이는 나한테 번개 다루는 법을 꼭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을지도 몰라. 그치만 지금은.......필요해. 난 배워야 해. 나를 위해서.

 

  중천에 뜬 해가 황금빛 들판을 한창 달굴 무렵, 일행은 점심 식사를 위해 멈췄다. 날씨는 바람 한 점 없이 뜨겁고 고요했다.

사실 주변 환경이 어떻든 대시에겐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녀는 머릿속의 잡념들을 가라앉히는데 전념하고 있었다.

 

  레인보우 대시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거대하고 견고한 아치백 산악지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어두운 바위투성이 제국의 삐죽삐죽한 꼭대기 부분은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산 바로 아래에는 지평선을 다 덮을 정도로 긴 어두운 띠가 있었는데, 검은색 일색인 그 띠엔 은근한 초록빛도 돌고 있었다. 페가수스의 월등한 시각으로, 대시는 띠의 중간 중간에서 선명한 나무들의 실루엣을 보았다.

 

  “그래, 저게.......”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탓에, 대시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내 생각에는 저게 쉬머우드 숲인 것 같아.”

 

  “여서는 썩 반짝이는Shimmer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디.”

 

  대시의 말을 받은 건 애플잭이었다.

 

  “레인보우. 더 안 쪽은 못 보긋나?”

 

  “아직은. 이제 겨우 숲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만 몇 그루 보이는 정도라.”

 

  “그럼 계속 좀 봐주그라.”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해머 후프 군주가 했던 말대로라면, 분명 범상한 숲은 아닐끼다.”

 

  애플잭은 어깨 너머를 흘깃 돌아보았다. 래리티는 지면에 대() 자로 뻗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새햐얀 뿔이 반짝이며 미약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깨를 쫙 펴며, 애플잭은 레인보우 대시의 곁으로 발굽을 옮겼다. 그녀는 대시를 똑바로 마주보며 장밋빛 눈동자를 직시했다.

 

  “레인보우.”

 

  “, ?”

 

  대시는 위압감 넘치는 초록빛 눈동자를 곁눈질했다. 푸른 페가수스의 귀가 바짝 접혔다.

 

  “, 뭐야? 왜 그러는데?”

 

  “레인보우, 내는.......”

 

  애플잭은 잠시 시선을 거두었다가, 이내 목에 힘을 바짝 주며 다시 친구를 바라보았다.

 

  “레인보우, 미안타.”

 

  “.”

 

  레인보우는 부드럽게 말했다.

 

  “아냐, 문제없어.”

 

  “문제없지 않데이. 내는 니가 파이어 플라이라는 포니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데이. 번개가 니헌티.......글케 중요한 건지 몰랐데이. 니한테 그런 식으로 짜증을 내면 안 되는 거였던 기라.”

 

  “아냐, 정말 괜찮아. 다 이해해. 아무리 번개가 나한테 중요한 거였어도, 나일스랑 처음 만났을 때 우리 여행의 목적에 대한 얘기부터 했었어야 했어. 오늘 밤에 걔랑 만나면 그 얘기부터 할 거야. 약속할게. 만약 내가 번개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하게 되어도 말야. 설령 걔가 날 돕지 못한다고 해도, 트와일라잇을 도울 순 있을 수도 있잖아.”

 

  “그려. 그래주면 고맙제.”

 

  애플잭은 레인보우 쪽으로 머리를 기울였다.

 

  “그건 글코, 레인보우.”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푸른 페가수스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내나 래리티, 혹은 우리 중 누구한테든, 네가 겪었던 일들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함부로 단정 짓지 말그라. 니 얘기를 들은 내랑 래리티는 당연하고, 트와일라잇, 플러터 샤이, 핑키도 마찬가지일끼다. 우린 네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언제나 기억하고 있을 끼다.”

 

  애플잭의 목소리가 속삭임으로 변했다.

 

  “삶에서 중요한 어떤 포니를 잃는다는 거, 그기 어떤 기분인지 내도 잘 알고 있다.”

 

  “........” 대시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지믄, 언제든 얘기하그라.”

 

  애플잭은 다시 목소리를 풀었다.

 

  “이제 같이 풀이나 뜯재이.”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키 큰 풀들 사이로 어슬렁대며 걸어가더니 풀 한 무더기를 입에 잔뜩 물어넣었다. 대시는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그녀의 옆에 가서 섰다. 둘은 침묵 속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다시 찾아온 소중한 세 번째 손님과 함께, 두 포니는 그 편안한 시간을 함께 즐겼다.

 

-

 

  래리티가 조금 더 휴식을 취하게 해준 뒤, 일행은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그동안 태양도 천천히 하늘을 가로질렀다.

 

  도중에 일행은 코마가들의 하울링을 또 한 번 들었다. 하지만 먼 거리에서 들려온 것 같았고, 그 거대한 도마뱀들과 마주치지도 않았다.

 

  일행이 달리면 달릴수록 쉬머우드 숲은 천천히 일행에게 다가들었다. 그 거대한 숲을 이루는 나무들의 크기도 점점 분명해졌다. 가지들로 우거진 나무 꼭대기는 정말 아득하게 높았다. 포니빌 도서관의 가장 높이 솟은 나뭇가지와도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저녁이 될 무렵 일행은 또 다른 작은 강을 건넜다. 어느덧 태양은 아치백 산악지대의 정상에 닿을 정도로 낮게 가라앉았고, 하늘은 옅은 주황색으로 변했다. 하늘 아래 대적할 게 없어진 아치백 산악지대는 이제 명실상부한 지평선의 지배자였다.

