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6.
Written by. Jetfire2012
Translated by. BlackS
새벽의 창백한 빛이 나무 사이로 비쳤다.
세 포니 중 제일 먼저 눈을 뜬 건 애플잭이었다. 스위트 애플 에이커에서 그녀는 언제나 일출과 동시에 기상했다. 농장집과 달리 에버프리 숲속엔 알람 시계가 없었지만, 몸에 익을대로 익은 농군으로서의 생활이 그녀에겐 믿음직한 알람 시계나 다름없었다.
부지런한 오렌지 색 어스포니는 하품을 하며 담요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역동적인 기지개를 켠 뒤, 카우걸 모자를 입에 물고 위쪽으로 던졌다. 모자는 포물선을 그리며 머리 위에 안착했다.
아부지예. 여기 꼬맹이 AJ 좀 보이소.
애플잭은 머리에서 느껴지는 친근한 무게를 느끼며 생각했다.
이제 다 커가꼬 모험이란 것도 하고 있다 아입니꺼.
.
짧은 상념을 마친 애플잭은 레인보우 대시에게 다가가 그녀의 귀 뒤쪽을 쿡 질렀다.
“일어나 보그라, 레인보우 대시. 빨리 아침 먹고 움직여야제.”
대시는 뭐라 웅얼대더니 다시 잠들었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담요에 돌돌 말린 채였다.
애플잭은 성량을 조금 높였다.
“레인보우 대시, 좀 일어나 봐라!”
“.......”
“레인-보-우!”
애플잭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으어! 엥? 뭔데!”
푸른 페가수스는 애벌레 같은 몰골로 꿈틀대며 몸을 튕겨올렸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발굽을 들어 올리려 했으나, 온몸에 담요가 감겨있으니 가능할 턱이 없었다.
“어? 뭐야?!”
레인보우 대시는 잠긴 목소리로 꽥꽥댔다.
“악! 살려줘! 함정이야!”
“흐어-예? 무슨 일이신가요, 공주님?”
그 소란에 래리티도 꿈의 잔향에 젖은 헛소리를 내뱉으며 깨어났다. 그녀는 수면 안대를 올리고 두리번대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제기랄. 벌써 아침이구나, 그렇지? 아, 정말 사랑스러운 꿈을 꾸고 있었는데.......”
“으앙, 셀레스티아님! 날개를 못 움직이겠어요! 나 어떡-”
“정신 좀 단디 챙겨라, 레인보우!”
꼴을 보다 못한 애플잭이 또 한 번 소리쳤다.
그제야 레인보우는 자신이 끔찍한 괴물에 잡혀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잠시 두 눈을 끔벅이다가,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품을 했다.
“흐아암. 모두들 좋은 아침.”
레인보우 대시는 뻔뻔스러워 보일 정도로 자연스럽게 굴었다. 그녀는 담요를 몸에서 풀어 헤치고는 날개와 등, 온 몸을 스트레칭했다. 관절과 뼈마디 등 몸 이곳저곳에서 뚝뚝 거리는 소리가 났다.
“스트레칭 끝! 아침 먹을 포니 발굽 들어!”
“.......빨리 준비해서 먹재이.”
애플잭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담요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비는 그쳤으니께. 같이 캠프 정리하고 아침으론 풀이나 뜯어 먹자. 알겠제?”
“으에엑, 비 때문에 풀밭 엄청 질척 거릴 텐데?”
래리티가 칭얼댔다. “우리 그냥 사과나 더 먹으면 안 될까? 응?”
“야 이 가스나야, 니는 내 안장 가방에 사과만 한가득 들어있는 줄 아나? 내 물품도 챙겨야 해서 사과는 많이 몬 갖고 왔다, 알긋나?”
애플잭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제까지 똑같이 나눠 먹었으니께, 남은 건 정말 먹을 게 없을 때를 대비해 아껴놔야 한데이. 예를 들면 오늘밤, 저 돌덩이 뿐인 산꼭대기 언저리에서 야영을 하게 될 때처럼 말여.”
“걱정 마, 래어.”
대시가 지면 바로 위에서 저공비행을 하며 말했다.
“내가 이파리 따다주겠다고 말했었잖아.”
래리티는 짜증스럽게 담요를 걷어찼다.
“그래, 좋아. 뭘 먹더라도 그 질척대고 뭉개지는 식감의 풀때기보다는 낫겠지.”
< “그래, 좋아. 뭘 먹더라도 그 질척대고 뭉개지는 식감의 풀때기보다는 낫겠지.”>
“레인보우. 혹시 이파리 달린 나뭇가지 몇 개 꺾어다 줄 수 있긋나?”
애플잭은 다 접은 담요를 꼭꼭 접어 안장 가방에 넣었다.
“한 번도 묵어본 적이 읎어서, 좀 궁금하데이.”
“좋아! 주문 접수 완료!”
레인보우는 무지갯빛 잔상만 남기고 순식간에 텐트를 빠져나갔다. 래리티는 마법으로 베개를 꾹꾹 눌러 안장 가방에 욱여넣었다.
“잰 미각에 문제라도 생긴 걸까? 생 이파리가 맛있다니? 그런 걸쭉한 초록색 덩어리로 입 안 전체를 칠하며 아침을 먹어야 한다면, 어우, 난 차라리 굶을 거야.”
“보아하니 갸는 이파리에 진심이던디.”
애플잭은 땅에 깔았던 담요를 개며 대답했다.
“갸는 그게 입에 맞는갑제.”
“그렇긴 하지만, 애플잭, 자기. 레인보우 대시의 취향이 다른 포니의 취향에도 맞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래리티는 작게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혹시 기억나려나? 레인보우가 우리랑 절벽 다이빙하고 싶어 했던 거 말이야.”
애플잭은 킬킬대며 회상했다.
“그 때 말이가? 완전 미친 짓이긴 했제. 근디 내는 그거 제법 재밌었데이. 래리티 니는 고소 공포증 운운하면서 뒤로 뺐지만서도.”
“네, 네. 맘껏 놀리셔요. 높은 데서 뚝 떨어지는 악몽 같은 경험은 삶에 한 번이면 충분하거든요.”
그 때, 레인보우 대시가 이파리가 가득 달린 나뭇가지 세 개를 들고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두 개는 각각 양 발굽에 하나씩, 나머지 하나는 입에 문 채.
“웅너 여러운.”
대시는 입에 물고 있던 나뭇가지를 뱉은 뒤 다시 말했다.
“숙녀 여러분. 아침 식사 왔습니다!”
