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2.
Written by. Jetfire2012
Translated by. BlackS
다섯 친구들 중 제일 빠른 포니답게, 가장 먼저 폭발 현장에 도착한 건 레인보우 대시였다. 그녀는 눈앞에 펼쳐진 참상에 질겁하며 주춤거렸다.
포니빌의 도서관이었던 거대한 나무는 한쪽 측면이 완전히 날아간 채 검게 그을리고 뒤틀려있었다. 방금 발생했던 폭발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낸 결과였다. 한 때 책이었던 종잇조각들은 초겨울의 첫 눈송이처럼 평화로이 흩뿌려지고 있었는데, 그 역설적인 모습이 자아내는 묘한 분위기가 참상을 더 끔찍해보이게 만들었다.
두 번째로 현장에 도착한 건 플러터 샤이였다. 그녀가 멍하니 두 눈을 깜빡이는 사이, 작은 종잇조각 하나가 그녀의 콧잔등 위에 내려앉았다.
“트와일라잇이.......”
플러터 샤이는 자신의 콧잔등 위에 떨어진 종잇조각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며 말했다.
“.......굉장히 슬퍼할 거야. 이렇게 많은 책들이 파손되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래, 트와일라잇.......”
대시는 속삭이듯 중얼거리다가, 이내
“트와일라잇!”
다 쉰 목소리로 친구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도서관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먼지와 연기가 레인보우 대시의 얼굴을 덮쳤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연거푸 기침을 내뱉으면서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도서관에 있던 물품들 중 폭발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없는 듯 보였다. 기둥처럼 서 있던 거대한 두 책장은 이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파손된 책들이 마룻바닥에 아무렇게나 쌓여있었다.
".......!"
상황 파악을 마친 레인보우 대시는 자신의 바로 아래쪽에 쌓여있는 책 무더기들부터 황급히 파헤치기 시작했다. 파손된 책들과 책이었던 파편 부스러기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레인보우 대시에 이어 플러터 샤이도 도서관 내부로 들어왔다. 그녀는 파괴적인 참상을 마주하고는 헛숨을 들이키며 멈춰 섰다.
“아, 쫌!”
대시는 굳어버린 플러터 샤이에게 날아가 그녀의 어깨를 쳤다.
“도와줘, 빨리!”
샛노란 색의 페가수스는 충격으로부터 애써 자신을 다잡았다. 그리곤 재빨리 레인보우 대시의 옆으로 날아가 그녀의 작업을 거들었다.
-
지면을 달릴 수밖에 없는 세 포니들은 이제 막 마을 중앙 광장에 들어서려는 참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최고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늘 웃음 섞인 깡총 걸음으로 나다니던 핑키 파이도 이를 악물고 발을 굴리고 있었다.
선두를 달리던 애플잭의 측면으로 노란 털과 빨간 갈기를 가진 작은 망아지가 따라붙었다.
“애플잭 언니야, 이게 뭔 일이래? 방금 그 소리 언니도 들었어?”
애플블룸이었다. 자그마한 그녀는 성체 포니들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헐떡대면서도 바지런히 발굽을 굴리고 있었다.
애플잭은 여동생을 잠깐 곁눈질 한 뒤, 다시 전방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트와일라잇 고 가스나헌티 먼가 큰 사고가 난 것 같데이! 어쩌면 갸가 크게 다쳤을지도 모르는 기라!”
네 포니들은 마을 광장 한가운데에 있는 시청을 지나 도서관에 다다랐다. 그들은 미처 숨 고를 새도 없이 끔찍한 참상 앞에 내던져졌다.
래리티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 이건 모두 마법 때문에 일어난 사고야! 마력이 느껴져. 아, 세상에, 세상에! 이건 너무 끔찍해!”
일행이 서있는 곳에서부터 도서관 출입문.......혹은 그 역할을 했던 너덜대는 문짝까지는 고작 몇 걸음에 불과했다. 애플잭은 그 출입문을 향해 천천히,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여태껏 끌어본 그 어떤 짐수레보다도 무거운 무언가가 어깨와 등허리 위에 얹어져 있는 것 같았다.
애플잭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기 직전까지도, 레인보우 대시와 플러터 샤이는 파편 무더기들을 정신없이 파헤치고 있었다. 마룻바닥은 듬성듬성 드러나 있긴 했지만, 아무렇게나 날려 보내진 파편들은 그 주변에 이전보다도 더 높게 쌓여 있었다.
“어쩌지? 트와일라잇이 아무데도 안 보여!”
애플잭 일행이 들어온 순간 대시가 빽 소리쳤다. 그녀는 두 앞발굽으로 양 볼을 감싸며 절규했다.
“아그그극, 제발제발제발! 만약 걔가 죽기라도 하면.......”
대시의 말을 들은 핑키 파이는 고장 난 축음기처럼 중얼대기 시작했다.
“셀레스티아맙소사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
“핑키 파이!”
애플잭은 정말로 고장 난 기계를 대하듯 핑크색 어스 포니의 등짝을 한 대 때렸다.
