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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rous Business~Saga/[1부] It's a DB, GOYD.

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9화

by BlackS 2022. 6. 29.

Chapter 09.

 

Written by. Jetfire2012

Translated by. BlackS

 

  세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이 잠들어 있는 방에 아침햇살이 슬그머니 기어들었다. 레인보우 대시와 래리티는 한데 뭉쳐 있었고, 대시의 날개가 래리티의 몸 위로 쭉 뻗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침대에 들어온 애플잭은 레인보우 대시의 옆에서 자고 있었다.

 

  군침돋는 향기가 애플잭의 콧구멍에 파고들었다. 그녀는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BONG!

 

  무시무시하게 큰 타격음이 고요한 아침에 종말을 고했다. 밍기적대던 오렌지 색 어스포니는 하품을 하며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어젯밤 늦게까지 깨어있었다. 그럼에도, 제법 잘 쉰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며칠 밤을 땅바닥에서 보냈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 셈이었다.

 

  “어우우.......”

 

  래리티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리며 중얼댔다.

 

  “이게 무슨 소리야?”

 

  BONG!

 

  “알람 소리 아이가?”

 

  애플잭이 말했다. 그녀는 기지개를 켠 뒤 등을 풀고 목을 돌렸다. 굳어있던 관절 마디에서 뚜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억센 발굽이 아직도 곯아 떨어져 있는 레인보우 대시를 쿡 질렀다.

 

“  레인보우. 좀 인나 봐라. 쟈들이 우리 없다고 기다려 줄 것 같나?”

 

  “, 몇 분 만 더.......”

 

  대시가 웅얼댔다.

 

  BONG!

 

  “가스나가 짐 머라카노? 지금 인나라, 레인보우!”

 

  애플잭은 단호하게 대시를 재촉했다.

 

  “아님 아침 식사 못 먹을지도 모른데이!”

 

  “아침 식사!?”

 

  대시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빨랑 가자, 나 배고파!”

 

  그녀는 침대에서 발사되듯 튀어 오르더니 쏜살같이 문 밖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지나간 길목에는 무지갯빛 궤적만이.......

 

  .......있었지만, 몇 초 후 그 궤적의 주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미안. 너네들도 같이 가는 거지?”

 

  애플잭은 모자를 푹 덮어쓰며 대답했다. “당연하제.”

 

  함께 침실을 나선 셋은 통로를 내려가는  길드데일 포니들의 무리에 합류했다. 커다란 창문으로 비춰드는 햇살이 모퉁이를 지나는 포니들의 몸을 씻겼다.

  일행은 중앙 회관으로 내려가는 통로를 지나 공동 식당으로 가는 길목에 접어들었다. 그곳에서 쉴드 메이든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잘 잤나요?” 쉴드 메이든이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레인보우 대시가 경쾌하게 대답했다. “그러엄!”

 

  “, 침대에서 다시 잘 수 있게 되니 너무 행복했어요.” 래리티도 만족감을 표했다.

 

  “당신은 꽤 늦은 시간에 침실로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쉴드 메이든이 애플잭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애플잭은 딴청을 피우며 웃어보였다.

 

  “........여러분네 문화체험을 좀 심도 있게 하다보이.......”

 

  쉴드 메이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애플잭을 바라보았다. 초록색 눈동자에 또 다른 초록색 눈동자가 겹쳐졌다.

 

“.......그랬군요.”

 

  그녀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아침이 다 준비됐으니 빨리 먹으러 가죠. 대장님께선 빨리 출발하고 싶어 하세요.”

 

  갸는 밤에 잘 잤나? 고 머스마, 나 땜에 욕 좀 봤다 아이가.

 

  애플잭은 남몰래 뜨끔해했다.

 

  간밤에 애플잭은 애쉬테일로부터 몇 시간 동안이나 금강불괴를 전수받았다. 처음엔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연습을 거 듭한 끝에 그녀의 금강불괴는 10번 중 7번은 성공할 수 있을 정도까지 발전했다.

 

  훈련에 열중한 와중에도,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애플잭은 자신의 가족과 스위트 애플 에이커, 포니빌, 그리고 친구들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했다. 애쉬테일은 초기 역사와 왕국의 관리를 포함한 길드데일의 정보들로 화답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하기 꺼려했지만, 군주 해머 후프에 대해서는 조금 이야기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애쉬테일은 평소와는 달리 시니컬하지 않은 웃음을 몇 번 지어 보였다. 그 때마다 애플잭은 마음 속이 훈훈해짐을 느꼈다.

 

  갸는 평소에 표정이 너무 어두워서 탈이제. 웃으니까, , 괜찮더만.

 

  부엌 카운터에 이르자, 전날처럼 쉴드 메이든이 발굽을 두드리며 물었다.

 

  “키트 콜드런! 아침은 뭐야?”

 

  “!”

 

  비쩍 마른 하얀 포니가 외형과는 달리 밝게 외쳤다.

 

  “귀리랑 계피가 들어갔지!”

 

  키트 콜드런은 카운터에 몸을 편히 기댔다. 그러자 쉴드 메이든도 눈썹을 으쓱이며 카운터에 기댔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키트 콜드런이었다.

 

  “.......내 사랑, 이런 말하기 정말 싫은데, 너 어젯밤에 또 코 골더라.”

 

  “!” 흐린구름색 어스 포니의 귀가 조금 파닥댔다. “미안해. 의사한테 다시 가볼게. 혹시 그거 땜에 잘 못 잤어?”

 

  “, 조금은.”

 

  키트 콜드런이 말했다.

 

  “어찌됐든 중요한 건 자기가 잘 쉬는 거지. 당신은 휴식이 필요한 포니라고. 이따 출발하기 전에 들러, 알겠지?”

 

  “물론이지.”

 

  두 포니는 다정하게 서로 코를 비볐다.

 

 

 <두 포니는 다정하게 서로 코를 비볐다.>

 

 

  “나중에 봐.”

 

  쉴드 메이든은 카운터에서 앞발굽을 내렸다. 등을 돌린 그녀는 입을 떡 벌리고 서 있는 세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을 발견했다.

 

  “.......왜들 그렇게 보세요?”

 

  “남편 분이 저 요리사였어요?” 래리티가 놀라워하며 물었다.

 

  쉴드 메이든은 머리를 양 옆으로 까닥거렸다.

 

  “왜 아니겠어요? 키트의 요리 실력에 빠져서 결혼한 건데. 물론, 그 이를 사랑하기도 하고요.”

 

  깔끔하게 대답한 그녀는 줄의 맨 뒤로 가서 섰다. 세 친구들도 종종걸음으로 그녀를 따라갔다.

 

  “가족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래리티가 배식을 기다리며 물었다.

 

  “따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요? 한 번 만나보고 싶네요.”

 

  “그 애는 테치홀름에 있어요. 코마가 무리의 대이동 시기에는 어린 망아지들 모두 테치홀름에 머무른답니다. 이 시기에는 거기가 가장 안전하거든요.”

 

  쉴드 메이든은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

 

  “사실 전 여러분께 거의.......고마워해야 하는 입장이에요. 여러분들을 데리고 테치홀름에 갈 일이 없었다면, 전 딸아이를 2주는 더 못 만났을 거예요.”

 

  “에이, ! 고마워할 것 없어!”

 

  레인보우 대시가 쉴드 메이든의 옆구리를 발굽으로 지르며 외쳤다.

 

  “이렇게 만나서 잘됐네! 좀 더 나은 상황에서 만났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야!”

 

  “그러게요.”

 

  쉴드 메이든이 말했다. 그녀의 초록빛 눈동자가 조금 촉촉해졌다.

 

  “제 생각일 뿐이지만, 전 여러분 모두를 믿어요. 당신들은 정말로 친구를 돕기 위해 온 거군요.”

 

  “그리 말씀해주시면 참 고맙지예, 우리 귀염둥이 부관님.”

 

  애플잭이 말했다.

 

  “근디, 우리가 언제쯤 군주 해머 후프를 만날 수 있겠는지 알려줄 수 있으십니꺼?”

 

  쉴드 메이든의 귀가 머리에 착 달라붙었다.

 

  “군주님이 어떻게 행동하실 지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군주님은 명령을 내리시고, 저희는 따르는 입장이니까요.”

 

  “만약에, 그 명령이 우리 친구를 파멸시킨다면요?” 래리티가 물었다.

 

  “저는.......”

 

  쉴드 메이든은 래리티의 시선을 피하며 말끝을 흐렸다.

 

  “쉴드 메이든?” 키트 콜드런의 목소리가 들렸다. 쉴드 메이든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어느새 줄의 맨 앞, 즉 카운터 앞에 도달해 있었다.

 

  “이런, 미안해.”

 

  그녀는 부드럽게 양해를 구한 뒤 쟁반을 입에 물었다. 그 뒤를 따라 래리티, 애플잭, 레인보우 대시도 제각각 쟁반을 입에 물었다.

 

  “메이든!”

 

  누군가가 테이블 사이를 걷던 일행을 불러 세웠다.

 

  “밥 같이 먹자, 메이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길드데일 포니 넷이 앉아 있었다. 레인보우 대시는 그들 중 샤프 사운드와 버드 스피크를 알아보았다. 그 외엔 각각 검은색과 흰색인 숫말 둘이 있었다. 쉴드 메이든은 주저하며 자신의 뒤에 있는 세 손님들을 흘깃거렸다.

 

  “상관없어.” 버드 스피크가 말했다. “거기 있는 이퀘스트리아 포니들하고도 같이 먹자!”

 

  “괜찮겠어요?” 쉴드 메이든이 일행에게 물었다.

 

  “당연하지예!”

 

  애플잭이 일행을 대표해 대답했다.

 

  “지는 여그 출신인 포니들하고 이야기하고 그러는 기 퍽 좋심더!”

 

  쉴드 메이든은 웃으며 일행을 데리고 길드데일 포니들에게 향했다.

 

  “다들 식사는 잘 하고 있지?”

 

  그녀는 동료들의 테이블에 합석하며 자연스럽게 화제에 참가했다.

 

  “주변에 코마가 놈들이 많긴 한가봐. 어젯밤만 해도 하울링을 두 번은 들었던 것 같아.”

 

  “난 세 번 들었어.”

 

  샤프 사운드가 대답했다. 그는 죽 그릇에 코를 박은 채 내용물을 한 입 가득 삼켰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테치홀름까지 가는 길에 적어도 한 번은 마주치게 될 걸.”

 

  “, 여러분. 식사 중에 이런 식으로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지만,”

 

  래리티는 죽 그릇만 덜렁 있는 쟁반을 내려다보며 체념어린 어조로 말했다.

 

  “여러분들.......숟가락 안 쓰시죠?”

 

  “숟가락이 뭔데?”

 

  래리티는 한숨을 쉬며 뿔을 빛냈다. 그러자 죽이 그릇에서 떠올라 구형의 덩어리로 뭉쳐졌다. 그녀는 그 덩어리를 한 조각씩 떼어 입에 넣고 씹었다. 그녀는 길드데일 포니들의 시선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몇 번이고 그렇게 죽을 떼어먹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래리티는 쏟아지는 시선을 향해 친절하게 대응했다.

 

  “이퀘스트리아의 유니콘들은 다 그런 식으로 마법을 써요?”

 

  하얀 숫말이 물었다.

 

  “뭔가를 집어 드는 용도로?”

 

  “글쎄요.......그게 일반적이긴 하죠.”

 

  새하얀 유니콘은 애매한 긍정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게 유일한 용도는 아니지만요.”

 

  “그럼 다른 건 뭘 할 수 있지?” 버드 스피크가 물었다.

 

  “, ! 들어본 적 있어! 유니콘들은 여기서 사라졌다가 갑자기 다른 장소에서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던데!” 검은 숫말이 잔뜩 신을 내며 말했다.

 

  “, 그건.......텔레포트라고 해요.”

 

  래리티의 귀가 착 내려앉았다.

 

  “안타깝지만 저는 그거 못해요. 여러분들께 제 친구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개는 정말 대단한 마법사랍니다!”

 

  “너는 뭘 할 수 있는데?”

 

  “으음, 이건 확실히 할 수 있죠.”

 

  래리티는 떠있던 죽 덩어리를 천천히 그릇 안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땅에 묻혀있는 보석도 찾을 수 있어요.”

 

  버드 스피크는 샤프 사운드와 또 다른 검은색 포니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또 다른 건?”

 

  래리티는 세 포니들 각각의 시선을 잠시 동안 차분하게 마주했다. 그리곤 눈썹이 살랑이도록 두 눈을 깜빡이며 도발적인 웃음을 지었다.

 

  “흐음, 글쎄요-.”

 

  요염하고 교태 섞인 목소리가 반짝이는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애플잭은 눈을 굴렸다. 그녀는 래리티에게서 이런 목소리가 나왔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 가스나가, 또 시작이구만.

 

  “저는 이런 것도.......할 수 있답니다!”

 

  래리티의 호언을 신호로 공동 식당의 불이 전부 꺼졌다. 얌전히 식사 중이던 포니들은 갑작스런 어둠 속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그 순간, 위쪽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와 식당 한가운데를 밝혔다. 이 공간의 유일한 빛을 한 몸에 받으며, 새하얀 유니콘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래리티는 짐짓 비통해하며 과장되게 입술을 내밀었다.

 

  “사랑하는 나, 래리티!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세상에! 나한테 모인 이 시선들 좀 봐! 어쩌지, 난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옷이 없는 걸!”

 

  그러나 이내,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언제나 해내왔지!”

 

 

 <“하지만, 난 언제나 해내왔지!”>

 

 

  검은색 파형(波形)이 나선을 그리며 래리티의 몸을 감쌌다. 실처럼 자아지고 합쳐지던 그것은 이내 검은색 저녁용 가운이 되었다. 가운은 어깨가 드러나도록 깊이 파여 있었고, 어깨선을 따라 반짝이는 금속조각들이 박혀 있었다.

 

  “물론 갈기도 그냥 둘 순 없지.”

 

  그녀의 말에 보랏빛 갈기가 바람에 날리듯 떠오르더니 단단하게 땋여졌다. 그 와중에 갈기의 앞부분은 땋이지 않고 얼굴 앞에서 멋지게 찰랑댔다. 이어서 앞발굽으로 바닥을 한 번 두드리자, 검은색 파형이 다시 나타나 그녀의 발굽과 다리를 감싸며 우아한 여성용 구두로 화()했다.

  난데없이 등장한 새하얀 유니콘을 향해 식당의 모든 포니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특히 숫말들은 앞으로 몸을 쭉 내빼고 있었다. 래리티는 간만에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며 외쳤다.

 

  “내 사랑스런 친구들도 잊을 수 없지!”

 

  빛줄기 두 개가 더 나타나 각각 애플잭과 레인보우 대시를 비추었다.

 

  “사랑하는 내 친구, 애플잭! 자기는.......적당히 심플한 게 좋겠어.”

 

  샴브레이 직물로 된 블루-그레이 색상의 히스 무늬heathery 드레스가 애플잭의 몸을 감쌌다. 그 드레스의 윗부분은 작업복처럼 보이기도 했다. 의상과 마찬가지로 샴브레이 직물로 된 하얀색 반다나가 화룡점정으로서 오렌지 색 어스 포니의 목에 걸쳐졌다.

 

  “레인보우 대시한테는, 좀 대담한 걸로!”

 

  래리티의 윙크와 함께, 태피터 직물의 찬란한 진홍색 파형이 푸른 페가수스를 감싸며 주름진 스커트가 더해진 전신 가운이 되었다. 가슴 부근엔 하얀 나선무늬가 있었고, 무지갯빛 갈기에는 하얀 꽃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번엔, 가장 최근에 사귄 소중한 친구, 쉴드 메이든!”

 

  래리티의 따스한 웃음과 함께, 네 번째 빛줄기가 쉴드 메이든에게 비춰졌다.

 

  “, 잠깐만요, 래리티 양, -아냐. 아냐. 난 안 돼. 래리티, 래리티! 제발-”

 

  마름모꼴 방패가 그려진 둔부가 의자에서 떨어졌다. 흐린구름색 어스 포니는 삽시간에 테이블보다 높게 떠올랐다.

 

  “안 되는 건 없어, 자기!”

 

  래리티는 쾌활하게 외치며 쉴드 메이든을 자신의 옆자리에 착지시켰다. 마침내 새로운 모델 포니가 패션 포니의 발굽 아귀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녀는 신참 모델 포니를 면밀히 조사하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흐으음.......짧은 스커트로 해볼까?”

 

  하얀 실크가 쉴드 메이든의 엉덩이 주변을 맴돌았다.

 

  “아니야! 원피스가 낫겠어! 청삼Cheongsam은 어떨까?”

 

  매끄러운 실크가 쉴드 메이든의 온몸을 감싸고 타이트하게 짜야졌다. 그것은 이윽고 짧은 소매에 높은 깃을 가진 한 벌의 드레스로 변모했다.