그녀는 들고 있던 나뭇가지 중 하나를 내려놓고는, 나머지 하나는 붙들고 게걸스레 이파리를 떼먹었다. 섬유질을 우적우적 씹어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애플잭은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이파리 하나를 떼어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씹었다.
“음.......시큼털털헌디. 꼭 우리 과수원의 그래니 스미스Granny Smith 품종 사과 같구먼.”
래리티는 이파리를 꼭꼭 씹어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삼켰다.
“솔직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그녀는 곧바로 다음 이파리를 입에 넣고 바쁘게 씹었다.
“맛있지? 그렇다니까!”
대시는 나뭇가지를 입으로 훑으며 환호했다. 남아있던 이파리가 싹 모여 그녀의 입으로 들어갔다. 봄이 낳은 초록 새순의 파편이 입가에 수염처럼 묻었다.
“봄엔 특히 더 신선해! 그리고 당연히, 아무도 밟은 적도 없고!”
대시는 혀를 날름대며 입가까지 깔끔하게 훑었다.
“어.......그건 그렇지.”
푸른 페가수스의 행태에 뜨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유니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애플잭의 성화로, 일행은 재빨리 식사를 끝냈다. 래리티 역시 평소의 우아함은 접어두고 일행들과 비슷한 속도로 식사를 마쳤다.
그 다음에 이뤄진 텐트 철거 작업은 지난밤과는 반대로 진행되었다 : 래리티가 먼저 누름돌들을 치웠고, 레인보우 대시는 나뭇가지 위에 걸었던 방수포 끄트머리를 물고 내려왔다. 마지막으로 애플잭을 위시한 세 포니들이 힘을 합쳐 방수포를 접었다. 표면적이 워낙 넓은 방수포였던지라, 그것을 애플잭의 안장 가방에 들어갈 만한 크기로 접는 작업에 일행은 제법 시간을 소모했다.
세 포니들이 떠날 채비를 마쳤을 땐 이미 일출이 끝나 있었다. 그들은 전날과 같은 페이스로 발굽을 움직였다.
-
경사가 부쩍 가팔라졌다. 주변에 흔히 보이던 떡갈나무와 느릅나무, 물푸레나무는 어느 순간부터 가시나무로 바뀌었다. 길은 점점 울퉁불퉁한 바위투성이로 변하기 시작했고, 래리티는 하마터면 바위 위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자, 자기드-을? 좀 천천히 가면 안 될까?”
래리티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부드럽게 제안했다.
“자기들도 산에서 굴러 떨어지고 싶진 않을 거 아냐, 그치?”
“진짜 구를 것 같으면, 말이지!” 래인보우 대시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받아쳤다. “그 전엔 안 돼!”
털가죽에 달라붙은 보라색 갈기에서 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애써 미소를 머금고 있던 입꼬리가 씰룩이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 마신 뒤, 래리티는 노성을 터트렸다.
“.......야! 넌 구를 일 없잖아! 날고 있는 게 어디서 큰 소리야!”
정곡을 찔린 레인보우 대시는 괜스레 헛기침을 했고, 애플잭은 킬킬대며 웃었다.
일행은 아침 내내 드라켄리지 산맥을 올랐다. 오르면 오를수록 길의 경사는 계속해서 가팔라져갔다.
일행이 평지에서 가장 높게 자란 나무보다도 높은 곳에 도달했을 땐 이미 정오가 되어 있었다. 어느새부터인가 대기엔 가벼운 한기가 스며있었다.
“으으으, 슬슬 추워지는 것 같아.”
래리티가 조금 떨며 말했다.
“확실히 쌀쌀해진 것 같데이.”
애플잭도 동의했다. 그녀와 래리티는 속도를 줄였다.
“이 나약한 것들!”
대시는 추워하는 두 포니들을 두고 쌩 하니 앞질러 날아갔다. 그리곤 비스듬히 선회해 그들의 머리 위쪽에 멈춰 섰다. 그녀는 앞발굽을 둔부에 올리고 가슴을 쭉 폈다.
“난 즈-언-혀 안 추운데!”
“그래. 자긴 추운 걸 모르겠지. 그치?”
래리티가 안장 가방을 내려놓으며 빈정댔다.
“누가 그러긴 하더라. 페가수스들은 감기 안 걸린다고.”
“우리도 춥다고 말할 순 있지. 실제로 춥지 않아도 말야.”
푸른 페가수스가 받아쳤다.
“그래도 지금은 진짜로 안 춥거든.”
“지금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올라갈수록 더 추워질끼다.”
애플잭은 조곤하게 대시를 타일렀다.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가재이. 눈 올 때 부랴부랴 준비하는 것보단 낫지 않겄나? 게다가 이제 곧 점심시간이고 말이제.”
“점심 시간이라면야.......”
대시는 못 이기는 척 지면에 내려왔다.
“흐음. 어디 보자.......”
래리티는 안장 가방에서 스웨터 두 벌을 꺼냈다. 오른쪽 가방에서는 핫핑크색의 캐시미어 스웨터가, 왼쪽 가방에서는 오트밀 색의 알파카 스웨터가 나왔다. 알파카 스웨터가 조금 더 무거웠다.
“애플잭, 자기. 자기는 이거 입어.” 래리티는 알파카 스웨터를 오렌지 색 어스 포니에게 띄워 보냈다.
“자기가 가져온 그.......조끼 아래에 받쳐 입으면 훨씬 따뜻할 거야.”
애플잭은 양털로 된 검은 조끼를 안장 가방에서 꺼냈다.
“요 녀석은 내랑 수많은 겨울을 함께 보냈제!”
“자기? 눈이 올-”
“내는 이 조끼랑 모자만 쓰고도 눈보라를 이겨냈다 안카나.”
“애플잭, 제발 좀.”
래리티가 고집스런 어조로 말했다.
“자기는 앞에서 벌벌 떨면서 가는데 나 혼자 따뜻하면 내 기분이 어떻겠어? 자기가 고행하는 순교자 놀이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 “자기는 앞에서 벌벌 떨면서 가는데 나 혼자 따뜻하면 내 기분이 어떻겠어? 자기가 고행하는 순교자 놀이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뭐? 뭔 놀이? 이 가스나가 뭐라카노?”
“-딱 이번만, 제발. 응, 응, 으으응?”
새하얀 유니콘은 애교스럽게 두 눈을 깜빡거렸다. 기다란 속눈썹이 나비의 날갯짓처럼 파닥댔다. 아름다운 푸른 눈빛이 고집스럽게 애플잭을 응시했다.
애플잭은 눈동자를 어색하게 굴려댔다. 그러나 이 어여쁜 유니콘의 매력엔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알겠데이.”