“이 가스나야! 정신! 정신 똑디 챙기라! 대시 니도! 다들 좀 진정하고, 이성적으로 좀 행동허자. 이런 식이면 트와일라잇이고 뭐고 암 것두 몬 찾는다!”
“못 찾는다니 무슨 소리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대시가 악을 써대자, 애플잭도 언성을 높였다.
“닌 주딩이 닫고 귓뱅맹이 좀 열고 살아라! 계속 이따우로 모가지 날아간 닭새끼들 마냥 돌고만 있으면 못 찾을 거라캤지 내가 언제 그냥 못 찾는다캤노? 우린 조직적으루다가 움직일 필요가 있데이.”
<"닌 주딩이 닫고 귓뱅맹이 좀 열고 살아라!">
“맞는 말이야. 그럼 이렇게 한 번 해보면 어떻겠어?”
래리티가 앞으로 나섰다.
“이 쓰레.......아니, 책 파편들을 붙박이 선반이 있는 각 모서리들 쪽으로 집중적으로 모으는 거지. 이렇게 하면 막 파헤치고 던지는 것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깔끔하게 마루를 드러내 보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니?”
“거 좋다!” 애플잭은 앞발로 바닥을 내려치며 일행을 독려했다. “다들 래리티 하는 말 들었제? 집중해서 함 해보자! 그럼 금방 트와일라잇을 찾을 수 있을 끼다!”
래리티, 핑키 파이, 애플잭, 애플 블룸은 책 무더기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 방 한가운데서부터 각 모서리를 향해 네 방향으로 무더기들을 밀어냈다. 애플잭과 애플불름은 함께 미니어처 받침대를 들어 날랐다. 핑키 파이는 혼자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여러 권의 책들을 옮길 수 있었는데, 이는 그녀가 뒷다리로만 균형을 잡으며 걷는 기이한 기술을 보유한 덕분이었다. 래리티는 마법을 이용해 한꺼번에 많은 양의 책과 종이부스러기들을 쓸어냈다. 플러터 샤이와 레인보우 대시는 지금껏 하던 대로 빠르게, 그러나 보다 체계적으로 파편들을 파헤쳤다.
서서히, 마루가 전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핑키 파이의 근처에 쌓여있던 무더기가 갑자기 움찔댔다. 모두가 그 무더기를 올려다보았고, 레인보우 대시는 재빨리 날아가 그 무더기를 파헤쳤다. 다급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발굽을 따라 파편이 온 사방으로 비산했다.
너덜해진 책들을 잔뜩 끌어낸 푸른 발굽이 무더기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찰나, 둥그스름한 새끼용의 머리가 부스럭 소리를 내며 무더기에서 튀어나왔다. 그는 책 무더기 사이에서 빠져나오며 머리를 문질러댔다.
“어우우, 이게 무슨 일이야?”
포니들은 실망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고개를 돌렸다.
“스파이크, 여기서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야?” 대시가 추궁하듯 물었다.
“트와일라잇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봤어?”
“괜찮니, 스파이크?” 플러터 샤이는 스파이크의 옆에 사뿐히 내려앉아 그를 살펴보았다.
“어머, 스파이크, 네 머리에 혹이 난 것 같아. 아프지 않니?”
“으응, 괜찮은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파이크는 혹을 만지며 몸을 움찔댔다.
“내가 기억하는 거는.......트와일라잇이 텔레포트를 했고, 그 때 엄청 큰 빛이 일어났어. 뭔가 확실히 잘못된 것 같았지. 그래서 난 계단을 뛰어 내려갔고, 그 다음엔.......펑!”
스파이크는 양 팔을 좌우로 한껏 벌렸다.
“내 혹은, 아마 떨어지는 사전 같은 거에 부딪혀서 생긴 게 아닐까.”
그 때, 다른 파편 무더기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뚜렷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달려들어 그 무더기를 파헤쳤고, 마침내 그들이 그토록 걱정하던 라벤더 색 유니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조금 떨고 있었지만, 언뜻 보기엔 멀쩡해 보였다.
일행들은 앞다투어 트와일라잇을 껴안았다.
“너, 너, 괜찮았구나!”
레인보우 대시는 앞다리로 트와일라잇의 목을 감싸며 환호했다.
“야, 난 진짜, 난 네가, 이야, 홀리 쎌-레스티아 만만세다!”
“이 귀염둥이 가스나야, 무쟈게 걱정했데이,” 애플잭이 말했다.
“괜찮은 거 맞지?” 플러터 샤이가 물었다.
“얘들아, 난 괜찮아.”
트와일라잇은 조금 뒤로 물러서며 도리어 친구들을 다독였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어쨌든 괜찮아.”
“그건 그렇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아?”
핑키 파이가 트와일라잇을 여러 각도에서 살피며 물었다.
“정말 엄-청-난 폭발이었어!”
“공원으로 텔레포트를 시전 했을 뿐이야.”
트와일라잇은 다리를 하나씩 천천히 움직여 보며 아무 문제가 없는 지 확인했다.
“그 때 난 루브로부터 엄청난 에너지가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꼈지!”
