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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rous Business~Saga/[1부] It's a DB, GOYD.

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5화

by BlackS 2022. 6. 17.

Chapter 05.

 

Written by. Jetfire2012

Translated by. BlackS

 

  여행이 시작된 지 3시간이 지났다. 일행은 신속하게 에버프리 숲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들이 걷는 길은 숲의 오솔길들 중 가장 깔끔한 편이었고, 제코라의 오두막으로 통하는 길이기도 했다.

 

 

<그들이 걷는 길은 숲의 오솔길들 중 가장 깔끔한 편이었고, 제코라의 오두막으로 통하는 길이기도 했다.>

 

 

  길을 따라가던 일행은 숲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과 만났다. 지도에 따르면, 강의 수원(水原)은 드라켄리지 산맥에 있었다. 밤까지 산맥에 진입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일행은 강의 오른쪽 둑을 따라 달음박질을 쳤다.

 

  “공주님 위해, 대지를 위해, 산천을 위-! 우린 모-험을 떠난다네-! 헤이! 한 번 더! 공주님 위해, 대지를 위해, 산천을 위-! 우린 모-험을 떠--네에에-!”

 

  푸른 페가수스는 훨훨 날아다니며 노래했다.

 

  “이 가스나가 돌아삣나? 레인보우, 니 와그라노?”

 

  애플잭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핀잔을 주었다.

 

  “핑키 파이가 없잖아. 우리 중 누군가는 노래를 해야 한다고!”

 

  “아니, 아니. 아니제. 애초에 우리 중 누구도 노래할 필요가 읎다!”

 

  애플잭은 대시의 항변을 곧장 받아쳤다.

 

  “어제 내가 누구 데려갈 지 고민할 적에, 핑키 파이를 데려가지 말아야 할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였다 안카나. 시도 때도 없이 노래 부르는 거!”

 

  “, ! AJ! 처음엔 핑키 파이 데려가려고 했었잖아!”

 

  “그리고 바로 후회했제! 어쨌든 노래는 그만! 내 발굽에 걸고, 절대 안 된데이!”

 

  레인보우 대시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쫑알거렸다.

 

  “.......그냥 모-험을 떠--네에 부분만 반복하면 안 되려나.......?”

 

  “그것도 안 된데이! 그러다 또 공주님 위합네 뭘 위합네 하면서 한 곡 완창할 거 아이가?”

 

  조금 더 긴 침묵 후, 대시는 다른 협상안을 꺼내들었다.

 

  “.......적어도 허밍은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애플잭은 대시를 힐긋 올려다보았다. 푸른 페가수스의 얼굴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마냥 결백해보였다.

 

  저 가스나가 저런 표정 지으면서 사고 쳤던 게 한두 번이 아닌디.......

 

  하지만 부루퉁해진 입술을 차마 모른 척 할 순 없었다. 애플잭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래, .......그 정도는 괜찮겄제.”

 

  “아싸!”

 

  레인보우는 곧바로 조금 전까지 부르던 노래의 곡조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애플잭은 이를 악물고 그 흥얼거림을 무시했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은 곧 허사가 되었다. 뒤편에서 따라오던 래리티마저 감미로운 허밍을 시작해버린 탓이었다.

 

  위에선 대시의 거친 흥얼거림이, 뒤에선 래리티의 부드러운 흥얼거림이 들려왔다. 애플잭은 두 발굽으로 걷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인보우 대시는 래리티도 흥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이 퍽 기뻤다. 대시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새하얀 유니콘이 오렌지 색 어스 포니의 바로 뒤에서 보조를 맞추어 씩씩하게 달리고 있었다.

 

  어쩌면 시간 내에 도착할 수도 있겠는걸!

 

  대시의 흥얼거림이 한층 더 흥겨워 졌.......

 

  “와나, 미치겄네! 밧줄!”

 

  애플잭이 예고 없이 발굽을 세우며 소리쳤다. 미처 멈추지 못한 래리티는 애플잭의 둔부에 머리를 박았다.

 

  지상조가 멈췄다는 사실을 모르고 날아가던 대시는 뒤늦게 허둥대며 돌아왔다.

 

  “, 뭐야. 뭔데? 뭐가 문제야?”

 

  “문제? 있제! 내가 밧줄을 놓고 와부렀다!”

 

  애플잭은 발굽을 동동 구르며 성을 냈다.