애플잭은 한숨을 쉬며 스웨터를 집어 들었다.
“거, 땀 너무 많이 흘렸다고 나중에 화내거나 그러지 말어라.”
“걱정 마, 자기.”
래리티는 마법을 이용해 우아하게 핑크색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었다.
“포니빌에 돌아가서 세탁하면 되니까.”
“옷 다 입은 거지?”
레인보우 대시가 절벽에 튀어나온 바위를 발굽으로 차대며 어스 포니를 재촉했다.
“이제 네가 말했던 점심 식사라는 걸 좀 해보자구, 애플잭.”
“아, 물론이제.”
애플잭은 스웨터 속에서 헤매며 대꾸했다.
“근디 조금만, 한 몇 초만 더 있어 보그라.”
힘겹게 스웨터를 목에 걸친 뒤, 그녀는 앞다리를 다리 구멍에 밀어 넣었다. 투박한 겉모습과는 달리, 다리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예상보다 꽤 부드러웠다. 이 묵직한 스웨터에 대한 애플잭의 첫인상 중 들어맞은 것은 놀라운 방한성 뿐이었다. 스웨터를 입은 뒤부터 그녀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모자를 덮어쓰고 갈기를 정리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애플잭의 스웨터 착장은 끝이 났다. 그녀는 내려둔 안장 가방을 발굽으로 뒤적거렸다.
“점심 먹기 전에 이런 얘길 해서 좀 그렇긴 헌데, 어쩌면 오늘 저녁은 굶어야 될지도 모른데이. 사과를 좀 아껴두고 싶다믄 말이제.”
“사실 나한테 그래놀라 바가 좀 있어.”
래리티가 엉덩이 쪽으로 스웨터를 당겨 내리며 말했다. 뒤이어 그녀는 스웨터의 목구멍에 끼어있던 보랏빛 갈기를 능숙하게 빼냈다.
“많지는 않지만, 요깃거리는 되겠지. 어쨌든 허기진 채로 잠자리에 들고 싶지는 않거든.”
“길드데일에는 풀이 많이 자라있다고, 트와일라잇 책에서 봤던 것 같은디.”
애플잭은 히죽대며 말했다.
“일단 산만 넘으면, 그 땅을 아주 갉아먹어버릴 수 있겠제. 좀 더 운이 좋으면 과일을 구할 수도 있겠고. 돌아갈 때를 대비한 저장식도 비축해놔야지 않긋나?”
그 말을 들은 레인보우 대시는 두 눈을 몇 번 끔뻑였다. 그러다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아, 망할. 돌아가는 여행도 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어! 아오! 아주 평생 길거리 여행만 하다 끝나겠구만!”
“으흠. 혹시 모르지. 돌아가는 길에 우리를 태워줄 만한 친절한 독수리나 히포그리프를 만나게 될 수도 있잖아.”
낙관적으로 말하긴 했지만, 사실 래리티도 돌아가는 여행의 존재를 잊고 있었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녀의 낙관론은 갑작스럽게 닥쳐온 실망감을 절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에 가까웠다.
“어떤 포니가 텔레포트를 할 줄 알았다면 한결 나았을 텐데. 참 아쉽게 됐어, 그치?”
레인보우 대시가 투덜대며 래리티를 곁눈질했다.
늘 자신 있게 빛나던 푸른 눈빛이 일순간 흐려졌다. 래리티는 어딘가에 부딪힌 것 마냥 발굽을 멈칫댔다.
“레인보우 대시!”
애플잭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레인보우는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친구에게 다가갔다.
“아, 이게 아닌데. 아니야! 래리티. 정말 미안해.”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다급하게 사과했다. “잊고 있었-”
“아니, 됐어.”
래리티는 레인보우로부터 몸을 떨어뜨렸다.
“괜찮아, 레인보우.”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어쩐지 달라진 눈빛과 걸음걸이, 자세, 모든 모습과 동작들이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내가 만약 텔레포트를 할 줄 알았다면.......확실히 더 편리했겠지. 언젠간 정말 배워야겠어, 그거.”
“래리티 이 가스나야, 혼자서 굴 파고 들어가지 말그래이.”
애플잭은 안장 가방에서 사과 몇 개를 꺼내며 인자하게 말했다.
“텔레포트고 나발이고, 싫으면 안 배워도 된데이. 니는 그런 거 없이도 이 여행에서 충분히 도움이 된다 안카나-.”
근육질의 거친 농군은 사태의 원흉을 사납게 쏘아보았다.
“-글치 않나, 레인보우 대시!”
“어, 응! 물론이지, 물론!”
레인보우 대시는 열렬하게 호응했다.
“내 말은, 넌 텔레포트는 못 써도, 그거 말고 다른 마법들을 쓸 수 있잖아. 나랑 AJ는 텔레포트는 커녕 아무 마법도 못 쓴다구.”
그녀는 굳어있는 새하얀 유니콘 앞에서 앞발굽을 벌리며 애써 쾌활한 웃음을 던졌다.
“이 여행에 우리 셋 만큼 딱 맞는 그룹은 없을 거라고! 봐! 애플잭! 가장 강하고 믿음직한 어스 포니지! 너! 마법을 쓸 줄 아는 창의적인 유니콘이지! 그리고 나!”
레인보우 대시는 발굽을 제 가슴에 자랑스레 올렸다.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사납고 재빠른 페가소스지!”
익살맞은 재롱에 래리티는 결국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레인보우 대시에게 몸을 기댔다.
“네 말이 맞길 바래, 레인보우. 내가 네 말대로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실은, 만약 내가 모험을 시작해야 한다면 말이지, 제일 먼저 너랑 애플잭을 골랐을 거야.”
“이 여행에서 우리는 분명 서로에게 도움이 될 끼다.”
애플잭이 친구들에게 사과를 던져주며 말했다.
“이제 점심이나 묵자.”
일행은 각각 사과 두 알 씩을 점심으로 먹었다. 그들은 함께 있는 시간을 행복하게 즐겼고, 남은 여정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제법 나아진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땅을 달려야 하는 두 포니는 안장 가방을 다시 챙겼다. 거기에 페가수스 하나까지 더해, 총합 세 포니가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구름에 덮인 하늘은 밝은 회색빛을 띠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일행은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길은 이제 완전히 바위투성이였고, 오르막길의 연속인데다 좁아지기까지 했다. 바람은 우뚝 솟은 봉우리들을 휘감으며 더욱 사나워져갔다. 한껏 거칠어진 그것들은 갈라진 바위 틈 사이에서 세 여행자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으아앗!”
애플잭이 갑작스레 멈추며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야, 자기?”