“루 뭐?” 래리티가 고개를 갸웃대며 물었다.
“루브. 텔레포트 윤활제로 쓰여. 난 그걸 가지러 여기 온 거야. 래리티 너한테 필요할 것 같았거든. 네 텔레포트 연습에 도움이 될까 해서 말야. 아무래도.......”
트와일라잇은 곰곰이 생각한 뒤 말을 이었다.
“난 루브의 냄새를 맡아보려고 마개를 열었었어. 루브가 혹시 변질된 건 아닌지 확인해봐야 했거든. 그 때까진 아무 문제도 없었어. 하지만 그러고 나서 마개를 제대로 닫지 않았던 것 같아. 루브는 강력한 마력 덩어리고, 특히 시공간 도약 마법에 사용되지. 그 에너지 덩어리를 외부와 차단하는 마개가 느슨하게 닫혀 있었고, 외부와 순환하던 내 텔레포트 마력이 그 틈새로 들어가 과충전 되었던 게 분명해. 엄청난 마력 과부하가 일어났을 거야!”
보라색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와, 이렇게 보니 내 몸이 아직 한 조각으로 붙어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겠는걸.”
“언니, 너무 무서워!” 망아지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난 이제 괜찮아. 걱정 말렴, 애플블룸!”
“괜찮다니 다행이지만, 네 말은 핑키의 망상이 거의 일어날 뻔했다는 거잖니.”
래리티가 요점을 짚었다.
“트와일라잇, 넌 내 소중한 친구야. 나는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말했잖니, 난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잖니, 난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난 하고 싶었어, 래리티. 넌 내 친구잖아. 뭐라도 해주고 싶었어.”
트와일라잇은 따스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조금은 더 조심했어야 했겠지만.......” 그녀는 난장판이 된 도서관을 죽 훑어보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어진 말에선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으엑, 이걸 언제 다 치운담.”
“음, 중요한 건 자기가 다친 데 없이 멀쩡하단 거지.”
래리티가 말했다.
“이 난리는 쟁기포니의 날 행사가 끝나고 처리하도록 하자. 이제 나가서 우리의 휴일을 즐겨야 오 이런 셀레스티아 맙소사!”
“뭐야, 갑자기 왜 그래?”
트와일라잇이 물었다. 래리티의 낯빛은 그녀의 새하얀 털보다도 더 하얗게 질려있었다. 경악에 찬 푸른 눈동자가 트와일라잇의 머리 꼭대기를 주시하고 있었다.
래리티는 벽에 걸려있던 살짝 깨진 거울을 마법으로 트와일라잇의 앞에 가져다주었다.
“그게.......자기가 직접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트와일라잇은 거울에 비친 라벤더 색 유니콘을 면밀하게 살폈다. 모든 것이 멀쩡해 보였다. 얼굴에 상처나 멍이 든 것도 아니고, 눈이 충혈된 것도 아니고, 뿔엔 왠 검은 반점-
“아아악! 이게 뭐야!”
트와일라잇은 비명을 내질렀다. 라벤더 색 일색이어야 할 뿔 끄트머리가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자세히 좀 봐야겠어!”
트와일라잇은 마법을 이용해 거울의 통제권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거울을 얼굴 가까이에- “아윽!” 뿔에서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졌다. 그녀는 몸을 움찔대며 일행으로부터 더 물러섰다.
당연하게도, 마법은 끊어졌고 땅에 떨어진 거울은 산산조각이 났다.
“트와일라잇 언니야, 왜 그러는 건데?”
애플블룸이 불안한 눈빛으로 트와일라잇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방금 괜찮다고 했었지 않았어?”
“응, 그랬지, 그랬는데.......근데 내 뿔이, 아파.”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그리고 이 끝부분이.......새까매.”
어린 포니의 눈이 라벤더 색 유니콘의 뿔끝을 살펴보기 위해 크게 떠졌다.
“언니야, 뿔 왜그래?”
트와일라잇은 눈앞의 망아지를 안심시켜줄만한 대답을 하려 했다. 하지만 등골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두려움에 맞서 그녀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
“나도 잘.......모르겠어.”
“.......”
잠시 침묵하던 애플블룸은 꼬리를 말고 냅다 문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어? 야, 애플블룸!” 애플잭이 애플블룸을 뒤따라 나가며 소리쳤다. “애플블룸, 이 가스나야, 퍼뜩 안 돌아오나!“
“괜찮아. 아마 무서워서 그런 거겠지.”
트와일라잇은 쫓아나가려는 애플잭을 만류했다.
“난 이해해. 그럴 수도 있다고 봐.” 플러터 샤이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 트와일라잇, 네 뿔이 왜 그렇게 된 건지 전혀 짐작 가는 부분이 없는 거니?”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말 모르겠어. 이런 현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사실 거짓말이었다. 트와일라잇에겐 어딘가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섣불리 그 생각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이 상냥한 친구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그 생각을 입에 담은 나 자신을 공황상태에 빠트리고 싶지도 않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아마 그냥 멍일 거야. 분명 그렇겠지.