  

  산악지대는 차가운 그림자에 덮여 검게 변했다. 햇빛의 마지막 발악에 하늘은 처절하게 불타올랐고, 높고 검은 산봉우리들이 해질녘의 길드데일의 특징적인 풍경을 가렸다.

  

  그 때까지도 레인보우 대시는 자신이 시간을 신경 쓰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있었다.

  

  “, 맞다!”

  

  그녀는 나일스와 했던 약속을 퍼뜩 기억해내며 소리쳤다.

  

  “슬슬 멈춰야 돼! 내가 어디 있는지 석양빛으로 찾을 거라고, 나일스가 그랬어!”

  

  “쪼매만 더 가재이!”

  

  애플잭이 대답했다.

 

  “숲에 쪼매만 더 가까이 가믄 좋긋다!”

 

  다시 앞을 돌아본 대시는 문득 지평선에서 무언가를 보았다. 처음에 그녀는 그것이 길드데일의 서쪽 경계를 알리는 비석이라고 여겼다. 며칠 전에 보았던 동쪽 경계를 알리는 비석처럼.

 

  하지만 불과 몇 초 뒤, 그녀의 생각이 틀렸음이 드러났다.

 

  “저기 봐!”

 

  대시가 또 한 번 소리쳤다.

 

  “저 위에! 바로 앞에!”

 

  애플잭과 래리티는 대시가 보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들로서는 페가수스가 보는 것을 똑같이 볼 순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행이 다가갈수록 점점 커졌고, 곧 일행 모두가 그것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나무였다.

 

  “저 짝으로 가재이!”

 

  애플잭은 일행을 독려하며 선두를 달렸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일행은 그 나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오크나무. 황금빛 들판 한가운데에 서 있는 오크 나무였다. 넓게 퍼진 굵은 가지엔 초봄의 파릇파릇한 초록빛 잎사귀들이 달려 있었다.

 

  세 포니들은 속도를 늦췄다.

 

  애플잭은 나무 밑동 주변부터 살폈다. 찾던 것을 발견한 그녀는 환호성을 질렀다.

 

  “----! 죽은 나뭇가지들이데이! 오늘밤은 진짜배기 불 한 번 피워보는 기다! 금방 타 없어지는 풀떼기는 이제 안녕이데이!”

 

  “그럼 여기서 멈추는 거지, ?”

 

  레인보우 대시가 불안한 눈빛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늘은 이미 어두운 주황빛이었고, 붉은 색감을 잃어가며 급속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당연하제. 여만큼 좋은 야영지도 달리 없을끼다. 쉬머우드 숲하고 제법 가깝기도 허고 말이제.”

 

  나무는 산악지대의 그림자에 가려 검은색이었는데, 삐죽삐죽한 바위들의 그림자 사이에서 희미하게나마 그 실루엣이 보였다.

 

  “분명히 내일 아침 중으로 쉬머우드 숲에 도착할 수 있지 않긋나?”

 

  “좋아좋아좋아!”

 

  대시는 후다닥 대답하고는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올랐다. 제 몸을 하늘로 쏘아올린 그녀는 30미터 이상의 고도에 이르러서야 속도를 늦췄다.

  제자리에서 정지 비행을 하며, 레인보우 대시는 그림자에 덮인 서쪽의 산봉우리들을 살폈다. 하늘은 거무스레했고, 햇빛의 끄트머리가 삐죽삐죽한 산봉우리들 너머로 미약하게 보이고 있었다. 대시는 저 정도의 빛으로도 나일스가 자신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랬다. 사실, 그녀는 나일스가 어느 쪽에서 모습을 드러낼지 조차도 몰랐다.

  대시는 고도를 몇 미터 정도 더 높였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리며 온 사방 몇 키로 내를 샅샅이 살폈다.

 

  근데 나일스는 시력이 어떻지? 달은? 아직 안 떴네. 맞아. 아직 달이 뜰 시간은 아니지. 보름달이라도 뜨면 좋았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냐. 으으, 나일스가 날 볼 수 있을까? 혹시 너무 멀어서 안 보이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런 얘긴 한 적 없잖아. 어쨌든 날 찾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순간, 대시의 좌측-남쪽 방향에 번개가 내리쳤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대시는 희열에 찬 미소를 머금은 채 다급하게 고도를 낮췄다. 그 서슬에 일어난 소용돌이가 애플잭과 래리티가 쌓아둔 장작더미를 뿔뿔이 흩어놓았다.

 

  “온다!”

 

  대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발버둥을 쳤다.

 

  “온다 온다 온다 온다! 나일스가 날 봤어!”

 

  “......., 잘 됐구나.”

 

  래리티는 마법으로 장작더미를 다시 정리하며 물었다.

 

  “나일스 씨는 어떤 분이니?”

 

  “, 걔는.......좀 이상하긴 한데,”

 

  푸른 페가수스는 지면에 발굽을 디디며 말했다.

 

  “굉장히 좋은 녀석이야. 공손하기도 하고. 좀 웃기게 말하기도 해. 래리티 너처럼.”

 

  “? 잠깐만.”

 

  새하얀 유니콘은 단정한 말투로 반론을 제기했다.

 

  “웃기게말하지 않는단다. 소양을 갖춘 레이디에 걸맞게 말하는 거지.”

 

  “내 말이 그 말이야. 걔도 그거랑 쫌 비슷하게 말하거든. 아주 똑같진 않지만.”

 

  래리티는 한숨을 내쉬었다.