래리티가 물었다.
애플잭은 아무 대답도 않은 채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녀는 앞발굽으로 모자를 벗고, 모자 안 쪽에 붙어있던 고정끈을 꺼냈다. 그러곤 다시 모자를 쓰고 빠져나온 고정끈을 목 아래까지 단단히 조였다.
레인보우 대시는 뺨에 발굽을 갖다 대곤 죽 끌어내렸다.
“아오, 답답해 미치겠네! 이제 다 된 거지!?”
그녀는 으르렁대며 짜증을 부렸다.
“물론이제.” 애플잭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가재이.”
일행은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전방에 급격한 커브길을 발견한 그들이 급하게 방향을 트는 순간, 거센 바람이 불어 닥쳤다. 그럼에도 카우걸 모자는 굳건히 주인의 머리 위를 지켰다.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
한 시간 쯤 더 산을 오르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싸락눈이었던 것이 어느새 함박눈으로 변했고 종래엔 눈 폭풍이 되었다.
애플잭은 발굽을 흔들어 정지 신호를 보냈다.
“아무래도 옷을 좀 더 껴입어야 될 것 같데이!”
그녀는 왼쪽 안장 가방에서 검은 누빈 조끼를 꺼내 입었다.
“으으으, 자, 자기 말이 맞아!”
래리티는 고개를 끄덕이며, 혹은 그렇게 보일 정도로 아래턱을 떨며 대답했다.
새하얀 유니콘은 하얀 눈보라 속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는 마법으로 오른쪽 안장 가방을 열고 짙은 회색의 코트를 꺼내 입었다. 코트에는 흰색 양털로 된 줄무늬가 수놓아져 있었는데, 그 무늬가 코트의 보온성을 높여주었 다.
“레인보우, 니 진짜 괜찮은 기가? 안 춥나?”
<“레인보우, 니 진짜 괜찮은 기가? 안 춥나?”>
애플잭은 날고 있는 페가수스에게 물었다.
“완전 멀쩡해!”
대시는 성가시다는 투로 대꾸했다. “말했잖아. 페가소스는 감기 안 걸린다고!”
“거, 멋지네.”
애플잭은 조끼의 단추를 잠그며 단출한 감상평을 내뱉었다. 그녀는 오른쪽 안장 가방에서 오렌지 색 스카프를 꺼내 목에 단단히 묶었다.
“아, 세상에. 셀레스티아 맙소사!”
래리티는 마법으로 코트의 지퍼를 올리며 드라마틱한 감상평을 내뱉었다.
“애플잭, 자기! 지금 우리가 얼마나 많은 악세서라이징과 멋진 레이어링을 놓치고 있는 지 상상이 가니?”
“악세, 뭐? 레이어링?.......건 모르겄고, 놓쳤다 어쨌다 카니 놓고 온 밧줄 생각밖에 안난데이.”
애플잭은 탄식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두 포니는 각자 안장 가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푸른 페가수스는 그 새를 못 참고 땍땍거리며 그들을 재촉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일행은 눈보라 속으로 발굽을 내딛었다.
저녁이 될 무렵, 여로는 높은 산봉우리를 굽이치며 올라가는 가파른 길목에 접어들었다. 일행은 휘몰아치는 눈폭풍을 뚫으며 걸음을 옮겼다. 눈이 하도 많이 쏟아지는 탓에 바로 앞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레인보우 대시는 애플잭의 뒤, 래리티의 앞에서 ‘걷고’ 있었다. 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고 있어서였다. 무지갯빛 갈기와 꼬리가 바람에 날려 세차게 흔들렸다. 그녀는 다리를 움직이며 두텁게 쌓인 눈을 헤집었다.
일행은 확연히 가팔라진 길을 힘겹게 기어올랐다. 그러나 그들을 괴롭히는 건 비단 까마득한 오르막길 뿐은 아니었다. 예고없이 굴러 떨어지는 돌과 쌓인 눈에 가려진 바위 틈 역시 포니들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전방을 더듬대며 나아가던 애플잭의 발굽에 갑자기 평평한 땅이 밟혔다. 그녀는 어깨 너머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여기 평지가 있데이!”
애플잭은 평지에 앞다리를 걸친 채 뒷다리를 차올렸다. 평지에 올라선 그녀는 뒤따라온 레인보우 대시에게 발굽을 내밀었다.
밧줄!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빌어먹을 밧줄!
.......이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애플잭은 어스 포니 중에서도 힘이 센 편이었다. 게다가 대시는 페가수스답게 가벼웠고, 래리티는 탐미주의자 다운 호리호리한 체형을 갖고 있었다. 이렇듯 아귀가 맞아 떨어진 덕에, 애플잭은 밧줄 없이도 친구들을 평지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다만 래리티를 들어올릴 때, 애플잭은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힘을 써야 했다. 새하얀 유니콘의 벨벳 안장 가방이 하도 무거웠던 탓이다.
평지에 오른 래리티는 아래쪽을 살폈다. 작은 산봉우리들이 무수히 펼쳐져 있었고, 봉우리들 사이의 깊은 계곡은 눈이 쌓여 하얗게 보였다.
“자기들, 우리가 지금.......정상에 있는 걸까?”
“가능성 있는 얘기제.”
애플잭이 대답했다. 그리고 래리티와 함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얘들아! 이것 좀 봐!”
레인보우 대시의 열띤 목소리가 바람을 갈랐다.
정상을 만끽하던 두 포니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바위산 표면에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둥근 구멍이 뚫려 있었다.
즉, 동굴이었다. 다만 입구 모양이 부드러운 원형이며, 굉장히 잘 닦여 있고, 입구의 가장자리를 따라 어떤 문양이 새겨져 있는 동굴.
“저게 뭔지 아는 포니 있어?” 대시가 문양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런 건 살믄서 처음 본데이.”
“트와일라잇이라면 알 수도 있겠지만, 난 모르겠어.”
래리티가 말했다.
“하지만 만약 저게 문자라면, 장담컨대 현대 이퀘스트리아 어는 아닌 것 같구나.”
푸른 페가수스는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날숨이 차가운 산 공기와 만나 희뿌연 안개로 화(化)했다.
“야, 이 가스나야! 니 거 뭐가 있는 줄 알고 들어갈라카는데?”
애플잭이 대시를 타박했다.
“그냥 좀 보기만 하려는 거야.”
대시는 어깨 너머를 흘깃 뒤돌아보며 말했다.
“어쩌면 여기서 밤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잖아.”