 

  “색깔은 초록색! 네 아름다운 눈동자와 같은 색이란다!”

 

  소매와 깃 끄트머리 부분의 흰색을 제외한 드레스의 모든 부분이 에메랄드빛 초록색으로 변했다.

 

  그 때, 부엌이 있는 방향에서 무언가가 산산 조각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모델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간 어떤 요리사가 들고 있던 그릇을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이제 보석을 좀 뿌리면-”

 

  쉴드 메이든의 귓볼에 빛나는 황금색 귀걸이가 생겼다.

 

  “, 모두 보라고! 이 멋지고 아름다운 자태를C'est magnifique!”

 

  어느 포니의 물컵에서 들려나온 물이 쉴드 메이든의 앞에 거울처럼 자리 잡았다.

 

  쉴드 메이든은 헉 소리를 내며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건.......”

 

  좋게 봐줘야 흐린구름, 꼬이게 보면 메마른 석산. 

  그런 산이 싱그러운 초목으로 덮일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 쉴드 메이든은 계속 말을 더듬었다. “나는.......”

 

  “흐흠, 자기?” 래리티가 눈썹을 으쓱대며 물었다.

 

  “-”

 

  “그만!

 

  불호령에 이어 식당에 불빛이 돌아왔다. 떠 있던 물거울은 돌바닥에 쏟아져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래리티가 만들었던 드레스, 신발, 보석도 전부 사라졌다. 애플잭에겐 이 역시도 익숙한 일이었다. 래리티는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진짜 옷가지들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는 아니었다.

  

  모든 것은, 그저 진짜 같은 환상일 뿐이었다.

  

  눈에 띄게 굳은 얼굴의 애쉬테일이 공동 식당의 입구에 서있었다. 그는 죽은 듯이 조용해진 테이블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서슬 퍼런 안광(眼光)이 래리티 앞에 멈춰서 그녀를 노려보았다. 용감하게 굴어보려던 래리티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댔다.

  

  “경비대는 들어라!”

  

  애쉬테일이 모여 있는 포니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20분 안에 갑옷과 무기를 챙기고 그라제첼트 대문 앞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로 대기! 빨리 움직이도록!”

  

  그는 쉴드 메이든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네도 포함이다. 부관.”

  

  쉴드 메이든은 차분하게 상관과 눈을 마주쳤다.

 

  “알겠습니다, 대장님.”

 

  “그리고 그대들은-”

 

  애쉬테일의 눈길이 세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에게 닿았다.

 

  “어젯밤에 무기고에서 제공받았던 무장들을 착용하고 대문 앞으로 나와라.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그는 무뚝뚝하게 등을 돌리고는 신속히 공동 식당을 빠져나갔다.

 

  래리티는 애처롭게 쉴드 메이든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쉴드 메이든.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에휴, 이런 일까지 벌이고도 존댓말이야? 미안할 것 없어. 신경 쓰지 마.”

 

  쉴드 메이든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긴장하셔서 그런 거야. 곳곳에 산재해있는 코마가 무리를 뚫고 테치홀름까지 가는 건.......모험이거든.”

 

  그녀는 망설이며 말했다.

 

  “그래, 모험.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제일 낫겠다.”

 

  레인보우 대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위험한 거야? 그렇겠지? 그치?”

 

  “우리 경비대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

 

  쉴드 메이든은 호언장담했다.

 

  “우리 동부 구역의 경비대는 드라켄리지 산맥 서쪽에서 가장 잘 싸우는 포니들이거든. 너흰 분명히 살아서 테치홀름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그럼 난 갑옷 좀 입고 올게! 관문 앞에서 봐!”

 

  그녀가 사라지자 세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은 초조하게 눈빛을 교환했다.

 

  “어째 좀 불안하지 않니?” 래리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으음.......아냐! 우린 할 수 있어!”

 

  레인보우 대시가 발굽으로 지면을 내리쳤다.

 

  “쉴드 메이든이 하는 말 들었잖아! 최고 중의 최강이 우리랑 함께 한다구! 게다가 우리도 그렇게 변변찮은 녀석들은 아니잖아!”

 

  웃는 얼굴로 위험과 대적하기 위해, 그녀는 가능한 한 많은 용기를 긁어모았다. 그녀는 짐짓 호쾌한 웃음까지 터트렸다.

 

  “그 코마가인지 코막힘인지, 만나면 궁둥짝이나 한 대 걷어 차주자!”

 

  제풀에 기세가 오른 페가수스는 네 발로 펄쩍 뛰며 날아올랐다.

 

  “하핫! 내가 장담컨대, 그 덩치만 크고 못생긴 코마가들은 내가 날아가는 것만 언뜻 봐도 알게 될 걸! 제깟것들이 감히 누구를 상대-”

 

  “레인보우, 이 가스나야. 다 좋으니께 식사부터 하재이!”

 

  애플잭이 자신의 죽 그릇을 허둥지둥 비우며 말했다.

 

  “, 맞다!”

 

  대시는 다급하게 자신의 죽 그릇 위로 날아가, 남은 내용물을 한 입에 다 털어 넣었다.

 

  “!”

 

  빈 그릇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태이블 위에 놓여졌다. 허둥대던 대시의 발굽에 불행히도 래리티의 꼬리가 밟혔다.

 

  “아아야야아아앗!”

 

  그녀는 배를 깔고 넘어진 채 발굽으로 땅을 두드려댔다. 몇몇 길드데일 포니들이 잠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으나, 이내 각자의 식사로 관심을 돌렸다. 그들 역시 빨리 식사를 끝내고 출발 준비를 마쳐야 했던 것이다.

 

-

 

  여러 의미로 혼란스러웠던 식사를 뒤로하고, 세 여행객은 기숙사를 향해 바쁘게 달려가고 있었다. 일행은 각자 방을 들락거리며 부산스럽게 갑옷을 챙겨 입는 다른 경비대원들을 지나 자신들의 침실에 다다랐다.

 

  침실에 도착한 애플잭은 침대 옆에 눕혀 놓은 발굽 도끼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내는 암것두 죽이고 싶지 않데이.

 

  하지만 애쉬테일은 무장할 것을 지시했다. 애플잭은 애쉬테일을 완전히 신뢰하진 않았지만, 그의 판단은 중요시했다.

  애플잭은 왼쪽 앞다리에 발굽 도끼를 묶을 가죽 혁대를 둘렀다. 도끼날이 옆으로 튀어나오지 않게끔 좀 더 신경을 썼다. 그 다음 입으로 고정끈을 물고 혁대의 구멍들을 차례차례 통과시키며 서로 엮어냈다. 구멍을 다 엮은 뒤엔 끈을 최대한 당겨 혁대를 조였고, 더 혀를 움직여 고정용 매듭을 만들었다.

  작업을 마친 애플잭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무게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벼웠던 탓에 그녀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고 말았다. 그 서슬에 다리에 매달려 있던 발굽 도끼가 공중에서 붕 휘둘러졌다.

 

  “워워! 조심해!” 레인보우 대시가 외쳤다.

 

  “그래. 그거 조심 좀 해줘.”

 

  래리티가 혼 블레이드를 뿔에 고정시키며 말했다. 그녀는 깃털로 된 고정끈을 마법을 이용해 얼굴 주변에 단단히 묶었다. 우아하면서도 위풍당당한 모습이었지만, 새하얀 유니콘은 이런 식으로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준비 다 됐음 가재이, 가스나들아.”

 

  애플잭이 문 밖으로 나서며 말했다.

 

  “갸들은 절대 기다려주지 않을 끼다.”

 

  세 포니들은 서둘러 통로를 내달려 그라제첼트의 대문 앞에 도달했다. 경비대는 이미 대부분 집합해 있었고, 행동이 느린 몇몇만이 뒤늦게 제 자리를 찾아 줄 사이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미 제 자리를 찾은 대부분의 경비대원들은 창을 높이 세워들고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억센 가지만 남은 나무들 같았다.

  이 날 경비대원들의 갑옷은 어쩐지 평소보다 무거워보였다. 거의 모든 이들이 앞다리에 발굽 도끼를 차고 있었고, 양쪽 앞다리 모두에 발굽 도끼를 차고 있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정렬해 있는 경비대의 가장 앞에는 쉴드 메이든이 서 있었다. 다른 대원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한 쪽 앞다리에 발굽 도끼를 차고 있었다. 또한 큐티마크가 있는 자리에 방패가 고정되어 있었다.

  오른쪽 앞다리에 발굽 도끼를 찬 애쉬테일이 뒷줄에서부터 빠른 걸음으로 나타났다. 그의 왼쪽 어깨엔 단검이 든 가죽 칼집이 있었는데, 그곳은 입이 바로 닿을 수 있는 위치이기도 했다.

 

  애쉬테일은 세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의 장비를 점검하며 물었다.

 

  “갑옷이 없던가?”

 

  “여분의 장비조차 없었습니다.” 쉴드 메이든이 답했다.

 

  “흐음.”

 

  애쉬테일은 작게 중얼거렸다.

 

  “그대들은 조심해야 되겠군.”

 

  길고 거친 하울링이 들판 전체에 메아리쳤다. 검붉은 색 어스 포니는 얼굴을 찌푸렸다.

 

  “.......더욱, 조심해야 되겠군.”

 

  애쉬테일은 정렬해 있는 경비대원들의 앞을 지나, 관문으로 내려가는 통로로 향했다.

 

  “그라제첼트 수비대! 동부 구역의 원수가 길드데일의 군주를 알현하기 위해 테치홀름으로 행군한다! 이 시간부로 원수의 복귀전까지, 그라제첼트는 원수의 재판권과 중재권에서 벗어난다! 그대들은 재량에 따라 상황의 위험성과 안전성을 판단하고 관문의 개폐를 결정하도록 하라! 이제, 관문을 열어라!

 

  잠금쇠 역을 하던 통나무가 치워지자, 관문이 굉음을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애플잭과 래리티, 레인보우 대시는 쉴드 메이든의 뒤에 나란히 섰다. 지시를 마친 애쉬테일은 쉴드 메이든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이윽고 관문이 완전히 열렸다. 떠오르는 태양빛에 물든 황금빛 들판이 경비대 앞에 펼쳐졌다.

 

  “가보자고.......” 레인보우 대시가 몸을 긴장시키며 중얼거렸다.

 

  “길더스! 전진!

 

  애쉬테일의 호령에 경비대는 첫 번째 줄부터 순서대로 발굽을 굴렸다. 그들은 관문으로 내려가 들판에 나선 뒤, 선두 그룹이 왼쪽으로 선회할 때까지는 전속력을 내지 않았다. 기반암의 모서리를 따라 달리던 경비대는 서쪽으로 향하는 지점에서부터 속도를 올리며 요새로부터 멀어졌다.

  행군 페이스는 전날과 거의 비슷했고, 래리티의 몸에서는 근육통이 가실 새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요새는 순식간에 그들 뒤로 멀어져 갔다. 애플잭이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라제첼트는 이미 지평선 위의 자그마한 점처럼 되어 있었다.

 

-

 

  여행을 계속할수록, 래리티의 근육통은 점점 심해졌다. 근육이 욱신거릴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위험한 지역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되뇌었다.

 

  여기가 이렇게 위험한 곳일 줄 누가 알았겠어! 빨리 이 끔찍한 장소를 벗어나야해!

 

  그녀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발굽을 굴렸다.

 

  코마가 무리의 대이동은 일행의 길드데일 횡단 계획에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다.

 

  만약 해머 후프를 잘 설득해서 통행권을 따낸다 쳐도, 코마가에 대해선 해결된 게 없잖아? 그 작자가 에스코트까지 제공해 줄 것 같지도 않고.

 

  래리티가 아는 한, 군주 해머 후프는 그다지 너그러운 포니는 아닌 것 같았다.

  지난 밤, 애플잭은 코마가에 대해 애쉬테일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을 래리티와 레인보우 대시에게 풀어놓았다. 그 이야기들은 래리티에게 또 다른 악몽을 선사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기분 나빴다’.

 

  요새 꿈자리가 점점 뒤숭숭해지고 있어.

 

  살면서 처음으로, 래리티는 마법이 자신의 잠재의식에 스며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유니콘은 일반적으로 예지몽을 꾸지 않는다. 애초에 미래시(未來視) 계열의 마법은 표준 마법도 아니었다. 운세 보기는 미신이었고 수정으로 점치기는 토속적인 요술에 불과했다. 그러나 동시에, 신문의 특집 기사나 가족들의 이야기, 심지어 학자들이 쓴 마법적인 학술서에도 마법의 영향을 받아 미래를 엿봤다는 유니콘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래리티는 지금 당장 맞닥뜨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꿈 밖에 꿔본 적이 없었다.

 

  해몽이라도 받아봐야 하나? , 제코라가 여기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니면 트와일라잇.......아니지, 걔라면 미신적인 예언 나부랭이에 신경 쓸 것 없다고 잔소리나 늘어놓을 거야.

 

  질주하는 경비대의 뒤에 남겨진 황금빛 들판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면, 그 앞에선 새로운 황금빛 들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은 정해진 궤도대로 유유히 하늘을 가로질렀다.

 

  “길더스, 감속!”

 

  대장의 명령에 대원들은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정지!“ 돌풍처럼 내달리던 경비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히 멈춰 섰다.

 

  “샤프 사운드.”

 

  애쉬테일이 어깨 뒤쪽을 슬쩍 곁눈질하며 말했다. 긴 귀를 가진 검은색 길드데일 포니-샤프 사운드가 귀를 쫑긋댔다.

 

  “아직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장님.” 샤프 사운드가 보고했다.

 

  “길더스! 20분간 점심!”

 

  경비대는 즉시 대오를 해제했다. 그러나 완전히 조직을 이탈하지는 않았다. 그저 대원들끼리 셋이나 넷 씩 뭉쳐 다니며 가볍게 걷거나 풀을 뜯어먹는 식이었다.

 

  애쉬테일은 세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에게 돌아섰다. 애플잭과 레인보우 대시는 완전 각성된 상태로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그들의 털가죽은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래리티는 무너진 건물처럼 지면에 엎어져 있었다. 목부터 머리까지도 예외 없이 땅바닥에 늘어져 있는 판이라, 뿔에 끼운 혼 블레이드마저도 옆면이 지면과 거의 맞닿아 있었다.

 

  사파이어빛깔의 푸른 눈동자만이 애쉬테일을 향해 움직였다.

 

  “어으.......실례할게요, 대장

 

  본래 털색은 새하얬을 유니콘이 다리를 움찔대며 웅얼댔다.

 

  “지금 뭔가 먹어두는 게 좋을 거다.”

 

  애쉬테일이 충고했다.

 

  “이제 테치홀름에 도착하기 전까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행으로부터 몇 발굽 멀어지더니 고개를 숙이고 킁킁대며 돌아다녔다.

 

  애플잭은 친구들을 한 번 곁눈질한 뒤 검붉은 색 어스 포니를 따라갔다.

 

  “뭣 좀 찾는 거라도 있으신 모양인데예?”

 

  “이 쪽 어디에 당근이 심겨져 있는 구획이 있었던 걸로 안다.”

 

  애쉬테일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슬슬 먹을 만하게 익어있다면 좋겠군. 대원들 모두에게 먹일 만한 양이 아니라면 그냥 둬야겠지만.”

 

  애플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는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됩니데이. 작물들을 꾸준히 관리하지도 않음서 무슨 수로 농장을 경영합니꺼?”

 

  “이미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기르는 농작물은 원체 반 야생 상태로 자란다.”

 

  애쉬테일이 대답했다.

 

  “그대들의 마을, 포니빌의 작물들처럼 세세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지. 때때로 내리는 비, 떠돌다가 우연히 농작물을 발견한 어느 공동체의 관심-”

 

  “누구든 발견한 아들이 돌보는 겁니꺼?”

 

  “나라에 대한 우리의 의무 중 하나다.”

 

  애쉬테일은 고개를 들고 애플잭을 바라보았다.

 

  “우리 모두가 농사짓는다. 우리 모두가 건축한다. 우리 모두가 가르친다. 경비대나 수비대 같은 군사조직만 우리 사회에서 특별히 분리되어 있지.”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또 다시 고개를 갸웃댔다.

 

  “근디 글케 이것저것 하게 되면은 여러분네는 고생한만큼의 성과는 내기 힘들텐데예. 만약 지가 포니빌에서 글케 모든 일을 해야 된다 커면은, 지는 아무것도 제대로 못해낼 낍니더.”

 

  “포니는 어떤 일에든 쉽게 노련해질 수 있는 생물이지. 그걸 실감하게 되면 그대도 꽤나 놀랄 것이다.”

 

  애쉬테일이 자신 있게 말했다.

 

  “게다가, 이런 방식이 우리의 자유를 보장한다.”