하지만 뿔에 멍이 들 리가 없다는 건 그녀 자신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 현상에 대한 정보가 책 무더기들 어딘가에 있을 거야. 도서관을 싹 치우고, 책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질병과 부상에 대한 책들을 뒤지다 보면 적어도 한 권 쯤은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가르쳐주겠지.”
트와일라잇은 사방에 펼쳐진 난장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이 이미 책들을 다 쌓아놔준 덕에, 이제 여기서 의학과 마법에 대한 책들만 골라내면 돼. 나머지 책들은 나중에 같이-아얏!”
트와일라잇은 다시 한 번 몸을 움츠렸다. 책들을 정리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바람에, 뿔에 또 다시 통증이 도진 탓이었다.
“자기는, 좀 조심하래두!”
래리티가 걱정어린 투로 그녀를 나무랐다.
“원인이 뭐가 됐든, 지금 자기는 최대한 마법을 자제해야 돼. 편히 앉아서 쉬고 있어. 우리가 치울 테니까.”
“내도 래리티 말이 맞는 것 같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행동을 굳이 할 필욘 없것제.”
애플잭도 래리티를 거들고 나섰다.
“어, 음.......” 주저하던 트와일라잇은 끝끝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좋아. 자기들, 모두 주목!”
래리티는 발굽을 맞부딪히며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각자 역할을 분담하자. 애플잭, 핑키 파이. 자기들은 왼쪽에 있는 저 부분을 정리해줘. 레인보우 대시, 플러터 샤이. 자기들은 저 바로 앞쪽부터 정리해줘. 난 오른쪽 부분을 맡을게. 내 마법이라면 포니 둘만큼의 효율은 낼 수 있을 거야. 자, 이제 각자 위치로!”
래리티는 다시 한 번 발굽을 맞부딪혔다. 그러고는 트와일라잇에게 다가가 따스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트와일라잇. 우리가 이 난장판을 다 치우고,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금방 알아내 줄 테니까!”
“나는 뭐 도울 것 없을까, 래리티?”
스파이크가 물었다.
“물론 있지, 내 스파이키-와이키!”
새하얀 유니콘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맡은 구역으로 총총대며 걸음을 옮겼다.
“여기 와서 내가 건네주는 책들을 분류해줘. 스파이크 넌 이 도서관의 도서 분류법에 대해 트와일라잇만큼 잘 알고 있겠지? 믿고 있단다.”
“어.......어느 정도는, 그렇지.”
<"어.......어느 정도는, 그렇지.">
스파이크는 멋쩍게 대답했다.
“좋아, 그럼 시작해볼까?”
래리티는 만면에 여전히 웃음을 띤 채, 마법을 이용해 이십 권 정도의 책을 힘차게 띄워 올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열정적이고 활기찬지, 칙칙한 도서관 정리가 아니라 패션 아이디어에 취해 새로운 드레스를 만드는 것처럼 빛나 보일 지경이었.......
.......지만, 사실 이 새하얀 유니콘의 마음속엔 죄책감의 폭풍이 시커멓게 몰아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 트와일라잇이 누구 때문에 루브를 사용하게 되었는가?
난 도와줄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었잖아!
래리티는 귓가에 울리는 심중(心中)의 목소리에 넋이 나가고 말았다. 바로 옆에서 스파이크가 염동력으로 떠있는 의료서적에 손을 뻗는 것조차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아아, 트와일라잇 스파클, 자기! 자긴 어떻게 그렇게 너그러울 수 있어? 관용은 내 원소인데! 아흑, 래리티, 이 바보 멍청이! 내가 텔레포트를 한 번에 해내기만 했으면 되는 건데!
집중력을 잃은 래리티의 뿔에서 마력이 역류했다. 그 서슬에 마법으로 들려 있던 책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래리티의 기색이 심상찮음을 감지한 스파이크는 곧장 몸을 숙여 화를 면했지만, 모두가 그처럼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엉겁결에 책들의 소나기를 맞은 다른 포니들은 이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생물체를 쏘아보았다.
“어.......호호, 미안해! 내가 잠깐 정신줄을 놨나봐. 자, 계속 일하자!”
래리티는 어색하게 친구들의 시선을 피하고는 다시 책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겁고 찐득대는 죄책감은 쉽사리 떨쳐지지가 않았다.
“래리티?”
어깨 너머에서 트와일라잇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래리티는 들고 있던 책들을 일부러 더 깔끔하게 정리하곤 뒤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야, 트와일라잇 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기라도 한 거야?”
트와일라잇은 묵묵히, 그러나 다정하게 래리티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래리티, 이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나는.......어우, 아니야, 자기. 걱정 마. 난 그냥 책 분류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란다.”
거짓말이었다.
“그러지 마, 래리티.......자책하지 않아도 돼. 이건 내가 조심하지 않았던 탓이야.”
“트와일라잇 스파클. 난 분명히 너보고 ‘편히 앉아서’, ‘쉬어’ 라고 했지. 그런데 지금 넌 편히 앉아있지도 않고 쉬고 있지도 않잖아! 앉아서 루트비어라도 마시고 있으렴!”