< “어쩌면 여기서 밤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잖아.”>
애플잭과 눈빛을 교환한 후, 래리티는 쌓인 눈을 헤치며 대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봐서 나쁠 건 없을 것 같긴 해. 그치?”
레인보우 대시는 동굴 입구 부분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깊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그 리듬은, 처음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희미했다. 그러나 발굽을 앞으로 내딛을수록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노래였고, 가사는 레인보우 대시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였다. 그러나 대시는 그 언어가 동굴 입구를 따라 새겨져있는 문자와 같은 것임을 직감했다. 노래는 마치 자장가처럼 부드러운 동시에 경쾌하고 활력도 있었다. 이 경이로운 유혹에 페가수스는 깊이 매료되었다.
“저 노래는.......”
레인보우 대시는 중얼거리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노래?”
몇 걸음 뒤에서 따라오던 래래티는 잠시 멈추며 귀를 쫑긋 세웠다. 그녀는 무언가 들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애절한 곡조의 노래였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지금껏 들어본 소리 중에서는 플러터 샤이의 음색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래리티는 그 우아한 덫에 스스로를 내맡겼다.
“아아, 세상에.......”
그녀는 속삭이듯 감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둘을 뒤따라가던 애플잭은 고개를 갸웃댔다.
“느그들 지금 뭐하노?”
“안 들려?” 대시가 멍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노래 말이야.” 래리티도 무아지경에 빠진 채 말했다. 두 포니의 동공은 모두 확장되어 있었고, 더 이상 빛나지도 않았다.
애플잭은 발굽으로 지면을 내리쳤다. 그러곤 목을 앞쪽으로 내빼며 귀를 기울였다.
몇 초 뒤, 그녀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노래고 나발이고 안 들린다! 솔직히 내한테는 니들 다 장난치고 있는 걸로 밖에 안보인데이. 이제 빨리 나가는 게 좋긋다. 아무래도 이 동굴 생긴 게 영 맘에 안든데이.”
레인보우 대시와 래리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애플잭의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이 행동했다. 느릿하지만 단호한 걸음걸이로, 두 포니는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야, 이 가스나들아! 퍼뜩 오라 안카나! 빨리.......가만. 너그들 지금 내 말 들리기는 하나!?”
어스 포니는 유니콘과 페가수스를 뒤쫓아 달리며 소리쳤다.
“가스나들아! 빨리 나가자고!”
그녀의 발굽이 지면을 신경질적으로 두들겨댔다.
애플잭 자신은 물론이고 그 누구도 보지 못했지만, 오렌지 색 털가죽 위에 그려진 사과 세 개가 반짝거렸다. 그 순간, 정직의 원소 수호자의 귀에 무언가 공포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듣기에, 그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닌 지속적인 포효에 가까웠다.
왐마, 저 가스나들이 진짜 돌아삤나? 지금 들리는 이기 '노래'라꼬? 가사고 뭐고 암것두 안들리는디! 큰곰자리 할애비가 와서 울부짖어도 이것보단 덜 무섭겄다! 이 소릴 내고 있는 놈은 필시 끔찍한 놈일 끼다!
“래리티! 레인보우! 더 들어가면 안 된다 안카나!”
애플잭은 두 친구들의 꼬리를 덥석 물었다. 그리곤 줄다리기를 하듯 몸을 뒤로 눕히며 발굽으로 지면을 밀었다.
두 포니는 고개만 돌려 애플잭을 쏘아보았다. 그들의 공허한 눈에 빛이 돌아왔다.
명백한 적의였다.
레인보우 대시는 날개를 푸드덕대며 몸을 마구 비틀어댔다. 래리티는 마법을 이용해 애플잭의 입을 벌리려 들었다. 애플잭은 점점 그들에게 끌려가기 시작했다.
아고, 마, 총체적 난국이데이. 이를 우짜면 좋겠노?
애플잭은 농장에 있는 자신을 상상했다. 이는 패닉에 빠졌을 때 나오는 그녀의 버릇이었다.
농장에서.......돼지 새끼 두 마리가 지들 맘대로 과수원에서 난동을 피운다고 생각해보재이........
“......거, 한 대씩 때려주면 되지 않긋나.”
애플잭은 알록달록한 꼬리들을 놓아주며 눈을 부릅떴다. 발굽을 굴려 친구들을 추월한 그녀는 동굴 벽면 옆에 멈춰 섰다. 그리고 앞다리로 몸을 일으킨 뒤, 사과나무를 찰 때보다 더 세게 동굴 벽을 걷어찼다. 그러자 굉음과 함께 동굴 벽에 금이 생겼다. 금은 벽을 따라 천장까지 이어졌고, 그 서슬에 종유석 몇 조각이 조각 나 떨어졌다.
< 발굽을 굴려 친구들을 추월한 그녀는 동굴 벽면 옆에 멈춰 섰다. 그리고 앞다리로 몸을 일으킨 뒤, 사과나무를 찰 때보다 더 세게 동굴 벽을 걷어찼다.>
그 조각 중 하나가 절묘하게 래리티의 머리를 강타했다. 래리티의 눈에 평소의 푸른 광채가 돌아왔다.
“흐어-억? 이게 무슨.......악! 뭐야?”
래리티는 무너지는 천장을 보며 비명을 질러댔다.
불행히도 대시는 아무 조각에도 맞지 않았다. 동굴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노래는 끊기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노래에 홀려 있었다.
“아, 가스나야! 좀 오라고! 입 닫고, 귀 열으랬지 누가 둘 다 닫으라캤는데?”
애플잭은 대시의 앞길에 몸을 던졌다. 그녀는 페가수스가 날개를 퍼덕일 새도 없이 다짜고짜 들쳐 메고는 냅다 입구 쪽으로 달렸다. 래리티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애플잭은 낙석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날리며 미친 듯이 달렸고, 마침내 세 포니는 눈 덮인 정상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동굴 입구가 무너져 내린 것은 애플잭과 래리티가 채 숨을 고르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동굴의 입구는 천장과 벽을 집어삼키는 입이 되었고, 입에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파편들은 토사물처럼 절벽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어응?”
레인보우 대시는 선명한 장밋빛 눈동자를 굴리며 멍청하게 중얼거렸다.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내가 기억하는 건 어떤 아름다운 노래를 들었다는 거야. 애플잭, 자기. 혹시-”
무너진 동굴 안쪽 어딘가에서 길게 울부짖듯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 포니 중 어느 누구도 그 울음소리의 주인을 본 적은 없었지만, 그 소리가 분노와 짜증으로 점철되어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또한 그가 바위산을 뚫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동굴을 팔 수 있을 정도의 존재라는 것도.