 

  “자유예? 지는 이기 다 코마가 녀석들 때문일 줄 알았는데예.”

 

  “자유가 더 큰 이유다.”

 

  검붉은 색 어스 포니가 확언했다.

 

  “설령 우리가 한 직업에만 집중해서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 해도, 난 그걸 원하진 않을 것 같군. 우리 길더스들은 자유롭게 대지를 누비며 산다. 요새 안이든, 풀 밭 위든, 머리를 대고 눕는 곳이 그들의 집이다. 그들은 무단침입 같은 것에 대한 걱정 없이 어디든 여행 다닐 수 있고, 직업을 갖거나 봉급에 묶일 필요 없이 모든 것을 제공 받을 수 있지.”

 

  그는 천천히 미소 지었다.

 

  “이것이 포니들이 살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애플잭은 초록빛 눈동자를 깜빡댔다.

 

  “지는 글케 생각 안 합니더. 한때는 그기 포니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었겠지예. 분명 이퀘스트리아에서도 그랬을 낍니더. 진짜로 정착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랬겠지예. 대장님. 글케 살기 시작했다 카는 게 계속 글케 살아가야 된다는 뜻은 아닙니데이. 어느 정도의 발전은 도움이 될낍니더.”

 

  “하지만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뒤에 무언가를 남겨 두고 떠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게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 아니던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보존하는 것이다. 삶의 방식을 바꾼다면, 우린 소중히 간직해온 자유를 잃게 될 것이다.”

 

  애플잭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떠올랐다.

 

  “며칠 전에 레인보우 대시가 딱 그런 말을 했었심더. 자유도 좋지예.......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 아입니꺼. 어린 망아지들은 어떡합니꺼? 어떻게 그 아들을 키웁니꺼?”

 

  “망아지들은 필요한 만큼 교육 받는다. 말하는 법, 숫자 계산하는 법, 농작물을 보살피고 국경 보는 법을 배우지. 올해의 코마가 대이동이 끝나면, 우리들 중 큰어른들이 어린 아들 딸들을 이끌고 길드데일의 국경을 순회할 것이다. 그러면서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는 거지. 우리 망아지들은 직접 달리며 배우는 만큼 마음으로도 배우게 될 것이고, 이 대지와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알게 될 것이다.”

 

  애플잭은 애쉬테일의 말을 곱씹었다.

 

  그니께, 핵교 비스무리한 기 있긴 헌 모양인디.......

 

  그러나 애플블룸이 다니는 포니빌의 학교처럼 완벽한 틀이 잡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근디 길드데일 아들한텐 그란 게 필요 읎지 않나? 얘네처럼 살거면 학년제고 시험이고 다 무슨 소용이 있겠노?

 

  직업, , 사회적 체계 등, 이퀘스트리아에서 애플잭이 보고 들으며 자랐던 모든 것들이 길드데일엔 없었다. 이퀘스트리아와 길드데일은 너무도 달랐다.

 

  하지만, 모두 같은 포니들이었다.

 

  “그런 방식에도 장점들이 있는 것 같네예.” 애플잭은 인정하면서도 스스로 놀라워했다.

 

  “호오. 그렇게 생각하나?”

 

  애쉬테일이 웃으며 물었다.

 

  “예를 들면?”

 

  애플잭은 그와 마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일단, 여러분네는 굉장히 용감해 보입니더. 양식 있기도 하고예. 그리고 충성심. 다들 충성심이 강해 보입니더.”

 

  “그것들 모두 우리가 가치를 두는 것들이지.”

  

  검붉은 색 어스 포니가 말했다.

  

  “그대도 그렇다. 그렇게 보이는 군.”

  

  “맞게 보셨습니데이.”

  

  애플잭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덧붙였다.

  

  “다만 이퀘스트리아에서는 우리 각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것들을 찾지예.”

    

  “길드데일에서는 우리 모두가 우리의 방식으로 찾는다.”

    

  애플잭은 키득대며 웃었다.

    

  “둘 다 썩 나쁜 방식은 아닌 것 같네예.”

  

  그 때, 사나운 하울링이 대기를 찢어발겼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애쉬테일과 애플잭은 주변을 두리번댔다.

  

  “이번 건 너무 가깝군.”

  

  검붉은 색 어스 포니가 으르렁대듯 말했다.

  

  “길더스! 집합!”

  

  흩어져 있던 경비대원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또 다른 하울링이 그들을 뒤쫓듯 들판을 가로질렀다.

 

  “샤프 사운드!” .

 

  “남쪽, 6킬로미터.......가까워집니다!”

 

  샤프 사운드가 다급하게 보고했다.

 

  “이 쪽으로 접근 중입니다!”

 

  공포의 파문이 경비대원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래리티는 두 눈을 부릅뜬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코마가? 코마가? 코마가!

 

  “길더-어스!”

 

  애쉬테일이 하울링에 맞서 울부짖듯 호령했다. 두려움에 잠식되어 가던 눈빛들이 반사적으로 그들의 대장을 향했다.

 

  “전투 대형을 갖춰라! 중앙군Base Guard, 전선 유지군Mid Guard, 전위대Vanguard, 남쪽을 겨냥해서 각자 위치로! 부관은 깃발을 들어라!”

 

  쉴드 메이든은 등갑 사이의 틈에 넣어두었던 깃발을 끄집어냈다. 검붉은 색 배경에 황금빛 풀이 그려진 깃발이었다. 경비대원들 중 하나의 갑옷에 두 개의 창이 걸려 있었는데, 쉴드 메이든이 그 중 하나를 가져다가 땅에 꽂고 깃발을 걸어 올렸다. 창을 깃대 삼아 묶인 깃발은 매섭게 펄럭댔다. 풀들이 헤집어지고 포니들의 갈기가 흐트러졌다.

 

  바람이 날카롭게 불어대고 있었다.

 

  쉴드 메이든이 명령을 수행하며 움직이자, 경비대의 대열이 남쪽을 향해 나아가는 커다란 파도처럼 나뉘어졌다.

 

  레인보우 대시는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근질대는 무언가를 느꼈다.

 

  한번 쯤 날뛰어보고 싶어 했잖아.

 

  그녀는 무지갯빛 갈기를 가진 푸른 페가수스에게 되뇌었다.

 

  지금이 기회야!

 

  그녀는 그 페가수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녀는 세상의 그 어떤 생명체도 전력을 다한 그 페가수스를, 레인보우 대시를 이겨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레인보우 대시는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 발굽으로 땅을 긁어댔다.

 

  “거기 셋!”

 

  애쉬테일이 일행을 불렀다.

 

  “우리 경비대는 코마가 무리의 공격에 맞서 세 개의 방진을 펼칠 것이다. 중앙군은 깃발 주위에서 진의 중심을 지키며 방진이 뒤로 물러서지 않게 버텨줄 것이다. 전선 유지군은 중앙군 앞에 진을 치고 전위대 사이를 빠져나온 코마가가 진의 중심에 접근하기 전에 처치한다. 전위대는 전선 유지군 앞에서 코마가 무리와 맞부딪히는 최전선에 위치한다. 이 셋 중에 어디에 소속될 지 골라라!”

 

  “아아, 셀레스티아님 제발! 맙소사!”

 

  래리티가 울상이 되어 소리쳤다.

 

  “몰라요! 전 그냥 여기 있고 싶어요!”

 

  “난 중앙군이야, 래리티!” 쉴드 메이든이 구원의 발굽을 내밀었다. “중앙군으로 와. 나랑 같이 있으면 돼.”

 

  “지는 전선 유지군에 가겠습니데이.”

 

  아윽, 내는 진짜 싸우기 싫었는디.......

 

  애플잭은 뒤틀리는 뱃속을 애써 다독였다.

 

  “레인보우, 니는-”

 

  “나는 전위대로 갈 거야!”

 

  푸른 페가수스가 발굽을 구르며 외쳤다. 그녀는 콧김을 거세게 내뿜으며 날개를 파닥댔다. 조금씩 떠오르는 몸 주위로 잔바람이 일었다.

 

  “그렇게 하도록!”

 

  애쉬테일은 즉각 일행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레인보우 대시, 그대는 나를 따라와라. 내가 전위대를 이끈다. 애플잭, 전선 유지대는 이미 진을 펼쳤다. 그대도 나를 따라와라. 전선 유지대의 진까지 데려다 주겠다. 래리티, 그대의 임무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코마가 무리가 진의 중심을 흔들지 못하도록 하라! 쉴드 메이든, 깃발은 맡긴다!”

 

  “알겠습니다, 대장님!” 쉴드 메이든이 자신의 가슴을 발굽으로 치며 대답했다.

 

  “다들 조심해야 돼! ! 약속해!”

 

  래리티가 울며불며 외쳤다.

 

  “너희 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 진짜 콱 죽어버릴거야아아아!!”

 

  “아이고마, 요 귀염둥이 가스나야, 니 몸부터 챙기라, 니 몸부터.”

 

  애플잭은 래리티에게 다정하게 코를 비볐다.

 

  “우리도 조심할 테니께.”

 

  “서둘러라!”

 

  애쉬테일이 재촉했다.

 

  애플잭은 그와 함께 전방으로 질주했다. 애플잭은 어쩐지 들판의 지형이 좀 더 높고 험해진 것 같다고 느꼈다. 내달리는 발굽에 사정없이 짓밟힌 황금빛 평원은 우르릉대는 발굽소리로 화답했다.

  어느덧 전선 유지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애플잭은 속도를 줄였다. 진을 직접 보고 나니,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인한 초조함이 엄습해왔다 : 전선 유지대는 모두 창을 하나씩 갖고 있었다.

 

  내는 저거 없는디 우짜노.......기냥 다른 아들 옆에 바싹 붙어있어야긋다.

 

  전선 유지대에서 버드 스피크를 발견한 애플잭은 그에게 발굽을 돌렸다.

 

  “조심하셔야 합니더! 대시 니도 조심허고!”

 

  애플잭은 멀어져가는 애쉬테일과 레인보우 대시에게 외쳤다.

 

  “그대도 조심해라!”

 

  애쉬테일이 흘깃 돌아보며 화답했다.

 

  애플잭이 전선 유지대에 합류한 뒤, 레인보우 대시는 애쉬테일의 근처까지 고도를 낮췄다. 이제 전선으로 향하고 있는 포니는 전위대에 합류할 애쉬테일과 레인보우 대시뿐이었다.

  검붉은 색 어스 포니 : 애쉬테일은 전속력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레인보우 대시는 그의 페이스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그녀는 애쉬테일의 페이스를 따라잡기 위해 이따금씩 날개를 좀 더 펄럭대야 했다.

  전위대의 진이 두 포니의 시야에 들어왔다. 전위대는 황금빛 들판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 기세에 대원들의 엉덩이에 매달린 창이 까딱대며 위아래로 흔들렸다. 레인보우 대시는 고도를 높여 황금빛 들판 멀리를 내려다보았다. 깨끗한 곡선을 그리는 지평선이 보였다. 그녀는 더 고도를 높였다. 그러자 황금색과 파란색이 만나는 선에서 꿈틀대는 검은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애쉬테일은 전위대 사이에 자리를 잡고 외쳤다.

 

  “-세워!”

 

  전위대원들은 일제히 창을 향해 발굽을 뻗었다. 이어진 단 한 번의 동작으로, 긴 창이 전부 같은 길이만큼 전방으로 내밀어졌다. 날카로운 창 끄트머리가 서슬 퍼렇게 빛났다. 감히 대적하려는 이에게 기대 이상의 효과를 안겨주기 충분해 보였다.

  창끝에 초조한 기운이 맺혔다. 그것은 창이 미세하게 흔들릴 때마다 떨어져 바람에 날렸고, 이내 전위대원들에게 돌아가 다시 창끝에 맺히길 반복했다. 이 순환으로 걸러져 나온 순수한 광분의 씨앗이 대원들에게 심어지고 있었다.

 

  대시는 심호흡을 반복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전투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싸워본 적은 있었다. 사실, 자신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은데도 싸움을 벌인 경우가 그렇지 않았던 경우보다 더 많았다. 떠벌이는 걸 좋아하는 입과 타고난 자만심은 비행학교에 다니던 내내 그녀를 싸움 한복판으로 밀어 넣었다. 갈등과 싸움의 연속이던 나날들은 졸업이 아니라 퇴학으로 끝을 맺고 말았다.

 

  그러나 대시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외동딸인 그녀에게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해주었다.

 

  넌 특별한 아이란다.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렴.

 

  그래서 대시는 늘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 대시는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이건 명예를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다.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문제지.

 

  분명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가 오늘 죽을 것이었다.

 

  난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대시는 고민했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쉴드 메이든이 말했었다.

 

  레인보우 대시는 지금껏 수많은 두려움과 마주해왔고, 그 때마다 그것들을 물리쳐왔다. 두려움은 그녀를 물러서게 할지언정 포기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이건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위해서야!

 

  친구를 구해야한다는 각오가 레인보우 대시의 마음속에 빛을 일으켰다.

 

  그리고 래리티를 위해서!

 

  그녀는 절망과 광기에 사로잡혔던 새하얀 유니콘을 생각했다. 프라이드에 차있던 평소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절대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애플잭을 위해서! 쉴드 메이든과 애쉬테일, 그리고 다른 모든 포니들을 위해서야!

 

  설령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해도 그녀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었고, 나는 절대로 죽지 않아!

 

이퀘스트리아를 위하여!!!

 

<"이퀘스트리아를 위하여!!!">

 

 

  푸른 페가수스는 전투의 함성Battle Cry을 내질렀다. 그녀는 몸을 잠깐 뒤로 뺐다가, 날개를 폭발적으로 흔들며 쏘아지듯이 전방으로 튀어나갔다. 선명히 남은 무지갯빛 궤적과 공기 중에 울려 퍼진 천둥소리가 그녀의 속도와 힘을 반증했다.

  애쉬테일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 부릅떠졌다.

 

  “잠깐! 저들이 먼저 올 때까지 기다-

 

  그러나 대시에겐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푸른 페가수스는 더욱 더 빨리 날았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온통 흐릿하게 늘어나 있었다. 어느덧 열두 마리의 코마가들이 앞에 보이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그녀는 코마가 무리의 한복판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코마가들에 대한 레인보우 대시의 첫인상은 거대한 도마뱀이었다. 애쉬테일의 이야기를 애플잭으로부터 전해들은 입장에서 봤을 때, 그 이야기보다 조금도 나은 점이 없어 보였다.

  두 번째 인상에서는 조금 다른 점들이 눈에 보였다. 코마가들은 단단한 근육질의 몸에 굵은 다리를 갖고 있었다. 그들의 다리는 작은 도마뱀들처럼 몸의 양쪽으로 벌어져 있지 않았고, 오히려 포니처럼 몸의 바로 아래에 붙어 있었다. 앞다리의 끝에는 커다란 손바닥과 기다란 손가락, 그리고 더 긴 손톱으로 이루어진 손이 있었다. 뒷다리의 끝에는 평평하고 짧은 발바닥과 둔탁하고 짧은 발톱이 있었다. 그들의 긴 꼬리는 채찍처럼 끄트머리가 뾰족했다. 또한 목은 중간 정도의 길이였는데, 이 역시 작은 도마뱀과의 차이점이었다. 목의 끝에 달려있는 머리는 길고 두꺼웠으며 둥그스름한 주둥이가 달려있었다. 눈은 머리 양 쪽에 각각 하나씩 달려 있었고, 혼탁한 노란색에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있었다. 비늘로 뒤덮인 피부는 어두운 회색이었으며 손발톱은 흐린 흰색이었다.

 

  그 다음 순간 대시는 그들을 지나쳐 날아가 버렸다. 급하게 속도를 줄인 그녀는 잠시 제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코마가 무리는 여전히 전방으로 몰려들고 있었는데, 달리는 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포니였다.

 

  재들 날 보기나 한 건가?

 

  대시는 코마가 무리를 노려보았다.

 

  계속 그렇게 못 본 셈치고 있을 순 없을 걸!

 

  레인보우 대시는 코마가 무리의 선두로 날아갔다. 그녀는 리더로 보이는 덩치 큰 코마가의 옆에 자리를 잡고는,

 

  “이거나 먹어라!”

 

  라고 소리치며 주둥이를 한 대 걷어찼다. 갑작스레 얻어맞은 코마가는 포효하며 뒷다리로 일어섰다. 대시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앞에 탑이 자라났다고 생각했다.

 

  아. . 크긴 무지하게 크네.

 

  그것은 육중하고 거대했다. 그녀가 봤던 드래곤만큼 크진 않았고, 작은곰자리만큼 크지도 않았다. 다만 그 둘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일어선 코마가는 곰처럼 앞발을 휘둘렀다. 레인보우 대시는 휙 돌며 그것을 피했다. 만약 맞았더라면 머리가 떨어져 나갔을 정도로 묵직한 공격이었다. 코마가는 지면을 내리치듯 앞다리를 내려놓은 뒤 입을 크게 벌렸다. 가지런히 늘어선 날카로운 이빨들이 반짝거렸다. 그 이빨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자, 대시는 공중에서 뒤로 재주넘기를 하며 피한 뒤 덤으로 주둥이 안쪽을 발로 차주었다.