 

  “, , 진짜 미쳐 돌아가시겄네, 분명히 생각했었는디 그걸 잊어 부렀다!”

 

  “.......그게 다니?” 래리티는 발굽으로 뿔을 문지르며 정색했다.

 

  “그래, . 비웃어도 좋데이. 지금 실컷 웃어두는 게 좋을끼다. 나중에 밧줄 읎어갖고 곤란해지기 전에 말이제.”

 

  애플잭은 콧김을 씩씩대며 말했다.

 

  “내는 벌써 밧줄을 어째 쓰면 좋을 지 12가지는 생각해두고 있었다 안카나!”

 

 

< 내는 벌써 밧줄을 어째 쓰면 좋을 지 12가지는 생각해두고 있었다 안카나!”>

 

 

  “그래도 돌아갈 순 없어!” 대시가 말했다. “지금 돌아가기엔 시간도 체력도 낭비야.”

 

  “그건 글체.”

 

  뒤를 돌아보며 한숨을 내쉰 뒤, 애플잭은 가던 방향으로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허지만 말이제, 밧줄 없어서 곤란할 때가 분명 올끼다.”

 

  “그래, 한 번 두고 보자고.”

 

  대시는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

 

  정오가 될 무렵, 일행은 슬슬 공복감을 느꼈다. 특히 래리티는 유독 허기져 했다. 달리기는 날기보다 힘들었고, 더구나 그녀는 지속적인 육체 활동에 있어선 애플잭만큼 익숙하지 못했다.

 

  래리티의 성화에 못 이겨, 일행은 조금 이른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각양각색의 세 포니들이 강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애플잭은 안장 가방을 열고 사과 세 개를 꺼냈다. 그리곤 래리티와 레인보우 대시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이게 다야?” 레인보우 대시가 투덜댔다.

 

  “, 오늘 따라 내가 느그들을 많이 실망시킨다, 그제?”

 

  애플잭은 안장 가방을 소리 나게 닫았다.

 

  “근데 뭐, 우짜겠노? 챙겨온 식량을 한 끼에 다 먹을 순 없제. 그니께 잘 아껴서들 묵그라. 정 배고프면.......”

 

  그녀는 땅에 고개를 박고 풀을 한 입 가득 물어뜯었다.

 

  “.......푸이아도 드어 머언지.”

 

  래리티가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뒤로 내뺐다.

 

  “생풀을 먹는다고!? 양념도 안됐는데! 하다못해 소금이라도 뿌려야지!”

 

  “아으아야.”

 

  애플잭은 씹던 풀을 마저 삼키고 말을 이었다.

 

  “가스나야. 소금보다 중요한 게 천진데 언제 소금을 싸고 앉아 있었겠노? 그래 소금이 먹고 싶었으면 니가 싸왔어야제.”

 

  “래어, 일단 먹어 봐.”

 

  대시가 풀을 쩝쩝 씹어대며 활짝 웃어보였다.

 

  “봄이잖아! 딱 새순이 돋을 때라 촉촉하고 부드럽다구.”

 

  “으엑.......”

 

 

<"으엑.......">

  

 

  못 볼 꼴을 봤다는 듯, 래리티는 안장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냈다. 마력에 둘러싸인 선글라스는 새하얀 유니콘의 도도한 콧잔등 위에 안착했다.

 

  “풀이 정 싫으면, 나무 이파리라도 따다 줄 수 있어.” 대시가 제안했다. “걔네도 엄청 맛있거든!”

 

  “고맙지만, 사양할게.”

 

  래리티는 중얼거리듯 대답하고, 허리를 굽혀 우아하게 풀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날 것 특유의 강한 향과 맛이 그녀의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그녀는 입 안에 뭉쳐진 풀 덩어리를 힘겹게 삼켰다.

 

  “.......톡 쏘네. . 게다가, 요즘 날 것 그대로 먹는 게 유행이라는 것 같더라.”

 

  래리티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풀을 한 입 더 뜯어 먹었다. 그녀는 조금 전 흥얼거리던 곡조를 생각하며 생풀을 꽉꽉 씹어댔다.

 

  우정을 위해, 트와일라잇을 위해, 베네보레를 위해.......아아, 바라건대 이 끔찍한 도전에 그만한 가치가 있기를!