이윽고 포효는 긴 메아리를 남기며 사라져갔다. 일행은 자신들이 발굽을 딛고 서있는 땅이 가볍게 흔들리는 것을 똑똑히 느꼈다.
“으엑! 세상에! 그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던 게 저 녀석이라고?”
대시가 경악스러워하며 외쳤다.
“그랬다니께! 근디 니들은 죄다 저 녀석 노래를 썩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았데이! 나헌티는 첨부터 저렇게 끔찍시럽게 들렸으이, 마, 아주 답답해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분명히 마법이었을 거야.”
래리티가 추측했다.
“여행자들을 꾀어내기 위한 환혹의 노래라면.......아아, 여기에 트와일라잇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 애라면, 이런 일에 대해 나보단 많이 알고 있겠지.”
“그런데 너는 왜 멀쩡했던 거야, AJ?” 대시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혹시 너가 너무 고집이 세서 그랬던 걸까?”
“내도 모르겄다.”
평범한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담백하게 대꾸했다.
“더 이상 고민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고 말이제. 지금 내는 여서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데이.”
울부짖는 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 래리티는 몸서리를 쳐댔다.
“자기 말이 맞아, 애플잭.”
그녀는 애플잭을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그리고 날 구해줘서 고마워. 아니, 우리구나. 나랑 레인보우 대시. 우린 네가 없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 거야.”
“맞아. 정말정말정말 고마워, 애플잭.”
레인보우 대시는, 그녀로서는 드물게도 솔직한 감사를 표했다.
“아, 뭐, 됐다. 고마해라, 가스나들아. 이제 빨리 가재이.”
애플잭은 괜스레 모자를 푹 눌러썼다. 모자 아래로 보이는 주근깨 박힌 볼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레인보우 대시와 래리티는 서로 마주보며 작게 키득댔다.
“그건 글코, 썩 날씨가 괜찮아진 것 같은디.”
애플잭은 능숙하게 화제를 돌렸다.
“대시 니는 이제 다시 날아도 되지 않긋나?”
“아? 정말 그러네.”
어느새 눈보라가 완전히 멎어 있었다. 대시는 망설임 없이 날아올랐다.
설원 위에서, 오렌지 색 어스 포니가 새하얀 유니콘과 푸른 페가수스를 이끌며 나아갔다.
-
일행은 다리가 버텨주는 만큼 최대한 빨리 이동했다. 이는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여로가 대체로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래리티가 예상했던 대로, 그들은 정상에 도달했었던 것이다.
여로는 일행을 구불구불한 계곡으로 인도했다. 계곡은 가파른 두 절벽 사이의 틈새처럼 보일 정도로 폭이 좁았다.
일행이 계곡의 초입에 막 들어설 무렵, 눈보라가 다시 몰아치기 시작했다. 대시도 다시 지면에 내려왔다.
주변을 둘러보던 페가수스는 눈이 엄청나게 많이 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강력한 눈보라가 애플잭의 스카프와 래리티의 코트를 덮고 두 포니들의 궤적마저 지웠다. 온 사방에 새하얀 시트지가 깔려 있는 것 같았다.
대시는 여전히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칼 같이 날카로운 바람에 피부가 베이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속눈썹에까지 눈송이가 날아드는 통에 시야가 자꾸 가려졌다. 대시는 쉴 새 없이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주변이 어두워 보이는 게 눈보라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루나 공주의 시간 :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대시는 시야 확보를 위해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어디 보자.......
좁은 계곡길의 끝엔 탁 트인 평야가 있었다. 그 평야 또한 눈으로 완전히 덮여 있었다. 대시는 눈살을 찌푸린 채로 눈동자를 굴려댔다. 위, 아래, 좌, 우로 모든 것이 하얀색이었다.
저게 정말.......평야에 눈이 쌓인 건가? 아니면.......
<저게 정말.......평야에 눈이 쌓인 건가? 아니면.......>
그녀는 고개를 좌, 우로 돌렸다. 하얀색이 보였다. 뒤이어 위를 바라보았다.
하얀색이 보였다.
하얀색?
“.......저기, 얘들아!”
대시의 외침은 으르렁대는 바람에 휘말려 사라졌다.
“방금 누고?”
애플잭이 뒤를 흘깃 돌아보며 소리쳤다. 맞바람을 맞은 카우걸 모자의 챙이 한껏 휘어졌다.
대시는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멈추었다.
갇혔어!
대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푸르죽죽한 색으로 변했다. 겨우 숨을 가다듬은 뒤, 그녀는 다급하게 외쳤다.
“.......하늘이, 안 보여!”
“어욱! 뭐야!?”
뒤따라오던 래리티는 못 박힌 듯 서있는 푸른 엉덩이에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아으, 정말! 뭐하자는 거니, 레인보우 대시!” 그녀는 발칵 신경질을 냈다.
“하늘이 안 보인다고!”
대시가 어깨 너머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녀는 격렬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통제를 잃은 날개가 강풍에 의미 없이 펄럭댔다.
“재 지금 뭐라카노?”
애플잭은 레인보우 대시와 마주보는 방향으로 몸을 완전히 돌렸다
. “더 크게 좀 말해봐라, 이 가스나야!”
레인보우 대시는 악을 쓰며 대답했다
“안 보인다고! 하늘이!”
하늘이!!
하늘이!!
하늘이!!.......
날카로운 비명이 산비탈을 따라 메아리쳤다. 대시는 몸을 떨면서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애플잭은 그런 레인보우 대시를 빤히 쳐다보다가 코웃음을 쳤다.
“아이고마, 당연히 하늘이 안 보이겄제! 니 눈에는 이 엄청시리 높은 절벽도 안보이는갑네? 이거 보레이-”
우르릉 거리는 낮은 소리가 말허리를 잘랐다.
“-여기 있잖.......여?”
애플잭은 말꼬리를 흐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희미하게 시작된 그 소리는 삽시간에 굉음으로 변했다.
세 포니들을 둘러싼 온 세상이 흔들렸다. 애플잭은 이 소란의 근원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댔다. 혼란에 빠진 래리티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맴돌았다. 레인보우 대시는 여전히 얼어붙은 듯 멈춰서 있었다.
굉음이 머리 위에서부터 들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건 애플잭 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바로 앞에, 새하얀 장막이 있었다.
“이런, 제기랄-”
일몰 직전의 태양이 내뿜는 마지막 빛줄기마저도 그 장막에 가려지고-
. BOOOOOOMMMM!!
모든 곳이 하얗고, 차갑고, 차갑고 하얬다. 차갑고 하얀 그것들은 굉음과 함께 끝도 없이 쏟아져 내렸다.