 

  “흐음, 어쨌든 그 신사 분이 네 말처럼 공손하신 분이면 좋겠구나. 난 슬슬 그런 격식이 그리-”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밝은 목소리가 래리티의 뒤에서 힘차게 소리쳤다. 일행의 시선이 소리가 난 쪽으로 향하기도 전에, 나일스 나이젤러스는 이미 일행의 한복판에 나타나 있었다.

 

  “안녕, 안녕, 안녕! 안녕, 레인보우 대시! 여기 이 분들은 네 친구 분들이겠구나!”

 

 

<"안녕, 안녕, 안녕!">

 

 

  애플잭과 래리티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나긋나긋한 태도와 호리호리한 체형, 놀라운 속도를 가진 프롱혼이 그들의 동공에 담겼다.

 

  대시는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안녕, 나일스! 네 말이 맞아. 여기 둘은 어젯밤에 말했던 내 친구들이야. 이 쪽은 애플잭, 이 쪽은 래리티!”

 

  나일스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프롱혼 네트워크 소속의 나일스 나이젤러스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실로 영광입니다.”

 

  평정을 되찾은 래리티는 마주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신사 분. 저 역시 만나 뵙게 되어 무척 기쁘답니다.”

 

  나일스는 래리티에게 다가갔다. 그는 길고 가는 앞다리를 우아하게 뻗어 래리티의 앞발굽 아래를 감았다. 그리곤 그것을 들어올리더니 고개를 숙여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이렇게 매력적이고 예의 바른 유니콘과 친분을 쌓을 기회를 갖게 되니 크나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품위와 침착함을 갖췄기로 이름난 포니들이 많습니다만, 당신은 그 중에서도 독보적이군요.”

 

  래리티는 고개를 외로 꼬며 애교스럽게 눈꺼풀을 깜빡댔다.

 

  “어머, 훌륭하신 신사 분, 과찬이세요. 설마 이런 곳에서 당신 같은 신사 수말gentlecolt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송구하지만 수말은 아니랍니다.”

 

  나일스는 래리티의 발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 같은 매력적인 암말의 인정만큼 큰 찬사도 달리 없겠지요.”

 

  이어서 그는 애플잭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털털한 농사꾼 포니는 프롱혼 신사와 유니콘 숙녀간의 인사를 심히 걱정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일스는 웃음을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발굽에 입 맞춰도 되겠습니까, 아가씨?”

 

  애플잭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 정 하고 싶으시다믄야, 그러셔도 됩니더. 근디 꼭 안그러셔도 되고예. 기냥 간단한 인사만 하믄 됩니더.”

 

  “그래요, 그러면.......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지도 그렇심더.”

 

  애플잭이 말했다.

 

  “그 짝처럼 예의바른 포-아니제, 예의바른 생물을 만나니께 참말로 기쁘다 아입니꺼.”

 

  “직업적 소양이지요. 애플잭 양.”

 

  나일스가 말했다.

 

  “메신저들은 훌륭한 매너를 꼭 갖추고 있어야 해요. 위치가 불명확한 목적지를 찾아야 할 때나, 메시지를 받고도 답장을 쓰길 꺼려하는 이들을 대할 때, 좋은 매너가 큰 역할을 한답니다. 나쁜 소식을 받고 분노를 터트리는 이들로부터 우릴 구해주기도 한다는 건 말할 것도 없지요.”

 

  “어머, 세상에. 그건 자주 일어나는 일인가요?”

 

  래리티가 물었다.

 

  “웃음과 함께 다정한 인사를 건네면, 대체로 그렇게까지 일이 커지진 않습니다.”

 

  프롱혼이 대답했다.

 

  “여러분 모두 메신저는 건드리지 마라Don’t shoot the messenger’라는 격언을 아실 테죠. 격언이 생기는 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너희들은 여러모로 꽤 세심하게 굴어야 되겠네.”

 

  대시가 말했다. 그녀는 차분하고 예의 있게 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다만 마음속에서는 안달이 나다 못해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

 

  빨리 결과를 알아야겠어!

 

  “.......그래서, 여행은 어땠어? 내 말은, 이 쪽에 올 때 말야.”

 

  “애초에 먼 거리도 아니었어.”

 

  나일스는 쾌활하게 대답했다.

 

  “멋진 여행이었지. 달리기 딱 좋은 저녁.......”

 

  자연스럽게 움직이던 그의 시선이 장밋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 맞아.......”

 

  프롱혼의 긴 얼굴에 엄숙한 빛이 돌아왔다.

 

  “레인보우 대시. 내 두 동료들과 함께 그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 그래서?” 대시의 얼굴에 부자연스러운 웃음이 지어졌다.

 

  “그래서, 우리 셋은.......”

 

  대시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며 몸을 움찔댔다.

 

  “그대가 우리의 마법을 배우는 데에 관해 도움을 주기로 했다.”

 

  푸른 페가수스의 뇌가 한순간 얼어붙었다. 그녀는 머뭇거리며 간신히 자신을 바로잡았다.

 

  “-그래서, 날 가르쳐준다고? 내가 배우게 해준다는 거지?!”

 

  대시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배울 수 있을 지 어떨지는 전적으로 그대에게 달렸지. 우린 그저 가르쳐줄 뿐이다.”

 

  “오오오예에에!!!

 

  대시는 지면에서 발사되듯 튀어 오르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공중 제비돌기, 소용돌이에 이은 고속 나선형 주행 등 갖가지 묘기 비행이 하늘을 수놓았다.

 

  “오오오예에에! 오오오예에에! 오오오예에에! 이제 나도 번개 다룬다!!