 

  래리티는 애피타이저로 먹게 될 맛있는 사과를 생각하며 꾸역꾸역 생풀을 입에 밀어 넣었다. 애플잭은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풀을 무자비하게 뜯어먹었다. 대시는 지상의 풀을 먹은 뒤 날아올라 느릅나무 잎사귀도 뜯어 먹었다.

 

  점심 식사는 레인보우 대시의 성화로 빠르게 끝이 났다. 이 무지갯빛 갈기의 페가수스는 가능한 한 많이 이동하고 싶어 했다. 애플잭도 그 의견에 깔끔하게 동의했다.

 

  그리하여 세 포니들은 다시 여정을 시작했다. 도중에 래리티가 소화불량인 것 같다며 징징대긴 했지만, 일행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나무 꼭대기보다도 높이 보이던 드라켄리지 산맥의 능선이 언제부터인가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거대한 바위벽이 일행의 시야에 들어왔다.

 

-

 

  태양이 산 너머로 모습을 숨기자, 숲은 순식간에 어스름에 잠겼다.

 

  여로(旅路)는 이제 완만한 오르막길로 변했다. 투박하고 이상한 모양의 바위들이 도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일행은 지면에, 혹은 나무뿌리 사이에 툭 튀어나와있는 그것들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달렸다.

 

  “잠깐 멈춰 봐!”

 

  레인보우 대시가 갑작스레 외쳤다. 애플잭과 래리티는 달리기를 멈추곤 푸른 페가수스를 올려다보았다. 푸른 페가수스는 먼 하늘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은데. 여기서 야영해야 할 것 같아.”

 

  “오늘 저녁 때 비바람 예보가 있었던가?”

 

  “여긴 에버프리 숲이야, 래리티.”

 

  대시는 부드럽게 날개를 퍼덕이며 착륙했다.

 

  “잊어버렸어? 에버프리 숲의 날씨는 스스로 바뀌잖아.”

 

  이퀘스트리아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에버프리 숲에서는 모든 것이 포니 없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동물들은 스스로 먹잇감을 구한다. 식물들도 스스로 자란다. 날씨도 스스로 변한다. 이는 포니들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고, 세워진 지 백 년 정도 된 포니빌이 아직도 개척자 마을 취급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게다가 에버프리 숲의 역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역시 아무도 몰랐다. 기록에 의하면, 이퀘스트리아가 건국되었을 당시에도 에버프리 숲은 존재하고 있었다.......

 

  애플잭의 농군의 감도 대시의 말과 비슷한 신호를 보내왔다. 어딘가 먼 곳에서부터 울리는 진동이 흉곽에서 느껴졌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애플잭은 멀리서 다가오는 먹구름을 발견했다. 시커먼 구름 사이로 번뜩이는 뇌전이 보였다. 바람도 슬슬 거세지고 있었고, 그 서슬에 나무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술렁댔다.

 

  “대시 말이 맞는 것 같은디.”

 

  “, 셀레스티아시여! 제발! 얘들아, 비 내리기 전에 어디 비 안 맞을 만한 곳 좀 찾아보자! 아니면 만들든가! 어느 쪽이든!”

 

  래리티가 발을 동동 구르며 떼를 썼다.

 

  “진정해라, 요 가스나야.”

 

  애플잭은 나무 사이의 오솔길을 걸으며 래리티를 타일렀다.

 

  “내가 방수포는 챙겨왔데이. 적당한 나뭇가지만 있음 된다. 뭐어, 밧줄이 있었으면 훨씬 더 좋았겠지만 말이제.......”

 

  “하이고, 또 밧줄 타령이야.”

 

  대시가 애플잭의 뒤에서 꿍얼댔다

.

  “그건 그렇고, 온 사방이 돌 천지구만.”

 

  그녀는 근처에 있던 돌 하나를 발굽으로 차냈다.

 

  “이 돌들로 방수포를 고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나무를 기둥으로 쓰고.”

 

  “거 좋은 생각이데이.”

 

  주위를 살피던 애플잭은 조금 높이 뻗어있는 굵은 나뭇가지를 가리켰다.

 

  “저 녀석이 좋겠구마. 래리티, 레인보우. 저기다 방수포를 걸끼다, 알았제?”

 

  새하얀 유니콘과 푸른 페가수스는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어.”

 

  “나도.”