계곡 안쪽으로 엄청난 양의 눈이 쏟아져 내렸다. 일행은 순식간에 눈사태에 파묻혔다. 굉음은 몇 분간 지속되었고, 어둠 속에 갇힌 일행은 그 공포스러운 천둥소리를 꼼짝없이 듣고 있어야 했다.
-
어느덧 눈사태가 멎었다. 설원이 되어버린 계곡에도 고요와 평화가 찾아왔다.
“으랏차차차아!”
소복이 쌓인 눈더미에서 오렌지 색 어스 포니의 머리가 힘차게 튀어나왔다. 그녀는 주위를 살피려 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쌓인 눈 때문에 빛이 차단된 탓이었다.
애플잭은 자신이 눈 층 사이에 형성된 공간에 고개를 내밀었음을 인지했다. 그녀는 아직 눈에 덮여있는 몸을 버르적대며 움직였다. 더듬거리던 발굽이 안장 가방에 닿았고, 그 안에서 발굽전등을 꺼내 쥐었다. 충직한 발굽은 발굽전등을 켜 주인의 입으로 전달했다.
애플잭은 발굽전등을 입에 문 채 고개를 들었다. 눈 동굴의 천장은 애플잭의 모자 맨 위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높은 곳에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래리티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거의 동시에, 마찬가지로 멀지 않은 곳에서 레인보우 대시의 머리도 튀어나왔다.
래리티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악! 아악! 아아악!”
레인보우 대시도 래리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눈 속에 파묻힌 몸뚱이를 들썩대며 절규했다.
“우린 갇혔어! 갇혔다고! 셀레스티아 맙소사 아무것도 안 보여! 몸이 안 움직여!”
“어흐흑, 이건 악몽이야!” 래리티가 흐느끼며 울부짖었다. “이 끔찍한 악몽 속에서 우린 얼어 죽고 말겠지! 이 지독한 심연 속에서 말이야!”
“가스나들아. 일단 좀 진정들을-” “아무것도 안 보여! 어두워! 하늘이 무너졌나봐!” “우린 여기 갇힌 채로 굶어 죽을 거야!” “내는 일단 우리가-” “나, 나, 나 날개가 안 움직여! 느낌이 이상해! 내 날개가 없어진 것 같아!” “-조차도 우릴 원하지 않겠지. 그리고 어떤 운 없는 여행자들이 우리의 시신을 발견할 때 쯤 되면, 내 갈기는 하얗게 탈색되어 있을 거야. 그럼 그들은 내 스웨터와 갈기를 번갈아 보며 생각하겠지. ‘이것 좀 봐, 이 포니는 기본적인 색 조합도 맞출 줄 모르는 군!’ 그러면 난-’
“아 쫌! 그만! 가스나들아! 다들 진정하고 주딩이 좀 다물어봐라!”
애플잭은 돼지를 몰 때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래리티는 숨소리마저 죽이며 곧장 입을 다물었고, 대시는 적어도 이전보다는 한결 조용해졌다.
“래리티, 이 가스나야! 우리 아직 안 죽었다! 정신 단디 차리고 합리적인 방향으루다가 좀 생각해봐라! 그래주면 참으로 고맙겠데이! 알긋나?”
래리티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몇 번 심호흡을 했다.
“으응.......미안해, 애플잭. 내가 잠깐 미쳤었나봐. 왜 그랬었는지 모르겠네.”
“침착해야 된데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과잉반응해서야 될 것도 안 된다.”
애플잭은 레인보우 대시에게 고개를 돌렸다.
“레인보우, 니한테는 내가.......레인보우? 레인보우 대시?”
레인보우 대시는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딱히 진정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의 눈꺼풀은 열려있었고, 동공은 흰자위에 찍힌 점처럼 보일 정도로 축소되어 있었다.
대시는 눈 속에서 몸을 웅크렸다.
“눈이 안 보여, 몸이 안 움직여, 눈이 안 보여, 몸이 안 움직여, 눈이 안 보여, 몸이 안 움직여.......”
페가수스는 주변을 힐끔대며 계속 중얼댔다.
“레인보우?”
가련한 페가수스의 이름을 상냥하게 부르며, 애플잭은 눈 속을 헤치며 나아갔다.
“레인보우, 니 괘안나?”
“안보여안움직여안보여안움직여안보여안움직여안보여안움직여안보여안움직여-”
애플잭은 차가운 눈 속을 거침없이 헤엄쳐 레인보우 대시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마, 내 여 있다. 다 괜찮데이.”
따스한 오렌지 색의 어스 포니는 파랗게 질린 페가수스를 꼭 껴안았다. 두 포니의 머리가 부드럽게 맞닿았다.
애플잭은 다정하게 속삭였다.
“괜찮다. 다 괜찮아질 거 데이. 괜찮다. 괜찮아.......”
애플잭은 친구의 불안정한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호흡부터 안정시켰다. 언젠가 악몽을 꾼 애플블룸을 달랠 때 그렇게 해줬던 적이 있었다.
“쉬잇, 아무 일도 없을 거데이, 다 괜찮아.......”
래리티가 천천히 두 포니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애플잭의 반대편에서 레인보우 대시를 안아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스위티 벨에게 자장가 삼아 자주 해주던 허밍을 했다. 그녀는 대시에게 코를 비비며, 귀 뒤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애플잭은 계속해서 속삭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레인보우 대시의 호흡이 평상시대로 돌아왔다. 동공도 정상적인 크기로 돌아왔고, 떨림도 진정되었다. 부릅 떠져있던 눈꺼풀이 편안히 이완되었다 .
길고 안정적인 한숨을 내쉰 뒤, 그녀는 속삭이듯 웅얼댔다.
“고, 고마워.”
그러나 우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그녀는 래리티와 애플잭으로부터 슬쩍 몸을 뒤로 빼며 훌쩍댔다. 그리곤 발굽으로 재빨리 눈물을 닦았다.
“방금 그건 미안했어.”
애플잭은 따스한 웃음을 지었다.
“별 것두 아이다, 요 귀염둥이 가스나야. 근디 난 니가 밀실 공포증이 있는 줄은 몰랐데이.”
“그런 거 아, 아니야.”
페가수스는 두 눈을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
“난 그냥 하늘을 보는 게 좋아. 못 보면, 좀 초조해지더라구.”
애플잭은 발굽전등을 집어들고, 그것을 눈 동굴 한가운데에 박아넣었다. 그러자 공간이 전체적으로 밝아졌다. 시야가 확보되자 답답함이 한층 가라앉았다.
“다들 이미 알겠지만은.” 애플잭은 위쪽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하룻밤 묵어야지 싶다.”