래리티는 발굽을 흔들며 트와일라잇을 쫓아 보냈다. 트와일라잇은 결국 웃음을 터트리며 그 말에 따랐다.
잠시나마 기분이 나아진 래리티는 다시 작업에 집중했다.
-
약 20분쯤 지나자, 도서관의 마루가 얼추 드러났다. 의료서적과 마법서적은 모두 분류되어 마루 한가운데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나머지 책들은 비어있는 붙박이 선반 아래에 쌓여 있었다.
트와일라잇은 친구들의 성과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보기만 해도 미간이 찌푸려지는 난장판이었던 곳이 불과 20분 만에 말끔해진 것이다. 다섯 포니들은 래리티의 역할 분담에 따라 효율적으로 일했다. 뿐만 아니라, 완전히 파손된 책들은 따로 정리해 두는 센스 있는 모습까지 보였다.
못 쓰게 된 책이 저렇게나 많다니.
트와일라잇은 문득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녀에겐 파손된 책보다 더 걱정해야할 일이 남아 있었다.
“모두 잘했어, 얘들아!” 트와일라잇은 마루 한가운데에 쌓여있는 의료서적과 마법서적들로 다가가며 말했다.
“이제 이 책들을 조사해봐야-”
그 때, 출입문이 벌컥 열리며 애플블룸이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쏟아지는 의아한 시선들에도 아랑곳 않은 채 뒤편을 바라보며 외쳤다.
“여기에요, 여기!”
그러더니 반짝거리는 눈으로 트와일라잇을 올려다보았다.
“걱정 마, 트와일라잇 언니! 내가 도와줄만한 분을 데려왔어! 제코라 씨! 여기에요!”
“뭐? 제코라 라고?”
트와일라잇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그게 신호였다는 듯, 얼룩말 제코라가 포니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온몸을 덮는 여행용 망토를 입고 있었는데, 후드만은 뒤로 젖혀져 있어서 흑백 줄무늬가 있는 목과 머리, 모히칸 스타일로 자른 흑백색 갈기가 드러나 보였다. 금색 링들이 목에 걸려있었고, 커다란 금색 귀걸이가 귀에서 달랑거렸다.
“그동안 왕진은 해본 적이 없었네. 하지만 애플블룸이 왕 진지하게 부탁하니 무시할 순 없었네.”
언제나 그랬듯, 제코라는 요상한 라임을 넣어 말했다.
“괜찮다면, 이제 환자를 좀 봐주겠네.”
그녀는 대범하면서도 부드러운 걸음걸이로 트와일라잇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진찰을 시작했다.
트와일라잇은 애써 떨림을 억눌렀다. 피어싱 달린 눈꺼풀 사이의 청록색 눈동자가 속마음 깊은 곳까지 해체해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트와일라잇을 포함해 이 곳에 있는 모두가 제코라가 선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제코라가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사실이 트와일라잇을 영 불편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방금 라임 들었어? 징하다 아주.”
레인보우 대시가 볼멘소리를 했다. 거기에 반응해준 포니는 아무도 없었다.
제코라는 트와일라잇의 뿔을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발굽을 들어 천천히 뿔의 끝을 두드렸다. 트와일라잇은 뿔에서부터 퍼지는 고통에 움찔댔다. 벌써 생긴 지 며칠은 된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짧지만 세심한 진찰을 마치고, 제코라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물러섰다.
“안타깝게도 여(余)의 추측대로 였네. 애도를 표하네, 트와일라잇 스파클. 이건 뿔 부패증Horn Rot. 그 중에서도 최악의 케이스네.”
트와일라잇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역시 그랬군요.”
래리티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 아.......세상에. 셀레스티아님 맙소사 어떻게 이런 일이! 이제 어쩌지? 그건 아니야! 그것만은 안 돼!”
래리티는 놀란 마음을 애써 추스르며 무릎을 바로 세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비틀대며 쓰러진 그녀는 결국 기절하는가 싶더니, 미끄러지듯 트와일라잇에게 달려갔다.
새하얀 유니콘은 라벤더 색 동족의 뺨에 콧잔등을 비볐다.
“아, 트와일라잇, 자기, 우린.......우린 분명히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잠깐, 가스나들아. 거, 뿔 부패증이란 기 대체 뭐고? 유니콘 아들만 걸리는 병이라든가, 뭐 그런 기가?”
애플잭의 물음에 래리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렇게 말하긴 싫지만, 맞아. 아주 정확해.”
“유니콘만 걸리는 질병이고, 유니콘에게 특히 치명적이지.”
트와일라잇은 도서관의 정중앙, 의료서적과 마법서적을 쌓아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았으니, 그에 맞는 책을 찾기만 하면 되는데.......”
트와일라잇은 하마터면 마법을 쓸 뻔했다. 그러나 뿔이 꿰뚫리는 것 같은 고통은 쉽사리 잊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엉덩이를 깔고 앉은 뒤 앞발굽으로 책들의 탑을 뒤적댔다. 어딘지 어색하고 굼뜬 그 작업은 짙은 남색의 두꺼운 책 : [포니 질병 대백과 : ㄱ부터 ㅎ까지]가 발견될 때까지 이어졌다.