 

  애플잭은 안장 가방을 열고 회색 방수포를 입으로 물어 꺼냈다. 그리곤 머리를 흔들어 그것을 완전히 펼쳤다.

 

  “래어. 그 쪽에 돌 몇 개만 좀 들어주지 않긋나?”

 

  애플잭은 방수포를 입에 문 채로 말했다.

 

  “기꺼이.”

 

  래리티의 뿔이 반짝거렸다. 십여 개의 돌덩이가 일시에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녀는 여유롭게 레인보우 대시를 돌아보았다.

 

  “레인보우, 자기. 방수포 다른 쪽 끄트머리 좀 방금 봤던 나뭇가지에 걸어주라.”

 

  “맡겨주시라고!”

 

  대시는 방수포의 한 쪽 끝을 잡고 날아올랐다. 그녀는 빽빽한 나뭇가지들을 헤치고 조금 전 애플잭이 가리켰던 튼실한 나뭇가지에 방수포를 걸었다.

 

  대시가 작업을 마치자, 애플잭은 방수포를 입에 문 채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방수포가 펴지며 삼각형 모양의 윤곽이 드러났다.

 

  애플잭은 입에서 뱉은 방수포를 곧바로 발굽으로 밟아 고정시켰다.

 

  “래리티. 이 쪽 꼭짓점은 내가 잡고 있을 테니께, 그 쪽 꼭짓점부터 돌이랑 핀으로 고정 시키라! 그 다음엔 땅에 닿은 모서리에도 돌 좀 올려놔주고!”

 

  래리티는 애플잭의 지시대로 이리저리 돌들을 이동시키고 핀을 박았다. 커다란 삼각형 천 조각에 불과했던 방수포는 어느새 그럴 듯한 모양의 텐트로 변했다.

 

  “.......이걸로 완벽해!”

 

  마지막 고정용 돌이 지면에 내려앉은 순간, 새하얀 유니콘의 뿔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어머, 슬슬 오려는 모양인데?”

 

세 포니들은 허둥대며 텐트로 들어갔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방수포를 때리는 소리를 들으며, 일행은 잠시 입을 다물고 각자 할일들을 했다. 애플잭은 고른 자리를 찾아 담요부터 깔았고, 래리티는 습기로 부스스해진 갈기와 꼬리를 손질했다. 레인보우 대시는 나뭇가지 위에 눕듯이 나무뿌리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내일은 산에 오를 거지?”

 

  래리티가 털 손질을 마무리하며 애플잭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다음엔?”

 

  “현실적으로 봤을 때 하루 만에 등산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진 않고.......그래도 꼭대기까진 올라갈 수 있겄지........눈만 많이 안 내린다면야, 괜찮을 끼다. 그러길 바래야제.”

 

  “아직 초봄이잖아. 분명히 산에 눈이 남아 있을 거야.”

 

  레인보우 대시가 제법 노련한 날씨 관리 포니 티를 냈다.

 

  “다들 겨울옷 잘 챙겨왔길 바래.”

 

  “레인보우, 자기. 그 부분에 대해선 걱정할 것 없어.”

 

  래리티는 자신의 안장 가방을 자랑스럽다는 듯이 토닥였다.

 

  “이 아이들이 있는 한 추위 따윈 두렵지 않아. 난 오히려 애플잭, 자기가 더 걱정이야. 설마 옷가지로 모자 하나만 가져온 건 아니지?”

 

  애플잭은 자신의 안장가방에 발굽을 턱 하니 올리며 대답했다.

 

  “옛날부터 입던 누빈 조끼를 갔고 왔다 아이가. 이 정도면 충분하데이.”

 

  “조끼? 조끼라고? 그걸로 될 리가!”

 

  래리티는 경악에 찬 눈빛으로 애플잭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내 스웨터가 필요해질 것 같은데.”

 

  “괘안타. 내는-”

 

  “단언컨대, 안 괜찮을 거야.”

 

  유니콘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녀의 단호한 시선이 레인보우 대시 쪽으로 향했다.

 

  “설마하니 자기도 겨울옷을 따로 안 싸온 건 아니겠지? 그치? 방금 우리한테 겨울옷 잘 챙겨왔길 바란다고 했었잖아?”

 

  “그랬지. 근데 난 무조건 괜찮아. 우리 페가소스는 감기 안 걸리거든.”