“이 눈으로 된 감옥 같은 데서?” 대시가 진심이냐는 투로 물었다.
“눈은 훌륭한 단열재데이. 그래서 우리 농부들이 겨울 동안 땅이 눈에 완전히 덮여도 걱정을 안 하는 기다. 눈이 땅의 온도를 유지시켜주니께. 게다가 밤새 눈보라가 몰아칠 건디, 여기 있으면 바람도 피할 수 있지 않긋나?”
“질식할 수도 있는 거 아냐?”
대시가 딴에는 제법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눈을 좀 더 파서 공간을 만들면 괜찮을 기다. 아님 위쪽에 쪼매난 구멍을 내도 되고.......”
애플잭은 발굽전등을 거꾸로 잡고 눈 동굴의 천장에 깊숙하게 찔러 넣었다. 전등을 다시 빼내자 천장엔 외부와 연결된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에서 천장의 파편과 눈 조각이 조금 날려 들어왔다.
래리티가 스스로를 달래듯 말했다.
“다른 동굴을 찾는 것보단 이게 최선인 것 같긴 해. 지금 난 동굴이란 것들을 그다지 믿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근데 여기 좀 좁지 않냐?” 대시가 마침내 두 날개를 눈 밖으로 펼쳐내며 말했다.
“래리티. 마법으로 여길 좀 더 파낼 수 있긋나?”
애플잭의 제안이었다.
“우리랑 지면 사이에 눈이 그리 많이 쌓여있지는 않은 것 같데이.”
유니콘의 뿔이 반짝거렸다. 눈 동굴의 가운데 부분이 파헤쳐지면서 눈조각이 날아올랐다. 래리티는 파헤쳐지는 부분의 테두리를 따라 파편이 쌓이도록 마법을 조정했다.
처음 얼마간은 계속 하얀 눈더미만 드러났다. 그러나 4피트 정도 더 파고 내려가자 검은색 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애플잭은 발굽전등을 먼저 떨어트렸다. 발굽전등은 달그락 소리를 내며 지면에 떨어졌다.
오렌지 색 어스 포니가 그 빈 공간으로 제일 먼저 들어갔고, 푸른 페가수스와 하얀 유니콘이 그 뒤를 따랐다.
애플잭은 안장가방에서 담요를 꺼내 바위 위에 깔았다. 그리고 담요 한 장을 더 꺼내 그 위에 깔았다.
“래리티, 니도 담요 있제? 이 위에 깔으래이.”
래리티는 입고 있던 코트를 벗고 코트 아래에 덮여 있던 안장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서 검은 벨벳 담요가 마법으로 들려 나왔는데, 그 담요는 발굽전등의 빛을 받자 희미하게 반짝거렸다.
저 가스나 겉멋 부리는 데 목숨 거는 건 진작 알았었지만은.......노숙하는 여행길에 저게 뭐고 진짜.
애플잭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래리티의 담요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어쨌든 담요였다. 애플잭은 래리티의 담요를 입으로 받아들고는 가장 위에 깔았다.
“이제 이 위에 우리 셋이 모여있음 된데이. 같이 이 담요들 껴안고 웅크리고 있으면 체온이 제법 유지 될끼다.”
“내 코트도 다, 다 같이 더, 덮자.”
래리티가 방금 벗은 코트를 발굽에 든 채 떨며 말했다.
“이, 이거 꽤, 따, 따뜻하, 하거든.”
“.....으응, 정말 그래 보이네.”
고개를 끄덕이며, 레인보우 대시는 노곤한 하품을 내뱉었다.
“근데 이제 너무 졸리다. 졸리고 바람도 못 쐬어서 힘들어. 이제 자자, 얘들아.”
“근 몇 시간동안 니가 했던 말들 중에 제일 합리적인 말이었데이.”
애플잭이 웃으며 대답했다.
일행은 마지막으로 깔았던 담요 위에 래리티의 코트도 펼쳤다. 그리곤 그 코트에 수놓인 양털 위에 옹기종기 붙어 누웠다.
“셋 세면 왼쪽으로 굴르래이.”
애플잭이 구령을 정했다. 세 포니 중 제일 오른쪽에 누운 그녀는 발굽으로 제일 아래에 있는 담요의 끄트머리를 꽉 잡았다.
“하나, 둘, 셋!”
일행은 일제히 왼쪽으로 굴렀다. 그러자 한 코트와 세 담요가 한꺼번에 돌돌 말리며 세 포니를 싸맸다. 그들은 조금 더 왼쪽으로 움직여 천 꾸러미들이 자신들의 몸을 확실히 감싸도록 했다.
이로서 세 포니는 고치 속에 들어간 애벌레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서로의 체온으로, 그들은 삽시간에 추위를 잊고 온기를 즐겼다.
“따뜻한 건 좋은데, 우리 숨은 제대로 쉴 수 있는 거겠지?”
담요말이에 갇힌 래리티가 의도치 않게 애플잭의 엉덩이를 더듬으며 물었다.
“여기로 공기가 좀 들어올 끼다.”
애플잭의 코 근처에 담요 사이의 틈이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움직여 그 틈을 좀 더 벌렸다.
“이제 진짜 피곤타.......다들 잘 자그래이.”
그녀는 웅얼거리며 친구들에게 밤 인사를 건넸다.
“잘 자.”
“다들 잘 자.”
래리티와 레인보우 대시도 화답했다.
레인보우 대시는 래리티와 애플잭 사이에 누워 있었다.
“다들 고마워.......정말.”
그녀는 날개를 펼쳐 양 쪽에 누운 두 친구를 감싸 안았다. 애플잭과 래리티는 처음엔 깜짝 놀라하다가, 이내 웃으며 대시에게 더 몸을 붙였다.
피곤함을 가늠하는 것조차 피곤하게 느껴질 정도로 힘들고 긴 하루였다. 세 포니는 한 번의 죽음의 위기를 포함한 많은 고난을 견뎌냈다. 밤은 그들에게 제일 큰 축복을-아무 꿈도 꾸지 않을 정도의 숙면을 선사했다.
--------------------------------------------------------------------------------------
Chapter 06. 끝
https://www.fimfiction.net/story/182859/6/its-a-dangerous-business-going-out-your-door/chapter-6
'Dangerous Business~Saga > [1부] It's a DB, GOYD.' 카테고리의 다른 글
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8화 (0) | 2022.06.21 |
---|---|
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7화 (0) | 2022.06.19 |
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5화 (0) | 2022.06.17 |
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4화 (0) | 2022.06.16 |
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3화 (0) | 2022.06.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