  코마가는 포효와 함께 또 다시 앞발을 휘둘렀다. 그리고 느리게 뒤로 돌며 뒷발차기를 날리곤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하지만 녀석의 공격은 모두 허공을 갈랐다. 3연타를 모두 피한 대시는 격한 비웃음을 날렸다.

 

  “-? 이게 최선이야?! -!”

 

  그녀는 조롱을 퍼부었다. 코마가가 다시 한 번 팔을 휘둘렀다.

 

  “너무 느려! 진짜 이게 다야?”

 

  또 한 번.

 

  “-무 느리다구!”

 

  레인보우 대시는 시야 한구석을 곁눈질했다. 다른 코마가들이 그녀를 남겨두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계속 놀아보자구!”

 

  그녀는 뒤로 날아가며 코마가를 도발했다. 코마가는 포효하며 푸른 페가수스를 쫓았다. 녀석은 계속 주둥이를 딱딱 부딪치며 대시를 물어뜯으려 했지만, 그녀는 모두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한참 코마가를 유인한 레인보우 대시는 코마가의 어깨 너머를 곁눈질로 살폈다. 전위대가 겨우 보일락 말락 했다. 그녀는 코마가의 느려터진 공격을 피하며 조소했다.

 

  “이제 여기서 꺼져주실 시간이야!”

 

  그녀는 코마가 주위로 원을 그리며 날았다. 더 빠르게, 더 빠르게, 더 빠르게.

 

  빙빙 돌며 모여들던 바람은 이윽고 토네이도가 되었다. 거대한 도마뱀은 손발톱으로 지면을 그러쥐었으나, 대시는 계속해서 돌았고 토네이도는 점점 더 강해졌다. 결국 야수는 토네이도에 휘말렸고, 눈 깜짝할 새에 대시보다도 더 높이 떠올랐다. 녀석은 바람의 벽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나사선 비행을 했다. 바로 그 순간에, 대시는 비행을 멈추고 토네이도에서 빠져나왔다. 주인을 잃은 토네이도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코마가는 그대로 추락해 지면에 부딪혔다. 희미하지만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야수의 근처로 날아간 레인보우 대시를 실감했다. 엎드린 채 녀석을 바라보았다.

 

  안 움직이네.

 

  부자연스럽게 치켜 올라가있던 입꼬리가 경련을 일으키듯 떨렸다.

 

  방금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녀는 자신이 했던 행동의 무게에 짓눌렸다.

 

  내가 진짜.......죽인 거야?

 

  그녀는 천천히 날개를 파닥대며 야수에게 다가갔다.

 

  그 때, 죽은 듯 쳐져있던 커다란 손바닥이 갑작스레 휘둘러졌다. 레인보우 대시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꼬리가 손톱에 걸린 탓에 땅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단단한 지면에 내리 꽂힌 폐가 왈칵 공기를 토해냈다. 바닥에 엎어진 대시는 멍해진 상태로 힘겹게 숨만 내쉬었다. 야수는 뒷다리가 부러진 상태였지만, 제압당한 쪽은 레인보우 대시였다. 녀석은 주둥이를 벌렸다. 고기를 자르는 칼 같은 이빨과, 거칠고 광기어린 눈이-

 

  THUNK-

 

  코마가는 울부짖으며 고개를 뒤로 내뺐다. 녀석의 목에는 창 한 자루가 박혀 있었다. 검붉은 깃털이 첨가된 검은 궤적 : 샤프 사운드가 대시의 시야 한 구석에 흐릿하게 나타났다. 그는 뒷다리로 몸을 일으키더니 앞다리로 코마가의 목에 박힌 창을 잡고 눌렀다. 날카로운 창날이 야수의 목을 완벽하게 꿰뚫었다. 막 터져 나오려던 두 번째 하울링이 맥없이 끊겼다.

  샤프 사운드는 창을 조금 뽑았다가 한 바퀴 돌리며 다시 내리꽂았다. 그러자 코마가의 머리가 오른쪽으로 꺾였다. 벌어진 입 사이로 혀가 삐죽 튀어나왔다. 이로서 야수는 완전히 절명했다.

 

  대시는 숨을 헐떡댔다. 그녀의 장밋빛 눈동자는 완전히 열려 있었다.

 

  “괜찮은 거야?”

 

  샤프 사운드가 죽은 도마뱀으로부터 창을 뽑아들고는 대시에게 달려왔다.

 

  “어이, 괜찮은 거지?”

 

  대시는 고개를 흔들었다.

 

  “, 그럼. 괜찮지.”

 

  그녀는 자유를 되찾은 꼬리를 떨리는 발굽으로 감싸 안았다.

 

  “다른 쪽은 어때?”

 

  “전위대는 이미 교전 중이야. 몇 놈 잡기는 했는데, 몇 놈은 놓쳤어.”

 

  “뭐엇?!”

 

  “원래 교전할 때마다 이래. 몇 놈은 꼭 뚫고 지나가.”

 

  검은색 어스 포니가 태연히 말했다.

 

  “그게 전선 유지대랑 중앙군이 있는 이유지.”

 

  “애플잭! 래리티!”

 

  그러거나 말거나 대시는 고래고래 악을 써댔다.

 

  “당장 가서 도와줘야 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진에 걸린 코마가 녀석들을 죽이거나 떨쳐내는 거야. 그게 전위대의 임무라고. 다른 진을 돕는 건 그 다음에 할 일이야. 우리 위치를 비워두고 무작정 코마가를 쫓아가는 건 어불성설이야. 그랬다간 더 많은 코마가들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될 수도 있어.”

 

  숨을 몰아쉬던 푸른 페가수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맞아. 그렇지. 이해했어,”

 

  “그럼 가자.”

 

  먼저 발굽을 떼던 샤프 사운드는 문득 돌아섰다.

 

  “, 그리고.”

 

  그의 보랏빛 눈동자가 사납게 변했다.

 

  “머리랑 목이야. 거길 노려야 무조건 죽일 수 있어.”

 

  죽인다라, 그래. 죽여야지.

 

  “같이 갈래?”

 

  대시가 물었다. 샤프 사운드는 그녀를 곁눈질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가 만드는 토네이도도 제법 쓸 만할 것 같고. 시작하자!”

 

-

 

   여덟 마리의 코마가가 전선 유지대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애플잭은 발굽을 동동 굴렀다.

 

  아따, 내만 창이 없는디.......이거 우짜면 좋노?

 

  그녀는 근처에 서 있던 버드 스피크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제 와서 뒷북치는 것 같긴 헌디, 지는 창이 없심더.”

 

  “내가 놈들을 찔러서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 테니까, 니가 발굽 도끼로 마무리를 지어! 모가지 따야 깔끔하게 끝난다!”

 

  갈색 길드데일 포니는 입에 창을 물고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땅에 발굽을 밀어 넣자, 갈색 몸뚱이가 단단하게 굳었다.

 

  “금강불괴. 할 줄 알지?”

 

  앙다문 이 사이로 결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애플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머뭇대며 버드 스피크로부터 몇 걸음 옆으로 떨어져 발굽을 땅 속에 파 넣었다. 그리곤 정신을 집중했다.

 

  충실함Loyalty.

 

  그녀는 애쉬테일이 말해준 것들을 생각했다. 친구와 가족들에게 보내는 사랑과 헌신. 그것들이 힘이 되어 그녀를 위험에 맞서는 굳건한 벽으로 만들어줄 것이었다.

 

  트와일라잇 스파클.

 

  그 라벤더 색 유니콘의 뿔 부패증을 낫게 할 치료제를 기한 내에 구해야 했다. 그녀는 오렌지 색 어스 포니를 믿고 있었다.

 

  내 가족들.

 

  애플잭은 정겨운 얼굴들을, 빅 맥킨토시, 스미스 할머니, 애플블룸을 생각했다.

 

  글고 애쉬테일.......애쉬테일? 갸가 여서 갑자기 왜 나오노?

 

  그 검붉은 색 어스 포니는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 밀려들어온 뒤였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은, , 우짜겠노? 내가 갸도 내 가족이나 친구들 만치 충실하게 여기는디. 기냥, 이기 내 마음인거제.

 

  애플잭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친구들과 가족들, 그리고 애쉬테일에게도 충실한 감정들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자 몸이 굳어졌다. 발굽에 흘러들어온 대지의 마력이 다리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녀는 자신이 딛고 선 대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by. Adiwan from Devianart

<발굽에 흘러들어온 대지의 마력이 다리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녀는 자신이 딛고 선 대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코마가 무리가 거의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 중 나란히 선 두 마리는 애플잭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오렌지 색 어스 포니는 각오를 다졌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던 그녀는 문득 생각했다 : 근디, 역시 밧줄이 좀 있었으면 더 좋았을 낀데.

 

  두 괴물들은 점점 가까워지더니-

 

  -애플잭을 중심으로 양 갈래로 갈라지며 달려갔다.

 

  ........뭐꼬? 저것들이 방금 뭔 짓을 한기가?

 

  애플잭은 뒤늦게 금강불괴를 풀고 뒤를 돌아보았다. 녀석들은 돌아올 기미 없이 앞으로만 달리고 있었다.

 

  “멍 때리지 말고 빨리 쫓아가!”

 

  버드 스피크가 창을 입에 물며 소리쳤다.

 

  “놈들이 깃발에 닿지 못하게 해!”

 

  애플잭은 두 괴물을 쫓아 냅다 달렸다. 애플잭을 뒤따라온 버드 스피크는 두 코마가 중 오른편에 있던 녀석을 창으로 베었다. 창에 맞은 녀석은 곧장 방향을 틀고 버드 스피크를 공격했다.

  애플잭은 다른 한 녀석과 머리를 나란히 했다. 괴물과 포니의 시선이 교차하고, 초록색 눈동자와 노란색 눈동자가 마주쳤다.

 

  이기 뭐꼬?

 

  애플잭은 놀라움과 동시에 의아함을 느꼈다. 녀석의 노란색 눈동자에는 포식자들 특유의 차분한 치밀함이 없었다. 그저 극한의 공포에서 야기된 광기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야 상태가 와 이라제?

 

  “공격해!”

 

  버드 스피크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야수를 발굽 도끼로 후려치며 고함을 내질렀다.

 

  “죽여버리라고!”

 

  마음을 다잡고 단번에 속도를 올린 애플잭은 거대한 도마뱀의 앞길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앞발굽을 지면에 단단히 박아 넣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뒷발차기를 날렸다. 주둥이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녀석은 미끄러지듯 나가떨어졌다가, 입을 벌린 채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칼처럼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 찬 아가리가 쇄도해왔다.

  애플잭은 그 이빨들이 얼마나 큰 지, 얼마나 충격적이고 무시무시한 지 새삼 실감했다. 사랑과 헌신, 충실함의 기억들이 엄습해오는 공포의 장막에 가려졌다. 그녀는 마구잡이로 발굽 도끼를 휘둘러댔다. 눈 먼 공격이 거대한 도마뱀의 입술을 베었다. 녀석의 상처에서 황금빛 핏방울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코마가는 뒷다리로 일어선 채 앞발을 거세게 휘적댔다. 옆으로 피하려던 애플잭은 그만 비늘에 덮인 앞다리의 뒷면에 얻어맞고 쓰려졌다. 벗겨진 카우걸 모자가 무력하게 팔랑대며 날아갔다. 그녀는 몸을 떨면서도 일어서고자 필사적으로 사지를 버둥거렸다.

  그 순간, 어떤 흐릿한 형체가 붉은 궤적을 그리며 코마가의 측면에 나타났다. 그리고 고통에 찬 하울링이 울려 퍼졌다. 붉은색의 흐릿한 형체는 미끄러지듯이 멈추며 애쉬테일로 화했다. 그의 입에는 황금빛 피로 범벅이 된 창이 물려 있었다. 그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거대한 도마뱀을 노려보았다. 코마가 역시 몸을 돌려 그 눈빛에 맞섰는데, 애플잭이 보기에 코마가의 눈빛엔 분노가 아니라 광기어린 절망만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코마가의 공격은 점점 난폭해져갔다. 녀석은 명백히 검붉은 색 어스 포니를 노리며 거대한 양 손을 동시에 휘둘렀다. 애쉬테일은 측면으로 구르며 그 공격을 피하더니, 네 발굽을 지면에 붙인 상태로 목과 턱 등을 이용해 창을 돌렸다. 그 기다란 무기가 주인의 다리 사이를 지나 목 주위에 이르자, 애쉬테일은 뒷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앞발굽으로 창을 쥐고 앞쪽으로 찔렀다. 힘차게 내질러진 창은 그대로 코마가의 볼을 꿰뚫었다.

  분노에 찬 코마가가 온몸으로 애쉬테일을 덮쳤다. 그 때 애쉬테일은 이미 네 발굽을 땅에 붙인 채 금강불괴 상태가 되어 있었다. 고개를 한 쪽으로 꺾은 그의 입에는 창이 하늘을 찌르는 방향으로 물려 있었다. 달려들던 코마가의 오른쪽 어깨에 창이 깊숙하게 박혔다.

  거대한 도마뱀이 창을 뽑기 위해 뒤로 물러서려 하자, 애쉬테일은 곧장 금강불괴를 풀고 높이 뛰어올랐다. 그는 공중에서 발굽 도끼를 뽑아 날이 바깥쪽으로 향하게 물고는, 떨어지면서 도끼를 휘둘러 코마가의 목을 베었다.

 

  애플잭은 고개를 돌려 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보기에, 이 싸움은 왠지 불공평한 것 같았다.

 

  “괜찮은가?”

 

  애쉬테일이 달려오며 물었다. 그의 도끼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가죽 갑옷엔 흠집이 생겨 있었다. 애플잭은 두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대답했다.

 

  “, 문제 없심더.”

 

  그녀는 애쉬테일에게 모든 일을 맡긴 것처럼 되어버린 게 못내 부끄러웠다.

 

  이건 뭐, 동화 속에나 나오는 탑에 갇힌 암말 같은 꼴 아이가?

 

  “지가 방해만 되어 부렀네예. , 미안하게 됐심더.”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애쉬테일이 카우걸 모자를 물어다 주며 제안했다.

 

  “코마가 셋이 깃발이 있는 진의 중심으로 가고 있다. 거기 있는 중앙군은 세 진들 중 제일 규모가 작지. 그러니 저 셋 중 적어도 한 놈 정도는 미리 끊어놓고 싶다. 같이 가겠나?”

 

  “당연히 가야지예.”

 

  머릿속이 조금 복잡하긴 했지만, 애플잭은 모자를 받아 쓰며 즉답했다.

 

  거센 바람 소리가 그녀의 이목을 끌었다. 고개를 돌리니 먼 곳에서 몰아치는 토네이도가 보였다.

 

  레인보우 그 가스나는 썩 잘 하고 있는 갑네.

 

  담백한 감상을 끝으로, 애플잭은 조금 쳐진 걸음으로 애쉬테일을 쫓았다.

 

-

 

  쉴드 메이든은 코마가를 향해 몸을 왼쪽으로 돌렸다. 날카로운 손톱이 방패를 뚫고 조금 삐져나왔다.

 

  “래리티!”

 

  쉴드 메이든이 어깨 뒤쪽을 곁눈질하며 외쳤다.

 

  “마법 좀 써줄 수 있어?”

 

  새하얀 유니콘의 큰 눈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살피며 깜빡거렸다 : 스무 기의 길드데일 포니들이 세 마리의 거대한 도마뱀들의 공격에 치열하게 맞서고 있었다. 쉴드 메이든과 다른 다섯 기는 래리티로부터 가장 가까이에 있는 녀석을 맡고 있었다. 녀석은 그 다섯 포니 중 회색눈을 가진 갈색 포니를 겨누고 주둥이를 들이밀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이빨이 길드데일 포니의 등갑과 가죽에 깊은 흠을 냈지만, 살까지 파고들지는 못했다. 공격당한 갈색 포니는 곧바로 발굽 도끼를 휘둘러 거대한 주둥이에 상처를 냈다. 코마가는 놀라운 속도로 등을 돌리며 채찍 같은 꼬리를 휘둘렀다. 몇몇 포니들이 꼬리에 맞고 뒤로 물러섰다. 쉴드 메이든은 창으로 꼬리를 찔렀지만, 녀석은 그 공격을 무시하고 다른 포니를 덮치려-

 

  “안 돼!”

 

  래리티의 뿔이 빛을 발했다. 그녀는 평상시보다 더 많은 마력이 뿔에 밀려들고 있음을 느꼈다. 뿔에 장착된 혼 블레이드에서 찬란한 하얀빛이 뿜어졌다. 혼 블레이드에 새겨진 금색 나선형 무늬가 반짝였다.