 

  “정말 고마워요.”

 

  래리티가 대신 감사를 표했다.

 

  “번개를 다루는 건 저 애한테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이거든요.”

 

  “그래 보이는 군요.” 나일스는 페가수스의 곡예를 지켜보며 말했다.

 

  “좋아, 좋아, 아주 좋아!”

 

  한껏 기쁨을 만끽한 뒤, 대시는 쿵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그럼 언제부터 시작할거야? 지금?! 지금 바로 하자! 당장 시작하고 싶어!”

 

  “잠만 있어보그라, 레인보우.”

 

  애플잭이 제동을 걸었다.

 

  “아직 저녁 식사도 안했다 아이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을끼다.”

 

  “애플잭 양의 말이 맞아.”

 

  나일스도 그 말에 동의했다.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중간에 허기라도 지면 곤란해질 테고.”

 

  “으으으으.”

 

  대시는 발굽으로 가슴을 부여잡으며 투덜댔다.

 

  “하지만 난 지금 하고 싶은 걸.......”

 

  “인내해야해.”

 

  나일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평정을 유지하고.”

 

  그의 눈이 감겼다.

 

  “숨을 내쉬어.”

 

  검은 눈동자가 다시 떠졌다.

 

  대시도 감았던 눈을 머뭇대며 다시 떴다.

 

  “.......알겠어.”

 

  “같이 식사하는 게 어떠신가요, 나이젤러스 선생님?”

 

  래리티가 물었다.

 

  “선생님께서 참여해주신다면 저희도 무척 기쁠 거예요.”

 

  나일스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안 될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다른 생물들의 음식을 즐길 줄 아는 것도 메신저의 소양 중 하나지요.”

 

  “먹을 건 많이 있심더.”

 

  애플잭이 말했다.

 

  “사과랑 당근이랑 감자랑 빵에, , 풀떼기야 지천에 널렸고예. , 글고 슬슬 불을 좀 피워볼 생각임더.”

 

  애플잭은 래리티와 함께 모아둔 장작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들은 오크 나무 중심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구덩이 안에 쌓여 있었다. 그 구덩이 또한 애플잭과 래리티가 함께 만든 것이었다.

 

  “, 멋지군요. 뭔가 구울 건가요?” 나일스가 물었다.

 

  “-그럴 생각은 없고예. 그니께, 실은 전에 사과를 구워본 적은-”

 

  “구운 사과라, 그거 참 맛있지 않습니까? 전에 라플라우라Laplaula에 갔을 때 먹어봤지요. 꼭 타르트 같더군요. 식감도 좋고 따뜻하고.”

 

   “맞심더. 지도 참 좋아합니데이.”

 

  애플잭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지가 살던 스위트 애플 에이커에서는예, 여름밤에 날을 잡고 큼지막한 사과 꼬치구이를 만들어 먹곤 했심더. 근디 지가 칼을 안 가지고 와서예, 지금 하긴 쪼매.......”

 

  “셀레스티아 님 맙소사, 애플잭!”

 

  래리티가 의기양양하게 나섰다.

 

  “내 마법으로 자르면 되지 않겠니?”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두 눈을 끔벅였다.

 

  “아 맞네. 글카면 되겠네. 깜빡 잊고 있었데이. 근디 니 마법이 식재료를 자를 정도로 섬세하-”

 

  “만약 깍둑썰기 식으로 자르라고 한다면야 좀 어려울 수도 있겠지.”

 

  새하얀 유니콘이 말했다. 그녀의 뿔이 반짝임과 동시에 애플잭의 안장 가방이 열렸다.

 

  “하지만 단순히 둘로 쪼개는 정도는.......”

 

  래리티는 두 눈을 부릅뜨며 정신을 집중했다. 저 혼자 뒤적여지던 안장 가방에서 사과 네 알이 들려나왔다. 그녀는 그 중 세 알은 바닥에 내려두고는 하나만 눈앞에 띄워 올렸다. 푸른 눈빛이 빨갛게 빛나는 과일을 꿰뚫을 듯이 노려보았다. 멋들어진 눈썹이 집중의 무게에 눌릴수록 뿔에서 나오는 빛도 밝아져갔다.

 

  뭔가 뜯어지는 소리가 짤막하게 몇 번 들렸다. 그러더니 사과가 두 조각으로 날카롭게 쪼개졌다. 양 쪽 단면에 과즙으로 빛나는 하얀 과육이 드러났다.

 

  “실례합니다만.”

 

  지켜보던 나일스가 말했다.

 

  “저도 돕게 해주십시오.”

 

  빛나는 아우라가 두 뿔을 감싸고, 땅에 놓여있던 사과 세 알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는 사과들을 주시하며 부드럽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사과 한 알이 날카롭게 반으로 쪼개졌다. 이어서 그는 두 번째 사과를 주시했고, 그 사과 역시 간단하게 반으로 쪼개졌다.

 

  “그 다음 건 제가 할게요.”

 

  래리티는 설욕이라도 하려는 듯 다시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마지막 남은 사과를 마법으로 움켜쥐자, 나일스는 자신의 마법을 풀었다.

 

  래리티는 다시 한 번 과일에 자신의 의지를 휘감았다. 이번 사과는 이전 시도보다 간단히 반으로 쪼개졌다. 그녀 자신이 조금 더 마음의 준비를 한 덕분이었다.

 

  “히야, 이럼 딱 과수원서 먹던 그 맛 안 나긋나?”