 

  레인보우 대시는 으쓱한 얼굴로 날개를 펼쳤다. 래리티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글쎄, 바보는 감기 안 걸린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 그게 무슨......., 잠깐. 그건-”

 

  “자자, 다들 고마해라.”

 

  애플잭이 능숙하게 화제를 돌렸다.

 

  “방금 래리티가 물어본 건 사실 내도 좀 알고프다. 그래, 어째저째 산을 넘었다 치면, 그 다음엔 우짜노? 산맥 너머엔 뭐가 있나?”

 

  “다른 장소가 나오지.”

 

  레인보우 대시가 자세를 고쳐 누우며 대답했다.

 

  “날면서 몇 번 본적은 있어. 황금빛 평원이 있던데.”

 

  “그건 너무 막연한디. 래리티. 트와일라잇이 니헌티 책 한 권 주지 않았었나? 이퀘스트리아 바깥이 어쩌고 하더만.”

 

  “맞아, 그랬지!”

 

  래리티는 마법을 이용해 안장 가방을 열고는 책을 꺼내 자신의 앞에 내려놓았다. 트와일라잇의 말대로, 책은 크지도 않거니와 두껍지도 않았다.

 

  “어디 보자.......”

 

  새하얀 발굽이 책을 펼쳤다. 목차는 이퀘스트리아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4개의 항목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우린 지금 서쪽 국경을 건너려는 거잖아, 그치?”

 

  어스 포니와 페가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래리티는 서부 지역 챕터로 페이지를 넘겼다.

 

  “흐으음, 흐으으음.......에버프리 숲, 드라켄리지 산맥.......찾았다! 읽어줄게. 으흠!”

 

  래리티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드라켄리지 산맥을 사이에 두고, 이퀘스트리아는 길드데일Gildedale 왕국과 인접해있다. 이 왕국은 평원과 풀밭으로 이루어진 광활한 대지를 다스리며, 짐마차를 타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어스 포니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퀘스트리아와 길드데일은 재해 발생 시 각 국가가 상대방을 지원하도록 하는 조약을 맺는 등 오랫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길드데일의 포니들은 낯선 포니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행 시에는 조심하는 것이 좋다.]”

 

 

<"[드라켄리지 산맥을 사이에 두고, 이퀘스트리아는 길드데일 왕국과 인접해있다.]">

 

 

  애플잭은 흡족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대지여! 어스 포니들로 가득한 나라라! 딱 내 같은 포니들을 위한 곳 아이가.”

 

  “많이 거칠고 험악한 땅일 것 같은데.”

 

  래리티가 말했다.

 

  “짐마차를 타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포니들이 주류라니. 설마 도시나 마을에서 살지 않는다는 걸까?”

 

  “그냥 원하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며 산다는 뜻이겠지.”

 

  레인보우 대시는 두 발굽을 머리 뒤에 넣으며 느긋한 웃음을 지었다.

 

  “규칙도, 국경도, 통제도 없이! 온 대지를 돌아다니면서, 그냥 자기 자신으로서 사는 거지!”

 

  “그렇게 빈둥대며 사는 포니들은 아니었음 하는디.”

 

  방금 전과는 달리 애플잭은 조금 뾰로통해졌다.

 

  “페가수스들 입장에서는 그게 좋은 삶일지 몰라두, 우리 어스 포니들은 공동체에서의 고된 노동의 가치를 안디. 내는 이퀘스트리아 밖이래두 그건 통용될 거라고 본다."

 

  “하지만 길드데일 포니들이 농부들 같진 않은 걸, AJ”

 

  대시가 대답했다.

 

  “책에 나온 것만 보면.......좀 사나울 것 같아. 거칠고.”

 

  “그보다 나는 우리가 길드데일에서 크고 듬직하고 멋진 숫말을 만날 수 있을 지가 궁금한데.”

 

  래리티는 화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해대기 시작했다.

 

  “짐마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산다고 하니까 생각났는데, 약간의 프리미티비즘에 젖은 숫말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거든? , 물론 이 프리미티비즘을 의도하고 연출하면 안 되겠지만.”

 

  “잠깐만, 이야기가 너무 샜데이.”

 

  애플잭이 분위기를 환기했다.

 

  “우린 지금 관광하러 가는 기 아이다. 최대한 빨리 길드데일을 통과해서 아치백 산악지대로 가야한디. 래리티. 그 책에 아치백 산악지대에 관한 얘기는 없드나?”