  코마가에게 공격당할 뻔했던 길드데일 포니가 홱 잡아당겨지듯이 미끄러지며 코마가로부터 멀어졌다. 사실, 래리티가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많이 멀어졌다.

  래리티는 시선을 위로 향했다.

 

  이거 때문에 내 마법이 강해진 걸까?

 

  그녀는 이번엔 텔레키네시스를 이용해, 쓰러진 포니들 전부를 도마뱀으로부터 안전한 곳까지 떨어뜨렸다.

 

  갑작스런 하울링이 래리티의 상념을 산산조각 냈다. 래리티는 하울링이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악! 안 돼!”

 

  네 번째 코마가였다.

 

  나한테 오고 있잖아!

 

  래리티는 꼬리를 말고 줄행랑을 쳤다. 뒤에서 쉴드 메이든이 기다리라고 소리쳤지만, 그녀에겐 들리지 않았다. 야수는 여전히 그녀를 쫓고 있었고,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안 돼! 이건 최악이야!

 

  그렇게 생각한 순간, 래리티는 정말 최악인 상황을 맞닥뜨리고 말았다. 발굽을 헛디뎌 넘어져버리고 만 것이다.

  새하얀 유니콘은 한 바퀴 구른 뒤 땅바닥에 엎어졌다. 어깨 뒤를 돌아본 그녀는 근처까지 다가온 코마가를 보았다. 그녀는 몸을 돌리고, 접근해오는 코마가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갑작스레 차오르는 용기를-악에 받친 만용을 느낀 유니콘은 다시 한 번 마법을 시전했다.

 

  “이 불한당Ruffian! 짐승Brute!”

 

  그녀는 욕설을 퍼부으며 도마뱀의 머리 옆에 텔레키네시스 덩어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덩어리를 옆으로 세게 흔들었다. 오직 흔들기만 했다.

 

  코마가는 깜짝 놀라했다. 오직 놀라기만 했다.

 

  래리티는 자신의 용기를 자찬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녀를 노리는 코마가는 전투불능은 커녕 생채기도 나지 않은 상태였다. 웃음소리는 곧 목을 긁는 탄식이 되었다.

 

  어쩐지.......화만 더 돋운 것 같-

 

  녀석은 하울링을 내뱉으며 앞발을 휘둘렀다. 래리티는 발굽을 버둥대며 그것을 피했다. 그녀의 몸에서 불과 수십 센티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야만스럽고 잔혹한 손톱이 박혔다. 래리티는 네 발굽을 허우적대며 미친 듯이 달아났다. 녀석은 사냥감이 어디로 갈지 알고 있다는 듯 오히려 추격 속도를 늦추었다.

  녀석의 예상대로, 사냥감-래리티의 도주는 갑작스레 끝을 맞이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높고 험한 언덕의 정상에 올라 있었다.

 

  “아아아악!”

 

  밑을 내려다보다가 뒤를 돌아본 래리티는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코마가가 입을 벌린 채로 전진해오고 있었다. 이른 오전의 햇빛을 받은 이빨들이 별처럼 반짝였다. 그 잔혹한 사조성(死兆星)을 피할 길은 어디에도 없어보였다. 래리티는 절벽 끄트머리로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녀석이 달려들었고-

 

  래리티는 몸을 바싹 웅크린 채 고개를 숙였다.

 

  어떠한 전조도 없이, 두 생명체가 밟고 있던 지반이 무너져 내렸다. 토사가 아래쪽으로 쓸려 내려가기 시작했고, 앞으로 달려들던 야수는 중심을 잃고 사냥감의 뒤편까지 미끄러졌다. 흙에 쓸려 내려가며 버둥대던 녀석의 눈에 사냥감의 보랏빛 꼬리가 보였다.

 

  “끼야아아악!”

 

  꼬리에서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린 래리티는 자신의 꼬리를 물고 버티는 코마가를 발견했다. 그녀에게는 그 모습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게 아니라 자신까지 끌고 내려가려는 것처럼 보였다.

  래리티는 흘러내리는 지면을 발굽으로 긁어댔지만, 코마가의 무서운 치악력과 무게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이거 놔!”

 

  그녀는 처절하게 소리쳤다. 코마가 역시 나름대로 지면을 붙잡으려 했지만, 래리티의 시도와 마찬가지로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토사에 떠밀려 계속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 작은 산사태에 휩쓸린 다른 불안정한 언덕 꼭대기들도 무너져 내리며 토사의 양을 늘렸다. 여기에 거대한 도마뱀의 육중한 무게가 더해져 붕괴를 가속화했다.

  절망 속에서, 래리티는 마법을 떠올렸다. 그녀는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코마가의 주둥이을 열기 위해 한계치까지 마력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그 묵직한 주둥이는 당최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발 좀!

 

  래리티는 온 힘을 다했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맺혀 나왔다.

  그 순간, 코마가의 주둥이가 열렸다. 래리티는 아래에 있는 코마가의 머리를 지면 삼아 짓밟으며 토사에서 빠져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토사는 지반구조가 튼튼한 언덕을 만나 폭포처럼 떨어져 내렸고, 코마가 역시 거기에 휘말려 추락했다. 그리 높은 언덕은 아니었지만, 떨어지는 자세가 좋지 않았다. 머리를 아래에 두고 떨어진 코마가는 끔찍한 파열음을 내며 지면에 부딪혔다.

  래리티는 토사가 다 흘러내려간 언덕을 기어올랐다. 조심스레 아래를 살피던 그녀는 그로데스크한 자세로 뻗어있는 코마가의 몸뚱이를 발견했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래리티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그녀의 발굽이 지면을 툭, 툭 건드리더니 이내 경련을 일으키듯 신경질적으로 두드려댔다.

 

  “아하.......하하. . . 아아악!”

 

  새하얀 유니콘은 비명과 광소 사이의 무언가를  내질렀다. 그녀는 아무렇게나 발굽을 굴리며 언덕을 내려온 뒤, 정처 없이 달리다가, 혼 블레이드가 달린 뿔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중앙군 쪽으로 달렸다.

 

  “아학, , 하하! 아하하, 아악!”

 

 

<“아학, , 하하! 아하하, 아악!”>

 

 

  그녀의 눈꺼풀은 크게 벌어져 있었다. 반대로 동공은 축소되어 있었다.

 

  “래리티!”

 

  쉴드 메이든이 래리티를 향해 언덕을 달려 내려왔다.

 

  “래리티, 기다려!”

 

  그녀는 새하얀 유니콘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곤 뒷다리로 일어서며 앞발굽으로 래리티의 어깨를 붙잡았다. 래리티는 어딘가 가려는 듯 몸을 들썩댔지만, 흐린구름색 어스 포니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쉴드 메이든은 래리티의 파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공포와 경악에 물들어 초점을 잃은, 마치 코마가 같은 눈동자였다.

 

  “래리티, 이제 괜찮아!”

 

  쉴드 메이든이 래리티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괜찮아! 코마가는 죽었어! 이제 없다구!”

 

  래리티는 목을 들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다시 숙였다. 그녀는 눈을 꼭 감은 채 쉴드 메이든에게 기대어, 자신의 떨리는 몸을 달랬다.

 

  서서히, 래리티는 이성을 되찾았다. 호흡도 평상시대로 돌아왔다. 파란 눈동자에 다시 세상이 담겼다.

 

  “고마워, 쉴드 메이든.”

 

  그녀는 부드럽지만 조금 무기력하게 말했다.

 

  “방금은.......내가 왜 그랬던 건지 모르겠어. 뭐에 씌웠었나봐.”

 

  쉴드 메이든은 포옹을 풀고 래리티에게 코를 비볐다.

 

  “공포에 질렸던 거겠지.”

 

  새하얀 유니콘은 차마 코를 마주 대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네가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줬었는데.......”

 

  그녀는 귀를 착 가라앉힌 채 중얼거렸다.

 

  “실망시켜서 미안해.”

 

  “지금껏 싸워본 적 없었다고 했지? 그럼 이번이 첫 전투인 거잖아.”

 

  쉴드 메이든은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 보면, 너 되게 용감했어.”

 

  이번엔 래리티도 마주보며 웃음 지었다. 둘은 중앙군이 주둔하고 있는 언덕을 함께 올랐다.

  언덕 정상에 이른 둘은 깃발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한 무리의 중앙군과 마주쳤다. 그 무리에는 애쉬테일과 애플잭도 있었다.

  언덕에 올라온 두 포니를 발견한 애쉬테테일은 무리를 뒤로한 채 그 둘에게 향했다. 쉴드 메이든 역시 상관에게 발굽을 재촉했다.

 

  “부관. 보고는?”

 

  애쉬테일이 다급히 물었다.

 

  “코마가 넷을 사살했습니다. 진을 돌파한 녀석들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로 오는 길에 전선 유지대의 보고를 받았다. 그 쪽은 셋을 잡았다더군. 전위대는 다섯을 잡았다.”

 

  애쉬테일은 눈썹을 찌푸리며 귀를 쫑긋댔다.

 

  “딱히 들리는 소리는 더 없는 것 같은데.......샤프 사운드가 전위대에 가 있는 게 아쉽군.”

 

  “아무래도 다 잡아낸 것 같습니다, 대장님.”

 

  쉴드 메이든이 말했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사망한 대원들이 있을까요?”

 

  애쉬테일은 대답 없이 들판으로 달려 내려갔다. 너른 대지를 수놓던 황금빛 풀들은 상당수 꺾이고 뭉개져 있었고, 곳곳에 코마가들의 거대한 시신이 즐비했다.

 

  “길더-어스! 집합하라!

 

  동부 구역의 원수, 경비대의 대장은 흉통에 온 힘을 그러모아 전우들을 부르짖었다.

 

 

< 동부 구역의 원수, 경비대의 대장은 흉통에 온 힘을 그러모아 전우들을 부르짖었다.>

 

 

  “길더-어스! 집합하라!

 

  그는 들판을 내달리며 더 크게 소리쳤다.

 

  “길더-어스!

 

  애쉬테일은 호령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었다.

 

  바람이 불었다. 간절한 명령이 메아리가 되어 너른 들판 곳곳으로 흩어졌다. 들판은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바람에 흔들리는 황금빛 풀들이 서로 간질이는 소리만이 적막감을 덜어냈다.

 

  그리고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애쉬테일의 귀가 다시 쫑긋댔다. 이번엔 눈썹을 찌푸리지 않은 채였다.

  대장의 부름을 받은 경비대원들이 언덕 곳곳을 빼곡하게 넘어오고 있었다. 미약한 진동에서 시작된 수많은 발굽 소리가 천둥처럼 온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대원들 모두 몸 곳곳에 상처가 나 있었다. 갑옷의 일부를 잃은 이들도 있었고, 피를 흘리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애플잭과   래리티는 달려오는 어스 포니들의 위에서 날아오는 레인보우 대시를 발견했다. 그들은 발굽을 마주잡은 채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편 레인보우 대시 역시 눈에 띄게 알록달록한 두 포니들을 발견했다. 그녀는 오와 열에 맞춰 서는 경비대원들을 흉내 내듯 깔끔하게 친구들 옆에 착륙했다.

  언덕에 올라선 애쉬테일은 집합하는 경비대원들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새로 복귀하는 인원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숨을 삼키며 다급하게 머릿수를 셌다.

 

  19기씩 선 줄이 다섯. 3기 한 줄, 쉴드 메이든, 래리티, 레인보우 대시, 애플잭, .

 

  애쉬테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쉴드 메이든에게 말했다.

 

  “사망한 대원은 없다. 신께 감사드릴 일이군.”

 

  레인보우 대시는 애플잭과 래리티에게 다가가 코를 비볐다.

 

  “다들 괜찮아?”

 

  “조금 긁히긴 했는디, 별 것 아이다. 닌 어떤데, 요 귀염둥이 가스나야.”

 

  대시는 슬쩍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당연히 멀쩡하지.”

 

  그리곤 조곤조곤하게 말을 이었다.

 

  “.......꽤 도움이 됐던 것 같아.”

 

  애플잭은 대시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혹시, 죽이기도 해봤나?”

 

  “, 그건.......별로 얘기하고 싶지가.......”

 

  대답을 주저하던 대시는 끝내 말끝을 흐렸다.

 

  “얘기해보렴, 레인보우.”

 

  래리티가 말했다.

 

  “입 밖에 내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푸른 페가수스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내가 죽인 건 아무것도 없어. 죽이는 걸 도와주긴 했지. . 사실 많이 도와줬어. 그 녀석들은.......낙법을 잘 하진 못하더라구. 내가 녀석들을 날려 올렸다가 떨어뜨리면, 나랑 같이 다니는 전위대 애들이 마무리했지.”

 

  대시의 장밋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 날씨 마법으로 뭔가를 다치게 한 건 이번이 처음이야.”

 

  “이퀘스트리아의 포니들이여!”

 

  애쉬테일의 목소리가 일행의 대화를 중단시켰다. 일행은 애쉬테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옆에는 쉴드 메이든이 서 있었고, 그 뒤로 경비대원들이 사열해 있었다.

 

  “테치홀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고개를 끄덕이며, 애플잭은 일행 중 제일 먼저 자신의 위치로 발굽을 옮겼다.

 

  “나중에 다시 얘기해보자, 레인보우 대시.”

 

  래리티가 제 위치로 가며 속삭였다. 대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위치에 섰다.

 

  “길더스! 전진!”

 

  포니들은 전쟁터를 뒤로한 채 다시 전력으로 발굽을 굴렸다.

 

-

 

  일행은 계속해서 달렸다. 그들이 한 발굽 한 발굽 내딛을 때마다 서쪽이었던 풍경이 동쪽으로 밀려났고, 머나먼 서쪽에 있던 풍경이 점점 가까워졌다. 그 풍경도 이내 동쪽이 될 것이었고, 그러면 또 새로운 서쪽의 풍경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었다.

애플잭은 공포에 질린 코마가의 노란 눈동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와 마주했던 순간이 마음속에서 쉬이 지워지질 않았다. 그것은 분명 공격하려는 이들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녀는 경비대가 먼저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코마가 무리도 그냥 지나쳤을 거라고 확신했다.

 

  뭔가 생각이 날 듯 말 듯 헌디.......

 

  애플잭은 상념에 잠겼다.

 

  그 눈 하매, 내달리는 속도 하매.......

 

  혀끝에서 나올 듯 말 듯 맴도는 어떤 단어가 있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그게 뭐였는지 기억해내는 것이었다.

 

  “레인보우?”

 

  애플잭은 레인보우 대시를 불렀다.

 

  “니 코마가들 하고 싸울 적에, 갸들 관심 끄는디 을매나 걸렸노?”

 

  "......."

 

  열심히 달리던 레인보우 대시는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코마가들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코마가들에 대해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장면이라곤 토네이도 바람에 떠올랐다가 버둥대며 추락하는 모습 혹은 꼬리나 다리, 심지어 목이 부러진 모습뿐이었다.

 

  그래. 목이 부러진 놈이 하나 있었지. 걔 하나만은 분명히 내가 죽인 거야.......

 

  그 목이 부러진 코마가에게도 전위대원 하나가 득달 같이 달려들어 꺾인 목을 쳐냈다. 대시가 보기에 그건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잘린 머리에 다가간 그녀는 녀석의 눈이 살아있기라도 한 것 인양 가만히 쳐다봤었다. 그 눈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멍청하게 푸른 페가수스를 마주볼 뿐이었다.......

 

  레인보우 대시는 수차례 눈을 깜빡댔다. 끔찍한 기분이었다.

 

  “레인보우?”

 

  오렌지 색 어스 포니가 재차 대시를 불렀다. 대시는 급히 마음을 추슬렀다.

 

  “아마.......내가 먼저 공격했었던 것 같아. 나한테 오게 만들려고 먼저 때렸지.”

 

  그녀는 더 고심하고 말을 이었다.

 

  “근데 솔직히, 걔네들 좀 정신없어 보이더라. 딴 생각하면서 싸우는 것 같던데.”

 

  “딴 생각이라.......딴 생각.”

 

  애플잭은 대시의 말을 되뇌며 생각했다.

 

  그 큼지막한 아들은 기냥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었던 기라. 주변에 뭐가 있는 지 어떤 지는 쥐뿔도 신경을 안 썼던 거제. .......

 

  애플잭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 그랬던 기가? 갸들은, 파괴의 화신 같은 게 아니었던 기가? 애쉬테일은 글케 말했었는디. 갸가 잘못 알았던 기가? 진짜로?

 

  그렇게 애플잭은 하나의 답으로 귀결되는 고뇌에 잠겨 몇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하늘은 주황색으로 물들었고, 어느 샌가 나타난 거대한 건축물이 지평선을 부수며 그 위용을 뽐냈다. 지평선에 보란 듯 자리 잡은 그 거대한 존재감은 고민에 빠져있던 오렌지 색 어스 포니조차도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저게 테치홀름입니꺼?“ 애플잭이 외쳤다.