 

  애플잭은 입맛을 다시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래리티 니랑 우리 나이젤러스 씨가 그 사과들을 딱 뒤집어만 주믄, 다 구워먹을 수 있을 낍니더. 인자 착화할 때 쓸 만한 기만 있음 좋을낀데.......”

 

  “그것도 제가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군요.”

 

  나일스는 쌓여있는 통나무들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공기가 타는 소리와 함께, 프롱혼의 두 뿔에서 스파크가 위 아래로 번쩍이며 하얀 빛의 선을 일으켰다. 공기 중에서 작은 번개가 만들어졌다.

 

  옴마야. 진짜 번개 아이가? 즈기 장작에 내리 꽂힜다간 다 산산조각 나고 말낀데.

 

  애플잭은 기겁을 하면서도 예기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 몸에 힘을 줬다.

  그러나 그녀의 걱정은 기우였다. 파직거리며 타오르는 에너지는 장작더미를 둘러싸는 형태의 둥근 고리가 되었다. 하얗고 뜨거운 광채가 모든 방향에서 통나무들을 태웠다. 장작더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마른 불쏘시개들을 감싸며 불꽃이 일어났다. 불꽃은 기세 좋게 타올랐고, 번개는 깔끔하게 사라졌다.

 

  레인보우 대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거 완전 멋있다!!”

 

  “, 나이젤러스 씨는 도보 여행에 꼭 필요한 재주를 갖고 계시네예.”

 

  애플잭도 감탄을 표했다.

 

  “그냥 편하게, 나일스라고 불러주세요.”

 

  “알겠심더. 그럼.......나일스 당신하고 래리티는 사과 좀 먼저 굽고 있어주이소. 지는 후딱 갑옷 벗고 나머지 재료들 갖고 올테니께.”

 

  애플잭은 자리에 앉아 안면 보호대의 고정끈을 풀었다.

 

  마법으로 띄워진 사과 조각들이 타오르는 불꽃 위에서 구워지기 시작했다. 나일스는 사과들이 타지 않도록 지켜보는 한편 애플잭에게 곁눈질을 했다.

 

  “그거, 길드데일 병사들의 제식 갑옷이지요?”

 

  “맞심더. 길드데일 군주의 따님이 쓰시던 거지예.”

 

  “그거 놀랍군요!”

 

  프롱혼이 외쳤다.

 

  “도대체 그런 물건을 어떻게 갖게 되신 겁니까?”

 

  “애쉬테일 왕자님께서 직접 하사하셨지요. 길드데일의 코마가 수해(獸害)를 해결한 공로로 말이에요.”

 

  래리티가 대답했다. 그녀는 나일스의 옆에서 사과 조각들을 굽고 있었다.

 

  “해결이요?”

 

  나일스가 맡고 있던 사과 조각들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나일스는 허둥대며 마법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해결이라니? 그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나요?”

 

  “, 그거 엄청 멋졌지!”

 

  대시가 불가로 휙 다가오며 말했다.

 

  “들어봐. 길드데일 포니들은 지난 수백 년 간 코마가들이 길드데일을 지나가려 할 때마다 죽여 댔잖아. 그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치?”

 

  “그랬지. 익히 들어온 이야기야.”

 

  “그치만, 봐바. 여기 우리의 친구 애플잭이, 코마가들한텐 사실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걸 알아차린 거야! 걔들은 그냥 겁에 질려서, 길드데일로.......뭐였지? , 패닉-런 상태였던 거라고! 그래서 애플잭은 올가미 밧줄 3개를 만들었고, 애플잭, 래리티, 나 우리 셋이 그 밧줄을 하나씩 들고 코마가 무리의 진로를 바꿨지! 우리가 걔들을 몬 거야. 패닉-런 상태에 빠진 소 떼를 모는 것처럼!”

 

  “정말 놀라운 일이군!”

 

  프롱혼은 황급히 애플잭을 돌아보았다.

 

  “.......그런 게 가능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아무도 안 죽었나요?”

 

  “아무도 안 죽었지예.”

 

  애플잭은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그녀는 종아리 보호대의 고정끈을 풀고 있었다.

 

  “길더스 아들도 음청 놀라했다 아입니꺼.”

 

  “분명히 그랬겠지요! 코마가들이 그렇게 공격적이기만 한 건 아니었다니.......길드데일 포니들에게서 들어온 것들하곤 완전히 반대되는 말이군요. 수 세기동안 이어져 온 전통이 그렇게 흔들린다면......., 황금빛 평원의 왕이 그걸 받아들이던가요?”

 

  “아주 관대한 분이시던뎨예.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셨심더. 그기다 우리 스이헌티 길드데일 평생 자유 통행권도 주셨지예.”

 

  “그런 위업을 이룬 분들에게 그 정도는 해드려야 마땅하겠죠.”

 

  프롱혼이 말했다.

 

  “여러분들은.......정말 엄청나군요. 이 먼 곳까지 와서 그런 많은 일들을 해내다니요. 정말 놀랍습니다.”

 

  “하루아침에 될 일은-! 맞다!”

 

  대시의 머릿속에 섬광 같은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세상에! 나일스! 우린 네 도움이 필요해!”

 

  “우리? 설마 네 친구 분들도 번개 다루는 걸 배우고 싶어 하시는 건 아니지?”

 

  “아냐! 내 말은, 우린 네 속도가 필요해!”

 

  “맞아요. 부탁드려요.”

 

  래리티가 말했다.

 

  “우리 친구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구하기 위해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아하, 그 아프다는 친구 분 말씀이시군요? 레인보우 대시가 어젯밤에 말해줬습니다. 베네보레를 찾으러 아치백 산악지대로 가시는 길이라고요.”