 

  래리티는 페이지를 넘겼다.

 

  “. 없는 것 같은데.......이 책은 이퀘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들에 대해서만 기술해놓은 것 같아. 확실한 건, 길드데일에 대한 설명에서 드라켄리지 산맥 외에 다른 산맥에 대한 설명은 없다는 거지. 그건-”

 

  “-우리가 국경을 최소한 한 번은 더 넘어야 될 거라는 소리네! -, 정말 멋진데!”

 

  대시는 뒷발굽을 서로 두드리며 빈정거렸다.

 

  “진정해, 레인보우. 어쨌든 우린 2주 안에 도착만 하면 되는 거야.”

 

  래리티가 그녀를 달랬다.

 

  “도착해서 베네보레를 찾으면 끝이고. 우리한텐 스파이크의 불꽃이 있으니까.”

 

  래리티는 스파이크의 불꽃이 담긴 유리병을 가방에서 꺼냈다. 일행은 이미 스파이크의 불꽃을 래리티의 관리 하에 두기로 동의한 바 있었다. 그녀의 세심한 성격과 행동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조심히 다루그래이. 거 깨지거나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진짜 말짱 다 꽝.......

 

  그 순간, 애플잭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 벌써 저녁 먹을 때가 됐는갑제?”

 

  래리티와 레인보우 대시는 낄낄대며 웃었다. 애플잭 역시 빙그레 웃고는 안장 가방에서 사과들을 꺼냈다.

 

-

 

  저녁 식사 후, 애플잭은 담요를 더 꺼냈다. 래리티는 자신의 두상에 맞는 개인용 베개를 꺼냈다. 구름 위에서만 잠을 자본 레인보우 대시는 땅바닥이 못내 불편했던지, 담요 하나를 바닥에 더 깔았다.

 

  레인보우 대시는 방수포 천막의 입구 근처로 잠자리를 정했다. 물론, 입구에서 비가 들어 치지 않을 만큼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애플잭은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남쪽 지역에까지 파종하는 계획에 대해 래리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동안 레인보우 대시는 폭풍우 치는 하늘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푸른 페가수스는 어쩐지 안절부절 해하며 긴장을 풀지 못했다.

 

  커다란 번개가 예고 없이 번쩍였다. 먹구름 덩어리가 번개에 휘감기고, 눈부신 빛이 일순간 온 세상을 덮쳤다가 사라졌다.

 

  그 순간 레인보우 대시는  발굽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야기꽃을 피우던 두 포니는 깜짝 놀라 대시를 쳐다보았다.

 

  “뭐꼬, 대시, 니 괜찮나?”

 

  애플잭이 물었다.

 

  “? 뭐가?” 대시는 멍청하게 되물었다가,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 미안. 난 괜찮아.”

 

  래리티의 푸른 눈동자가 반짝였다.

 

  “레인보우. 혹시 번개 무서워하니?”

 

  “.......”

 

  레인보우 대시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레인보우 대-, 자기. 진짜로? 자기가 번개를 무서워한다고?”

 

  래리티의 두 눈이 휘둥그레 하게 떠졌다.

 

  “페가수스들은 매일 비바람이나 허리케인 가까이서 비행하지 않아?”

 

  “아, 안 무서워하거든!”

 

  푸른 페가수스의 눈두덩이가 조금 씰룩댔다. 어쩐지 파리해진 아랫입술도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 그냥, 그냥 번개를 보면 좀 긴장돼. 그게 다야.”

 

  “어째 그럴 수가 있노? 래리티 말대로, 느그 페가수스들은 맨날 폭풍 사이로 비행한다 아이가. 느그들은 날씨를 조종하제, 맞제?”

 

  “그건 그래. 그리고 폭풍은 완전 괜찮거든! 바람, 구름, , 토네이도도! 다 괜찮아!”

 

  대시는 폭풍과 번개가 몰아치는 하늘을 흘깃 올려다보았다.

 

  “근데 번개는..............”

 

  “? 뭐라고?”

 

  “......., 그게.......”

 

  대시는 친구들의 시선을 피했다.

 

  “, 이 가스나야. 그냥 좀 시원하게 불어봐라!”

 

  “나는번개를못다뤄!”