트와일라잇은 책을 펼치고 왼쪽 앞발굽을 이용해 빠르게 넘겼다.
“어디보자.......감기, 계인대염, 렙토스피라증.......응? 제엽염? 이런, 너무 뒤로 왔잖아. 다시 ㅂ으로.......아, ㅃ으로 가야겠지? 그러면 여기에.......찾았다.”
그녀는 책이 덮이지 않게 붙잡은 채로 래리티에게 건넸다.
“래리티. 다들 볼 수 있게 이것 좀 이대로 공중에 띄워줘.”
새하얀 뿔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그러자 책이 공중에 떠올랐고, 마루에 있던 모두가 그 앞으로 우르르 모여들었다.
“아오, 여기선 도저히 안 보이는데!”
자리 경쟁에서 밀려난 대시가 불만을 토로했다.
“누가 좀 소리내서 읽어봐!”
“우우-! 우우우-! 나, 나! 내가 읽을래!” 핑키 파이가 앞발굽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내가 하고 싶었는데!” 애플블룸이 뒤따라 외쳤다.
“그렇겠지이, 군중 앞에서 하는 낭독이란 건 정말이지 멋진 일이니까아. 하지만 먼저 하고 싶다고 한 건 나야!”
“어.......그치만 난 어리잖아, 그니까 내가 먼저 할 거야!”
“안-됑! 난 연장자잖아. 그니까 내가 먼저야!”
“아오, 얘들아, 쫌!”
보다 못한 트와일라잇이 일갈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의 논쟁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흘러 넘쳤다.
핑키 파이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엣-헴헴헴헴헴. 어험.” 역동적으로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어서 발랄한 목소리로 낭독을 시작했다.
“[뿔 부패증. 유니콘의 마름병으로 알려지기도 한 이 질병은 이상한 마법에 노출되거나, 자신의 마력을 부적절하게 응용한 유니콘들에게 발병한다. 구체적으로는, 유니콘의 뿔에서 척추를 타고 순환하는 마력 회로가 수용량을 초과하는 에테르 에너지에 의해 지나친 압박을 받았을 때 발생한다. 이 압박으로 인해, 마력 회로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서서히 타들어가다 사멸하게 된다. 첫 증상은 마력 회로의 중심인 뿔에서 주로 관찰되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가장 집중적으로 증상이 발현되는 부위 역시 뿔이다.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27C에 별도 표기.]”
핑키는 두 눈을 몇 번 끔벅이고는 트와일라잇을 돌아보았다.
“그래서어.......내가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내 뿔이 수용 가능한 양보다 훨씬 더 많은 마력이 흡수됐다는 뜻이지.”
트와일라잇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둥둥 떠 있는 책을 발굽으로 한 번 건드리곤 친구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내가 텔레포트를 시전하려고 모은 마력에 루브가 노출되었던 거야. 그래서 내 마력이 엄청나게 증폭되었던 거지. 마법을 시전할 때, 유니콘들은 마력 회로를 열고 주변 환경으로부터 마력을 받아들이거든. 이건 마력을 주고받는 순환의 일부야. 지금 상황을 대입해서 보자면, 내 마력 회로는 루브로 인해 잔뜩 증폭된 마력을 받아들여 버린 거지. 그 양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그래서.......내 뿔에 있는 세포들이 죽어가고 있는 거야.”
“죽어? 죽는다고?” 레인보우 대시가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징징댔다. “너 완전 멀쩡해 보이는데! 어떻게 몸의 일부만 죽을 수가 있냐?”
“코나 발굽이 동상에 걸렸다고 .생각해봐.”
트와일라잇이 짤막하게 대꾸했다.
이 예시는 현 사태를 표현하기에 ‘지나치게’ 적절했다. 자리에 있던 모두가 뿔 부패증의 치명성을 즉각 이해하게 되었고, 이는 트와일라잇에 대한 그들의 걱정에 불을 붙였다.
“그럼 언니 뿔 죽어?” 애플블룸이 물었다. “끔찍해! 이제 어떡해?”
“걱정할 것 없어, 애플블룸.”
작은 망아지를 북돋아주기 위해, 트와일라잇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뿔 부패증은 치명적이긴 하지만 오래된 질병이야. 확실한 치료약이 있어. 물론 조제법도 있고. 재료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거야. 완성된 포션을 3주 동안 숙성시키기만 하면-”
“머라꼬, 삼 주?”
애플잭이 경악을 표했다.
“그 포션엔 많은 마법이 들어가 있거든. 혼재된 마법들에 충분한 마력이 모이려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겠지. 하지만 만약 그 때까지 잘 쉬면 내 마력을 조금쯤은-”
잠자코 있던 제코라가 고개를 저으며 트와일라잇의 말을 잘랐다.