 

  “우리 친구헌티 그기 꼭, 꼭 좀 필요합니더.”

 

  애플잭은 엉덩이에서 껑거리끈Crupper을 풀어내며 말했다. 갑옷을 다 벗은 그녀는 벗어뒀던 모자를 다시 눌러쓰곤 후다닥 불가로 달려왔다.

 

  “갸가 뿔 부패증에 걸맀심더. 것도 제일 안 좋은 케이스라카데요. 우리 얼룩말 친구 말로는, 인자 2주 밖에 안 남았다캅니더! 근디 거도 벌써 일주일 전 얘깁니더!”

 

  “얼룩말 친구? 여러분 친구 중에 얼룩말이 있나요?”

 

  나일스가 물었다. 이어서 그는 혼잣말로 중얼댔다.

 

  “즈바하Zvaha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얼룩말이라? 이건 그냥 동화 속 이야기 아니었나? 만약 진짜라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이어갔다.

 

  “, 그건 그렇고, 기한이 2주라고 하셨나요? 그건 뿔 부패증치고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른 편인데요. 제 동족들도 간혹 그 병에 걸리긴 합니다. 저희가 아무래도 강한 마법을 쓰는 지라, 전혀 예상 못할 병도 아니죠. 근데 우리의 경우엔 진행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않단 말입니다. 영구 장애 판정을 받거나 사망에 이르기까지 보통 한 달은 걸려요! 여러분들의 친구가 걸린 뿔 부패증의 진행 속도가 그렇게 빠르다는 건, 그만큼 강력한 마력이 그 뿔 부패증의.......뭐랄까, 비유하자면, 먹이가 되고 있다는 거거든요. 그 친구 분이 혹시 아주 강력한 마법사이신가요?”

 

  “맞아요! 정확히 아시는군요!”

 

  래리티가 말했다.

 

  “트와일라잇은 정말정말정말 강력한 마법사랍니다. 전 지금껏 살면서 그 아이만한 마력과 기량을 가진 포니는 본 적이 없어요! , 물론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빼고요.”

 

  “그렇다면 설명이 되는군요.”

 

  나일스가 말했다.

 

  “그게 뿔 부패증의 문제입니다. 더 강력한 마력을 지닐수록 더 지독하게 앓죠. 만약 마력이 약하거나, 마법을 자주 쓰지 않는다면, 뿔 부패증에 걸린 상태로 몇 년이 지나도 아무 문제도 없을 수도 있어요. 바이슨Bison들은 뿔 부패증에 걸린 채로 그냥 살아가기도 하거든요. 이와 반대로 큰 뿔에 강력한 마력을 갖고 있다면, 순식간에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죠. 쿠두Kudu들이 이런 경우에 속합니다, 그 친구들은 뿔 부패증에 걸리면 일주일도 못 버티지요 불쌍한 녀석들.”

 

  나일스는 고개를 숙였다.

 

  “쿠두가 뭐야?” 대시가 물었다.

 

  “그건-, 이런. 사과 다 됐다.”

 

  나일스는 김을 내며 지글대는 사과에 주목하며 말을 끊었다. 그와 래리티는 익은 사과들을 마법으로 불에서 떨어뜨렸다. 입맛을 돋우는 달콤한 냄새가 공기 중으로 펴져 나갔다.

 

  “잠만 기달려 보그래이.”

 

  애플잭이 안장 가방을 뒤적대며 말했다. 그녀는 방수포를 잡아 빼고는 부분적으로 펼쳤다.

 

  “이 위에 올려놓으면 될낍니더.”

 

  나일스와 래리티는 사과 조각들을 방수 처리된 면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레인보우 대시는 빵 덩어리들과 당근 몇 개를 꺼내 사과 조각들 옆에 두었다.

 

  “이제야 식사다운 식사 좀 하겠구만.” 푸른 페가수스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런 여행길에서 데운 음식이란 건 상당히 귀하지.” 나일스도 거들었다.

 

  “, 모두 드십시데이, 포니 여러-, 프롱혼도 있었제.”

 

  애플잭은 방수포 근처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미안하게 됐심더, 나일스.”

 

  “저는 이제 생물Creature’ 이란 단어를 쓰게 됐습니다.”

 

  나일스는 호리호리한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앉으며 말했다.

 

  “모든 종들이 여기에 포함되니까 편리하지요.”

 

  “하던 얘기 계속 해주라.”

 

  대시가 재차 물었다.

 

  “쿠두가 뭐야?”

 

  “, 맞아. 쿠두. 영양Antelope의 일종이야. 큰 영양들이지. 강한 근육과 딱 벌어진 어깨를 가진 거대한 짐승들이야.”

 

  나일스는 두 앞발굽을 양 쪽으로 들어 올리며 그 크기를 묘사했다.

 

  “털가죽은 점판암 같은 회색이고, 눈은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같은 주홍색이지. 머리 위에 달린 두 뿔은 꼬여 올라가는 나선 모양인데, 크기가 정말 엄청나다구. 다들 강력한 마법사들이고, 대부분은 성질머리가 불같기로도 유명하지. 그래서인지 몰라도 죄다 불꽃 마법이 특기야. 배화원(拜火院)Magus Court에서 새로운 신왕Kingshaman을 뽑을 때가 되면, 신왕이 되고자 하는 녀석들이 모여서 사바나Savannah를 불태워. 자신의 역량과 수준을 알리기 위해 힘을 과시하는 거지. 그중에 진짜 강력한 마법사들은 불꽃의 정령까지도 소환해 보인다고 해.”