 

  “그렇다!” 애쉬테일이 어깨 뒤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드디어 길드데일의 심장부에 다다른 것이다. 그대들은 군주의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슬슬 생각해두는 게 좋겠지.”

 

  애플잭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맞다. 지금 코마가 나부랭이들 생각할 때가 아니었제.

 

  그녀는 군주 해머 후프의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부터 생각해야 했다. 애쉬테일의 말에 따르면, 군주는 딱딱하고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잔인한 이는 아니었다. 그는 길드데일과 황금빛 평원의 신민들을 자식처럼 생각하며 지독히도 방어적으로 굴었고, 게다가 오만한 면도 있었다.

 

  테치홀름에 가까워질수록, 애플잭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이 자리 잡았다 : 크다!

  테치홀름은 컸다. 대단히, 엄청나게 컸다. 그라제첼트가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붉은 헛간을 작아보이게 만든 것보다 테치홀름이 그라제첼트를 작아보이게 만드는 정도가 더 컸다.

 

  건물 하나가 어째 저래 클 수가 있노?

 

  어느덧 애플잭의 시야 전체가 테치홀름으로 가득 찼다. 겹겹이 쌓인 거대한 목재가 검붉은색 회반죽으로 한데 묶여 있었고, 그 밑에는 평지 위에 쌓아올려진 견고한 받침돌이 있었다. 이 건축물이 평지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적어도 포니빌의 세 배 정도는 될 것으로 보였는데, 받침돌들이 차지하는 영역은 이보다도 더 넓었다. 받침돌을 이루는 거대한 암석들은 서로 아귀가 딱 맞게 결합되어 있어서, 그 사이로는 종이 한 장도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테치홀름의 기본적인 디자인은 그라제첼트와 비슷해 보였다. 그저 크기만 엄청나게 거대해졌을 뿐이었다. 테치홀름에도 그라제첼트와 마찬가지로 꼭대기에 커다랗고 둥근 창문이 있었다. 그라제첼트와 다른 점이라면, 테치홀름의 이 창문은 그라제첼트의 그것보다 두 층은 더 높은 곳에 있다는 점이었다.

  지붕의 모서리는 금과 은으로 된 선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지붕은 목재와 나무판자가 아닌 단단히 엮인Thatched 황금빛 풀들로 되어 있어서, 확실히 길드데일스러웠고 동시에 테치홀름Thatchholm’ 다웠다. 지붕을 구성하는 황금빛 풀들과 모서리를 따라 흐르는 금선이 맹렬히 타오르는 일몰의 햇빛을 받아 잔물결처럼 반짝였다. 일행과 마주보는 면의 꼭대기 전체, 즉 거대한 창문이 나있는 나무로 된 외벽에는 어떤 그림이 하얀 선으로 새겨져 있었다 : 창문의 모서리를 따라 그려진 황금빛 아우라에서 뛰쳐나오는 포니들.

  애플잭은 창문이 태양을 상징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저건 길드데일 아들의 기원을 설명하는 그림인갑네. 우리는 태양에서 왔다, 이 말이가?

 

  래리티 역시 이 거대한 건축물에 경외심을 느꼈다. 그녀는 길드데일 포니들의 섬세함과 세련됨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거칠고 투박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생활환경을 고려해보면, 이 정도의 문화 수준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나무에 그려진 복잡한 에칭화와 거기에 사용된 귀중한 금속들은 그녀에게 새삼 충격을 안겨주었다.

 

여기 포니들은 마법도 없이 이런 걸 다 어떻게 했담? 짓고, 새기고, 조각하고, 이걸 다 발굽만으로 해냈단 말야?

 

  시간만 있다면, 길드데일 포니들 중 아무나 붙잡고 관광 가이드 좀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라제첼트와 마찬가지로, 테치홀름의 받침돌에도 나무로 된 커다란 관문이 있었다. 일행이 그 문 앞에 다다를 때까지 테치홀름은 계속해서 그 웅대한 자태를 뽐냈다.

 

  관문이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갑옷과 창을 장비한 네 길드데일 포니들이 안쪽에서 달려 나왔다.

 

  “길더스! 감속!”

 

  애쉬테일의 명령에 그의 휘하 경비대는 일사분란하게 속도를 줄였다. 관문에서 나온 포니들 역시 경비대로부터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다다를 때까지 속도를 줄였다.

  래리티는 테치홀름에서 나온 포니들의 투구에 애쉬테일의 것과 비슷해 보이는 장식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만 애쉬테일의 장식에는 동쪽을 가리키는 하나의 은색 화살표만 있었고, 테치홀름에서 나온 포니들의 장식에는 사방을 가리키는 네 개의 은색 화살표가 있었다.

  테치홀름에서 나온 네 포니들 중 가장 앞에 있던 포니가 발굽을 들어올렸다. 그는 하얀 털가죽에 검은 갈기를 갖고 있었고, 물론 어스 포니였다.

 

  “환영하오, 동부 구역의 원수, 애쉬테일! 테치홀름에는 무슨 일로 오셨소?”

 

  애쉬테일은 오른쪽 발굽을 들어올렸다.

 

  “성대한 환영에 감사를 표하오, 왕실 근위대장, 브라이트 텅Bright Tongue!”

 

  인사를 마친 그는 오른쪽으로 비켜섰다. 쉴드 메이든은 왼쪽으로 비켜섰다.

 

  “본 원수는 이퀘스트리아에서 온 세 여행자들이 동부 구역을 횡단하려는 것을 발견해 데리고 온 바요. 그들은 길드데일에 대한 통행권을 청구하고자 길드데일의 군주를 알현할 것이오!”

 

  세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을 본 브라이트 텅은 대놓고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원수께서도 국법에 대해서는 잘 아시리라 보오. 페가소스들과 유니콘들은 길드데일에 들어올 수 없소.”

 

  레인보우 대시가 입술을 움찔대며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래리티와 애플잭이 그녀의 어깨를 한 쪽씩 잡아 눌렀다.

 

  “현재로서는, 그들은 그저 군주를 알현하고자 할 뿐이오.”

 

  검붉은 색 어스 포니가 담담하게 말했다. 브라이트 텅은 눈을 가늘게 뜨며 래리티와 레인보우 대시, 애플잭을 노려보았다.

 

  “그렇다면야 좋소. 그건 가능하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떨떠름한 기색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저녁 재판이 곧 열릴 것이오. 알현은 오직 그 재판에서만 가능할 것이니 명심하시오. 따라오시오!”

 

  브라이트 텅은 몸을 돌려 관문으로 향했다. 다른 왕실 근위병들도 그를 따랐다.

 

  “길더스! 앞으로!”

 

  애쉬테일의 경비대도 그들을 따라 평이한 속도로 발굽을 옮겼다.

 

  드디어 때가 왔어.

 

  래리티는 거의 만성이 된 근육통조차 잊을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우리가 길드데일을 지나갈 수 있을 지 없을 지가 지금 이 순간에 결정되는 거야. 만약 실패한다면.......

 

  래리티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트와일라잇 스파클. 우린 절대 널 실망시키지 않아. 난 절대 널 실망시키지 않아.

 

  관문을 통과한 그들의 머리 위로 높다란 천장이 흐릿하게 보였다. 천장을 지탱하는 벽에는 돌부리들이 튀어나와있었는데, 그 위로는 포니들이 지나다녔다. 일행의 뒤쪽에서 관문이 열릴 때와 비슷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통로는 받침돌의 꼭대기로 일행을 이끌었다. 그곳에는 포니빌의 것들과 비슷하게 생긴 평범한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건물들이 모여 있는 이 마을은 레인보우 대시가 길드데일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그나마 익숙한 것이었다. 집들의 지붕은 테치홀름과 마찬가지로 엮인 황금빛 풀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그 외의 부분은 석재로 되어 있었다.

  제일 앞서가던 브라이트 텅은 테치홀름의 본성(本城)으로 통하는 대문 앞에서 멈춰 섰다. 애쉬테일도 경비대에 정지 신호를 보냈다.

 

  브라이트 텅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체크보드Checkboard 고문께 이퀘스트리아의 포니들이 왔다는 걸 알려야 하오. 그러고 나면 알현까지는 20분 정도 걸릴 거요. 원수께서는 본마(本馬)와 함께 가십시다. 경비대가 머무를 만한 곳도 봐야할 거고.......무엇보다 군주께서 원수의 소식을 듣고 싶어 하시지 않겠소?”

 

  “동의하오.”

 

  애쉬테일은 경비대를 향해 몸을 돌렸다.

 

  “길더스, 해산! 각자 숙소가 배정되는 대로 방에 들어가 환복 후 대기!”

 

  쉴드 메이든에겐 별도의 명령이 내려졌다.

 

  “부관은 손님들을 인솔하라. 알현 준비를 돕는 것도 좋겠지.”

 

  “알겠습니다, 대장님.”

 

  “앞장서시오, 근위대장.”

 

  애쉬테일은 브라이트 텅을 따라 본성(本城)의 대문을 통과했다. 둘은 이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럼 우리도 가자.”

 

  쉴드 메이든은 고갯짓을 하며 본성으로 앞장섰다. 세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은 종종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본성의 내부는 외관만큼이나 멋지고 웅장했다. 굵고 올곧게 솟은 나무 기둥들과 그 끝에서 가지처럼 뻗어 나온 지지대들이 거대한 회관의 천장을 받치고 있었다. 각 지지대들의 끝부분에서부터는 편평한 천장의 연속이었다. 모든 기둥들의 꼭대기 즈음에서는 명멸하는 횃불들이 있었고 그 옆에는 천장과 연결된 작은 발코니들이 있었다.

 

  저 불꽃을 관리하려면 저 높은 발코니까지 올라가야 할 거고.......물론 걸어서 올라갈 수 있어야겠지. 페가수스가 없으니까.

  

  주변을 살피던 래리티는 밖에선 보였던 거대한 원형 창문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라제첼트 본성은 2층 높이였지만 창문은 보였지. 세상에! 천장이 저렇게 높은데도 창문이 안 보인다니. 여긴 도대체 얼마나 높은 거야?

  

  발코니를 올려다보던 래리티의 시선이 천장의 편평한 부분에서 멈췄다. 그녀는 앞서 가는 두 친구들을 다급히 발굽으로 찔렀다. 애플잭과 레인보우 대시는 유니콘의 경외에 찬 표정을 보고 그녀의 시선을 좇았다. 심드렁하던 그들의 얼굴에도 래리티의 것과 같은 감정이 스며들었다.

  본성 외벽에 새겨져있던 것보다 더 복잡하고 훌륭한 에칭화가 천장에 그려져 있었다 : 격렬한 전투에 몰두한 전사들의 역동적인 모습들이 있었다. 전사들은 몇 갈래로 나눠진 뿔을 단 무언가에 맞서고 있었고, 별 모양의 광채와 광선 그리고 바스러지는 산들도 보였다. 태양의 가운데에는 포니가 그려져 있었다. 날개가 달린 유니콘들의 앞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젓는 이상한 생명체도 있었다. 또한 서로 갈라서는 두 무리의 포니들이 보였는데, 한 쪽은 평원으로 향했고 다른 한 쪽은 해가 떠오르는 쪽에 있는 산지로 향했다. 그 다음엔 황금빛 잎사귀로 덮인 길드데일의 상징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었다.

  그 상징을 마지막으로 에칭화는 끝났다. 회관 1층의 맨 끝에 다다른 일행의 앞에는 위로 올라가는 긴 나무 계단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래리티는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좌우로 곁눈질했다. 각 기둥들 사이마다 다른 곳으로 통하는 복도들이 있었고, 그 복도들의 벽에도 횃불이 걸려 있었다. 회관을 중심으로 왕래하는 수많은 길드데일 포니들이 이따금씩 멈춰 서서는 그녀 자신과 레인보우 대시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며 쑥덕댔다.

 

  “쉴드 메이든. 실례지만 물어볼 게 있어.”

 

  래리티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 길드데일엔 나무가 별로 없는 것 같던데, 이 많은 목재들은 다 어디서 구해온 거야?”

 

  쉴드 메이든은 고개를 갸웃댔다.

 

  “글쎄, 테치홀름의 역사는 거의 길드데일의 역사나 다름없어. 너무 옛날 일이라 아무도 모를 걸. 다만 여기서 북동쪽, 드라켄리지 산맥 한가운데에 큰 숲이 있긴 해. 거기서 조달해 오지 않았을까? 다른 요새들을 지을 땐 거기서 나무를 베어다 썼거든. 거기 말고는.......쉬머우드Shimmerwood 숲에서 가져왔을 가능성도 있지. 그 때도 지금처럼 허락을 받아야 벌목할 수 있었을 것 같지는 않거든.”

 

  “허락?”

 

  래리티가 물었다.

 

  “누구한테 허락을-”

 

  “쉴드 메이든 중위!”

 

  누군가의 목소리가 회관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어수선하게 술렁이던 포니들이 일시에 숨을 죽였다.

  하얀 곰팡이 같은 색의 털가죽과 하얀 갈기를 가진 깡마른 숫말이 서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회색이었고, 각진 양쪽 둔부의 측면엔 체스말-검은색 나이트가 그려져 있었다. 목젖이 튀어나온 가느다란 목에는 금색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체크보드 고문.”

 

  쉴드 메이든은 고개를 숙였다.

 

  “현재 이퀘스트리아에서 온 여행객들을 인솔 중에 있습니다.”

 

  체크보드는 세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의 시선에 애플잭은 밝게 웃어보였고, 레인보우 대시는 씨익 웃었으며, 래리티는 우아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말이었군."

 

 

<“.......정말이었군.”>

 

 

  체크보드가 말했다.

 

  “저녁 재판이 10분 내로 시작될 거다. 자네들이 제일 첫 번째 순서가 되겠지. 사안이.......보통 이상한 게 아니니까.”

 

  각지고 창백한 얼굴이 쉴드 메이든에게 향했다.

 

  “이들도 변론을 하나?”

 

  “당연하지!” 대시가 외쳤다. “진짜 얼마나 오래 기다렸-”

 

  “이들은 자신들의 사안을 스스로 변호할 것입니다.”

 

  쉴드 메이든이 대시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내뱉고 말을 이었다.

 

  “이들의 탄원서에 제 이름을 두 번째로 기입해주시기를 청하는 바입니다.”

 

  메마른 얼굴 거죽이 움찔대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제정신인가, 중위? 한 번 기록된 사실은 차후 변경이 불가능한데.”

 

  흐린구름색 전사의 눈빛이 번뜩였다.

 

  “제 결정권에 개입하시는 겁니까, 체크보드 고문?”

 

  포네킹보다도 왜소한 몸뚱이가 본능적으로 주춤댔다. 그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뻐겨댔다.

 

  “그, 그럴 리가 있겠나, 중위. 자네 이름은 탄원서에 두 번째로 오를 걸세. 자네가 원하던 대로 말이지. 물론 첫 번째는 여기 이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이고.”

 

  체크보드는 쉴드 메이든과 세 이퀘스트리아 포니들 모두를 향해 보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이만 재판을 준비하러 가보도록 하지.”

 

  그는 몸을 홱 돌리고 빠른 걸음으로 나무 계단을 올라갔다.

 

  “재판. 해본 적 있어?” 쉴드 메이든이 세 친구들에게 물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만나본 적은 있는데.” 대시가 말했다.

 

  “공식석상에서 만나 뵌 적은 없잖니.”

 

  래리티가 조건을 구체화하며 반박했다.

 

  “태양 법정에서 알현해본 적은 아예 없지.”

 

  “그냥 정중하게 굴면 돼.”

 

  쉴드 메이든이 말했다.

 

  “그렇게 격식과 예우에 치중하는 자리는 아니니까. 왕족들과 보좌관들은 지도자인 동시에 전사이기도 하거든. 방금 본 말라깽이 체크보드도 그렇고. 어쨌든, 이것만 기억해. 질문 받기 전엔 말하지 말고, 모든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할 것. 그리고.......”

 

  그녀는 머뭇거리는 시선으로 일행을 바라보았다.

 

  “.......난 애플잭이 변론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

 

  “.......어머. 혹시 나랑 레인보우 대시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가시 돋친 말투로 따지긴 했지만, 사실 래리티는 쉴드 메이든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폐하께선, 상대가 어스 포니라면 좀 더 믿을 만 하다고 여기실 거야.”

 

  쉴드 메이든은 솔직히 털어놓았다.

 

  “, , 내는.......”