“자네의 정신력은 여(余)도 익히 아는 바, 하지만 자네의 뿔 부패증은 정말 심각하다는 걸 자각하고 있는가? 자네에게 남은 시간은.......아마도 2주 반이 채 안 되리라.”
라벤더 색 동공이 휘둥그레 해졌다.
“2, 2주요? 제코라, 확실해요? 진짜로?”
이번엔 얼룩말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래리티는 또 다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2주가 지나면 어떻게 되는 거야?”
플러터 샤이가 거의 속삭이듯이, 마치 아무도 대답해주기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트와일라잇은 고갯짓으로 제 뿔을 가리켰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내 뿔이 썩어 떨어지는 거야. 다시는 마법을 쓰지 못하게 되겠지만.”
“힉!”
플러터 샤이는 발굽으로 입을 막은 채 몸을 떨었다.
레인보우 대시가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럼.......최악의 시나리오는?”
“.......”
대답 대신, 트와일라잇은 친구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흔들리는 수많은 눈빛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평정심을 잠식하기 시작한 두려움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이 공간에 있는 모두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알고 있었다.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플러터 샤이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구슬픈 비명을 질렀다.
“아.......안 돼, 안 돼!”
대시는 지면에 발굽을 처박듯이 거칠게 착륙했다.
“더 빠른 치료제는 없는 거야!? 있을 거야, 분명히 있을 거라고! 없으면 안 돼!”
“맞아, 분명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트와일라잇 언니는.......언니는.......”
<"분명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트와일라잇 언니는.......언니는.......">
망아지의 커다란 눈망울이 눈물로 그렁그렁해졌다. 애플잭은 여동생이 기댈 수 있도록 꼭 안아주었다.
“치료제를 더 빨리 만드는 방법이 있으니, 이것은-”
“그게 뭔데?!”
핑키가 제코라의 라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덥석 물었다.
“.......”
얼룩말은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모여 있는 포니들로부터 벗어나 도서관의 모서리로 향했다. 주술사의 날카로운 시선이 쌓여있는 책 무더기들을 곁눈질했다.
이윽고 제코라는 어떤 무더기에서 초록색 책 한 권을 입으로 끄집어냈다. 그리곤 그것을 포니들 쪽으로 가볍게 던졌다.
트와일라잇은 자신의 발치까지 미끄러져온 책을 바라보았다.
[초자연적 자연Super Natural].
그녀가 기억하기론, 그 책엔 장난꽃 독의 해독약 레시피가 적혀있었다. 제코라와 처음 만났던 시기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더 빠른 치료법이 있으니, 이것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리니.”
제코라가 다가와 발굽으로 책을 펼치며 말을 이었다.
“자네는 베네보레를 먹어야 하리.”
펼쳐진 페이지에는 꽃이 핀 식물, 베네보레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가는 줄기와 길고 좁은 잎을 가지고 있었다. 줄기의 꼭대기에는 다섯 개의 넓은 꽃잎을 가진 연보랏빛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다섯 꽃잎의 실루엣이 별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가늘고 연약해보였지만, 묘사된 바로 보건대 바위에 뿌리를 내리는 듯 했다.
“이번엔 내가 읽을 거야!”
애플블룸이 눈물을 닦아내고 선수를 쳤다. 아이는 다른 포니들이 뭐라 입을 열새도 없이 쏜살같이 책 앞으로 달려들었다. 모성어린 미소를 지으며 래리티는 다시금 책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베네보레는 꽃이 피는 작은 풀로, 아치.......백, 아치? 아치가 뭐야? 아, 어쨌든. 아치백 산악지대Archback Mountains의 험준한 산 속 계곡에서 자란다. 베네보레는 특별한 뿌리를 통해 주변 환경의 물과 마력을 흡수하는 마(魔)관다발 식물Magi-vascular plants속의 몇 안 되는 생물종 중 하나이다. 아치백 산악지대는 베네보레의 유일한 서식지인데, 이는 아치백 산악지대의 지형 자체가 강력한 마력 분출선lay line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분출선에서 나오는 짙은 마력이 토양에 지속적으로 스며들어 베네보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베네보레가 흡수한 에너지는 최종적으로 베네보레의 별 모양 꽃에 모이는데, 이 꽃에는 마력 뿐 아니라 식물이 기생충을 막는데 사용하는 화학적 방어 물질도 섞여 있다. 마력과 방어물질. 이 두 요소의 결합이 베네보레를 퇴, 퇴행 퇴행성 마법 질병을 포함한 수많은 질병들을 치료해내는 강력한 치유 식물로 만든다]!”
숨을 할딱대며 낭독을 마친 애플블룸은 곧바로 제코라에게 물었다.
“강력한 치유 식물! 제코라 씨, 이거면 트와일라잇 언니의 뿔도 나을 수 있는 거겠죠?”
“베네보레는 치유 식물들의 신, 여(余)는 한 송이만으로도 충분하리라고 확신.”
“와! 됐다, 됐어!”
애플블룸은 제자리에서 팔짝대며 기뻐했다.
“이제 그 베레베네만 찾으러 가면 되겠다!”