 

  대시는 한 호흡에 빽 소리치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을 본 래리티와 애플잭은 놀라움마저 느꼈다. 그들은 이 천방지축의 오만한 페가수스가 지금처럼 슬퍼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건 다 돼. 정말이야. 근데 번개만 안 돼.”

 

  “시도는 해봤니?”

 

  “수백 수천 번은 해봤어!”

 

  대시는 아무렇게나 퍼질러 누웠다.

 

  “날씨 관리 포니들 중에는 번개구름도 뒷발차기 한 방으로 깔끔하게 정리해버리는 애들이 있거든! 그래서 나도 걔네들 흉내를 좀 내려고 했었지.”

 

  그녀는 담요로 얼굴을 가리며 말을 이었다.

 

  “근데 내가 그렇게 할 때마다, 뭔가 번개가 느낌이 이상한거야! 뜨겁고 빠르고 밝고. 게다가 난 번개를 다룰 만큼 빠르지가 않은 것 같아. 내가 아무리 빠르게 날아도,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내 꼬리 날개가 바싹 타버리더라고.”

 

  레인보우 대시는 우울한 한숨을 내쉬었다.

 

  “난 실패작이야.”

 

  침묵 속에서, 래리티와 애플잭은 레인보우 대시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오렌지 색 어스 포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귀염둥아, 기운 좀 내라. 포니들 모두 제각각 못하는 게 있는 법이데이. 내 같은 경우엔, 제길, 내는 양털을 몬 깎는다.”

 

  “나는 테니스를 못 쳐!”

 

  래리티가 해맑게 말했다. 애플잭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 . 특히 오버핸드 서브를 못 해.”

 

  “그래. 근데 이제 좀 피곤하다.” 대시는 몸을 반대쪽으로 돌려 누웠다 그냥.......잠이나 자자.”

 

  “잘 생각했데이. 해지기 전까지 정상에 오르려면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될끼다.”

 

  담요를 푹 덮어쓴 애플잭은 안장 가방을 베개 삼아 누웠다. 그녀는 온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거나한 하품을 내뱉었다.

 

  “다들 잘 자그라.”

 

  래리티는 수면 안대를 착용하고 전용 베개를 벴다. 그리고 담요로 자신의 몸을 돌돌 감더니 마법으로 이불까지 덮었다. 그녀는 일행 중 제일 먼저 곯아 떨어졌고, 30분 쯤 뒤엔 애플잭이 그 뒤를 따랐다.

 

  은은한 빗소리를 배경으로 새하얀 유니콘의 부드러운 숨소리와 오렌지 색 어스 포니의 작은 코골이, 그리고 푸른 페가수스의 뒤척대는 소리가 어우러졌다.

 

  레인보우 대시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몇 년간 수없이 그래왔듯, 그녀는 번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자문은 자책이 되고 좌절로 끝났다. 언제나 그래왔다. 하지만 이 반항어린 궁금증은 좌절에 좌절하는 법이 없었다.

 

  , 바람, , 구름 다 되는데 왜 번개만 말썽이지?

 

  번개는 언제나 대시의 발굽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고, 가까워졌다 싶으면 하늘을 찢으며 달아났다. 그런 날이면 레인보우 대시는 자신의 하늘색 몸뚱이를 감싸 안고 고개를 묻었다. 혹은 자신의 큐티마크 : 무지갯빛 번개를 거울에 비추어보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것은 단순한 집착이 아닌 열망이었다. 번개는 격렬하고 빠르며 거칠고 강력했다. 레인보우 대시는 번개를 다루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번개처럼 되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왜 나는 안 될까? 내가 충분히 빠르지 않아서? 격렬하지 않아서? 세지 않아서? 아니면.......그 포니만큼 뛰어나지 않아서?

 

  레인보우 대시는 자신을 의심하는 타입은 분명 아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스스로를 의심하는 행위에 전혀 면역이 없었다. 생겨난 의심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무의식과 뒤섞여 꿈이 되었다.

 

.......천둥 번개가 몰아치는 밤하늘에서, 레인보우 대시는 날고 있었다. 그녀는 쉼 없이 내리 꽂히는 눈부신 빛줄기와 함께 비행하는 강청색 꼬리가 남긴 궤적을 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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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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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When an accident leaves Twilight Sparkle seriously ill, Applejack, Rainbow Dash, and Rarity must undertake a perilous journey to find her a cure. What adventures await them beyond Equestria's bor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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