 

  애플잭은 머뭇대며 괜스레 모자챙을 만지작댔다. 그녀는 래리티가 변론을 맡게 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과수원 집 딸내미인 그녀로서는 격식을 갖춘 발표라는 것을 몇 번 해본 적도 없었거니와 잘 해낸 적도 없었다. 그에 반해 새하얀 유니콘은 입 밖에 내는 말마다 격식 있고 정당하게 들리도록 할 줄 아는 포니였다.

 

  “말하고 싶으면 누구든 말할 수 있어야지!”

 

  레인보우 대시가 격앙된 어조로 소리쳤다.

 

  “니네 길드데일 애들이 페가소스랑 유니콘한테만 그렇게 띠껍게 구는 거, 이제 진짜 진절머리가 나!”

 

  “.......페가수스.” 래리티가 진이 빠진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기분 나쁘겠지. 나도 알아.”

 

  쉴드 메이든은 간곡하게 대시를 설득했다.

 

  “하지만 난 너희들이 목적을 이루길 바래. 진심이야.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거고. 만약 애플잭이 변론한다면, 폐하께선 너희들의 의견을 좀 더 귀담아 들으실 거야. 그 분은 페가수스와 유니콘에 대해선 정말 박하게 구신다구.”

 

  푸른 페가수스는 이를 갈았다.

 

  “, 그래, 좋아. 좋다고!”

 

  그녀는 씹어뱉듯이 말하며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애플잭이 해, 그럼! 어쨌든 트와일라잇만 구할 수만 있음 되니까!“

 

  “근디 내는 모르겄다.”

 

  오렌지 색 어스 포니가 말했다.

 

  “내는 거, 무슨 말이든 맞는 말인 것처럼 들리게 하는 말투 같은 건 해본 적도 읎데이.”

 

  “정직하게만 말하면 돼. 그러면 폐하께서도 들어주실 거야.”

 

  정직이라. 그건 할 수 있제.

 

  정직의 원소 수호자, 정직의 화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모 알긋다. 내 함 해보께.”

 

  “우리가 늘 함께 있다는 거 잊지 마, 자기.”

 

  래리티가 따스한 격려를 보냈다.

 

  우렁찬 호른 소리가 드넓은 회관을 가득 채웠다.

 

  “이제 시작한다.”

 

  쉴드 메이든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며 계단에 발굽을 디뎠다.

 

  “따라와.”

 

-

 

  계단을 다 오른 래리티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자신이 순간적으로 압도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했다. 다만 그 이유가 공간의 광대함 때문인지, 아니면 그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군중들 탓인지는 그녀 자신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알현실에는 각양각색의 포니들이 모여 있었다. 갑옷을 입었거나, 맨 몸이거나 혹은 체크보드 같은 금색 목걸이를 두른 이들도 있었다. 와인색 카펫이 통로의 끝에서부터 붉은색의 커다란 왕좌가 놓여 있는 석재 연단까지 길처럼 이어져 있었다. 붉은색 왕좌는 금실로 쿠션 처리가 되어 있었는데, 이는 왕좌를 전체적으로 위엄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왕좌가 놓여 있는 석재 연단은 양 쪽으로 길게 뻗어져 있었다. 그 끝에는 각각 왕좌보다 작은 나무 의자가 하나씩 놓여있었다.

  왕좌 뒤편에 있는 벽 위쪽에는 금색 테두리의 둥근 창문이 있었고, 거기엔 상하좌우를 가리키는 4개의 금색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각 금색 화살표의 끝에는 거대한 에메랄드가 있었다. 왕좌의 양 끝에는 왕실 근위대 두 명이 서 있었다. 그들이 착용한 방어구는 잘 무두질된 가죽 갑옷이었는데, 길드데일의 상징인 자라나는 황금빛 풀이 금실로 그려져 있었다. 그 황금빛 풀 문양은 그들의 투구에까지 이어져 있었다.

  수없이 많은 죽은 나무들이 왕좌를 중심으로 얼기설기 얽혀 있었다. 영겁의 세월에 대한 보상 혹은 대가로 하얗게 탈색된 나무들의 뒤틀린 가지와 뿌리가 천장과 바닥 구분할 것 없이 뻗어 있었다. 바닥을 기는 뿌리들은 돌바닥을 두텁게 덮어 나무 마루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천장으로 뻗은 가지들은 군중들의 머리 위까지 뻗어 있었다.

 

  애쉬테일 갸가 신목의 법원Timbered Court이라카더니, 그리 말할 만두 했네.

 

 

< "애쉬테일 갸가 신목의 법원Timbered Court이라카더니, 그리 말할 만두 했네.">

 

 

  애플잭은 입을 헤 벌린 채 허공에 대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들에는 황금빛 나뭇잎이 가득 달려 있었다. 그 나뭇잎들은 명멸하는 횃불의 빛에 이따금씩 반짝였다. 래리티는 가장 가까운 곳에 늘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흘깃 쳐다보았다. 불빛이 나뭇잎 전체를 가로지르며 가느다란 잎맥을 드러내 보였다.

 

  세상에, 이게 뭐람!

 

  보석 큐티마크를 가진 유니콘은 대번에 그 빛깔의 의미를 이해했다.

 

  도금이 아니야! 진짜 금덩어리잖아!

 

  그녀는 경악스러워하며 고개를 들었다. 수천 장의 황금빛 나뭇잎이, 아니, 잎 모양 금덩어리들이 수없이 많은 나뭇가지들에 달려 있었다. 섬세하게 세공된 황금 이파리들은 가지마다 조화롭게 배분되어 있어서, 나무들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셀레스티아 님, 맙소사! 이건, 이건 정말.......

 

  오늘날의 이 장관을 위해 얼마만큼의 작업과 시간이 소요되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새하얀 유니콘은 그저 경탄만 반복했다.

 

  “저기 좀 봐!”

 

  대시가 앞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애플잭과 래리티는 그녀의 발굽이 가리키는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왕좌 뒤쪽에는 하얀 나무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크고 두터운 검은 비석이 왕좌 위까지 비죽 솟아나와 있었다. 비석은 풍화되어 오래된 티가 났고, 자리 잡은 모양새를 보건대 테치홀름의 기반암에까지 뿌리를 내린 듯 했다.

 

  “데일스톤Dale Stone 말하는 거야?” 쉴드 메이든이 물었다.

 

  “저걸 데일스톤이라고 불러?”

 

  쉴드 메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데일이 세워질 때부터의 역사가 저기에 기록되어 있어. 매해마다 한 줄씩, 그 해에 있었던 가장 중요했던 사건을 새겨 넣지. 뒷면은 벌써 다 찼고......여기서는 앞면에 새겨져 있는 기록들을 조금 볼 수 있을 거야.”

 

  대시는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찌푸렸다. 페가수스의 시력이 그녀로 하여금 비석의 앞면을 세세히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쉴드 메이든의 말대로, 비석에는 작은 글씨들이 한 줄씩 빽빽하게 새겨져 있었다. 글씨의 크기와 줄 간격으로 미루어 봤을 때, 비석의 앞뒷면을 합치면 얼추 천 줄에 가까운 기록이 새겨져 있을 것 같았다.

 

  “.......길드데일은 세워진 지 얼마나 됐어?” 대시가 물었다.

 

  “나도 몰라.” 쉴드 메이든은 솔직하게 말했다. “이퀘스트리아는?”

 

  레인보우 대시는 모든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이 어릴 때 배우는 대로 대답했다.

 

  “태양과 달의 나이만큼 오래됐지.”

 

  “길드데일은 그 정도까진 아닐 걸.” 흐린구름색 포니가 답했다.

 

  일행의 오른편에서 호른이 한 번 더 울렸다. 군중들은 일시에 침묵으로 답했다. 오른편에 있는 기둥 사이에 서 있던 체크보드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지면을 발굽으로 한 번 치며 입을 열었다.

 

  “모두 경애하라, 애쉬테일, 해머 후프의 아들, 길드데일의 왕자이자 왕좌의 적법한 계승자, 동부 구역의 원수, 길드데일 경비대의 대장께서 나오시니!”

 

  애플잭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둥근 에메랄드 브로치가 달린 금색 목걸이를 찬 애쉬테일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그러자 군중들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고개 숙여!”

 

  쉴드 메이든이 자세를 낮춘 채로 속닥댔다. 래리티와 레인보우 대시, 마지막으로 애플잭까지 그녀의 말에 따랐다.

  체크보드가 또 한 번 지면에 발굽을 구르자, 군중들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어서 그는 왕좌의 왼편으로 향했다. 이번엔 왼편에서 호른이 울렸다. 체크보드는 세 번째로 발굽을 지면에 굴렸다.

 

  “모두 경애하라, 해머 후프, 스톰 체이서의 아들, 길드데일의 군주이자 왕좌의 주인께서 행차하시니!”

 

  다시 한 번 모든 포니들이 고개를 숙였다.

  나무뿌리를 밟는 무거운 발굽 소리가 들렸다. 애플잭과 레인보우 대시는 래리티의 따가운 눈총도 무시한 채 슬쩍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풍채의 검붉은 색 숫말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는 평범한 이퀘스트리아의 포니들보다 머리 몇 개만큼은 더 컸고, 심지어 루나 공주보다도 조금 더 커 보였다. 그의 기골은 장대했고, 다리, 둔부, 가슴 모두 거대한 근육으로 울퉁불퉁해진 털가죽에 덮여 있었다. 목 주위에는 커다란 루비가 박힌 금색 문장이 걸려 있었다. 갈기는 조금 푸석푸석했고 색은 탁한 노란색이었는데, 수염도 같은 색깔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파란색이었고, 뭐든 꿰뚫어 보듯 형형하게 빛났다. 그는 당당히 발굽을 내딛으며-

 

  애플잭은 해머 후프의 오른쪽 종아리가 의족이라는 사실을 눈치 챘다. 의족은 두터웠고 상아색이었다. 발굽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금테가 둘러져 있었다. 그녀는 조금 더 자세히 해머 후프를 주시했고, 그제야 그가 조금 절룩이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군주께서는 어릴 때 코마가의 습격으로 발굽을 잃으셨어.”

 

  쉴드 메이든이 애플잭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겁먹지 않으셨지.”

 

  그녀는 애플잭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전에 저 분을 수행하며 전장에 나선 적이 있었는데, 코마가의 머리통을 발굽 한 방으로 부숴버리시더라고.”

 

  해머 후프는 왕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체크보드가 네 번째로 발굽을 지면에 구르자, 군중들은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애쉬테일이 해머 후프의 앞으로 나아가 고개를 숙였다.

 

  “존안을 뵙습니다, 폐하.

 

  “애쉬테일 왕자.” 해머 후프는 동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있어 이 자리가 빛이 나는구나.”

 

  “영광이옵니다, 폐하.”

 

  애쉬테일은 전에 없이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왕좌에 좀 더 다가가 몸을 돌리고 천천히 앉았다. 앞발굽들은 발굽 걸이에 여유롭게 올린 채였다.

 

  “신목의 법원의 개정을 선언한다!”

 

  우렁찬 목소리가 알현실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애쉬테일은 왕좌의 오른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체크보드가 왕좌의 앞에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폐하, 금일 저녁의 첫 번째 탄원이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퀘스트리아 출신의 포니 세 기가 길드데일을 지나갈 수 있는 통행권을 발급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쉴드 메이든 중위의 이름도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의 이름에 이어 해당 탄원서에 올라 있습니다.”

 

  해머 후프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들라 하라.”

 

  쉴드 메이든이 쿡쿡 밀어대는 통에, 애플잭은 나무뿌리에서 검붉은 색 레드 카펫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카펫은 왕좌와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레인보우 대시와 래리티 역시 애플잭을 따라 카펫 위로 올랐다. 군중들 사이에서 페가수스유니콘이니 하는 술렁거림이 일었다.

 

  “정숙하라.”

 

  해머 후프가 말했다. 외침도 호령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효과만큼은 천둥과도 같았다.

  고요해진 재판장에서, 세 여행객들은 왕좌 앞까지 발굽을 옮겼다. 래리티는 고개를 숙이며 다른 둘을 곁눈질했다. 그녀의 우려와는 달리 다들 제대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들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길드데일의 군주가 자신들을 시험하듯 쳐다보는 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일행은 해머 후프의 시선이 자신들의 표면을 벗기고 마음과 영혼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게 마법인지 아니면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한 기술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대들의 이름이 뭔가?” 군주가 물었다.

 

  “.......”

 

  우물쭈물 대던 애플잭은 모자부터 후다닥 벗어들었다.

 

  “, 그기, , 지는 애플잭이라캅니더, 폐하. 브라이트 맥의 아들래미, 아니, 뭐라카노. 브라이트 맥의 딸래미......., 어쨌든 스위트 애플 에이커에서 왔심더. 과수원이고예. 이퀘스트리아의 마을인 포니빌 외곽에 있심더. 그리고 이 짝은 레인보우 대시라카고.”

 

  그녀는 페가수스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이 짝은 래리티라 캅니더.”

 

  그리고 유니콘 쪽으로도 고갯짓을 했다.

 

  “다들 포니빌 출신임더. 드라켄리지 산맥의 건너편에 있지예.”

 

  “길드데일에는 무슨 볼일이 있어 왔는가?”

 

  애쉬테일이 물었던 것과 같은 질문이었다. 그러나 우르릉대는 천둥 같은 목소리 탓에 전혀 익숙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 그기, 지 친구들 중 하나가예, 갸는 트와일라잇 스파클이라카는 유니콘인데예, 큰 사고가 있었어가지고, 뿔 부패증이라카는 병에 걸려버맀심더. 갸가 지금 진짜 많이 아파예. 2주 안에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음 진짜 죽을지도 모릅니더. 그 조치란 게, 즈이는 베네보레라는 꽃을 써볼라 카거든예. 그기 만병 통치약인디, 아치백 산악지대에서만 자란다 카데요.”

 

  “베네보레라면 짐도 들은 바 있다.”

 

  해머 후프는 두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2주라고 했나? 여행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지?”

 

  “오늘로 5일쨉니더, 폐하.”

 

  해머 후프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애플잭은 뒤늦게 자신이 뭔가 말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여기서 길드데일의 서쪽 국경까진 빨리 달려도 이틀이다. 거기다 아치백 산악지대까지 가려면 더 달려야 하지. 설령 가자마자 꽃을 구한다고 가정해도, 그대들에겐 시간이 없다.”

 

  “, 폐하. 꽃을 구해갖고 돌아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할 기 없심더.”

 

  애플잭은 래리티에게 다가가 그녀의 안장가방을 뒤적였다. 그러나 찾던 물건은 그 쪽에 없었다.

 

  “아욱, 좀만 기다려 주이소, 폐하.”

 

  그녀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입꼬리를 올렸다. 해머 후프의 얼굴은 여전히 찌푸려진 채였다.

  다른 쪽의 안장 가방을 뒤적이던 애플잭은 마침내 찾던 물건을 발견했다. 그녀는 스파이크의 불꽃이 담긴 병을 집어 들었다.

 

  “즈이 아픈 친구한테는 용 머스마가, , 비서랄지, 펫이랄지, 남동생이랄지, , 어쨌든 갸는 용 머스마를 하나 델꾸 있심더. 그 용 머스마가 마법 불꽃을 쓰는데예, 그 불꽃으로 태운 작은 물건이나 편지는 곧장 갸헌티 보낼 수 있심더. 글구 갸는 지금 아픈 친구랑 같이 있고예. , 이게 바로 그 불꽃입니더.”

 

  그녀는 유리병을 두 발굽에 쥐고 들어올렸다. 병 안에는 보랏빛과 초록빛이 뒤섞인 불꽃이 생기있게 타오르고 있었다.

 

  “즈이는 베네보레를 찾아서 이 불꽃으로 태우기만 하믄 됩니더. 그리하믄 꽃이 곧장 그 용 머스마한테 가는 거지예.”

 

  군주의 입이 조금 벌어졌다.

 

  “허어. 그럼 그 불꽃의 힘을 지금 보여줄 수 있겠는가?”

 

  “.......”

 

  애플잭은 머뭇대며 말했다.

 

  “이기 전부라서예, 안됩니더. 함부로 쓸 수가 없심더.”

 

  “그럼 그대들은 그 불꽃의 효과를 증명할 수는 없는 거로군. 같은 맥락으로, 그대들의 이야기도 증명될 수 없겠지.”

 

  “, 폐하.”

 

  애플잭은 간청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말을 골랐다.

 

  “즈이 친구가 증말 위험합니더. 폐하께서 뭘 걱정하시는지도 알겠지만예.......즈이는, 그냥 갸를 돕고 싶을 뿐인 겁니더. 제발 믿어 주이소.”

 

  해머 후프는 왼쪽 앞발로 턱수염을 문지르며 몸을 뒤로 기댔다.

 

  “짐의 허락 없이는, 이퀘스트리아 포니들은 이 땅을 지나갈 수 없다.”