“베.네.보.레. 란다. 애플블룸.” 플러터 샤이가 상냥하게 짚어주었다.
“어, 그런데 말이지.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아.”
레인보우 대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자 핑키 파이는 대시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빠르게 주절댔다.
“문제라니이, 그게 무슨 소리양?! 꽃은 언제나 피어 있을 거야! 책에 그렇게 그려져 있는 걸! 아닌가? 폈다 졌다 하려나? 책도 열렸다 닫혔다 하니까 말이지!”
“.......그래, 뭐, 꽃이 피어있을지 어떨지는 둘째 치고.”
푸른 페가수스는 그녀로서는 드물게도 느릿느릿하게 말을 이어갔다.
“혹시, 이 중에 아치백 산악 지대라는 게 어디 있는지 아는 애 있어?”
“모르겠는데. 플러터 샤이, 넌 알아?”
트와일라잇은 플러터 샤이에게 바통을 넘겼다.
“어.......너무 멀리 있진 않겠지?”
플러터 샤이가 되물었다. 대시는 대답대신 출입문 쪽으로 날아가며 외쳤다.
“다들 날 따라와!”
일행은 레인보우 대시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 새 모여든 군중들이 부서진 도서관 주변에 서있었다. 그들은 줄지어 나오는 일행을 보고 작게 술렁대기 시작했다. 그 술렁임은 여행용 망토의 후드까지 덮어쓴 제코라를 마주하자 더 커졌다. 커진 술렁임은 호기심이 두려움으로 변했음을 의미했다. 제코라를 본 군중들은 조금씩 뒤로 물러섰고, 그 덕에 트와일라잇과 친구들은 군중들 사이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
일행은 포니빌 북쪽 입구에 다다랐다. 밤에 시작될 불꽃놀이 행사를 기념할 마을 열기구가 화려하게 장식된 채로 정박해 있었다. 물론,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지금은 일행 외엔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레인보우 대시는 열기구 옆에서 파닥대며 친구들을 안내했다.
“다들 타. 좀 올라가서 봐야 하니까.”
트와일라잇은 열기구에 오른 뒤 플러터 샤이에게 말했다.
“플러터 샤이. 대시랑 같이 날아서 가줄래? 그러면 제코라랑 애플블룸도 열기구에 탈 수 있을 것 같아.”
“알겠어.”
샛노란 페가수스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날지 못하는 포니들은 열기구에 올라타 문을 닫은 뒤 버너에 불을 붙였다. 고정끈을 풀자 열기구가 둥실 떠올랐다. 열기구의 양 옆에는 레인보우 대시와 플러터 샤이가 따라 붙었다.
레인보우 대시는 더 높이 날아올랐다. 열기구 역시 대시를 따라 고도를 높였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바람이 부쩍 차가워졌다.
포니빌이 마치 집 모양 미니어쳐들을 모아 만든 훌륭한 공예품처럼 보였다. 마을을 중심으로 남서쪽에는 애플 가문의 사과농장이 있었고, 위험한 서쪽에는 초록색 담요처럼 주변 지형을 뒤덮고 있는 에버프리 숲이 있었다. 숲은 험준한 산맥의 턱밑에까지 몇 마일에 걸쳐져 있었다. 에버프리 숲을 가로막은 산맥은 세로 방향으로 길게 뻗어져 있었는데, 그 산맥을 이루는 산들은 남쪽과 북쪽 끝 방향으로 갈수록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아 보였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해. 이제 한 번 보자고.”
대시가 말했다.
“저기 저 산맥 말인디. 설마 저기가 아치백 산악지대는 아니겠제?”
한 쪽 앞발로는 앞에 보이는 산맥을 가리키며, 애플잭은 대시를 향해 큰소리를 쳤다.
“아, 마. 가스나야. 저 정도면 소풍감이다! 뭣하러 여까지 올라와선-”
“아니야.”
대시는 애플잭이 가리키는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긴 드라켄리지 산맥Drackenridge Mountains이고.” 이어서 그녀는 자신의 발굽을 한 발굽만큼 더 올렸다.
“저기가 아치백 산악지대야.”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일행은 일제히 고개를 내밀었다. 푸른 발굽은 꽤 먼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첩첩산중을 넘고 넘어.......
트와일라잇은 버너의 화력을 키웠다. 대시가 가리키는 방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고도를 올린다는 선택지밖엔 없었다.
일행은 더 올라갔다. 마침내 그들은 드라켄리지 산맥 너머를 간신히 볼 수 있었다. 사실 일행의 눈에는 산보다 안개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 산의 형태라고는 옅은 보라색 그림자 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 그림자는 드라켄리지 산맥과 평행하게 늘어서 있었다.
“저게, 아니, 저기가 아치백 산악지대라는 거니? 잘 보이지도 않는데!”
래리티가 따지듯이 물었다.
“그치. 엄청 멀어.”
레인보우 대시가 답했다.
“게다가 저기는.......국경 밖인 걸.”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그치. 엄청 멀어.”
레인보우 대시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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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0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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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rous Business~Saga > [1부] It's a DB, GOYD.'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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