 

  “우와아. 직접 보면 정말 어마어마하겠는데?”

 

  “나이젤러스 선생님께선 여행을 통해 많은 견문을 쌓으신 것 같군요.” 래리티가 말했다.

 

  “제가요?”

 

  나일스는 가볍게 웃었다.

 

  “글쎄요,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어디보자, 내가 또 뭘 봤더라?”

 

  프롱혼의 눈이 반쯤 감겼다. 그는 감겨진 눈꺼풀 뒤로 스쳐지나가는 과거의 풍경들을 찬찬히 읊조렸다.

 

 

 

 

  “모든 무리의 제왕The Lord Of All The Herds이 꾸민 음모와 책략의 중심지였던 흑요석 성채가 무너지는 것을 봤지요. 엄청 큰 화톳불 주변에 앉아서, 얼룩말들과 기린들이 자기네들의 조상신을 불러내기 위해 불꽃을 돌며 춤을 추는 것도 보았고.......조용한 숲의 폭포에서, 혐오스러운 캇파Kappa가 쥐고 있던 위험한 보물을 빼돌리기도 했죠. 거리 전체가 금으로 덮인 라마들의 도시를 거닌 적도 있습니다. 일각 고래들이 모여 뿔을 맞대고 위대한 아우로라Grand Aurora 여신을 소환하는 모습을, 극지의 얼음 위에서 지켜보기도 했죠.......”

 

  세 포니들은 나일스의 묘사에 도취되었다.

 

  “시상에.”

 

  애플잭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포니빌이 시골인 줄은 알았지만서도, 이래 듣고 보니 진짜 먼지같이 작은 촌구석 벽촌이었던 기라.”

 

  프롱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들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한 존재들입니다. 만약 이퀘스트리아와 그곳의 포니들이 없었더라면, 세상은 지금보다도 팍팍하고 여유 없는 곳이 되어버렸겠죠. 여러분들의 대지는 삶을 적시는 세례반이요, 모든 세상을 지탱하는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세상엔 이퀘스트리아가 필요해요. 게다가, 다들 아시죠? 해와 달은 온 세상에 하나씩 밖에 없고, 그 둘 모두 이퀘스트리아에 살고 있잖아요.”

 

  그는 구운 사과 조각을 마법으로 띄워 한 입 베어 물었다.

 

  “음냠냠. 맛있네요. 차 한 잔에 곁들여 먹으면 정말 좋겠어요.”

 

  “, 말씀대로네요.”

 

  빵조각을 찢던 래리티도 그 평에 동의했다.

 

  “이렇게 강한 향에는 좋은 홍차가 정말 잘 어울릴 거예요.”

 

  “차를 정말 잘 끓이는 종족이 있는데, 혹시 아십니까?”

 

  나일스는 자연스럽게 새 화제를 꺼냈다.

 

  “나가Naga들이지요. 금색 송곳니를 가진 상아색의 위대한 코브라 신들입니다. 그들의 눈은 한 번 보면 빠져 나오기 힘들 정도로.......공포스러워요.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홍차를 대접해주는 생물들이지요.”

 

  “오호.......”

 

  대시가 눈을 빛냈다.

 

  “그거 디게 멋진 것 같은데.”

 

  “잠만, 잠만 있어보그라.”

 

  애플잭이 문득 말허리를 잘랐다.

 

  “이야기가 완저이 딴 길로 쌔삤다 아이가. 하던 거부터 마저 해야제. 나일스 씨. 우리 친구 트와일라잇헌티 최대한 빨리 베네보레가 있어야 됩니더. 쉬머우드 숲을 어째저째해서 빠르게 지나간다 쳐도, 여서 아치백 산악지대까진 적어도 이삼일은 걸린다 아입니꺼. 그기다.......”

 

  “당신 말은, 제가 그걸 가져다 줄 수 있겠느냐 는 거군요.” 프롱혼이 먼저 요점을 짚었다.

 

  “그래요. 꼭 좀 부탁드릴게요. 상황이 정말 급해요.” 래리티가 말했다.

 

  “흐으음.”

 

  나일스는 당근을 베어 물고는 천천히 턱을 움직였다. 빛나는 검은 눈동자가 어느 한 점을 골똘히 응시했다.

 

  그는 당근을 완전히 씹어 삼킨 뒤 말을 이었다.

 

  “저희 프롱혼 네트워크 소속 메신저들이 가장 우대하는 고객은 각 국가의 통치자들입니다. 전쟁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그들에게, 전쟁을 무조건적으로 예방하고자 하는 프롱혼 네트워크가 최우선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저희들이 통치자들의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긴급 대기조까지 편성하는 이유입니다. 그들의 요구 사항은 무조건 최우선, 0순위로 처리해야 할 메세지로 분류합니다.”

 

  “이런.......” 오렌지 색 어스 포니의 귀가 축 늘어졌다.

 

  나일스의 검은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하지만.......만약 시간이 좀 남으면.......안 될 것도 없겠지요.”

 

  “진짜예!?” 초록색 눈동자가 번쩍 뜨이고, 늘어졌던 귀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닥댔다.

 

  “정말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래리티가 말했다.

 

  “아직 고마워하기엔 이릅니다.”

 

  나일스가 담담하게 말했다.

 

  “메신저로서 수행해야 할 임무가 없는 경우에만 베네보레를 찾으러 갈 겁니다.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아치백 산악지대까지 가는 것과 베네보레를 찾는 건 또 다른 문제죠.”