 

  “, 그건 지도 압니더, 폐하. 지를 믿어 주이소. 즈이도 알았더라면 진작 전갈을 날리고 미리 허락을 구했을 거라예. 근디 상황이 워낙에 급박해갖고 시간이 없어가, 길드데일에 대해서 알아볼 짬도 없었심더.”

 

  울며불며 매달리고 싶은 마음은 숨긴 채, 애플잭은 짐짓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

 

  한동안 침묵하던 해머 후프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대는 짐의 왕국을 지나가도 좋다. 물론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애플잭은 헉 소리를 내며 놀라하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 증말 멋쟁이십니더, 폐하! 방금 즈이한테 진짜 큰 일 해주신 겁니데이!”

 

  그녀는 모자를 다시 눌러 쓰며 말을 이었다.

 

  “즈인 지금 당장 떠나겠심더! 그니께 즈이 잠잘 곳은 마련해 주실 필요도-”

 

  “‘그대는 짐의 왕국을 지나가도 좋다, 어스 포니.” 군주가 재차 말했다. “그대 혼자만이다.”

 

  애플잭은 두어 번 눈을 끔벅대다가 외쳤다.

 

  “머라꼬예?! 그기 말이나 됩니꺼?!”

 

  “페가수스와 유니콘들은 길드데일에 있을 수 없다. 이것은 길드데일의 국법이다. 이 땅에 사는 모든 포니들은 이를 준수해야 하지. 설령 짐이라 해도 예외가 될 순 없다.”

 

  “페가수스랑 유니콘들한티는 아무 문제도 없심더! 적어도 여 와 있는 지 친구들은 확실히 그렇고예! 야들이 도대체 뭔 몬된 짓을 할 수 있겠심꺼? 이미 여까지 온 아들을 와 이제 와서 굳이 돌려보낼라 캅니꺼?”

 

  “작은 씨앗이 자라나 바위를 쪼개기 때문이다.”

 

  중후한 천둥 같은 목소리가 일행을 압도했다.

 

  “처음엔 예외로 쳐주며 하나나 둘로 시작했던 게 이런저런 사정들까지 줄줄이 봐주다 보면 수십 기 단위로 늘어난다. 결국 모든 페가수스와 유니콘들이 이 나라에 오가게 될 테고, 걔 중 몇몇이 이곳에 눌러 살게 되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릴 일은 아닐 테지. 그러고 나면 짐이 지키려 했던 길드데일의 모습은, 우리 길더스 모두가 알고 있던 길드데일의 모습은 영영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땅에서 페가수스와 유니콘은 모두 금지되어 있다. 그것들이 우리에게 끼친 해악은 이미-”

 

  “잠시만요!”

 

  래리티가 고개를 당당하게 쳐들며 앞으로 나섰다.

 

  “듣자하니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 아까부터 계속 있을 수 없다는 둥, ‘금지되어 있다는 둥, 왜 자꾸 우릴.......비생물처럼 말씀하시는 거죠?! 우리도 같은 포니예요! 그리고 포니가 받아야 할 응당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구요!”

 

  “그래, 맞아!”

 

  레인보우 대시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우리도 당신과 같은 포니야! 왜 그렇게 우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다구 그래?”

 

  “같은 포니?”

 

  해머 후프는 유니콘과 페가수스를 응시하며 차분히 말했다.

 

  “그대들은 우리 같은 포니가 아니다. 그 이상의 무언가지. 그 뿔과 날개를 보아라. 어스 포니들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들이지. 그대들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지만, 그대들이 할 수 있는 것들 중 상당수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 왕국에서는 모든 포니들이 크든 작든 공평하게 책임과 업무를 분담한다. 이 체계에 유니콘이나 페가수스가 들어오면 형평성이 사라지고 혼란만 야기될 뿐이지.”

 

  “폐하-”

 

  “애쉬테일 왕자. 짐은 그대에게 발언권을 준 적이 없다!”

 

  해머후프는 단박에 애쉬테일의 말을 잘랐다. 애쉬테일은 귀를 축 늘어뜨린 채 고개를 돌렸다.

 

  “폐하께서는 유니콘이랑 페가수스 아들을 이질적이고 나쁜 존재로 보실 지도 모르겠지만예, 갸들도 다 지 친굽니더. 서로 다들 잘 지내고 있고예!”

 

  애플잭은 으르렁대며 고집을 부렸다.

 

  “지는! 야들 없이는! 아무데도! 안 갈 겁니더!”

 

  “그대는 혼자 길드데일을 지나가거나, 아니면 지나가지 못할 것이다!”

 

  해머 후프도 의족으로 연단을 내려치며 으름장을 놓았다.

 

  “최종 판결이 났다! 첫 번째 알현은 이걸로-”

 

  “폐하!”

 

  얽힌 나무뿌리들 건너편, 군중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울부짖듯 외쳤다.

 

  “폐하!”

 

  외침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왕좌를 지키던 두 근위대원들이 군중들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창을 휘두르며 군중들을 검붉은 카펫으로부터 밀어냈다.

 

  “폐하!”

 

  밀려난 군중들 사이에서 붉은 갈기와 꼬리를 가진 회색 어스 포니가 황망히 튀어나왔다. 그의 엉덩이에는 매가 그러져 있었다.

  회색 어스 포니는 곧장 일어나 왕좌 쪽으로 달려들었다. 근위대원들이 창을 교차시켜 그의 진로를 막아섰다.

 

  “좀 비켜주시오! 폐하께 꼭 전해드려야 할 소식이 있소!”

 

  근위대원들과 회색 어스 포니 사이에 몸싸움이 일었고, 삽시간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정숙!”

 

  짧지만 위엄 있는 일갈에 알현실은 평화를 되찾았다. 군주는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이를 가까이 오게 두어라.”

 

  근위대원들이 창을 내리자, 회색 어스 포니는 왕좌 쪽으로 발굽을 옮겼다. 애플잭은 그의 발굽이 떨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름이 뭔가, 길더스?”

  

  “이글 보이스Eagle Voice!”

  

  회색 어스 포니의 이름을 외친 건 그 자신이 아니었다. 이글 보이스는 자신의 이름을 외친 이를 향해 허둥대며 고개를 돌렸다.

  

  “애쉬테일 대장님?! 여기 계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래, 자네 이름은 이글 보이스로군.”

  

  해머 후프가 말했다.

 

  “보아하니 동부 구역에서 왔겠고. 그래서? 그리 다급하게 짐을 알현코자 한 이유가 무엇인가?”

 

  “, , 폐하!”

 

  이글 보이스는 짐짓 힘차게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다시 고개를 세우는 아주 짧은 순간에조차 몸을 휘청댔다.

 

  “.......제가 해질 무렵에 순찰을 돌고 있을 때, 개스턴Gasteon, , 이건 제 독수리 이름입니다. 어쨌든, 개스턴이 오더니 엄청난 규모의 코마가 무리가 접근하고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처음엔 저도 믿지 않았습니다만, 녀석이 계속 고집을 피우더군요. 그래서 못 이기는 척 따라가 봤는데-”

 

  숨을 고르던 이글 보이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폐하. 정말이었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많은 코마가 무리가 있었습니다! 지평선이 회색 벽에 막혀서 안 보일 정도로, 제가 직접 확인한 수만 50마리가 넘습니다! 그 녀석들이 이 쪽으로 진격해오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테치홀름에 도착할 겁니다!”

 

  군중들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하자, “정숙!” 해머 후프는 발 빠르게 조치를 취했다. 그는 이글 보이스에게 재차 물었다.

 

  “확실한가?”

 

  “제 아버지의 이름에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폐하!” 이글 보이스가 말했다. “저는, 정말 쉬지 않고 달렸-”

 

  “동부 구역에서 여기까지? 고작 몇 시간 만에?”

 

  해머 후프의 말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체크보드 고문. 이 자를 데려가 따뜻한 물로 씻기고 먹을 걸 좀 주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폐하.”

 

  해머 후프는 인자하게 말을 이었다.

 

  “그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이글 보이스.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해주었다.”

 

  “영광입니다, 폐하.”

 

  이글 보이스가 대답했다. 체크 보드가 그를 데리고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긴급한 상황이므로 휴정을 선언한다!”

 

  동굴 같은 목소리가 알현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모든 길더스는 내일 있을 전투에 대비하라!”

 

  해머 후프는 애쉬테일에게 고개를 돌렸다.

 

  “애쉬테일 왕자. 그대와 동부 구역의 경비대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로군. 싸움이 조금은 쉬워지겠지.”

 

  애쉬테일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많은 코마가라면.......서로를 밟으면서 각자가 서로의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왕자의 얼굴에 공포가 깃들었다.

 

  “그러면 녀석들이 기반암을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서로를 밟고 올라설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 될 일이다!”

 

  해머 후프는 용맹하게 외치며 분연히 몸을 일으켰다. 애쉬테일이 그의 옆에 따라 섰다.

 

  “근위대장 브라이트 텅. 그대와 애쉬테일 왕자는 오늘밤 짐과 함께 대책을 논의할 것이다.”

 

  해머 후프는 군중들의 앞에 서 있는 근위대장에게 말했다.

 

  “신중히 대책을 강구해 희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의 황금빛 평원을 붉게 물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검붉은 털가죽의 군주는 핏빛 카펫을 밟으며 왕좌에서 내려왔다. 애쉬테일이 그 뒤를 따랐다.

 

  “우리는 지금껏 죽여 온 코마가보다 더 많은 코마가를 죽일 각오를 해야 한다. 길드데일의 평원은 붉은빛보다 황금빛일 때 더 아름-”

 

  “말도 안 되는 소립니더!”

 

  해머 후프의 몸이 굳어졌다. 군주의 정숙호령이 불러오는 것 이상의 숨 막히는 침묵이 알현실을 덮쳤다.

 

  “.......뭐라고?”

 

  깊고 냉철하던 푸른 눈동자에서 불꽃이 일었다. 태산 같은 전사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오렌지 색 어스 포니의 단호한 초록 눈동자가 그의 시선에 맞섰다.

  애플잭은 군주의 분노에 압도된 자신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굴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코마가들에 대해선 폐하가 틀렸습니더! 갸들 죽일 필요 없심더!”

 

  해머 후프는 천천히 애플잭에게 다가갔다. 그의 발굽은 강철을 제련하는 망치처럼 묵직하게 바닥을 디뎠다.

 

  “이퀘스트리아의 포니여.”

 

  군주는 폭풍전야의 천둥처럼 으르렁댔다.

 

  “길드데일의 역사는 코마가 무리와의 항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녀석들은 수백 년 동안 우리의 대지를 유린해왔고, 우리의 피와 살로 목을 축였다. 우리도 녀석들의 피로 앙갚음을 했지. 그 처절한 역사의 앞에서, 감히 우리가 그동안 틀렸었다고 말하는 것인가?”

 

  애플잭은 마른침을 삼켰다.

 

  “, 그렇심더! 왜냐하면 여러분네가 틀렸기 때문이지예! 다만 그걸 받아들이기엔 여러분네가 너무 고집스러운 겁니더! 하지만 이걸로 여러분들을 비난하지는 않을 겁니데이. 여러분네도 그동안 갸들하고 싸우느라 음청 고생하지 않았심꺼? 다만 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더!”

 

  “코마가들은 피에 굶주린 괴물들이다! 고생? 고생이라고 했나? 녀석들이 그동안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해왔는지, 그대는 절대로 헤아릴 수 없다! 지금 알현실에 있는 길더스 중에서만 봐도, 코마가들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혹은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갸들은 괴물이 아니라예! 기냥 동물인기라!”

 

  애플잭이 역설했다.

 

  “폐하께서 어떻게 느끼는 지도 잘 압니더! 알아예! 왜냐믄, 지도 여 와서 직접 보기 전까진 여러분네를 글케 생각했었으니까예!”

 

  그녀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부드러운 눈길로 길드데일 포니들과 하얀 나무들을 돌아보았다.

 

  “맨 처음에 여러분네 나라에 대해서 들었을 적에는, 지는 여러분네가 죄다 야만마(野蠻馬)들일 거라고 지레짐작해버렸심더. 문명 같은 기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거든예. 근데 여 와서 직접 보니, 지가 틀렸던 기라예. 분명 여러분네는 이퀘스트리아의 포니들하고는 많이 다릅니더. 그치만 그게 여러분네가 야만마라는 의미는 아이지 않습니꺼? 기냥 다른 것 뿐이지예. 지는 그걸 이제야 이해했심더. 다르다는 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니라는 거 말이지예. 다르다는 건.......그냥 다른 겁니더.”

 

  애플잭은 해머 후프에게 고개를 돌렸다.

 

  “코마가들도 기냥 다른 겁니더. 갸들의 방법이 다르다캐서 갸들이 나쁜 건 아입니더. 다르다캐서 죽여도 된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지예. 제발 이해해 주이소.”

 

  해머 후프는 애플잭을 스쳐지나가며 혀를 차댔다.

 

  “이런 탁상공론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평화에 찌든 망상은 그대의 머릿속에나 잘 간직하도록! 짐은-”

 

  “내기하입시더!”

 

  군주의 발굽이 멈추었다. 그는 몇 초에 걸쳐 몸을 돌렸다. 군중 사이에 서있던 쉴드 메이든이 힉 소리를 내며 숨을 삼켰다.

 

  “내기?”

 

  해머 후프가 되물었다. 애플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쉬테일.......대장이 그러던데예, 교환 같은 거 하실 때 내기 잘 쓰신다고. 그래서 지도 함 해보는 깁니더. 지는 코마가 무리헌티서 테치홀름을 완벽하게 지켜보이겠심더! 단 한 마리의 코마가도 죽이지 않고예!”

 

  해머 후프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잠시 입술을 앙다물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길더스 중 누구도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목숨을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목숨 같은 건 필요 없심더. 지 혼자 할 거니께예. 그기 더 그림이 나오지 않겠심꺼?”

 

  “혼자라.” 해머 후프는 코웃음을 쳤다. “확실히 그림은 되겠군.”

 

  “혼자가 아니야!”

 

  레인보우 대시가 애플잭의 오른족에 붙어 서며 소리쳤다.

 

  “내가 같이 갈 거야!”

 

  “물론 저도 갈 거랍니다! 무조건!”

 

  래리티도 나섰다. 그녀는 애플잭의 왼편에 섰다.

 

  “셋이라. 그것도 좋지. 셋만 가는 건가?”

 

  “그렇심더.”

 

  애플잭은 결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들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테치홀름의 병력은 완전무장한 채로 대기하는 걸로 하지. 어떤가?”

 

  “동의합니더.”

 

  “내기에 걸 상품은?”

 

  애플잭은 심호흡을 내뱉은 뒤 말했다.

 

  “만약 지가 해내면, 우리 서이 다 길드데일을 통과할 수 있게 해 주이소!”

 

  “만약 실패한다면?”

 

  애플잭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만약 지가 틀리고.......그러고도 즈이 서이가 살아남는다믄, 폐하께서는 코마가들을 격퇴할 때까지 즈이들을 테치홀름에 잡아두셔도 됩니더. 코마가가 공격해오는데 즈이 셋을 데리고 다시 드라켄리지 산맥까지 가는 기도 영 번잡스럽지 않겠심꺼?”

 

  래리티는 짧게 숨을 들이마셨고, 레인보우 대시는 펄쩍 뛰어올랐다.

 

  “좋다!”

 

  상아색 의족이 바닥을 내리쳤다. 육중한 종을 친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글 보이스의 계산이 맞다면, 코마가 무리는 내일 동틀 무렵 한 시간 전후로 테치홀름에 도착할 것이다. 그대들 셋도 그 때까지 준비를 마쳐두는 게 좋을 것이다.”

 

  말을 마친 해머 후프는 알현실을 떠났다. 그 뒤를 브라이트 텅이 따랐다. 복잡한 시선으로 애플잭을 바라보던 애쉬테일은 이내 두 포니를 따라 발굽을 옮겼다.

 

  군주가 떠나자, 길드데일 포니들은 봇물이 터진 듯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어대기 시작했다.

 

  애플잭은 뿌리라도 내린 듯 우뚝 서 있었다.

 

  “애플잭.”

 

  래리티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자기가 내린 결정을 지금 와서 비난하고 싶진 않아, 하지만 가끔 자기는 일들을 굉장히.......자기다운 방식으로, 그러니까, 거칠고 투박한 방식으로 처리해버리는 경향이 있어. 그런 게 필요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방금은.......그게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아.”

 

  “이 가스나들아, 다들 걱정 말그라.”

 

  애플잭은 카우걸 모자를 다시 쓰며 고개를 들었다. 래리티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가 있었다.

 

  “내한텐 다 계획이 있으니께.”

 

 

< 내한텐 다 계획이 있으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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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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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 Dangerous Business, Going Out Your Door

When an accident leaves Twilight Sparkle seriously ill, Applejack, Rainbow Dash, and Rarity must undertake a perilous journey to find her a cure. What adventures await them beyond Equestria's bor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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