 

  “에이, 넌 온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것들을 다 봤잖아! 베네보레를 찾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야!”

 

  레인보우 대시가 말했다.

 

  “나도 그러길 바래.”

 

   나일스는 하늘을 흘깃 쳐다보며 답했다. 어둠에 덮인 하늘에 별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나저나 벌써 밤이 다 되어 가는 군요. 슬슬 저녁 식사를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레인보우 대시를 가르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인 세 포니는 잡담도 삼간 채 식사에 몰두했다. 음식은 빠른 속도로 사라졌고, 대시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발굽을 번쩍 들어올렸다. 푸른 앞다리가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

 

  푸른 페가수스는 들뜬 기색을 애써 감추며 물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어? 시간 따로 정해져 있는 거 아니지?”

 

  나일스는 눈을 감았다. 이어서 천천히 숨을 몰아쉬었다가, 내뱉었다.

 

  “당장 할 수 있어. 일단 날 따라와.”

 

  그는 자리에서 일어선 뒤 래리티와 애플잭을 돌아보았다.

 

  “아침까지는 돌아오도록 하지요.”

 

  “저 가스나가 밤을 꼬박 새지는 않았음 좋겄는디.”

 

  애플잭이 말했다.

 

  “낼 아침에도 또 가야할 길이 있으니께.”

 

  “피곤할 일은 없을 겁니다. 믿어도 좋아요.”

 

  나일스는 웃음을 지었다.

 

  “만나서 영광이었습니다, 애플잭 양.”

 

  프롱혼은 길쭉한 앞다리를 쭉 뻗어 애플잭의 앞다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곤 그녀의 앞발굽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이런 건 필요 없다고 하셨죠.......하지만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암컷 개체에게는, 레이디 같은 기분을 느껴야할 때가 가끔씩은 있다고 말이죠.

 

  애플잭은 얼굴을 붉혔다.

 

  “허어, . 아주 귀여운 짓을 해주시네예, 나일스 씨. .......고맙심더. 만나서 영광이었습니데이.”

 

  나일스는 래리티에게 몸을 돌렸다.

 

  “래리티 양. 아주 매력이 넘치는 즐거운 식사였습니다. 제게 좋은 자리와 시간을 내어주셔서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더 영광이죠, 나이젤러스 선생님.”

 

  래리티는 고개를 숙였다.

 

  “저희 친구 레인보우 대시를 잘 부탁드려요.”

 

  “제 노력에 행운이 따르길 바라야겠죠.”

 

  “좋아, 다 됐지? 인사 끝! 이제 빨리 가서 시작하자고! 빨리!”

 

  나일스의 뒤에 서 있던 대시가 악을 써댔다.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푸른 날개가 정신없이 푸드덕댔다.

 

  “열정이 넘치는군.”

 

  프롱혼은 싱긋 웃으며 대시에게 돌아섰다.

 

  “아주 좋아. 그럼 프롱혼 네트워크의 중간 기착지로 데려다 줄 테니까, 잘 따라오라구.”

 

  “안녕, AJ! 안녕, 래리티! 내일 아침에 돌아오는 건 라이트닝-대시일거야!”

 

  푸른 페가수스는 신나게 소리쳤다.

 

  프롱혼은 뿔을 남쪽으로 향한 채 다리에 힘을 줬다. 그리고 일행이 채 눈을 깜박이기도 전에, 온데간데없이 모습을 감췄다. 풀밭을 두 갈래로 가르는 길만이 오크 나무 너머로까지 선명하게 이어져 있을 뿐이었다. 레인보우 대시는 황급히 날개를 파닥대며 나일스의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두 생물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시는 자기가 하려는 게 뭔지 알고는 있는 걸까?”

 

  래리티가 걱정스레 말했다.

 

  “알고 있었으면 좋겠는데.”

 

  “원체 몸만 큰 망아지 같은 가스나 아이가. 갸가 뭐, 언제는 지가 뭔 짓을 하는지 알고 했긋나?”

 

  애플잭은 태연하게 단언했다. 그러고는 방수포를 입에 물고 빵가루를 털어냈다.

 

  “난 이제 그렇게 생각 안 해.”

 

  새하얀 유니콘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내가 보기에, 대시는 대체로 자신을 잘 통제할 줄 알아. 다만.......그 애가 열정에 눈이 멀어서, 코앞에 닥친 위기도 못 볼까봐 걱정돼. 그러다 만약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한담?”

 

  “번개란 게 꽤 위험한 건 맞제. 레인보우 지도 그건 알고 있었다 아이가.”

 

  애플잭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프롱혼들이 갸를 정확히 어떤 식으로 가르칠 지가 의문이데이.......충격 요법 같은 기라도 쓰나?”

 

  “.......대시가 다치지 않아야 할 텐데.......”

 

  래리티는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멍하니 반복했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쳐들며 두 눈을 깜빡였다.

 

  “세상에, 애플잭. 생각해본 적 있니? 왜 우리 둘은 얘기할 때마다 이렇게 뭔가를 걱정하기만 하는 걸까?”

 

  “내야 모르제.”

 

  애플잭은 접은 방수포를 안장 가방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어쩌면 직업병 같은 기 아일까 싶기도 허고. 니나 내나 일하다 보믄 걱정을 안하곤 못 배긴다 아이가. 니는 옷가게, 내는 농장. , 산다는 게 다 그런 거 아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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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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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When an accident leaves Twilight Sparkle seriously ill, Applejack, Rainbow Dash, and Rarity must undertake a perilous journey to find her a cure. What adventures await them beyond Equestria's bor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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